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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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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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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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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두 개의 프랑스(3)

DUMMY

완연한 가을이 왔다. 농부들은 추수를 시작하고 각 마을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교회는 하느님의 축복에 감사하며 축제를 열었다.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계절. 그랬을 터인 프랑스에서는 전란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퀴텐느의 거의 모든 영주들이 병력을 모아 푸아티에로 집결했고, 힐데릭의 대관식을 위해 리모주로 향했다.

동시에 프랑스 전역의 영주들에게 리모주로 오라 명령했다. 황제의 탄생이었으니 그게 당연했다. 그러나 모두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힐데릭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자들만이 올 테니, 정작 리모주로 갔는데 귀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웨엑!”


힐데릭이 말에서 내려 길가에 토했다. 쟝이 그의 등을 두드려주며 괜찮냐고 물었다. 힐데릭은 말없이 손을 들어 올리며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저거 저러다가 탈수로 죽겠는데.”


아히엘이 명백히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그러나 힐데릭은 그 말에 반박할 기운조차 남지 않았다.

도로로 시선을 돌렸다. 아퀴텐느의 병사들이 가득했다. 하나의 선을 만들어서 리모주로 진격하는 군대는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져 있었다.

1만에 가까운 병사들. 정확히 말하자면 7천 명가량이었다. 아퀴텐느의 전력이다.


“내가, 내가 죽으면 후계자로 안느를 지목하겠다. 쟝, 유서를 써다오.”

“예?!”


힐데릭을 보기 위해 말에서 내렸던 안느가 질겁했다.


“그럼 네가 황제다.”

“저, 저는 싫어요. 변경백이면 충분하다구요.”

“아히엘, 안느가 나를 암살하고 황제가 되려 할 수도 있으니 잘 감시해라.”

“안 해요!”


긴장을 풀기 위해 던진 시답잖은 농담에도 안느는 괜찮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래서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힐데릭은 어느 정도 평정을 되찾자 다시 말에 타고 선두로 나섰다. 안느, 아히엘, 쟝도 그의 뒤를 따랐다.


“괜찮으십니까.”


몇몇 귀족들과 최선두에 서 있던 보기스가 물어왔다. 힐데릭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리모주에 도착한다. 그곳에 가면 모든 게 밝혀진다. 귀족들이 자신을 지지할지, 마르텔을 지지할지.

만약 리모주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다면? 그 압박감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넓은 프랑스에서 지지자가 아퀴텐느 공작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7천의 병력으로 파리까지 진격. 그리고 파리의 성벽을 무너뜨린다고? 불가능해.’


굶겨 죽이려는 거면 몰라도 함락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굶겨 죽이려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은 가을이니 식량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파리까지 아퀴텐느의 군대가 진격할 정도면 농성을 준비하지 않았을 리도 없다.


보통 성이나 요새는 한 세대에 한 번, 혹은 한 번도 공격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공성이란 어렵다.

변방에서 영주에게 충성하던 귀족들이 요새나 성만 지어지면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성이란 아무리 작은 성이라도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리모주 자작이 약속을 지키겠습니까.”


보기스는 툴루즈 대주교, 힐데릭의 말을 믿고 리모주로 군대를 끌고 가는 와중이었지만 못내 언짢아보였다.

리모주 자작은 힐데릭이 리모주에서 대관식을 올리겠다고 하는 서신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부디 리모주로 와서 폐하의 위용을 드러내달라고.


“지키지 않으면 밟고 지나가면 됩니다.”

“마르텔과 싸우기 전에 병사를 소모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신갑으로 성벽을 전부 녹이겠습니다.”


그 농담에 보기스가 살짝 웃었다. 웃었다기보다 비웃음에 가까웠다. 이제 곧 황제가 될 힐데릭 앞에서 매우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역으로 그의 불안을 증명했다.


“변경백, 신갑은?”

“몇 번이나 물어보는 거예요. 만전을 갖췄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클로비스 왕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공작은 신갑의 정비에 들어갔다. 각지에 흩어진 마법사와 공도의 마법사를 모아 최대한 빨리 신갑을 사용가능상태로 만들었다.

그래봤자 전문적으로 신갑을 관리하는 왕성의 마법사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전략적으로 이용할 정도는 됐다.


“잠깐만.”


