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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별우
작품등록일 :
2018.12.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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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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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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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 팔의 문신

DUMMY

“으으, 퉷.”


입속 가득 들어온 모래를 뱉어냈다.

데굴데굴

이라는 소리가 떠오를 정도로 굴렀다.


아주 살짝 지면을 차서 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땅을 박차고 옆으로 튀어나간 몸은 그대로 모래에 쳐 박혀 버렸다.

머리가 핑핑 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로크가 방금까지 서있던 자리와 쓰러진 나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내가 서 있던 자리의 흙은 내 발자국 그대로 움푹 파여 있었다.

사람들이 하도 다녀서 단단히 다져진 땅엔 내 발자국만이 선명히 보였다.


“됐어! 로크! 이거라고!”

“갑자기 튀어나가더니 뭐가 됐다는 거야?”


로크가 내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너, 설마?”


나를 일으킨 그가 말을 이었다.


“왕국기사단에 못 들어갔다고 혼자 삐진 거 아니지?”

“뭐? 내가 왜 그런 걸로 삐져?”

“너 아까 기사단장님이랑 대련할 때 엄청 필사적으로 보였다고.”

“내가 그랬나?”


엉덩이의 모래를 툭툭 털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하지만 그는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그거 알아? 가끔 너 엄청 무서운 눈을 할 때가 있어.

평소의 장난 같은 나쁜 짓을 할 때가 아니라 진짜 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 어떤 것보다 차갑고 무서운 눈이 된다고.”


“하, 그냥 오늘만 그런 거지.”


“아니, 처음 경비대에 들어와서 너랑 만났을 때도 그런 눈이었어.

눈에 보이는 건 전부 부술 거 같은 눈이었지.”


모든 것을 잃고 경비대에 들어왔을 때.

그의 말을 듣고 그때를 떠올리니 기분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그때 그렇게 대련하자고 조른 거였냐?”

“그때는 니가 거기서 가장 강해보였었거든. 실제로도 그랬고.”

“나보다 오래 있던 사람들 보다?”

“넌 그때 뭐랄까...오기로 가득차 있었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었어. 너도 인정하지?”

“그땐 그랬지.”

“뭐, 그래도 나한테 한번 진 뒤로는 지금처럼 김빠진 맥주 같은 녀석이 됐지만 말이야.”


로크는 그제야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의자에 앉았다.


“그래, 고맙다 고마워. 결국 이 소리가 듣고 싶었던 거지?”

“맞아, 언제나 내게 고마워하라고. 사양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하하하.”


어디서 저런 뻔뻔함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오래전 일이었지만 방금 그의 말을 듣고 기억났다.

오전에 반젤루스가 나의 검을 받아준 것처럼.

로크가 경비대에 들어왔을 때 나의 검을 받아주었다.

서로 이기고 지고 하며 매일 그를 이기는 것만을 생각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오기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 그와의 대련을 통해 전부 사라졌다.

그것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욱신거린다.

아주 조금만 집중해서 마나를 흘려보냈을 뿐이었다.

평소 보내는 양보다 적은 마나였음에도 한곳에 집중되니까 파괴력이 장난 아니었다.

살짝 옆으로 피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튀어오를 정도였다.

다행히 욱신거리기만 할뿐 움직일 순 있었다.

지금 쏟아 부은 마나의 양을 기억했다.

그리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때를 기다린다.


***


20시 57분.

시간이 됐다.

허벅지와 종아리의 욱신거림도 잦아들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볼칸에게 이길 수 있을까?

확신은 없다.

하지만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였다.


“너 같은 녀석이 있다곤 듣지 못했는데.”


볼칸이 오크들 사이를 가르며 나왔다.


“그게 지금 중요한가? 무기를 들어라.”

“훗, 성질 급한 녀석이군. 좋다. 그 전에 이름을 알려 줄 수 있나?”


그가 오른손에든 돌칼을 나에게 향했다.


“한스.”

“한스, 그래. 난 볼칸. 오크들의 전사이자 마지막 왕이다.”


나도 검을 들고 그를 겨눴다.

잠시 서로의 무기가 닿을락 말락한 거리에서 정적이 흐른다.


타다닥.

내가 먼저 달려 나갔다.


후웅, 쾅!

불꽃이 튀며 나의 검과 볼칸의 돌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검을 한손으로 잡고 여유 있게 막아내었다.


