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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엔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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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트원
작품등록일 :
2018.12.15 04:34
최근연재일 :
2019.06.25 16:44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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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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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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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5.아퀴텐느(3)

DUMMY

기사들이 있는 방향에서 붉은색 연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마도구인 신호탄을 사용한 것이다. 근처에 저들만이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있다는 뜻이다.


“안느, 신갑은 얼마나 사용할 수 있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분 내외···.”


역시 마법사 혼자서 신갑을 정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직접 실험을 할 수도 없었기에 안느의 말에는 정확성도 떨어진다.

1분 내외라고 했지만 고작 몇 초거나 아예 발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리라.

힐데릭은 뒤를 돌아보았다. 서른 명의 기사들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었다. 저들의 말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힐데릭 일행의 말은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많이 지쳐 있었다.


‘언젠가는 잡혀.’


기적같이 저들을 따돌린다면 몰라도.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주변은 여기저기 숲이 있는 들판. 완전한 평지가 아닌 경사가 있었다. 숲으로 도망갈 수는 있겠지만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따돌릴 수 있는 거리가 아니며, 기사들을 따돌릴 정도의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히엘!”

“왜!”

“저들을 유인할 수 있겠나?”

“그래!”

“숲으로 간다!”


아히엘의 긍정과 함께 힐데릭이 숲을 향해 말을 달렸다. 숲 안에 길이 나있는 것으로 보아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장소로 보였다.

문제는 너무 어두워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힐데릭은 오감을 곤두세워 혹시나 앞에 장애물에 있는지 파악하면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놈들은 소리에 의지해서 자신을 쫓는다. 그럼 아히엘과 갈라져도 기사들은 어느 쪽에 힐데릭이 있는지 모르기에 병력을 절반으로 나누어야 한다.


“아히엘!”


힐데릭의 말과 함께 아히엘이 길의 가 쪽, 나무가 울창한 곳으로 들어갔다.


“변경백.”

“왜요?”


그녀는 기사가 쫓아온다는 불안감 때문에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는 이 길을 계속 달려라.”

“예. ···예?”

“쟝, 나를 따라라!”


힐데릭은 아히엘과 반대편으로 말을 몰았다. 말이 어둠을 보며 두려워 순간 멈칫했으나, 힐데릭은 말을 채찍질 하여 억지로 어두운 숲속으로 몰아넣었다.


“뭐, 뭐엇!”


혼자 남겨진 안느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곧 뒤에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말을 몬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잡히면 죽는다. 잡히면 죽는다. 잡히면 죽어!’


말을 모는 실력도 초심자와 다름이 없는 안느는 공포에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자신이 기사들보다 빠르게 말을 몰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힐데릭 이 나쁜 놈!’


이미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린 왕자를 욕하면서 안느가 눈을 찌푸렸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코를 훌쩍이면서 참았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옆의 나무에 무언가 툭 박히는 소리도 났다.

화살이었다.


“히끅!”


심장이 내리 앉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살짝 보자 어둠속에서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수많은 말발굽 소리만이 들려왔다.

저 속에서 기사들은 안느가 있는 위치를 어림짐작하여 화살을 쏘았고, 거의 비슷한 곳에 맞추었다.

안느가 떨리는 손으로 고삐를 꽉 쥐었다.


‘지, 진짜로 죽이려는 생각은 없을 거야. 기사들은 내가 왕자님인지 아닌지도 모르잖···.’


쐐액. 화살이 안느의 귀 옆을 스쳤다. 화끈거리는 감각이 귀 끝에서부터 귀 전체로 퍼졌다. 귀의 살이 약간 찢어져 피가 주륵 흘렀다.


‘죽이려고 하잖아!’


샤를은 힐데릭이 죽길 바란다. 그렇지만 그 속셈은 다른 영주들에게 밝혀져서는 안 된다.

기사들은 안느가 힐데릭이 아닌 줄 모른다. 그럼에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은, 그들이 샤를의 직속 추적대란 뜻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안느는 몸을 떨었다. 두려움에 이빨이 따닥따닥 부딪혔다.


‘어,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그때 그녀는 갈림길이 앞에 있음을 알았다. 왼쪽과 오른쪽. 어둠속에서도 그 존재를 알아차린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이내 그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힐데릭은 왼쪽으로 갔다. 아히엘은 오른쪽으로 갔다.


어느 쪽이 더 생존율이 높을 것인가.


‘오른쪽!’


안느가 오른쪽으로 말을 몰았다. 깊은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무의식에서는 이런 판단을 내렸다.


저들을 힐데릭에게 가게 해서는 안 된다.




아히엘은 왼손으로 고삐를 꽉 쥐고 등자를 밟아 말 위에서 일어났다. 위 아래로 격하게 흔들리는 말 위에서 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지지 않는 묘기였다.

그 상태로 아히엘은 허리를 틀어 뒤를 보았다. 그녀의 붉은 두 눈은 어둠을 볼 수 있었다.


