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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말단병사에서 군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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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풍
작품등록일 :
2018.12.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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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훈련 강도는 높을수록 좋은 법이다

DUMMY

24. 훈련 강도는 높을수록 좋은 법이다



캐너럭이 훈련을 시작하기 전날 밤.

밤중에 페델이 찾아왔다.

막 잠들기 전이었다.

“크리스.”

막사 밖으로 나가자 페델이 으슥한 곳으로 날 끌고 갔다.

“뭔데?”

“잠시만.”

그렇게 부대 외곽으로 가자, 덩그러니 혼자 앉은 남자가 보였다.

적당히 배가 나오고, 코끝이 빨간 남자다.

“대장님?”

그는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잠깐 얘기 좀 하지.”

페델이 자리를 비켜줬다.

아닌 밤중에 덩그러니 둘만 남은 공간이다.

서늘한 밤공기가 몸을 부르르 떨리게 했다.

캐너럭은 가만히 앉아서 날 위아래로 훑었다.

“팔문 정찰병을 죽이고 보급 마차를 탈취, 믿기 힘든 일이었다.”

대뜸 말하기게 가만히 듣고 있었다.

못 믿겠다고 날 여기로 불러낸 건 아닌 것 같고.

이 자식 의도가 뭘까.

“그러십니까?”

슬쩍 떠보자, 캐너럭이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말한다.

“증명해봐라. 네가 진짜 그런 능력이 있는지.”

얼마든지.

또 보급로를 털어오란 소리는 아니겠지.

“어떻게 증명할까요?”

아니, 증명하면 뭐가 변하는 거냐고 묻고 싶다.

캐너럭과 눈이 마주쳤다.

분명 수수했던 그 인상이 조금은 변한 것 같다.

아주 조금이지만, 잘 먹고 새로운 무기를 쥔 병사처럼 눈에 작은 불꽃이 보인다.

이 자는 지금 뭘 보고 있는 걸까?

그게 궁금하다.

“내일부터 부대 방침을 바꿀 거다. 네가 증명한다면···”

밤중에 날 찾아와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건.

‘보급로를 털어왔고, 내가 병사들의 활기를 불어넣은 장본인인 걸 안다는 거겠지.’

내 부대원을 움직여 병사들의 의욕을 태웠다.

그 타오르는 불꽃에 보급마차라는 잘 타는 장작도 던졌고.

그가 말끝을 흐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돌아섰다.

난 작지만 그가 중얼거리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변하는 게 있겠지.”

난 캐너럭을 향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살펴 가십시오.”

그가 뒤를 돌아보며 별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 가라는 인사에 저런 반응이라니.

정 없네.

손이라도 흔들어 주고 싶다.

하나씩 하자, 하나씩.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기만 있다면 변하는 게 사람이다.

그가 나한테 무엇을 보는지는 모른다.

다만, 무엇을 보든 그 이상을 해줄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


*


아침 식사로 나온 육포를 씹자마자, 캐너럭은 우리를 달리게 했다.

적당히 속도를 조절하며 달릴 때, 병사 둘이 뒤에서 떠들었다.

“젖대장 님, 힘들면 쉬엄쉬엄 가십시오.”

“너무 지치면 내가 업어줄게.”

존댓말을 섞어서 하는 농담이다.

날 걱정해서 하는 농담, 그러니까 비웃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여간 이놈의 부대 기강 하나는 개판이다.

“이 자식들아, 지금 눈앞에 계신 분이 적의 보급로를 턴 그분이시다.”

옆으로 붙은 랄프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이것들이 진짜.

전체적인 분위기가 눈에 보였다.

날 보고 치열하게 달리는 병사들이다.

그래봤자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내 상황은 명확했다.

난 이들을 자극할 장치였다.

이런 부가적인 효과도 기대했을까?

날 병사들 틈바구니에 던져둔 이유는 충분히 짐작했다.

증명이란 건, 병사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으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뭐, 그 이상을 보여준다고 했으니.

고작 병사들에게 인정을 받는 거로 만족할 순 없잖아.

“나와.”

난 웃으며 병사를 제치고 속도를 높여 선두에 섰다.

랄프가 그 옆으로 붙었다.

“너무 빨리 뛰면 금세 나가떨어진다. 왼발에 숨을 마시고 오른발에 내뱉도록 해 봐.”

작가 앞에서 글 쓰고 자빠졌네.

난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탁, 탁!

내 발에 맞춰 전체 속도가 높아진다.

의욕은 높고, 나라는 자극제까지 있다.

중간에 나가떨어질 걱정은 접었다.

그렇다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뿐이다.

오늘 체력 훈련하면서 낮에 별 좀 보자.

툭.

땅을 미는 발에 맞춰 호흡을 마시고 뱉는다.

열다섯의 나로 돌아와 단 하루도 빼먹지 않은 일이 있다.

아침에 해가 뜨면 밖으로 나가 뛰고.

