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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막장 재벌3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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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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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재벌가의 사랑은 정략(2)

DUMMY

한애슬이 자리에 앉았다.

나는 눈을 어디에 둘 지 몰라 방황했다. 그녀는 몸에 열이 많은 모양이었다.

한애슬이 물었다.

“왜 그러시죠?”

“하하, 아닙니다. 주변에 리모컨을 조종하는 사람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리모컨이요?”

“애슬 씨께서 인형처럼 아름다우셔서요.”

한애슬은 웃지 않았다.

옆 테이블에서 다른 일행인 척 식사를 하던 김 비서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다행히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나는 포도주 한 모금으로 민망함을 감추었다.

드라마에서 한애슬은 악녀 역할이다. 그녀는 큰형을 가운데 두고 하지연과 대립한다.

늘 그렇듯이, 한애슬 역도 세련되고 글래머러스한 외모의 여배우에게 돌아갔다.

그 결과가 앞에 있다.

내가 종업원에게 주문했다.

“얼음물 한잔 가져다 주세요.”

나는 냉수를 먹고 속을 차렸다.

한애슬의 아름다움에 혹하면 안 된다. 오늘의 목적은 사랑이 아니므로.

우리는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갔다. 한애슬의 표정은 어딘가 언짢아 보였다.

후식을 앞에 두고 내가 물었다.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한애슬이 노골적으로 냉소했다.

“아니에요. 멋있으세요.”

“표정은 전혀 아닌데요.”

“알아서 받아들이세요.”

역시 싸가지가 없다. 드라마에서 본 그대로다.

내가 담담히 말했다.

“이해합니다. 애슬 씨라면 저보다 잘생긴 남자를 질리도록 보시겠죠. 제이씨 미디어 그룹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맡고 계시니까요.”

“뭐, 그렇죠. 남자 복근 보는 것도 이제 지겹네요.”

“행복한 고통이군요.”

“별로요.”

“마음에 든 남자 연예인은 없습니까?”

한애슬이 피식 웃었다.

“그런 걸 왜 물어보시죠?”

“궁금해서요. 제가 연예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자리에 어울리는 질문은 아닌 것 같네요.”

“애슬 씨의 태도도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애슬이 눈을 가늘게 떴다.

“불쾌하네요. 역시 소문대로 인성이 별로시군요.”

“여기 왜 오셨습니까?”

“아버지 체면 때문에 예의를 지키려 했는데 더는 못 참겠네요.”

“어차피 처음부터 저와 결혼할 생각 따위 없지 않았습니까?”

“이만 갈게요.”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까.”

한애슬이 가방을 다시 내려놓았다.

“무슨 뜻이죠?”

“애슬 씨는 제 큰형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한애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쓴 가면에 조금씩 금이 갔다.

“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사실이 아닙니까? 부정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확실한데.”

“증거?”

“당신은 어렸을 때 승마를 하다가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그 때 옆에 있던 큰형이 몸을 날려 당신을 구했습니다. 대신 형의 손가락이 부러졌죠. 그 이후로 당신은 오매불망 큰형만을 짝사랑해 왔습니다. 당신 책상 서랍에 들어있는 큰형의 사진이 이를 증명하죠.”

한애슬이 코웃음을 쳤다.

“남 뒷조사하는 취미가 있으신 줄 몰랐네요.”

뒷조사는 안 했다. 드라마를 시청했을 뿐이다.

비록 유치한 설정에 치를 떨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둘러댔다.

“소개팅 상대에 대해서 이 정도는 알아보아야죠.”

“잘못 아셨네요. 나는 어렸을 적 추억에 젖어 평생을 한 남자만 쫓아다니는 순정파 바보가 아니에요. 사진은... 그게 서랍에 들어있는 줄도 몰랐네요.”

“왜 여태껏 싱글이죠? 좋다고 달려드는 남자가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

“마음에 안 들었으니까요.”

“큰형보다?”

“이봐요, 성시훈 씨. 이러는 의도가 뭐예요?”

“진실을 말씀하세요.”

한애슬이 팔짱을 끼었다.

“내가 왜?”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신이 큰형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한애슬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작은데 이목구비는 뚜렷하니 감정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당신이? 왜?”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요. 큰형을 사랑합니까?”

한애슬이 몸을 떨었다. 커다란 눈이 촉촉해졌다.

그녀가 무너졌다.

“사랑해요. 미치도록.”

아... 아쉽다.

내가 속으로 탄식했다. 한애슬의 캐릭터는 드라마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역시나였다.

내가 끄덕였다.

“역시 그랬군요.”

한애슬이 가슴을 쥐어뜯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오빠를 잊으려고 다른 남자를 수없이 만났어요. 하지만 모두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어요.”

“큰형한테 고백해 봤습니까?”

“했죠. 수십 번. 모조리 거절당했어요.”

“무슨 이유를 대던가요?”

“바쁘다고 했어요. 자기는 아직 사랑할 여유가 없다면서.”

“핑계도 어설프네요.”

한애슬이 테이블보를 쥐어뜯었다. 엄청난 분노와 질투가 얼굴을 점령했다.

