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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대장장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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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감사
작품등록일 :
2018.12.17 21:50
최근연재일 :
2019.01.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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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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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30
글자수 :
107,803

작성
19.0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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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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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소설 속 대장장이 1 - 지금 상황을 파악하다.

DUMMY

몇 시간 후.

어이가 없지만 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말 잠이 깨지 않고, 이곳이 진짜 다른 세계의 세상이라면 그냥 살아가는 게 답이었으니까.

처음엔 죽으면 꿈이 깨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살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그러다 진짜 죽으면 그야말로 개죽음이기에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 별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

이곳에 오고 나서 깨달은 사실인데, 난 현실이 그리 그립지가 않았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항상 생활고에 시달리며, 천운이 다해 사귀었던 여자 친구마저 26살생일 때 내게 이별을 통보했다.

돈이 없다는 원론적인 이유였다.

그 후 6년간 난 웹 소설이나 인터넷 방송을 보며 살아왔다.

처음엔 인생의 낙이었던 그것들도 점점 퇴색되어 나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지 못했고, 결국 인터넷만 했다 하면 어그로를 끌고 다니는 쌈닭이 되어갔다.

내 성격은 점점 모가 나기 시작했으며, 주변 사람들도 날 점점 피했다.

재밌어서 읽고, 보던 인터넷 문화들은 이제 와서는 그저 하루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든 때우려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

그저 그랬던 인생.

차라리 11년이나 젊고 싱싱한 몸으로 빙의해서 신명나게 살아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지 싶었다.

소설의 모든 내용이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큰 줄기 정도는 기억이 나니까, 그런 것을 이용한다면 적당히 편하게 돈 벌어서 싸움 없는 땅에 정착하여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해서 아들 둘 딸 하나 낳고 오순도순 사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어차피 이 세상은 주인공이 구해줄 테니, 나는 주인공이라는 폭풍의 주변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주워 먹으며 아들 딸 손자 낳고 재밌게 살다 가면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엄청 신나잖아?”그렇다면 우선 이 대장간부터 어떻게든 처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종자돈을 모아서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하면 초기자본을 10배, 100배, 1000배 쯤으로 불릴 수 있겠지!

미래를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편한 인생 라이프를 그릴 수 있다니 신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상한 메시지가 허공에 붕 뜬 순간, 난 그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 상황판단을 완료하셨습니다.

- 이 세계관에 동화되시겠습니까?

“뭐야. 게임시스템이라고?”

이 소설엔 게임 시스템이 없다. 온갖 클리셰는 다 갖다 박아놓은 주제에. 심지어 소설 제목에 SSS급이 들어가는 주제에 게임 시스템을 넣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설프게 넣었다가 독자들에게 뒤지게 까인 후 1권 중반부터 완결까지 시스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냥 그때부턴 쌩 양판소였으니까. 실제로 옆 동네 연재 본을 내가 보는 사이트에서 연재할 때는 졸렬하게 시스템 부분을 삭제해 버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게임 시스템이라니?

“이, 이걸 누르면 되나?”

난 의아해하면서도 허공에 뜬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 버튼이 손가락에 반지처럼 달라붙더니 점점 올라와 팔, 어깨. 목. 그리고 정수리로 올라간다.

송충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소름끼치는 느낌이었다.

“이, 이게 도대체···허응윽!”

난 갑자기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내 머리로는 무언가가 쑤셔 박힌다.

그게 너무 아파서 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쑤셔 박힌 것은 다름 아닌 정보!

그야말로 100만자가 넘어가는 이 소설의 모든 정보가 미처 닫지 못한 문으로 들어온 밤손님처럼 치명적이게 다가온 것이다.

한 순간에 이 소설을 10번은 돌려 본 것 같은 기분!

“크허억! 헉. 헉. 허어억! 역시 재미없어. 졸라 재미없다고···염병.”

난 머리에 쥐가 나는 것을 느꼈다. 온 몸에선 식은땀이 좔좔 흐르고, 오소소 소름이 돋아 온다.

“미친. 이럴 리가. 아니 도대체 왜···왜 이런······왜?”

난 한스라는 인물을 소설 속에서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오해였다.

워낙 초반부이기도 했고, 기다리다 무료로 느리게 봐서 까먹은 것이었다.

한스는 시골 깡촌 대장장이 1이 아니다.

아니, 맞긴 하지만 거기에 더해 주인공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몬스터 산맥에서 10년간 수련하고 하산하는 주인공에게 초반 무기를 쥐어주는 역할이다.

뭐, 여기까지는 괜찮다.

무기 그까짓 거 내가 대장장이인데 하나 쥐어줄 수도 있지.

하지만 문제가 있다.

“주인공은 하산한 직후 외팔(?)의 대장장이 한스를 만나 검을 받고···한스의 복수를 대신 해주러 자작령으로 간 다음에······?”

