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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대장장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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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감사
작품등록일 :
2018.12.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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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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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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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소설 속 대장장이 1 - 멋진 여행자로군.

DUMMY

산발이 된 검고 긴 머리카락. 하지만 그것으로도 가릴 수 없는 아름다운 얼굴. 적당한 키에 표범 같이 옹골찬 근육으로 점철된 이 남자의 이름은 헤네시스다.

그는 적당한 길이의 한손 검을 들고 있었는데, 그 끝은 뾰족하지 않고 사각형처럼 각이 져 있다.

그 검에서는 아직까지 식지 않은 몬스터의 피가 뚝뚝 떨어진다. 동시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은색과 초록색이 섞인 듯한 연기가 검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것을 확인한 헤네시스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방금 전 상대했던 블랙 드레이크의 피가 기어코 검을 부식시킨 것이다.

“칫. 이 검도 이제 못 쓰겠군.”

그는 검을 버릴까 하다가 다시금 검 집에 집어넣었다. 오랜 세월 함께 한 검이지만 별로 미련은 없었다.

모름지기 검은 인간을 베기 위한 것.

만약 검에도 인격이 있다면,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다며 좋아할 것이 분명했으니 오히려 축하해 줘야 할 일이다.

게다가 이 검의 검 집은 정작 검보다 2배 정도 길었다.

이미 두 동강 난 지도 꽤 되었다는 소리다.

“미안하지만 좀 더 버텨 줘.”

걱정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불현 듯 웃음이 그려진다.

모든 겨울을 녹여버릴 것 같은 봄처럼 맑은 웃음이었다.

“마을이다. 마을이야!”

그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뛰었다.

이곳은 악명 높은 몬스터 산맥.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산책이라도 하듯 가볍기 그지없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그가 지나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이 할 일을 했지만, 개중에는 감각이 예민한 몬스터도 존재하는 법.

크아아······!

서컥!

하지만 그것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스쳐 지나간 뭉뚝한 검 날이 톱처럼 까칠하게 피륙을 헤집는다.

본래는 모두 잘려 나갔어야 할 몬스터들의 목과 팔다리들이 간신히 붙은 채 너덜거리며 쓰러진다.

쿵!

쿵쿵!

“···진짜 안 드네.”

이미 상할 대로 상한 자신의 애검을 바라보며 헤네시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마을 쪽으로 향한다.

얼마 후 마을의 울타리 쪽에 도착한 헤네시스는 싱긋 웃었다.

이곳엔 깨끗하고 뜨거운 물도, 이 누더기 같은 것을 대체할 옷도,

그리고 새 검도 있을 것이다.

헤네시스는 경비병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검문은 귀찮지.”

그가 울타리를 가뿐히 넘고 착지한 직후였다.

그의 코가 맹렬하게 벌름거린다.

“···이게 무슨 미친 냄새지?”


* * *


이쯤 되어서 주인공의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읊어보도록 하자.

그의 이름은 아크론 헤네시스.

소드마스터를 항상 배출해내기로 유명한 아크론 공작가의 막내아들로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형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왔다.

물론 그의 재능은 천부적이었고, 작은 형은 물론이고 큰 형의 후계자 자리에도 큰 영향을 끼칠지 몰랐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후계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버렸다.

역모!

누명을 쓴 헤네시스는 자신의 소중한 모든 것을 눈앞에서 잃게 된다.

그는 어떻게든 복수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그를 가르치던 검술사부와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도주를 시도하지만 그의 실력 미숙으로 인해 파티 전체가 위기에 몰리고 전멸하고 만다.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아끼는 모두가 전멸해 버린 것이다.

그 후 또다시 내몰리고, 몬스터가 밀집되어 있는 금지구역에 발을 들이민다는 설정.

그야말로 클리셰 중의 상 클리셰라 말할 수 있겠다.

심지어 그것은 클리셰의 시작에 불과하다.

도주하다가 끝끝내 몸을 내던진 절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개인적으로는 읽고 있으면서도 ‘설마 그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아버린 뒷방 늙은이도 쓰지 않을 클리셰였다.

절벽기연!

절벽에 떨어져서 운 좋게 도달한 동굴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고대의 악마가 봉인되어 있는 봉인서적이다.

헤네시스는 그곳의 악마와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되고, 10년 동안 받아먹을 건 다 받아먹은 후 계약의 맹점을 이용해서 도망친다.

물론 어떤 계약의 맹점이기에 무려 고대 악마씩이나 되는 존재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도 그게 제일 궁금했었다.