“다 거짓말이었어요. 그는 내가 싫었던 거예요.”

“애슬 씨를 싫어하기 쉽지 않은데.”

“나한테는 그렇게 바쁘다고 둘러대더니, 얼마 전부터 촌스러운 년 하나를 따라다니더군요.”

나는 촌스러운 년이 누구인지 짐작했지만 한애슬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모르는 척 물어보았다.

“촌스러운 년?”

한애슬이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물잔이 넘어졌다.

“하지연. 못생긴 년.”

에헤이, 그건 아니다. 하지연도 연예인인데 예쁘지.

그러나 나는 그녀의 주장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혹시 대승 인재개발원에서 일하는 하지연 사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요. 시훈 씨도 그년을 알아요?”

“알죠. 잘 압니다. 아주 무시무시한 년입니다. 애슬 씨와 비교하자면 페디큐어 받을 때 발뒤꿈치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만큼도 못하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요.”

한애슬이 끄덕였다.

“역시 내 눈이 옳았어. 시일 오빠는 그 구미호한테 홀린 거야.”

“하지연을 큰형에게서 떼어내고 싶습니까?”

한애슬이 상체를 기울여 내 손을 붙들었다.

나는 시선을 재빨리 허공으로 돌렸다.

그녀가 말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할게요.”

내가 눈을 빛냈다.

“뭐든지?”

한애슬이 숨을 헉 들이켰다.

“아니... 뭐든지는 아니고...”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합니다. 제가 요새 대화하다가 반전을 주는 버릇이 들어서요.”

“아... 네.”

“예슬 씨가 맡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산하에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애슬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설마... 제가 지금 떠올린 그 목적인가요?”

“아마도요.”

그녀가 썩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성시훈 씨, 역시 소문대로네요. 나는 포주가 아니에요. 연예인 스폰서는 다른 데서 알아보세요.”

내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요?”

“걸그룹 데뷔조.”

한애슬이 입을 한층 더 크게 벌렸다.

“소문보다 더 쓰레기네요. 걔들은 미성년자예요.”

내가 미간을 꼬집었다.

“미안합니다. 설명을 자세히 해야 하는데. 김 비서?”

옆 테이블에서 조용히 밥을 먹던 김 비서가 가방에서 서류철을 꺼내 내밀었다.

한애슬이 인상을 찡그렸다.

“비서를 데리고 왔어요?”

“그럼요. 제가 여기 온 목적은 맞선이 아니라 사업입니다.”

내가 서류철을 열어 한애슬에게 보여주었다.

“현재 제이씨 미디어 그룹은 방송 제작부터 송출, 연예인 매니지먼트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대승 그룹은 그쪽 분야에 노하우가 전혀 없습니다.”

한애슬이 안경을 쓰고 서류를 훑었다. 퇴폐미가 넘쳤다.

“조사 잘 하셨네요.”

“비서 덕입니다.”

“어쨌든.”

“걸그룹 런칭을 준비중인 회사가 있습니까?”

“그럼요.”

“어딥니까?”

“롤링 락(rolling rock)에서 5인조 걸그룹을 올해 안에 데뷔시킬 거예요.”

“6인조로 만들어 주십시오.”

한애슬이 고개를 들었다.

“독특한 인사 청탁이네요. 친구? 친척?”

“아닙니다. 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걸그룹 데뷔를 미끼로 인연을 만들어야 하죠.”

“이름을 말씀해보세요. 유명한 연습생은 저도 아니까.”

“멍메이링, 나이는 19세입니다. 현재 크레이지 엔터의 연습생입니다.”

“중국인?”

“그렇습니다.”

한애슬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모르겠네.”

“김 비서?”

김 비서가 사진을 몇 장 건넸다.

한애슬이 천천히 검토했다.

“비주얼이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뛰어나지도 않아요. 무난한 수준.”

“아마 춤을 잘 출 겁니다.”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모르죠.”

“가능할까요?”

한애슬이 안경을 벗었다.

“확답을 드릴 수는 없네요. 아이돌 그룹은 멤버 구성이 대단히 중요해요. 무턱대고 아무나 끼워 넣으면 절대 인기를 끌 수 없어요.”

“그 점은 저도 잘 압니다.”

반지하에서 라면만 끓여 먹던 시절, 나를 향해 웃어주던 여자는 이 세상에서 엄마와 아이돌 걸그룹뿐이었다.

그 분야에 대해서라면 나도 가히 전문가라 할 수 있었다.

한애슬이 다리를 꼬았다.

“의외네요. 시훈 씨가 지금 대승 제약의 사장 아닌가요? 아이돌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내가 말을 아꼈다.

“그건 사업상 기밀입니다. 다만 이 일에 회사의 명운이 달려있다고만 말씀 드리고 싶네요.”

한애슬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했다.

“좋아요. 롤링 락 대표에게 지시해서 오디션 날짜를 잡아볼게요. 연습생 풀은 넓을 수록 좋으니까.”

내가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제 내 목표로 넘어가죠. 하지연을 시일 오빠한테서 어떻게 떼어놓을 거죠?”