성장형 먼치킨 답게 주인공은 한스의 부탁을 가볍게 수행한 후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다시금 마을로 온다.

하지만 그때 이 마을은 없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아주 쑥대밭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고, 한스 역시 말할 것 없이 죽는다.

그러니까 주인공에게 무기를 건네주는 행동은 그야말로 한스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죽여 버리는 전형적인 몰살루트이자 사망 플래그인 것이다.

그 이후 주인공이 절규하면서 가지고 있던 힘이 폭주하고 흑화하며 한동안 소설의 고구마 파트가 이어진다.

거기부터 내가 악플을 달기 시작했지.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무기를 건네주고 죽던가, 그런 건 모르겠고 빨리 이 마을을 뜨던가.”

사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도망가는 게 맞기는 했다.

이곳 사람들이야 나를 정으로써 대해주겠지만 그들이 보는 건 내가 아닌 한스이기 때문이다.

난 여기서 도망쳐서 세상을 주유하며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주인공은 무기 없이 시작한다.”

아무리 성장형 먼치킨이라지만 주인공에게 무기가 없으면 그 나비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나비 날갯짓이 폭풍으로도 변한다는데 검이면 말 다했지.

게다가 내가 줄 검 때문에 이어지는 추가 에피소드들도 있기 때문에 내가 검을 주지 않으면, 그리고 의뢰를 하지 않으면 주인공이 약해져서 앞으로 닥쳐 올 전쟁이라던가, 재앙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막지 못한다.

결국 이 세상이 멸망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주지육림도, 오순도순 아이 낳고 살아가는 삶도 모두 없어진다.

결국 무기를 주냐 주지 않느냐는 먼저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의 차이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순순히 주인공에게 무기를 건네준 후 조용히 죽어줘야 하는 것일까?

이곳 마을 사람들과 함께?

“조 까.”

죽는 건 죽기보다 싫다.

말이 이상하지만 지금 내 기분을 대변할 수 있는 문장이 그거였다.

난 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무기와 나의 삶.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필요가 있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나에겐 이 소설의 정보가 있었다.

그것도, 토시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전부 내 머리라는 드라이브 안에 차곡차곡 저장이 된 상태다.

꺼내고 싶으면 얼마든지 꺼내 쓸 수 있고, 네이버 검색하듯 단어만 떠올려도 수록 된 모든 연상단어가 떠올라서 취사선택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정보.

그런 나의 정보를 토대로 보건대 주인공이 이 마을로 오게 되는 건 정확히 1월 1일이다. 지금이 12월 1일인 만큼 나에게 남은 시간은 1달가량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 안에, 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주인공도 검을 얻고, 나도 죽지 않는 그런 방법을 말이다.

“그럼 우선 그 공간이 있는지부터 확인을 해봐야겠네.”

난 내가 기억하는.

아니, 한스가 기억하는 대로 바닥에 있는 양탄자를 들췄다. 그러자 지하로 통하는 비밀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고, 내려가 본다.

그곳엔 많은 것들이 쌓여 있었지만 내가 찾는 것은 아무것도 각인되지 않은 거무튀튀한 목함이었다.

내가 찾는 목함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내가 찾으려던 바로 그것이었다.

꿀꺽.

“제발···제발 들어있어라.”

짧은 심호흡 후 목함을 열었다.

그리고 난 웃을 수 있었다.

목함 안에 들어있어야 할 것이 아주 잘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첫 단추를 잘 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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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소설 속 대장장이 1 - 계획을 짜다. +1 19.01.21 27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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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소설 속 대장장이 1 - 커로운 마을의 오우거 +3 19.01.15 340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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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설 속 대장장이 1 - 진짜 미래를 바꾸다 +4 19.01.07 398 17 9쪽
9 소설 속 대장장이 1 - 늑대 습격 4 +1 19.01.06 435 12 9쪽
8 소설 속 대장장이 1 - 늑대 습격 3 +1 19.01.05 446 13 9쪽
7 소설 속 대장장이 1 - 늑대 습격 2 +2 19.01.04 452 13 9쪽
6 소설 속 대장장이 1 - 늑대 습격 1 +1 19.01.03 438 13 8쪽
5 소설 속 대장장이 1 - 대장장이 라이프. +2 19.01.02 484 13 8쪽
4 소설 속 대장장이 1 - 정령과 계약하다. +1 19.01.02 485 11 9쪽
3 소설 속 대장장이 1 - 미지의 운석조각. 19.01.02 525 12 8쪽
» 소설 속 대장장이 1 - 지금 상황을 파악하다. +2 19.01.02 579 15 8쪽
1 소설 속 대장장이 1 - 프롤로그 +2 19.01.02 707 1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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