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그래서, 성녀와 마왕에게 ...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연재 주기
레관홍
작품등록일 :
2018.12.20 18:50
최근연재일 :
2019.04.28 23: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0,137
추천수 :
262
글자수 :
315,948

작성
19.04.24 16:16
조회
86
추천
6
글자
44쪽

032. 메데타시 메데타시

DUMMY

"끄하아아아악!!"


때늦은 시간에 뒤늦게 비명을 질러대며 테르모가 엎어진 채로 통곡했다.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어 귀를 틀어막아버린 건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왼쪽 팔이 잘리고 오른쪽 대퇴골이 후벼파였다. 저렇게 울부짖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지.


"아오씨. 몸 곳곳이 쑤시네."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곤 있었지만 사실 나 또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잔나비의 술의 부작용과 연이은 일섬의 부하가 겹쳐 발목은 맛이 가버렸고 팔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온 관절이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더 이상 이 비술을 유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여 곧바로 잔나비의 술을 해제했다. 그리고...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아으아옳아오슈발!!"


...맞다, 평소였다면 진작에 관절이 나갔을 짓거리를 수십 번을 해댔었지.


잊고 있었다. 이 비술을 해제할 때 극심한 고통이 찾아온다는 것을.


"아이씨...몸이 좀 회복되면 해제할걸 그랬나..."


그런 후회막심한 마음을 먹었을 땐 이미 나도 바닥에 드러누운 채였다.


두 병자가 길바닥을 뒹굴면서 괴악한 비명을 질러대는 꼴은 빈말로도 좋게 보인다고 할 수 없었다.


"응기잇...!"


그래도, 적어도 난 지금 테르모처럼 피를 철철 흘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지금 더 힘든 쪽은 내가 아닌 테르모.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끌고 일으켰다. 잿빛 검을 지팡이 삼아 바닥을 짓누르는 것으로 간신히 일어설 수 있었다.


"끄흑....분명 그 검은...!"


이젠 비명조차 지를 힘이 없는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테르모가 신음했다. 그는 엎어진 자세로 내 잿빛 검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뭐, 부러지지 않았었냐고?"


"그래...!"


그가 내 쪽으로 천천히 팔을 뻗었다. 이내 바닥에 팔을 뚝 떨구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분명 가루로 만들었..."


"렌이 말 안 해줬냐? 권토 중래라고?"


"왜 검이 멀쩡하냐고 물었다...!"


"이 칼 이름이 뭔지 아냐?"


테르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갈 힘도 없어 잿빛 검을 그의 앞에 휙 내던졌다. 멍청히 검을 쳐다보던 테르모가 버럭 화를 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권토."


"...."


"2년 전에 행상인에게 큰 돈을 주고 산 마법검이다. 그리고 권토란 '흙먼지를 일으키다'라는 뜻이지."


"무슨 의민지 모르겠..."


"속칭 흙먼지 검. 내가 네 능력과 실력을 알면서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지."


"그러니까, 어째서 내가 부러뜨렸을 칼이 멀쩡한 거냐고...!"


아, 설명이 부족한가?


"고속 수복."


"......허."


"칼날이 부러져도 순식간에 다시 붙고, 가루가 되어 흩날려도 흙먼지가 모여들어 다시 검신을 형성하지."


"정신나갔군..."


"네 투기만 하겠냐."


알아서 재생하는 검 따위는 사실 고수들의 싸움에선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테르모처럼 검에 기를 불어넣으면 고철조차 수십 배는 경화되기 때문에 기가 남아도는 소드마스터들은 어지간해선 검이 부러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는 잔나비의 술을 쓰지 않으면 투기를 쓰지 못하는 입장이다.


그만큼 기를 다루는 데에 미숙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검을 투기로 강화시키는 일 따위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다른 의미로 부러질 걱정을 할 필요 없는 검을 샀다.


흙먼지로 이루어진 마법검. 검의 일부분이 소멸해도 주변에서 흙먼지를 끌어와 기어코 재생하고 마는 마법검.


테르모가 그리 자신만만하게 실력을 뽐냈음에도 큰 걱정이 없었던 건 무한히 재생하는 권토 덕이 크다.


무기와 방어구를 가루로 만드는 놈의 투기는 다른 검사들에게 천적이겠지만, 무한히 재생하는 마법검이라면 부러지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자루가 바로 중래...인데 니가 부셔먹었지."


은빛 검, 중래는 마법검은 아니다. 좀 더 단단한 강철을 써서 만든 검이긴 하지만 특별히 마법이 걸려있다던가 하는 건 아니다.


