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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엔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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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트원
작품등록일 :
2018.12.15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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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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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두 개의 프랑스(1)

DUMMY

프랑스의 용기 있는 기사들이여···

(쓸모없는 말. 미사여구와 치장. 내용에는 하등 상관없는 문장들의 향연)

···함께 역적 샤를 마르텔을 분쇄하자. 하느님의 정의를 되찾자.


유일하고 정통한 프랑스의 왕, 힐데릭 메로빙거.




“이놈의 나라는 언제쯤 우리 가문을 카롤링이라고 불러줄는지.”


샤를이 손바닥만 한 양피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며 까딱거렸다. 그는 멍하니 벽을 응시하다가, 곧 방의 장식으로 눈길이 갔다.

파리 왕성에 존재하는 치장실이었다. 국왕이 대관식을 올릴 때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방으로, 100년에 고작 몇 번 밖에 열리지 않는 장소였다.


샤를은 그곳의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대관을 받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앞에는 또 다른 사람, 비올렛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비올렛은 어깨와 등을 드러낸 드레스에 왕가의 문장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푸른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비올렛의 몸은 향유 때문에 윤기 있게 번들거렸다. 그것이 묘한 색기를 주어 외모와 시너지를 일으켰다. 어떤 남자든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음욕을 품지 않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그녀를 보는 샤를의 눈은 미약한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 본래 비올렛의 마력 때문에 그녀의 주위에는 항상 향기가 가득했다.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향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게 몸에 바른 향유 때문에 더 심각해져 있었다.

샤를은 코가 삐뚤어질 것 같은 향기, 그의 생각에, 이제는 악취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냄새에 코를 한 번 찡그렸다.


“여왕 폐하, 마음의 준비는 되셨는지요?”


그의 질문에 비올렛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전과 똑같이 무심한 눈으로 샤를과 마주보고 있었다.


“아직도 많이 당황스러우십니까?”


비올렛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리고 탁자에 놓인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지금 당황스럽냐고 물으셨습니까?”

“그런 거 같군요.”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공주였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니 여왕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황스럽지 않을까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샤를의 말투에 놀리는 듯한 기색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동요가 없는 말투 자체가 비올렛에게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당황스럽다고 했지만, 비올렛은 아버지인 클로비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했다. 마음의 준비 따위는 진즉 마쳤다.


그래. 이런 일이 일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런데 저 샤를의 태연자약한 태도를 보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가 뭐라도 된 것처럼 여왕을 옹립해버렸다. 실제로 그는 무엇(궁재)이었지만, 왕족인 비올렛의 의견은 조금도 묻지 않았다.

왕이 대관식을 할 때만 열리는 치장실을 자의적으로 열고 그곳에 비올렛을 집어넣었다. 그다음 하인들을 잔뜩 집어넣어 치장을 시켰다.


인형이 된 기분.

살면서 이토록 불쾌했던 기억은 손에 꼽는다. 새삼, 정말 새삼스럽지만, 마르텔 가문에 대한 분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른다.


“여왕 폐하, 방금 들으신 편지의 내용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여왕 폐하라는 호칭도 신경이 거슬리기 이를 데 없다.

프랑스는 과거의 전통에 따라 여왕에게 폐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최초의 여왕이었던 자, 여황제가 프랑스 제국을 선언하고, 여자에게 왕위를 세습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다음 왕은 남자였다. 그러나 그녀가 만든 전통은 남아 여자가 왕위에 오르면 폐하라 불렸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비올렛은 그 과거의 여황제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황제에게 사용하는 폐하라는 호칭은 샤를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엄청난 모욕이 되었다.

그녀는 화를 참고 샤를의 말에 대꾸했다.


“오라버니의 편지 말씀이신가요?”

“그것 말고 있습니까. 직접 온 건 아니라 편지는 아니지만요. 충성스러운 카롤링 가문에게 역적이란 소리를 해대는데, 여왕 폐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 그래. 이제야 오라버니라 부를 가치가 좀 생겼군.

역적? 아주 대단한 역적이지. 사지를 갈아서 밭에 뿌려도 시원치 않을 마르텔 가문의 쓰레기들.

왕가를 쥐좆 만큼도 존중하지 않는 프랑스 역사상 희대의 개새끼들!

역적이란 단어도 아깝다. 그냥 기생충 정도면 적당했을 것을. 오라버니 근처에는 그럴듯한 문장가도 없나?

