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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대장장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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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감사
작품등록일 :
2018.12.17 21:50
최근연재일 :
2019.01.30 22: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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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글자수 :
10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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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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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소설 속 대장장이 1 -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으려나?

DUMMY

쿠워어엉!

트롤은 이미 지척까지 다가왔다.

문득 소설의 본문을 떠올렸다.

[트롤은 거진 모든 상처를 회복한 상태였다. 방책에서 경비병들을 모두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입으로는 누군가의 상반신을 씹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마을사람들이 ‘에르고’라는 이름을 울부짖으며 슬퍼했다. 이 모든 상황의 원흉인 헤네시스는 이를 지그시 악물었다. 죄책감에 온 몸이 푸들푸들 떨렸다.]

하지만 지금의 트롤은 본문과 전혀 다른 몰골을 하고 있었다.

상처투성이인 녀석의 몸 이곳저곳에선 초속재생으로 인한 연기가 뿜어지고 있고, 심지어 목의 칼자국은 아직도 선명하다. 목은 힘을 줘서 때리면 그대로 접힐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게 원래 스펙의 트롤이었다면 난 이런 생각 자체를 못했겠지만, 에르고와 경비 녀석들을 섭취하지 못한 트롤은 자가회복으로 인해 본인의 기력을 상당히 축내고 있는 상태다.

탕탕!

난 흉갑 부분을 두드리며 각오를 다졌다.

트롤의 키는 적어도 4미터.

상처입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더 흉측한 몰골이다.

내가 저걸 상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주인공이 정령을 볼 줄 알기 때문에 정령들 역시 소환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야말로 내가 쌓아올린 능력치와 무기, 갑옷의 스펙만으로 녀석을 상대해야 된다.

마음은 뒷걸음질 치지만, 의지와 용기는 내 몸을 앞으로 걷게 만들었다.

그간 망치를 두드리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난 내가 만든 무기와 갑옷을 믿기로 했다.

그래, 난 죽지 않는다.

크워어어어!

녀석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난 망치를 양손에 들고 번쩍 들어올린 후 있는 힘껏 던졌다.

쓰아아앙!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망치!

물론 정령을 사용한 만큼의 기세는 아니지만, 내가 만든 망치 특유의 탄성과, 타이밍을 이용하자 망치가 용수철처럼 튕기듯 날아갔다.

트롤은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쳐냈다.

녀석이 들고 있는 아름드리나무와 나의 망치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저 망치로 인해 들고 있는 나무가 부서진다면 좀 더 수월하게 내 갑옷을 뽐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에서 휘두른 망치였다.

갑옷의 성능을 발휘하려면 맞아줘야 하니 일부러 망치를 놓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파삭!

망치가 아름드리나무 부러뜨리는 소리가 나고,

뻐억!

두개골 깨는 소리가 나더니,

우드득!

하필이면 타격부위가 왼뺨인지라 붙고 있던 목이 뜯겨나가 지포라이터처럼 녀석의 머리가 똑 하고 따여버리는 것이 아닌가?

‘주, 죽지 마!’

난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안타깝게 손을 내밀었다.

입으론 못했지만 마음속으론 트롤을 응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녀석은 내 간절함을 무시하고 절단면에서부터 피가 뿜어지더니 쓰러진다.

쿠우웅.

그야말로 뒈져버린 것이다.

“와, 와아아아!”

“한스! 한스 형님이 해냈다!”

“단 한 방에 조져버리셨다!”

“한스으으!”

“형니이임!”

에르고가 눈치 없이 다가와 나를 번쩍 들었다. 다른 경비병도 다가와 헹가래를 쳐준다.

물론 난 그 와중에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씨버럴.’

혼신의 힘을 다 하긴 했지만, 설마 아름드리나무가 깨지고 트롤의 머리를 후려칠 정도로 강하게 망치를 던졌을 줄이야?

내가 내 생각보다 강했고, 트롤이 내 예상보다 쇄약해 있던 탓이겠지.

‘어쨌든 망했다.’

지금까지 망치를 휘두르며 고생한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울고 싶어졌다.

트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가벼움과 기동성을 보여주려 했고, 적당한 곳을 맞아서 내 갑옷의 튼튼함과 탄성을 보여주려 했었다.

그런데 이 미친 트롤새끼가 망치질 한 방에 뒈져버리는 바람에 내 모든 계획이 무산되고야 만 것이다.

그야말로 트롤링!

트롤이 트롤 짓을 해버렸다.

“아아······.”

우연을 가장해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이번밖에 없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했거늘!

······.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지금껏 늘어난 건 눈치밖에 없는 경비병들이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헹가래를 그만두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매달려야 하는 건가. 이렇게 되면 나가린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짝짝짝짝짝짝.

작지만 또렷한 박수소리가 적막을 깨며 다가왔다.

헤네시스였다.

그가 나를. 아니, 정확히는 내 갑옷을 바라보며 그윽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당신. 엄청 강하군?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난 짐짓 태연한 척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 역시 이런 곳에 이런 꼴로 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에 헤네시스가 허허롭게 웃는다.

“그래. 그대처럼 나 역시 그대를 그냥 넘어가 달라 이건가.”

뭔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듯싶었지만 굳이 정정해 주지는 않았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갑옷을 볼 수 있을까?”

“······?”


&10


내가 퍽이나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던 모양이다. 내 표정에 뜨끔한 헤네시스가 적의가 없다는 듯 양 손을 흔든다.