힐데릭이 주먹을 올렸다. 그러자 힐데릭의 옆에 있던 보기스, 그 뒤에 있던 귀족들과 모든 병사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의 앞에는 낮은 언덕의 산병선이 있었다. 100m 정도쯤 될까. 지형이 오르막으로 되어 있는 저곳, 언덕의 끝자락에 서면 도시 리모주가 보인다.

언덕으로 둘러싸인 분지 도시.


“저곳을 넘으면 리모주다.”

“예.”


힐데릭이 앞으로 말을 몰았다. 그것을 본 보기스가 마찬가지로 말을 움직이려 했지만 힐데릭이 제지했다.


“내가 먼저 가서 보고 오겠다.”


대관식에 참여하는 영주들에게는 병사를 끌고 오라 일렀다. 역적 마르텔과 싸우기 위한 병사들을.

그 말이 제대로 통했을 경우, 아마 리모주의 성벽 주위에는 병사들을 수용하기 위한 천막이 쳐져 있을 것이다. 병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더 크게.

반대로 힐데릭의 말이 통하지 않았을 경우, 리모주 주위에는 들판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힐데릭을 두렵게 만들었다. 혼자서 먼저 그 광경을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었다.

모두 앞서 나가는 힐데릭에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힐데릭의 걱정거리는 이곳에 모인 모든 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어떻게 될 거 같으냐.”


보기스가 생트 백작에게 물었다. 생트 백작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는 보기스에 대한 충성심으로 병사를 모아 오기는 했으나, 프랑스의 영주들이 힐데릭을 따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퀴텐느 홀로 하려 했던 일이다. 속공으로 끝내야 해. 차라리 대관식을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부정적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힐데릭이 언덕의 위에 섰다. 그는 말에 탄 채로 리모주를 보고 있을 것이다. 남은 사람들은 그가 어떤 광경을 보고 있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 됐다.

그렇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다. 힐데릭은 언덕의 위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없, 나···?”


안느가 조심스레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힐데릭이 충격으로 말에 탄 상태로 기절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병사가 잔뜩 모여 있었다면 기쁜 얼굴로 이곳에 달려왔을 테니까.


“그런···.”


쟝이 절망적인 얼굴로 말했다. 설마 영주들이 그토록 소집에 응하지 않았단 말인가? 프랑스 황제의 소집에?


“어떡하죠? 어떡해요?”


안느가 안절부절 하면서 아히엘과 쟝을 번갈아서 쳐다보았다. 아히엘은 무표정이었지만 쟝의 얼굴은 누가 보아도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에 따라 안느도 울상이 됐다.


“저희 실패한 거예요?”

“하아.”


아히엘이 한숨을 뱉고 힐데릭을 향해 말을 몰았다.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본 보기스와 생트 백작도 말을 몰았다.

셋은 천천히 힐데릭에게 다가갔다.


“야 힐데릭!”


아히엘의 부름에도 힐데릭은 뒤로 돌아보지 않았다.


‘제대로 충격 먹었나 본데.’


어차피 아히엘은 프랑스가 힐데릭을 도울 거라 생각지도 않았다. 예상한 결과. 하지만 힐데릭은 다를 것이다.

높이 날수록 떨어질 때 아프다. 말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해놓고서 힐데릭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힐데릭의 오른쪽으로 말을 가져다 댄 아히엘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보기스는 힐데릭의 왼쪽에 섰다.


“야, 그렇게 상심할 필요는 없···.”

“폐하, 걱정하지 마십···.”


둘의 말문이 동시에 막혔다. 리모주 분지의 모습을 보자마자 둘의 눈은 달보다 더 동그랗게 떠졌다.


“거짓말···.”

“허어···.”


힐데릭이 아히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퍼져 있었다.


“보이느냐, 아히엘.”

“···.”

“보이나, 공.”

“···.”


힐데릭이 팔을 활짝 펼쳤다.


“저것이 바로 프랑스다.”


리모주 분지의 아래에는 수만 명의 병사들이 집결해 있었다. 천막의 수는 셀 수도 없이 많았으며 병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병사가 가득했다.

식량을 쌓아둔 공간. 말을 두는 곳. 곳곳에 피워둔 불은 낮임에도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프랑스 제국이다···.”


힐데릭의 눈에서 눈물이 차분하게 흘러내렸다.




“위대하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은총 아래, 힐데릭 메로빙거를 프랑스 제국의 황제로 선언한다.”