조금 단단한 것 빼면 그저 평범한 검과 다를 게 없는 셈이지.


마멸에 몇 번을 당해도 권토는 계속 재생한다. 중래는 부러질지라도, 권토는 언제라도 다시 재생해서 검으로 돌아온다.


가루가 된 권토가 곧 재생함을 알면서도 바닥에 내려놓은 것은 권토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였다.


버리듯 땅바닥에 내려놓으면 더 이상 그쪽에 신경을 쓰지 않을 테니까.


"...이대로 질 수는..."


"못 일어날 텐데."


"...아니."


대퇴골을 완전히 후벼파놨다.


저 상태로 일어설 수 있으면 그건 정말 인간승리다. 고통이 형용할 수 없을 뿐더러 바닥을 딛고 서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불가능한 짓거리를 테르모는 해냈다.


고통의 후폭풍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굳게 선 그는, 고통에 못 이겨 죽어버린 케레딘보다도 훨씬 살벌했다.


무엇보다 그에게선 케레딘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의지가 있었다.


날 죽이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


뭐가 저 녀석을 저렇게 만드는 건지 알 턱이 없었다. 제 딴에는 돈이니 아가씨니 뭐니 했지만, 저 흉흉한 눈빛은 그런 세속적인 것을 추구하던 자의 것이 아니었다.


죽음을 불사하고 목적을 이루겠다는 자의 눈빛.


"...죽은 케레딘의 복수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난 아직 쓰러질 수 없다!"


상처투성이인 그의 몸에서 다시 한 번 기가 터져나왔다. 만전의 상태의 것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을 강력한 파동.


"너 진짜 그러다가 죽는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죽을 생각이다."


"뭐?"


나지막이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거짓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래, 이대로 기를 다 소진하면 고꾸라져 죽겠지. 하지만...내가 쓰러질 때, 너도 나와 운명을 같이할 거다."


말을 마치자마자 테르모는 부들부들 떨리는 양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아까 그랬듯이, 검의 날로 한쪽 얼굴을 가린 그가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투기, 칼날무덤!"




새하얀 검.


테르모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백색의 검.


대상에 있어 어떠한 차별도 없이 공평하게 무력화시키는 끔찍한 무기.


닿는 무기가 전부 가루로 돼버리는 기현상을 일으키는 신기.


그러나 이번에는, 그거보다 더한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뭐랄까.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곤란하다.


마치 시간이 멈춰 그대로 굳어버린 번개를 손으로 뽑아올린 듯한 모양새.


테르모의 손에 들린 '그것'은 더 이상 검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것'은, 손잡이가 달린 번개라고밖에 칭할 수 없었다.




전신이 찌릿찌릿거렸다.


빠지직 소리를 내며 작열하는, 단순히 새하얗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빛.


수십 개의 가지를 뻗친,


보는 것만으로 실명할 것 같은,


극한을 초월한 순백의 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저릿저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런 걸 만들어낼 정도의 기가 남아있었다고?


단순히 거대한 것뿐 아니라 그의 손에 들린 흉기에서는 마멸의 그것과 동일한, 아니 훨씬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즉, 저 실체화된 번개가 통째로 마멸의 창조물이라는 의미.


"...미쳤네."


물질을 파괴하는 테르모의 마멸은 적어도 인간의 살점조차 가루로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저건....


"스치기만 해도 죽겠는데?"


물질 분해고 뭐고 저건 그냥 닿는 순간 이승과 작별이다. 비단 투기의 효과가 아니더라도 기검 자체의 순수한 살상력도 가공할 수준으로 보인다.


한쪽 팔이 잘리고 다리가 불구가 된 만신창이 기사가 만들어냈다고는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기의 검.


테르모도 마냥 멀쩡하지는 않은지 초록색으로 반짝거리던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야...좀 봐줘라."


나오려던 말도 다시 들어가버리는 상황.


이쪽이야말로 정말 기를 거의 다 써버렸다고. 좀 살살 하면 어디 덧나냐?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광경을 선사한 당사자도 가쁜 숨을 내쉬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른 죽음을 맞게 되었지만, 널 죽인다면...조금은 편하게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둘 다 살아남는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냐?"


"잊었나본데, 우리 둘 중 누구 하나가 죽지 않는 이상 어느 쪽도 살아돌아갈 수 없다."


"그건 누가 정한 규칙이냐..."