키기긱.

그의 돌칼은 겉보기에는 별다른 돌과 다를 것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검과 검이 부딪히는 곳에서 금속과 금속이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재촉하더니 겨우 이정도 실력이냐!”


챙.

볼칸이 돌칼을 휘둘러 나의 검을 쳐냈다.

나는 그 힘에 밀려 오크들이 둘러싼 벽에 등이 닿을 때 까지 밀려났다.


“이번엔 내 차례다!


둥 둥 둥 둥.

2미터의 거구인 그가 나를 향해 달려오자 모래임에도 지면이 울리는 것 같았다.


“히얍!”


그가 돌칼을 옆으로 크게 휘둘러왔다.

위기다.

뒤에는 오크들의 벽.

앞에는 볼칸.

옆에는 돌칼.

전처럼 그의 옆구리로 파고들어 피할까?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언제나 오크들의 왕이라는 것보다 먼저 전사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첫 공격을 허용해주었다.

그것이 전사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를 단순히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

난 그를 육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뛰어넘고 싶었다.


그는 거대한 돌칼을 보란 듯이 크게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막아볼 테면 막아보라는 거냐.

그래. 받아주마!


양손으로 검을 쥐고 내 왼쪽으로 공기를 가르며 휘둘러올 돌칼을 막을 자세를 취했다.

움직이지 않기에 온몸에 힘을 주고 모습을 상상하는 건 쉬웠다.


더 강하고 단단하게.

성을 둘러싼 성벽처럼!

다음 같은 건 어찌되든 상관없다.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부서지더라도 지금 이 일격을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다.

마나를 전부 긁어모아서 근육에 집중했다.


“으랴야!”

나는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소리를 질렀다.


쾅!

푸슈슈슉!


돌칼을 받아낸 상태로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 밀려난다.

거대한 돌칼에서 나오는 파괴력이 온전히 나의 검을 통해 전해져 온다.

그리고 그것이 온몸으로 퍼진다.


“끄그극.”


이가 갈릴 정도로 힘을 주며 버틴다.

날아가면 안 된다.

밀릴지언정 지면에 두 발을 붙이고 꼿꼿이 서 있어야한다.


검을 통해 전해지던 일격의 충격이 약해져 감이 느껴진다.

그의 검을 막은 것만으로도 온몸의 진이 다 빠져버렸다.

하지만 확실히 받아냈다.


스윽.

볼칸은 기진맥진해 하는 나를 두고 검을 거두고 한 발짝 떨어졌다.

그리고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호오, 인간주제에 이 공격을 받아 내다니. 제법이구나.”

“하아, 하아.”


나는 숨을 돌리며 그를 맹렬히 노려봤다.


“다시 물어봐서 미안하지만 이름이 뭐라고 했지? 사실은 까먹어 버렸거든.”

“하아, 칫. 이 자식.”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한 녀석의 이름은 절대 잊지 않는다더니.


“한스. 동문경비대 경비병 한스다.”

“그래. 기억했다. 방금은 이름을 묻느라 멈췄지만 이번엔 안 봐줄 거다.”

“후우. 나도 마찬가지다.”


호흡이 다시 안정됐다.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 버티기만 해서 그런지 욱신거림은 적었다.

마나로 인한 근육파열도 처음보다는 나았다.

방금 확실히 느꼈다.

온몸의 마나를 쏟아 부어서 근육을 강화시켰을 때.

많이 밀리긴 했지만 받아내기에 버거운 수준은 아니었다.

마나를 전부 쏟아내지 않아도 그와 검을 겨루기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타다닥.

나와 볼칸이 동시에 오크들의 원 중앙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정중앙에서 우리의 무기가 불꽃을 튀기며 맞부딪혔다.


쾅!

어두운 밤이라 그런지 검과 검이 만드는 불꽃이 더욱 잘보였다.


버틸수 있다.

할 수 있다!


쾅. 쾅!

그와 검을 부딪칠 때마다 발이 모래로 파묻혀 가는 듯 했다.

그러나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하! 재밌구나! 얼마만의 싸움인지 모르겠군! 좀 더 즐기게 해줄 수 있겠나!”


볼칸은 뭐가 그리 신난 지 돌칼을 휘두르며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쾅쾅!

젠장.

그가 휘두르는 돌칼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근육이 욱신거리며 비명을 지른다.

이대론 오래 버티지 못한다.