정찰 임무 중에서도 시간을 쪼개서라도 난 매일 뛰었다.

근육은 전생과 비교하면 바짝 마른 생선 같이 말랐고, 숨은 금세 헐떡였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진 재주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난 충분히 내 몸에 적응한 상태였다.

내 뒤에서 병사들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부지런히 달리는데, 옆으로 익숙한 얼굴 둘이 붙는다.

“빨라.”

디고가 다가오며 말한다.

역시 이 자식은 체력이 남다르다.

반대쪽은 도끼였다.

수염 때문에 숨쉬기 불편하지 않냐?

둘 다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지만, 잘 따라붙는다.

옆을 힐끔 보자, 랄프가 보였다.

용병 일을 했다면, 기초 훈련을 받았을 확률이 높다.

나름 잘 따라오는 편이다.

뒤에서 날 따라붙는 병사가 대략 80명이다.

선두에 서서 달리며 뒤를 본다.

두근.

생각보다 재밌다.

마치 내가 이 모든 병사를 이끌어 나가는 기분이다.

난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딱 하루 훈련한다고 당장 내일 체력이 배로 높아지진 않는다.

그래도 뭐든 첫 시작이 중요한 법이다.

난 이들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더 속도를 높였다.

절대로 날 놀려서가 아니었다.

이건 캐너럭을 위한 증명이자, 너희들을 위한 거다.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스스로 나서서 훈련을 받는 병사들이다.

의욕은 충만하고, 나를 보며 자극을 잔뜩 받은 상태다.

강도가 어느 정도 높더라도 끝까지 따라붙을 것이다.

점점 속도를 높이자, 내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병사가 중얼거렸다.

“너무 하아, 하아, 빨라.”

뒤에 빨라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힘이 쭉 빠진 채로 잘 들리지도 않았다.

“후우,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적당히 속도를 조절했다.

무작정 뛰면 탈진하는 병사들만 나올 뿐이다.

난 뒤를 보며 딱 죽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조절했다.

바로 옆에서 뛰던 랄프가 땀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너, 후우, 이 자식 왜 이렇게 잘 뛰어!”

그래. 내가 좀 뛴다.

“좀 쉬자.”

호흡을 한참이나 고른 제프가 주먹을 쥐었다.

달려오던 병사들이 전부 멈춘다.

“여기서 휴식한다!”

외친 건 다른 십인대장이다.

그쪽도 땀에 흠뻑 젖었다.

나도 제자리에 멈췄다.

훙.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휘날렸다.

서늘한 바람이 땀을 금세 식혀줄 듯했다.

“하아, 하아, 제기랄.”

뒤에 붙어오던 병사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널브러진 채 날 바라본다.

평소라면 내가 올려다보던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병사다.

그를 굽어보며 미소를 지어줬다.

자식아. 형이 응? 패스파인더 출신이라고.

감히 누구한테 젖대장이라고 하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다 너희들을 위해서다. 체력을 단시간에 붙이려면 당연히 강도가 높은 훈련이 따라와야 한다.

“후아, 후아, 우웨겍!”

땀과 침을 흘리며 곧 토사물까지 흘릴 것 같은 병사도 있었다.

“괜찮아?”

내가 친히 등을 두드려줬다.

미안하다.

너희들이 이렇게 약골일 줄은 몰랐지.

“이래 갖고 밤일이나 제대로 하겠어? 응? 마을에 돌아가서 널 기다리던 제니퍼에게 실망을 줄 참이냐? 겨우 몇 번 왔다 갔다 한 뒤 퍼지는 모습을 보여주게?”

가상의 소꿉친구 제니퍼까지 꺼내며 놀렸다.

실실 웃음이 나온다.

참 즐겁기 짝이 없다.

“하우, 후아, 흐아.”

병사가 날 보고 뭐라 말하고 싶은 눈치다.

응? 뭐라고?

눈에 독기가 서렸다.

긍정적인 반응이다.

훈련이란 건 원래 악에 받쳐서 하는 게 맞다.

“두고 보자.”

병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지만, 잘 안 들린다.

난 약골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우리는 진지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뛰었다.

직선거리로 먼 곳을 향해 뛴 건 아니었다.

해가 슬며시 머리 위로 올라가자, 랄프가 다시 병사를 추스르며 외쳤다.

“너 선두에 서지 마!”

응? 뭐라고? 요거 뛰었다고 숨을 헐떡이는 약골이라 안 들리는데?


*


다시 막사 중앙으로 돌아왔을 때다.

중앙에서 캐너럭이 창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이 날 향했다.

내가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날 따라오던 병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다.

난 그 앞에서 심호흡을 두 번 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사방에서 호흡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후아, 병사 오전 구보 훈련 마쳤습니다.”

랄프가 보고하는 걸 들으며, 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겨우 이 정도로 다 죽어가고 그러나.

날 보는 캐너럭의 동공이 흔들린다.

또 손을 흔들어주고 싶다.

“오늘부터.”