그가 '칼날무덤'을 들고 느릿느릿 걸어오는 모습조차 내겐 사신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칼날무덤이 작열하며 사방으로 가지를 뻗쳤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새하얀 스파크가 닿는 족족 모든 것이 가루로 화했다.


이젠 빛이 바랜 눈동자로 날 직시하며 테르모가 일 보씩 전진했다.


"...하다못해 존중의 의미로 일격에 끝내주마."


놈의 말과 검에는 허세가 없었다.


지금 그는 날 일격에 절명시킬 수 있다.


피할 수는 없다. 몸을 굴려서 피할 수 있을 상태는 진작에 벗어났다.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높이 솟은 순백의 번개를 피할 곳은 없다. 그의 기검이 지나가는 길의 모든 것은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할 수 없구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쓸 수 있는 모든 걸 다 썼다.


남은 건 초라한 밑천 뿐이다.


모든 걸 다 쏟아부은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면...


...초라한 밑천이나마 질러봐야지.


움직이지 않는 발목을 질질 끌면서 나 또한 그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운을 믿고 그에게 불완전한 일섬이나마 날리는 것.


부러진 중래는 진작에 버렸다. 수 초면 재생하는 권토와 달리 중래는 부러지면 그 이상은 짐일 뿐이다.


권토를 오른손으로 꽉 쥔 채로 이를 악물고 터벅터벅 걸었다.


팔이 날아가든 다리가 날아가든 목이 날아가든 뭐가 하나는 날아가겠지. 저런 거랑 맞부딪히고 몸 성할 생각은 일체 하지 않는다.


"뭐 죽기밖에 더하겠어?"


"하, 범죄자치고는 훌륭한 태도잖아? 죽이기 아깝게."


"빈말은 듣고 싶지 않네요."


힘없이 대꾸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시간을 잡아먹어가며 궁리했다.


그러다가 문득 마멸이란 투기가 불안정한 기를 사용한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안정된 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기를 다루는 것이 미숙한 나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불을 끄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물로 끄거나, 맞불을 놓거나.


내 실력으로 저걸 짓누르기엔 척 봐도 어렵다. 아니, 솔직히 내가 아는 기술을 전부 때려박아도 막을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같은 기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이미 기를 대부분 써버린 상황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체내에 남은 기를 검에다 실었다.


그 결과는 잘 모이지도 않는 기가 검의 끝자락에서 빛나며 흩어질 뿐이었다.


"....쩝, 여기서 끝인가."


어느새 테르모는 팔만 뻗으면 서로 닿을 거리에 와 있었다. 파직거리는 그의 기검이 마치 내 피부를 태우려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서로 검을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나와 테르모 모두 어떠한 경계도, 방어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운에 맡기며 움직일 뿐이었다.


누구 하나는 반드시 죽을 한 합.


둘 다 죽을 가능성 또한 높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여기서 내가 살아남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하지만 이건 테르모의 처지이기도 하다. 녀석도 저걸 휘두르고 나면 명중 여부에 상관없이 쓰러져 죽겠지.


둘 모두가 같은 결과를 바라보고 있기에, 죽음을 앞에 두고도 나와 테르모 모두 태연했다.


"이제 끝을 내자, 엔무."


"그래, 테르모."


마지막으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죽고 죽일 단 한 번의 검격을 선보였다.






"아주 지랄을 한다!"


"죽기는 누가 죽어요?"




몸이 덜컥 하며 뒤로 홱 당겨지나 싶더니 그대로 뭔가 푹신한 것이 날 붙잡았다.


"억?"


마찬가지로 테르모 또한 기검을 들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앞을 향해 내질러져야 할 그의 필살의 비기가 애먼 길바닥을 향해 내리꽂혔다.


그의 거대한 기검이 땅 속을 파고드나 싶더니, 이내 벽돌 바닥이 순두부처럼 허무하게 푹 파였다.


"아니...!"


테르모가 당혹하여 말도 잇지 못하고 입을 떡 벌렸다.


물론 나도 입을 떡 벌린 채다.


"...내가 저런 거랑 부딪히려고 한 거여?"


아니, 그보다...


...뭐지, 이 상황?


멀뚱멀뚱 테르모를 쳐다보고 있는데, 돌연 뒤통수가 번쩍하며 머리가 흔들렸다.


"아악!"


"멍청한 엔무! 끝내긴 뭘 끝내?"


아니, 이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목소리.


딱히 세게 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울리는 골.


그리고 걸죽한 입담.




어느새 내 뒤엔,


"또 그러면 진짜 가만 안 둔다?"


눈을 반만 뜨고 날 쳐다보는 렌이 있었다.