툴루즈 대주교가 힐데릭의 머리에 왕관을 씌었다. 왕가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 시간에 맞추어 급히 금으로 만든 왕관이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왕관은 성당 안의 그 어떤 것보다도 빛났다.


안에 모인 모든 귀족과 기사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 수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황제의 대관식에 참여했다는 증표로, 각 귀족을 수행하는 기사들은 가문을 나타내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의 옆에는 또 한 명의 기사가 있었고 그들이 든 깃발은 프랑스 왕가의 것이었다. 아니, 이제는 프랑스 황가였다.


“프랑스 제국 만세!”


귀족들이 외치자 힐데릭이 뒤로 돌았다. 푸른색의 망토가 펄럭이고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 왼손에는 왕홀을, 오른손에는 검을 든 모습이었다.


“황제 폐하 만세!”


프랑스의 절반. 서남 프랑스의 영주들은 마르텔과 싸우기 위해 리모주에 집결했다. 귀족들의 환대를 받으며 힐데릭은 성당의 밖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근위병들이 문을 열었다. 맑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성당 안을 밝혔다. 성당의 밖에는 안에 있던 사람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다.


집의 지붕. 성벽 위. 도로. 집 안. 리모주에 살던 사람들과 타지에서 온 병사들은 황제의 탄생을 보기 위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힐데릭의 모습이 보이자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황제 폐하 만세!”

“프랑스 제국 만세!”

“메로빙거 만세!”


자신의 신민들을 보는 힐데릭의 표정에는 기쁨이 나타났다. 자신이 소유해야 했지만 결코 할 수 없던 것. 자신이 다스려야 했지만 결코 다스릴 수 없던 것.

프랑스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힐데릭이 홀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천천히 그치기 시작했다.


“짐은 프랑스 제국의 유일한 지배자인 힐데릭 메로빙거다.”


유일한 지배자. 이 순간, 힐데릭은 자신의 동생인 비올렛을 반역자로 만들었다.


“마르텔 가문은 간악하게도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황가를 우롱했다. 능상의 죄는 용서할 수 없으니 멸문에 처한다.”


성당의 근처에 있던 백이 넘는 사제들, 성직제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프랑스, 하나의 왕이라는 말 아래 모인 그들은 평화를 위해 이곳에 보였다.

마르텔을 제거하고 만들어질 평화를 위해서.


“짐의 누이는 마르텔의 손아래 들어가 있어 감히 지배자를 칭하나, 그 상황을 이해하여 죄는 불문에 붙인다.”


힐데릭이 오른쪽에서 왼쪽까지를 쭉 훑었다.


“자랑스러운 프랑스의 신민들이여. 그대들은 정의의 편에 서 있다. 한 점도 의심할 수 없는 올곧은 빛 안에 있다. 하느님의 정의를 위하여 모인 그대들에게 약속한다!”


힐데릭이 팔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제들이 마력을 운용했다. 그에 따라 성당에 새겨진 마도구가 발동했다.

힐데릭의 위에 천사들이 내려왔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천사들은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면서 황제의 위에 빛을 뿌렸다.


천사들의 등장에 사람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거나 성호를 그으며 울었다. 사방을 비추는 빛은 진정으로 신이 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천국이 그대들의 손에 있다!”


사방이 진동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합쳐지고 합쳐져, 이내 대기를 울리는 거대한 파동이 됐다.

땅마저 진동시키는 거대한 소리에도 힐데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하늘로 가리켰다.


“하느님께서 메로빙거에 부여하신 신성한 권리를 짓밟는 적그리스도 마르텔에게 종말이 있으라!”

“있으라!”

“있으라!”


그의 머리 위에 있는 천사들은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울지 않는 백성들이 없었다. 그들은 진정으로 하느님이 이곳을 보고 있다 여겼다.


“가자!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여 천국을 이 땅에 임하게 하리라!”


다시 한 번 거대한 환호가 몰아쳤다.




프랑스 제국 1대 황제, 힐데릭 메로빙거.

마르텔 변경백에게 전쟁을 선포하다.


작가의말

헤엑; 늦었습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기다려주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할 따름입니다.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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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두 개의 프랑스(3) +1 19.04.02 68 7 13쪽
29 8.두 개의 프랑스(2) +1 19.03.28 83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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