아히엘이 가진 마력의 형태는 ‘관통’. 그것은 힐데릭의 불이나 안느의 물과 같이 구체적인 형태를 지닌 마력이 아니다. 형태가 아닌 개념으로, 관통이라는 개념을 이용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아히엘은 과거 어느 바이킹 마술사를 협박하여 마술의 기초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 배운 능력을 사용했다.


아히엘의 붉은 눈이 어둠을 ‘관통’했다. 그러자 희미하게나마 말을 달려 쫓아오는 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목표로 손도끼를 들었다.

일부러 말의 속도를 살짝 늦추었다. 그리고 때가 됐을 때, 그녀의 근육이 당긴 활시위처럼 팽팽해졌다.


손도끼가 기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한 기사가 손도끼를 가슴에 맞고 낙마했다.


“커흡!”


기사의 목소리와 땅에 떨어지는 갑옷의 소리가 숲에 크게 울렸다.

날아가는 도끼의 힘과 말이 달리는 힘을 동시에 받아 충격이 상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갑을 입은 기사는 저 정도 충격에서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마갑의 마력을 최대로 발휘했다면 단숨에 일어나 달려서 말을 잡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아히엘의 목적은 달성됐다. 기사들이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아히엘은 다시 말의 고삐를 두 손으로 잡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이제 저들의 추격은 조금이나마 늦춰졌다. 더 오래 시간을 끌 수 있게 됐다.


아히엘의 승마 솜씨는 엄청났다. 매일 말을 타는 기사들마저 따라잡기 곤란할 정도였다. 도저히 어둠 속의 숲에서 말을 몬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아히엘은 추격을 받았다. 말도 지쳤는지 숨을 크게 헐떡이며 흰색의 침을 입가에 잔뜩 묻히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


아히엘이 말의 목을 쓰다듬었다.


‘기사들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거다. 놈들도 지쳤어. 하지만···.’


그녀의 말이 충분히 지쳤을 때, 기사들은 말에서 내려 마갑의 출력을 높이고 아히엘을 추적할 것이다.

마갑의 속도는 순간적으로 마속마저 능가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아히엘은 마갑에 대응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순간이 찾아왔다. 기사들은 마갑의 출력을 높였다. 그들의 갑옷에서 푸른색 빛이 희미하게 빛났고, 그것을 신호로 말에서 내리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아히엘은 뒤로 돌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푸른색의 갑옷들을 보았다. 어두웠기에 갑옷 밖에 볼 수 없었다.


‘끝났나.’


이제 시간을 끌 방법은 없다. 말이 더 힘내준다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죽는 것은 확정이다.


‘아니, 안 죽어.’


아히엘이 어깨에 두른 곰 모피에서 건틀렛을 꺼냈다. 손톱 부분이 송곳처럼 뾰족했다. 그녀가 가진 유일한 마도구.

십급(十級) 마도구, 응조(鷹爪).


본래 마도구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마석을 충전해야 했지만, 아히엘은 마력 적성자다. 십급 마도구 정도라면 본인의 마력만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응조를 손에 장착하자 뒤에서 묵직한 쇳덩이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검이었다.

투창처럼 날아온 검은 말의 엉덩이에 박혔으며 말은 달려가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부터 땅에 박아 쓰러졌다. 아히엘은 등자에서 발을 빼고 도약하여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그리고 나무의 위로 조용히 올라갔다.


기사들은 말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마갑의 출력을 최대로 높여 말이 떨어진 자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곧바로 사방을 경계했다.


‘수는 다섯인가.’


감이 좋은 놈들이다. 아히엘은 혼자서 멀어졌고, 저들은 혼자서 달려간 자가 왕자일 리 없다고 생각해서 추적 인원을 다섯으로 한정했다.


‘마갑을 입은 기사 다섯. 죽일 수 있을까.’


한 번도 시도하지 못한 일이었다. 가끔 마도구를 가진 바이킹을 상대한 적도 있었고, 두 명의 마술사와 싸운 경험도 있었지만 기사 다섯은 처음이다.

아히엘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왕자인지 재앙인지.’


그런 씁쓸한 자조와 함께, 아히엘이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응조를 한 기사의 목을 향해 찔렀다.

마력 형태, ‘관통’.

마도구 응조, 능력 ‘관통’.


응조의 손톱은 마갑 안의 체인메일을 뚫고 기사의 목을 관통했다.


“끄륵···.”


기사가 피를 울컥거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이상을 알아차린 기사들이 곧바로 뒤로 돌았다. 아히엘은 왼손의 손도끼를 한 기사에게 던지고 바로 옆의 다른 기사를 향해 응조를 찔러 들어갔다.

그 기사는 아히엘의 응조가 심장을 노리고 들어오자 검으로 그녀의 손목을 쳤다. 보통 사람이 낼 수 없는 속도와 힘으로.