결판을 내야한다.


그때.

그것은 숲속에 살았던 오크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점점 빨라지는 거대한 돌칼이 만들어낸 검풍.

그리고 그 검풍에 의해서 주변 모래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사라락.


“큿!”

흩날린 모래가 볼칸의 눈에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어두워진 볼칸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하늘이 만들어준 기회.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이다!


타다닥.

급하게 돌칼을 거두고 눈을 비비며 물러서는 그를 추격했다.

전사의 세계.

그곳은 물러서는 자가 곳 패자가 되는 곳이었다.

나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이런!”

볼칸은 베어 들어오는 검을 막기 위해 다급히 돌칼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내가 더 빨랐다.


슥.

촥!


살을 베고 뼈를 가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푹.

잘려진 오른팔과 함께 날아간 돌칼이 모래사막에 박혔다.

나의 승리다.

내가 이겼다.

한 팔뿐인 녀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완전히 승리를 예감한 그 순간,


“이 새끼가!!!”


볼칸은 여느 때보다 흥분한 모습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등 뒤를 공격했을 때도, 내가 패배자의 모습을 했을 때도 그는 그렇게 흥분하지 않았었다.


“뭐, 뭐야!”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나는 놀라며 검으로 그를 저지하려했다.


콱.


볼칸은 아무렇지도 않게 남아있는 왼팔로 나의 검을 잡고 그걸 잡고 있는 나와 함께 던져버렸다.


부웅.

촤자작,


모래 위를 미끄러지다가 재빨리 자세를 바로 잡았다.

흥분한 볼칸이 미친 듯이 공격해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는 언제 흥분했냐는 듯이 침착해져 있었다.

그리고 돌칼을 쥔 채로 잘려진 팔이 박혀져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것을 주웠다.

그리고 팔의 이두박근 부분의 절단면과 잘려진 부분을 맞추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크흑.”


굉장히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크으으윽!”


그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오른팔의 이두박근이 팽창하며 피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잘려진 팔 쪽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크아아악!”


뚝. 뚝.

그의 오른팔에서 흘러나오던 피.

그것이 지혈이라도 한 듯 갑자기 뚝뚝 떨어지다가 멎기 시작했다.


“키야아앗!”


꿈틀.

잘린 팔의 손목이 움찔했다.


“후우. 후우.”


푹.

볼칸이 돌칼을 다시 모래에 꽂아 넣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는 팔의 상태를 확인했다.

손목을 빙빙 돌리고 팔꿈치를 어루만졌다.


씨익.

그는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방금까지 미친 듯이 흥분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팔을 내밀고 팔꿈치를 굽혀서 나에게 팔목이 보이게 했다.


“이 글씨가 보이나?”

“뭐?”

“나의 팔에 새겨진 이 글씨가 보이냐고 물었다.”


긍지.

그의 팔에 있는 수많은 붉은 문신중에 유일하게 그 단어만이 인간의 언어로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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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골렘 +1 19.01.15 216 7 9쪽
19 19. 알 +2 19.01.14 240 10 10쪽
18 18. 긍지 +4 19.01.12 266 11 8쪽
» 17. 팔의 문신 +2 19.01.11 266 6 11쪽
16 16. 새로운 마법 (2) +4 19.01.10 265 9 11쪽
15 15. 새로운 마법 +4 19.01.09 273 11 11쪽
14 14. 볼칸 +7 19.01.08 295 6 11쪽
13 13. 반복과 특이한 오크 +1 19.01.07 276 7 10쪽
12 12. 성장 +6 19.01.05 303 9 11쪽
11 11. 천재들의 영역 +2 19.01.04 299 8 11쪽
10 10. 노력하는 범인 +2 19.01.03 335 6 14쪽
9 9. 마나를 찾아서 19.01.02 321 7 12쪽
8 8. 오크 +3 18.12.22 350 9 12쪽
7 7. 도서관 +3 18.12.21 357 10 12쪽
6 6. 일곱 번째 아침 18.12.20 367 8 10쪽
5 5. 시작 +4 18.12.19 405 9 11쪽
4 4. 삶의 의미 +2 18.12.18 415 9 15쪽
3 3. 왕국기사단장 반젤루스 +5 18.12.17 495 7 14쪽
2 2. 꿈 +1 18.12.15 550 8 12쪽
1 1. 경비병 한스 +2 18.12.14 946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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