“간단합니다. 형이 하지연보다 애슬 씨를 더 사랑하게 만들면 됩니다.”

한애슬이 어이없어했다.

“나랑 장난해요? 그걸 누가 몰라요?”

“알면서 왜 여태껏 이러고 있습니까?”

한애슬이 입을 다물었다.

내가 말했다.

“간사한 수를 써서 하지연을 큰형에게서 떼어냈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큰형이 자동으로 애슬 씨를 사랑하게 됩니까?”

한애슬이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거 보세요. 문제는 하지연이 아닙니다. 애슬 씨 자신에게 있습니다. 큰형이 애슬 씨를 사랑하게 만드세요.”

“어떻게요?”

“지금 큰형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보세요.”

“하지연. 촌스럽고 못생긴 년.”

내가 단호히 선언했다.

“그렇게 되세요.”

한애슬이 진리를 깨달았다.

“촌스럽고 못생기게.”

“지금 애슬 씨가 걸친 화려한 옷을 벗어 던지고 하지연처럼 수수하게 입으세요. 명품가방 대신 백팩을 메요.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외제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세요.”

“지하철은 타본 적이 없는데...”

내가 쐐기를 박았다.

“소탈하고 수수한 여자. 그게 큰형이 좋아하는 여성상입니다.”

한애슬이 간절하게 물었다.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죠. 애슬 씨가 하기 나름이지.”

한애슬이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해볼게요.”

“좋습니다. 나는 하지연의 뒤를 캐겠습니다. 큰형이 싫어할만한 요소를 찾아내서 알려줄게요.”

“시일 오빠가 내 말을 믿을까요?”

“안 믿겠죠. 큰형이 자연스럽게 하지연의 단점을 발견하도록 설계할 겁니다.”

한애슬이 두 손으로 스스로의 팔을 쓰다듬었다.

“너무 치졸한 짓이 아닐까 싶네요.”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하지연도 만만치 않은 인간이니까.”

“그런가요?"

“어마어마합니다.”

“그럴 줄 알았어. 망할 년.”

“다만 애슬 씨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운명을 바꾸기란 정말로 어려우니까.”

한애슬이 내 손을 또다시 붙들었다.

나는 시선을 다시 허공에 던질 수밖에 없었다.

“시훈 씨, 고마워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역시 소문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하하, 예전에도 제가 여자 후배한테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이야 라는 말 많이 들었죠.”

“오디션 날짜 잡히면 연락 줄게요.”

우리는 명함을 교환한 뒤 헤어졌다.

김 비서가 슬며시 다가왔다.

“훌륭한 비즈니스 미팅이었네요.”

“소개팅이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아쉬우세요?”

“조금.”

“저한테 자료 준비하라 지시하실 때만 해도 사장님은 냉철한 사업가의 마인드였는데, 지금은 남자의 본능이 절반은 올라오신 것 같네요.”

“안 그럴 수가 없잖아? 애슬 씨 앞에서는 스님도 반야심경을 암송해야 할걸?”

김 비서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애슬 씨와 결혼하지 그러세요? 그러면 제이씨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도 사장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잖아요.”

“결혼이 되겠어? 애슬 씨가 큰형한테 저렇게 푹 빠져 있는데.”

“어차피 재벌가의 혼사는 정략 아닌가요?”

“그건 현실이고. 여기는 아니잖아.”

김 비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알쏭달쏭한 말씀이네요.”

“박기정 형사한테는 연락 왔어?”

김 비서가 휴대전화를 문질렀다.

“지금 사장실에 있답니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네요.”

“그래? 어서 가지.”

내가 표정을 바꾸었다. 냉철한 사업가의 모습으로.


-


박기정은 부루퉁한 얼굴이었다.

내가 물었다.

“안 좋은 일 있으세요?”

박기정이 못마땅하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젊은 여자 뒷조사나 하고 있자니 흥신소 직원이 된 기분입니다.”

내가 씨익 웃었다.

“이전에 화려한 임무 맡으셨잖아요. 이번 일은 쉬어가는 셈 치세요.”

박기정이 책상에 사진을 깔았다.

“하지연의 가족입니다.”

사진 속에서 하지연이 활짝 웃으며 공원을 걷고 있었다. 왼팔은 중년 여자와 팔짱을 끼었고, 오른손으로 남자아이를 붙들었다.

내가 중년 여자를 가리켰다.

“누구죠?”

“하지연의 모친입니다. 이름은 하마리. 나이는 마흔 다섯. 직업은 모던바 사장.”

“어휴, 젊으시네. 관리 잘 하셨네.”

“하마리는 열아홉 살 때 하지연을 낳았습니다.”

“옆에 아이는? 동생?”

박기정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들입니다.”

“누구의?”

“하지연.”

나는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드라마의 장르가 바뀌어버렸다.

미니시리즈에서 아침 드라마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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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재벌가의 사랑은 정략(1) +53 19.01.10 30,106 73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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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빙산의 일각(3) +21 19.01.07 30,693 701 13쪽
18 17화. 빙산의 일각(2) +28 19.01.06 30,534 7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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