하지만 모른다.

소설 속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리슬쩍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독자들이 궁금해 할 부분인데 작가 놈이 그 부분을 스킵 해버린 것이다.

아니, 스킵이 아닐 것이다.

“그 새끼도 아마 모르면서 썼겠지.”

만나서 기회가 된다면 주인공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어찌 되었건 그런 우여곡절 끝에 하산을 한 주인공이 처음 들르는 마을이 바로 이곳, 작고 평화로운(?) 엔티스 마을 되시겠다.

이 이후의 스토리 역시 클리셰의 나열이다.

구질구질한 옷과 냄새 때문에 여관 주인에게 쫓겨나고, 돈이 없어서 밥도 얻어먹지 못한 채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부여잡고 대장간으로 온다.

사실 헤네시스는 대장간에 가봤자 문전박대를 당할 것이라 생각하고 확인 차 방문만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외팔의 대장장이, 한스를 처음 만나게 된다.

한스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 달랐다. 정이 넘쳤고, 순진했다. 측은지심도 강해서 주인공을 내치지 못했다.

하지만 검은 만들어주지 않았다.

왜냐면 아버지가 죽은 이후 한스는, 다시는 검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설정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경비들을 모두 잡아먹은 상처 입은 트롤이 방책을 뚫고 질주해 온다.

헤네시스는 그 트롤을 일격에 쓰러뜨린다.

그 후로는 모두에게 강자로 추앙받으며 180도 다른 대우를 받게 된다.

옷도 좋은 걸로 입게 되고, 밥도 맛있게 얻어먹고.

그리고 한스에게서 한 자루의 검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스는 복수를 대신 부탁하고, 헤네시스는 그 복수를 하러 떠나지.”

그 후 마을은 쑥대밭이 된다.

뒤늦게 찾아온 헤네시스는 자신을 잘 대해준 마을이 없어졌음을 알고 분노한다.

다시금 소중했던 사람들을 잃는 경험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깔때기와 같아서, 결국 제네바 제국에 대한 복수심이 배가된다.

“그리고 한동안 고구마 파트가 이어지지.”

이번엔 그럴 일이 없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화르르륵.

나는 지금 불돌이가 피워놓은 화력 좋은 불 위에 꿀꿀이와 함께 만든 대형 솥을 올려놓고 요리를 하는 중이었다.

요리 하는 내내 커다란 부채를 이용해서 목책 쪽으로 냄새를 전달한다.

모두가 녀석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츠슷!

곧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누더기로 점철된 꼬질꼬질한 남자 하나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그가 누구인지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헤네시스!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 * *


꼬르르륵.

해내시스는 매우 배가고픈 상태였다. 물론 고대 악마의 기운을 받아들인 그였기에 음식이 없어도 몸을 움직일 순 있지만 본디 인간이 가진 식욕이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미칠 듯한 냄새를 쫓을 수밖에 없었고, 도착한 곳에는 거대한 솥과 그것보다도 거대해 보이는 장신의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늑대의 것으로 보이는 가죽로브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로브로도 퇴색되지 않을 만큼 우람한 근육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인상 한 번 거칠다.

하지만 험악한 인상과는 다르게 그가 하고 있는 행위는 ‘요리’였다.

대충 요리를 하는 듯해 보이지만 모든 동작에는 절도가 묻어 있었다.

그 오묘한 분위기는 아무리 헤네시스라 하더라도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달라고 하지?’

그는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다.

그는 뼛속까지 귀족.

누군가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지 동냥하는 삶을 살진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지나쳐야 할까?

꼬르르륵!

아니다. 그러기엔 사람의 음식이 너무 그리웠고, 특히 저 냄새는 헤네시스를 미치게 만들었다.

‘닭인가?’

과연 남자가 집어든 것은 거대한 닭의 넓적다리였다. 그것을 기름이 잔뜩 든 곳에 투하한다. 그러자.

치르르르르르!

고소한 냄새!

하지만 남자에게로 다가가기에는 헤네시스에겐 명분이 없었다.

공작 출신답게 명분 없는 짓은 못하는 것이다.

거대한 근육질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것은 그때였다.

남자는 소의 것과 같은 맑은 눈으로 지그시 헤네시스를 바라봤고, 헤네시스는 약간 움찔하며 그대로 굳었다. 행색도 그렇고, 여러모로 적대적으로 오해할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는 씩 웃어 보일 뿐.

“우훗. 멋진 여행자로군.”

“······?”

“앉지 않겠는가?”


작가의말

내일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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