쓰레기 같은 마르텔···.


“정통성 없는 왕족의 반역, 이지요. 왕가의 혈통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왕위를 꿈꾸는 법이니까요.”

“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선왕께서는 명백히 여왕 폐하를 후계로 지목하셨는데도. 비록 폐하와 피를 나누었다고는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비올렛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았다. 샤를과 척을 질 수는 없다. 최대한 순종적으로, 그의 말을 따르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왕성에 유폐되어 햇빛도 못 보는 처지가 될 테니까.


‘꿈에 그리던 왕이 되었는데 그럴 수는 없지.’


언젠가 마르텔의 뒤통수를 칠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힐데릭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방향으로.

힐데릭은 신갑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남자다. 또 갑자기 선왕이 클로비스가 죽었다.

즉, 정통성은 비올렛이 아닌 힐데릭에게 있다. 남자, 그리고 신갑. 이 정도라면 충분하다. 프랑스의 왕위를 주장하기에 모자람은커녕 넘칠 정도다.


그에 비해 비올렛이 가지는 이점은 거의 없다.

샤를이 꾸며낸 이야기임에 분명한, 클로비스가 비올렛을 후계로 지목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전통에 따라 오를레앙에서 대관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클로비스가 죽지 않았다면 힐데릭과 아퀴텐느의 공격은 단순한 반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클로비스의 죽음으로 전쟁은 왕실을 되찾기 위한 정당한 것이 되었다.


샤를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약간 불안해 보였다. 굳이 이 치장실에 들어와 비올렛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쓸데없는 일은 하지 않는 이 남자가 잡담이나 떨고 있다.


‘두려운 건가? 힐데릭에게 패배할까봐?’


아니. 전쟁을 한다면 샤를이 이길 가능성이 더욱 높다. 동 프랑스는 샤를을 지지할 게 거의 확실하니까. 그렇다고 서 프랑스가 전부 힐데릭을 지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마르텔 변경백령과 아퀴텐느 공작령의 차이도 크다. 다른 영주들을 제외하고 둘이 싸운다면 아퀴텐느의 패배는 확정이다.

군사상의 문제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르텔이 두려워하는 건···.


‘교황.’


과연 교황은 프랑스의 정세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쯤 교황청에는 프랑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한 사절이 도착했을 것이다. 교황은 고민하겠지.


이노센트 3세.


대륙의 모든 문제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그 교황이라면 이번 문제도 가만히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요즘 이탈리아 상황이 말이 아니라 프랑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교황의 허가란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왕이 한 나라에 두 개로 갈린 상황에서는.

교황의 결정에 따라 판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어쨌건···.’


비올렛은 다리를 떨고 있는 샤를을 보았다.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으나 눈에서는 미세한 불안을 숨길 수 없었다.


‘마르텔의 파멸이 다가오고 있는 건 확실해.’


아까 말했다시피 정통성은 힐데릭에게 있다. 남자라는 점과 신갑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게 변수다.

과연 프랑스의 영주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리고 이 때 비올렛 자신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까.


‘마르텔을 박살낼 수만 있다면 누구든 좋아.’


그토록 생각이 없다고 혐오하던 오라버니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일이 잘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건 죄악이다.


“시간이 됐나 보군요.”


창문을 보던 샤를이 말했다. 비올렛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를이 그의 뒤에서 땅에 끌리는 치마의 밑단을 들어주었다.

치장실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비올렛은 샤를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널찍한 복도에 기사들이 벽에 붙어 열을 맞추며 서 있었다. 그들은 비올렛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동시에 외쳤다.


“여왕 폐하 만세!”


공허한 말이었다. 비올렛은 억지로 불쾌함을 마음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반동으로 마력은 더욱 강하게 발산됐다.

복도의 끝에 있는 사람마저 맡을 수 있는, 아주 짙은 꽃의 향기가 왕성에 퍼져나갔다.


“여왕 폐하, 때가 됐습니다.”


샤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오를레앙으로 갑시다.”


오늘, 비올렛은 프랑스의 여왕이 된다.




“쟝, 대답이 온 게 있나?”

“없습니다.”


힐데릭이 다리를 떨면서 책상에 턱을 괴었다. 쟝이 흉한 모습이니 그만두라고 했지만, 힐데릭은 그만두지 않았다.


“그래, 그렇군. 서쪽은 로마 도로가 잘 정비되지 않았으니 답장을 전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겠지. 어쩌면 다른 영주들에게 내 편지가 가지 않았을지도 몰라.”