입을 연 캐너럭이 잠시 숨을 골랐다.

“오전에는 체력 훈련, 점심에 창술 훈련에 임한다.”

혀를 내두르며 지친 병사들 사이다.

지금 당장 창을 잡고 훈련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장님.

다들 약골이라 나가떨어졌거든요.

“···십 분간 휴식.”

캐너럭이 입을 열었다.

“후아아, 뒈질 뻔했다.”

린드와 코딱지, 장대도 전부 바닥과 키스하는 중이다.

다른 병사들도 매한가지고.

캐너럭을 향해 가자.

“나중에 얘기하자.”

그가 입을 연다.

재밌네.

그의 눈에 어린 불꽃이 조금 더 커진 느낌이다.

그의 눈을 빤히 보자.

“흠.”

헛기침을 뱉으며 슬며시 날 외면한다.

그리고는 창을 쥐더니 창대를 이마에 대고 눈을 감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어째 볼이 조금 붉어진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와 제대로 나서서 뭘 하려니 낯부끄러우신가.

거, 남자가 가끔 얼굴에 철판도 깔고 그러는 거지.

어쨌든 그는 제대로 훈련에 임할 생각으로 보였다.

그걸로 난 충분했다.

십분 뒤, 캐너럭이 병사들 사이에 섰다.

표정은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서늘한 바람이 땀을 금세 식혀줬다.

숨을 헐떡이는 병사는 없었다.

아침 구보 후, 안색이 파랗게 질린 이들만 있을 뿐이지.

병사를 본 캐너럭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겨우 그거 뛰고 빌빌거리니, 나 같아도 한숨부터 나오지.

지휘관의 눈으로 보면 고블린 무리만 만나도 뒈질 것 같은 병사 무리다.

그러니까 이 병사를 제대로 키우는 건 당신 몫이라고.

힘내라. 캐너럭.

병사들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 캐너럭의 입이 열렸다.

“창의 중앙을 잡는 손은 손바닥이 위로, 반대쪽 손은 하단을 잡고 손등이 위로 가게 잡는다.”

말과 함께 자세를 잡는다.

찌릿.

그 창끝이 비스듬히 위를 가리킨다.

난 캐너럭의 자세를 보며 전생에서 뒈져버린 동료 용병 로이스가 떠올랐다.

전생에서 내 주변에서 가장 강한 검사라면 로이스였다.

고작 자세지만, 로이스가 떠오를 정도로 남다른 기세가 보인다.

‘기사는 기사다. 이건가.’

“내지를 때는 양팔을 앞으로 뻗으며, 엄지가 하늘을 보게 한다.”

슉.

말과 함께 시범을 보인다.

나쁘지 않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자세와 함께 이어지는 단 한 번의 찌르기지만 창끝이 흔들리지 않으며 선을 그린다.

선을 그린 창날이 점을 찍고, 다시 돌아온다.

“이게 찌르기다. 회수할 때는 중단을 잡은 손을 당기고, 반대쪽 손은 거든다.”

병사들이 지친 몸을 일으켰다.

숨은 헐떡이지만, 눈은 살아있다.

다들 창을 잡고 알아서 거리를 벌린다.

십인대장 몇 명이 주변을 돌면서 간격을 더 벌려 줬다.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찌를 때는 창대 뒤쪽 손에 힘을 주고, 반대쪽 손이 거들고, 회수할 때는 창대 중앙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반대쪽 손이 거든다.”

미들 가드라고 불리는 기본 창술 자세다.

교본에 나올 만큼 깔끔하다.

가르치는 것도 그 자세도 말이다.

그가 창을 옆으로 내밀자, 페델이 그걸 받았다.

기사와 기사 종자 같은 모습이다.

아니, 캐너럭이 진짜 기사가 된다면 페델을 종자로 데려갈지도 모르지.

캐너럭은 창 대신 팔문 문양을 채 지우지 못한 방패를 받았다.

“2인 1조로 서로 때린다. 공격 100회, 방어 100회다.”

캐너럭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훌륭하다.

나도 같은 방식을 생각했다.

실전만큼 훌륭한 훈련은 없다.

그러나 실전은 손실이 발생한다.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서 진짜 같은 훈련이 필요했다.

창을 든 병사 하나가 주춤거리며 다른 병사 하나를 마주한다.

쭈뼛거린다.

캐너럭은 더 말할 생각이 없는지 몸을 돌렸다.

십인대장들도 처음 배우는 거다.

더 꼼꼼하게 가르쳐주지. 자식이.

쭈뼛거리는 병사들 사이, 내가 중앙으로 움직였다.

뭘 보여주든,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디고.”

디고가 방패를 들고 온다.

눈치 빠른 자식.

어느새 땀이 얼추 식었다.

난 창을 잡고 왼손을 축으로 몇 바퀴 돌렸다.

붕붕붕!

그리고 탁하고 잡자, 병사들의 시선이 모였다.

훌륭한 시선 끌기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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