손목에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에 아히엘이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마갑을 입은 기사는 신체능력 면에서 일반인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벌써부터 패배의 예감이 밀려들었다.


“죽여!”


기사들이 아히엘의 사방에서 검을 휘둘렀다. 아히엘은 웃으면서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아, 하아, 하아···.”


안느의 얼굴은 흙투성이였고 이마에서 뺨을 따라 흘러내린 피가 한쪽 눈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날개 죽지에는 화살이 한 발 박혀 있었다.

말은 엉덩이에 화살을 맞고 고통스러운 숨을 내쉬면서 그녀의 곁에 누워 있었다.


꽤 오래 도망쳤다. 그러나 결국 기사들에게 잡혔다. 기사들은 안느의 주위로 다가왔다. 수는 10명이었다.


“왕자가 아니군.”


대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안느의 앞으로 나왔다. 그의 마갑에는 가문의 문양이 있었는데, 큰 도마뱀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법사야.”

“하아, 하아···.”


대장은 화살을 등에 메고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그가 안느를 맞춘 장본인이었다.

검집에서 검이 뽑혀 나오는 소리에 안느가 몸을 움찔 떨었다. 다른 기사들은 투구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았으나, 대장은 투구 가리개를 올려 눈을 볼 수 있었다.

상처 입은 안느를 보는 그의 눈은,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를 보는 눈과 다를 바 없었다.


“왕자는 어디로 갔지?”

“···.”

“길에서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

“입이 무겁군. 그럼 왼쪽이다.”


충성심이 강하다. 그렇다면 왕자에게 접근시키지 않기 위해 그와 반대쪽으로 달렸을 터. 계산을 마친 대장이 검을 역수로 들고 칼끝을 그녀의 정수리로 향했다.

안느는 나무에 기대어 그런 대장의 검을 무표정하게 보았다.


“기도할 시간은?”

“···.”

“알겠다.”


대장이 검을 내리찍으려 할 때 숲의 깊은 곳에서부터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공기가 한 번에 전부 타들어가는 듯한, 모든 게 타버려서 거대한 바람이 그 빈자리를 메우는 듯한 굉음이었다.

안느의 앞에 있는 모든 기사가 남쪽, 길에서 보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힐데릭과 쟝이 간 방향이었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으나, 저 숲 깊은 곳에서부터 거대한 붉은 빛이 보였다. 마치 산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대장이 시선을 위로 옮겼다. 끝을 알 수 없는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아이테르눔···.”


왕자가 신갑을 발동시켰다. 그 말은 곧 왼쪽으로 간 모든 기사들의 죽음을 의미했다. 만급 마도구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는 대장으로서는 15명의 기사들이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몇 분은 버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왼쪽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빛이 점점 더 강해졌다.


저 빛의 원점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장은 검을 다시 원래대로 잡은 후 안느의 복부를 발로 찼다.


“끄흑···!”


안느가 옆으로 쓰러졌다. 기사들은 마갑의 출력을 상승시켜 싸울 준비를 마쳤다.

곧 빛의 원점, 힐데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숲의 위에서 길이가 10m도 넘는 불꽃의 날개를 펼치며 다가오는 은빛의 기사. 대장은 저게 죽여야 하는 목표임을 알고 있음에도 무심코 감탄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저것은 그야말로 천사의 모습이었다.


십급(十級). 아십(亞十).

열 명에 버금가는 힘.


백급(百級). 일당백(一當百).

백 사람을 상대할 수 있는 힘.


천급(千級). 일기당천(一騎當千).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하는 힘.


만급(萬級). 만부부당(萬夫不當).

만 명도 이길 수 없는 절대적인 힘.


만급 마도구, 신갑 아이테르눔.


그 전설적인 위용 앞에 기사들의 몸이 굳었다. 그 안에서 유일하게 여유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추적대의 대장인 알롱뿐이었다.

힐데릭은 투구 가리개 너머로 나무의 옆에 쓰러져 있는 안느를 보았다. 그 순간, 힐데릭의 오른손에서 불꽃의 검이 뽑혀 나왔다.


“흩어져라!”


알롱의 지시에 기사들이 최대한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그보다 빨리 불의 검이 기사들을 휩쓸었다.


“끄아아아아악!”

“으악, 으아아악!”


불꽃을 피하지 못한 기사들이 비명을 질렀으나 고작 1초 정도에 불과했다. 그들의 몸은 마갑과 함께 녹아 사라졌다.

순식간에 기사 다섯이 명을 달리했다. 힐데릭은 또 다시 검을 움직이려 했으나, 안느를 붙잡고 있는 알롱의 모습을 보곤 멈칫했다.

그러자 알롱이 진하게 웃었다.


“반갑습니다, 왕자님.”


안느를 살려둔 이유는 인질로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작가의말

 와, 20화! 지금까지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1권 분량 이전에 선작 100을 찍는 게 목표였는데 불가능할 것 같네요 ㅎㅎ...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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