“으음, 당신에겐 미안하지만 이곳은 시골이지 않나? 그런 곳에서 이런 질 좋은 갑옷을 보게 되니 순수하게 감탄을 해서 말이지.”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굳이 내가 성능을 보여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내 갑옷을 알아주는 주인공의 안목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

물론 속으론 광대와 입 꼬리가 끊임없이 승천할 것 같았지만 나는 가까스로 표정을 가다듬었다.

“크흠흠.”

생각보다 일이 잘 돌아가고 있지만, 긴장하지 않으면 헤네시스에게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지나친 과민반응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쩌겠는가? 녀석에게 최대한 위화감 없이 검을 건네주는 것이 나의 계획이고, 그러니 최대한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을!

“으음, 역시 안 되려나? 실례 되는 말이기는 했지.”

헤네시스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전사의 무구를 함부로 본다고 말한 게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거 참 주인공이라 그런지 대쪽 같은 성격이다.

난 더 이상 튕기지 못하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뭐.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지.”

라고 말하며 갑옷을 벗었다.

훌러덩~

원래 풀플레이트 메일은 벗기가 아주 까다로운 녀석이지만, 나는 설계 과정에서 과한 완고함과 뽀대(?)보단 기동성과 편의의 효율을 더욱 중시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입고 벗을 수 있었다.

헤네시스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다가 반짝인다.

“역시···가볍군. 정말 가벼워! 도대체 이게 어떻게···투박하지만 확실한 실력이 느껴지는···아니, 성능만 따지고 보면 격식을 따르지 않은 이 방식이야말로···내가 원하는···아니, 추구해 왔던······!”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탕탕 두드려 보기도 하고, 결을 감상하기도 한다. 적당한 세기로 눌러보다가, 어디까지 데미지를 허용하는지 궁금한 듯 강하게 눌러보기도 한다.

과연 갑옷이 움푹 들어가는가 싶더니, 그가 놀라서 손을 떼자 탄력 있게 돌아온다.

녀석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모르긴 몰라도 나 역시 비슷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한 달 동안의 노력을 알아줘야 할 놈이 아주 잘 알아주고 있는데 기분이 나쁘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겠지.

그때 녀석과 나의 눈이 마주쳤고, 녀석도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망치도 보면 안 될까?”

제발 봐달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난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 대로.”

“오오오오, 과연 대인배로군!”

녀석은 감동한 듯 눈을 빛내며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망치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상당히 큰 망치로군. 통짜 쇠로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타격부위는 연철로 되어 있어서 깨지기 쉬워···아니! 일부러 깨지기 쉽게 한 거야! 그렇지 않으면 타격 시 힘이 손목에 전달되기 때문에 오래 쓰지 못하기 때문일 거야!”

“······.”

원래 저 자식 작중에서도 이렇게 설명충이었나?

“내 검으로 내려쳐 봐도 될까?”

자식이 점점 무례해진다.

하지만 그 무례와는 관계없이 내가 원하는 쪽도 그런 쪽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심스레 자신의 검을 들어올린다.

끝이 뭉뚝하고 이가 다 나가고 부식돼서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그런 검이었다.

헤네시스가 검 끝으로 망치 머리 부분을 약간 긁어 보더니, 곧 손잡이를 양손으로 쥐고 곧게 내리친다.

꿔우우웅!

검에 부딪친 망치머리는 주변 공기가 간지러워질 정도로 진동하며 울음을 토해내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망치머리에 얇게 눌린 자국이 생겼다.

그가 들고 있는 검이 이렇게 만든 게 아니라, 개떡 같은 검으로도 찰떡같은 베기를 구사해 낸 헤네시스의 실력 때문에 금이 간 것이다.

실제로 그 내려치기 한 방에 위태위태하던 헤네시스의 검이 쩍 하고 금이 갔다.

“조, 조금 지나쳤군.”

“뭐, 어차피 쇠를 두드리는 녀석인데 이 정도 상처쯤이야.”

“크으! 당신 정말 호쾌하군!”

나 역시 그런 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이라는 듯 헤네시스의 검을 바라본다.

“그나저나 그거. 완전 못 쓰겠군.”

말이 씨가 된다고 금 간 검이 조각조각 나뉘어 후두둑 떨어진다.

······.

“헤헷. 저질러버렸군.”

그간 생사고락을 함께 하던 검의 최후를 그렇게 얼렁뚱땅 넘겨버린 녀석은, 내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부탁을 해주었다.

“이, 이렇게 된 이상 나에게 검 한 자루 만들어줄 수 있을까?”

감동으로 인해 주먹이 다 꽉 쥐어진다.

지난 한 달!

그래, 지난 한 달 동안 줄담배(?)를 피며 미친 듯이 망치를 내리 찍은 보상을 받은 것이다.

행복.

압도적인 행복!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나의 표정은 심드렁하기 그지없었다.

“검? 검이라···어렵지 않지. 보시다시피 난 무기를 파는 일을 하니까. 검이 아니라 그대의 격에 맞는 갑옷도 만들어줄 수 있겠지.”

녀석의 표정이 밝아졌다.

“고맙군. 값은 톡톡히 지불하겠어!”

내 표정 역시 밝아졌다.

그리고는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 파는 급처 전문 업자처럼 말했다.

“그래,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으려나?”


작가의말

그간 많이 아팠습니다.. 급성 목감기인데 몸살까지 겹쳤네요... 혼자 살다보니 케어되는 부분도 미흡하고, 공지를 올릴까 했지만 30시간 내내 누워있는 상황에서 그럴 여력이 없었습니다.


변명은 여기까지.

지금은 말끔히 나았습니다.


실망하셨을 분들께 죄송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초대형감사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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