“아무리 그래도 한 달이나 지났으면 마르텔 변경백령까지도 갔겠네요.”

“안느으으으으으!”


힐데릭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안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도구를 정비하고 있던 안느는 깜짝 놀라서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힐데릭이 안느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마구 흔들었다.


“으아, 아, 아, 아, 아, 아!”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아아아!”

“그마, 아, 아, 아, 아, 안!”

“왜! 왜! 왜!”


그의 광란에 가까운 행동은 쟝이 말리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힐데릭은 어찌나 흥분했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머, 머리가. 어지러워서 토할 거 같아···.”

“다 네 업보다···.”

“업보가 뭔데?”


침대에 누워 있던 아히엘이 천장을 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할 일이 없는지 천장에 박힌 귀금속의 수를 세고 있었다.


“동쪽의 철학에 관련된 용어다.”

“동쪽이면, 사막?”

“더 동쪽.”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책에는 다 나와 있다.”


실제로 자신이 겪고 보았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동쪽에는 뭐 신기한 거 있어?”

“음, 150만 명이 사는 거대한 항구 도시가 있지. 항주라고 불리는 곳인데, 배들은 건물보다 더 커다랗고 파리의 사람보다 더 많다.”

“거짓말 하네.”


아히엘이 피식 웃었다.


“150만이면 섬나라 놈들보다 더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 도시에서 살아? 베네치아도 10만 약간 넘게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는 로마 제국 같은 곳이다. 진이라는 나라, 전부 합쳐서 사람들이 1억은 넘는다더군.”

“뭔 책인지는 몰라도 허풍이 심하네. 1억? 150만? 참 나.”


아히엘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가도 돼?”

“안 된다.”

“뭔 남자가 그렇게 담이 작아. 불안하다고 이렇게 사람을 방에 모아 두고.”

“담이 작은 건 모르겠지만 키는 확실히 너보다 작지. 그래, 너 같은 여자에게 담으로 진다면 남자로서 그다지 수치는 아니···.”


힐데릭은 죗값을 치렀다. 아까 안느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아히엘에게 당했다. 힐데릭이 했던 것보다 훨씬 과격하고 강력하게.

안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었지만, 쟝은 마음 놓고 웃을 수 없었다.


‘영주들은 아예 전쟁을 원치 않는 건가?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는 걸까. 아니면 아예 마르텔에···.’


쟝은 불길한 생각들로 머리를 채웠다. 그리고 아히엘에게 당하고 있는 힐데릭을 보았다. 자신이 섬기는 주인, 행동은 저토록 가볍게 하지만 지금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겠지.

보기스에게 지원군을 부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한 달 남짓하도록 대답이 온 대영주들은 없었다.


하인인 자신이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 쟝은 자신의 의무가 주인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힐데릭은 먹는 것을 좋아했다. 쟝은 식사 시간은 이르지만 요리를 대령할까 물으려 힐데릭을 부르려 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행동을 멈추고 문을 보았다. 쟝이 문을 열었다. 한 하인이 방 안에 힐데릭이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전하.”


힐데릭은 아직 대관식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아퀴텐느에서 힐데릭은 정통성 있는 왕이었으므로 명칭은 전하였다.


“툴루즈 대주교께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뭐?”

“프랑스 왕의 성직제후 소집령에 따라 왔다고.”


아히엘이 힐데릭의 머리를 놓았다.


“툴루즈 대주교가, 직접? 편지가 아니라?”

“예.”


힐데릭이 쟝을 보았다. 쟝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까까지 불안으로 가득했던 힐데릭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맑아졌다.


“지금 바로 가도록 하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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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10 Kaidro
    작성일
    19.03.26 00:42
    No. 1

    잘 보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송과체김치
    작성일
    19.03.26 14:12
    No. 2

    진짜 NPC VS 플레이어 구도인데 그럼 힐데릭의 회귀는 뭐였을까... 힐데릭 본인은 죽는게 회귀의 트리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게임세계는 힐데릭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굴러갔을지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알루미늄귤
    작성일
    19.03.26 16:11
    No. 3

    플레이어 여러명같은데 그럼 어쩌다 운빨로 1명은 배드엔딩 나올법도 한데 주인공이 집접 조지거나 플레이어 전원이 배드엔딩 떠야하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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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두 개의 프랑스(1) +3 19.03.25 89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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