"그럼 저쪽은...?"


이쪽에 렌이 있으면, 테르모를 당긴 건 대체 누구...?


잘 돌아가지도 않는 목으로 테르모 쪽을 쳐다보자, 그가 데려온 여기사들 중 하나가 그를 부축하는 모습이 보였다


테르모도 이 상황을 예상치 못했는지 어버버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우리가 맞붙는 걸 막은 거야?




왜?


렌이야 그렇다고 쳐도 저 여기사는 테르모를 막을 이유가 없다. 아니, 막아서는 안 된다.


일하러 파견 나온 상관을 제지하는 부하가 어딨어?


이때만큼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테르모가 핏기 없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샤리!! 이게 지금 뭐하는..."


"테르모 님, 더 하면 정말 죽어요."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어서 비켜!"


팔을 휘둘러 그녀를 뿌리치려는 듯했으나 이미 힘이 다 빠진 그는 작은 체구의 소녀를 떨쳐낼 수 없었다.


"제발...제발 놔줘, 샤리! 놈을 죽일 수 있어!"


"그 꼴로 죽이긴 누굴 죽여요? 당장 자기가 죽게 생겼는데."


거의 울부짖듯 비는 그를 안쓰럽게 쳐다보면서도 소녀는 그를 놓지 않았다. 그녀가 테르모를 향해 잔잔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테르모 님이 죽어버리면 우린 누굴 믿고 살아야 하죠?"


"제발...제발 놔줘..."


"그리고 지는 걸 그렇게 수치스러워 못 버티시는 분이, 우릴 버리고 간다는 생각을 품고 곱게 갈 수 있겠어요?"


"제발..."


"케레딘 마르티엘 님도 저 자와 싸우다가 전사했어요."


"...그걸 누가 몰라?"


"수배자를 놓쳤다고 해도 아무도 테르모 님을 탓하지 않을 거에요. 회복하고 다시 와도 늦지 않아요."


"....."


"이번만. 이번 한 번만 제 말을 들어줘요."


그녀의 말을 듣던 테르모는 점점 조용해지더니 이윽고 입을 닫았다.


조용해진 테르모를 보고 싱긋 웃으며 소녀가 말을 마쳤다. 그 모습을 나와 렌이 말없이 지켜봤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엔무닐 암네스트 씨?"


응?


나?


"나 말하는 거냐?"


"친절하게 이름까지 말해가면서 불렀는데요."


"쩝. 왜?"


날 부르는 목소리에 살기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것이 의외였다. 다친 테르모의 복수를 하겠답시고 눈 까뒤집고 달려들 줄 알았는데.


슬픔 외에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을 한 샤리라는 소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을 죽이러 온 입장에서 굉장히 염치없지만...저흴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그걸 지금 나한테 허락을 구하고 있는 거냐?"


"네."


이건 또 의외네.


의외의 상황에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얼타는 날 무심히 보며 샤리가 말을 이었다.


"이미 알고 있어요. 그 렌이라는 소녀가 우리 셋을 아득히 뛰어넘은 괴물이라는 걸."


"그건 그렇지."


"솔직히 말하면 저흰 지금 완전 무방비 상태에요. 테르모 님은 기절했고, 시안과 사키미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죠. 저 혼자서는 당신들 둘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요. 한 명은 만신창이임에도."


"그것도 그렇긴 하지."


"저는 지킬 사람이 있고, 당신들은 아직 할 일이 있죠. 어느 쪽이든, 여기서 죽는 게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째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협박하는 걸로 들린다?"


내 물음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날 쳐다보며, 순순히 내 허락을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히 침묵할 뿐이었다.


아.


할 말은 많았지만, 적당한 말을 골라낼 수가 없었다.


제안을 넙죽 받아들였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갑자기 마음을 바꿔 내 등을 찌를 수도 있는 거고.


그렇다고 거절하기엔 너무 순종적이다. 단순한 블러핑이라기엔 슬픔에 잠긴 표정이 너무나 진실됐다.


"부탁이에요."


"애초에 내가 허락하고 자시고 할 처지냐?"


당장 나도 다 죽어가고 있는데.


"....그래. 그냥 가라."


"감사합니다."


샤리가 고개를 숙였다.


허리를 편 그녀는 어깨로 부축한 테르모를 흘긋 쳐다보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보라색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검은 돌이었다. 아마도 저게 순간이동 마법이 기주된 주문석이겠지.


테르모를 부축한 샤리는 뒤로 돌아 자신의 동료들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도록 하죠."


"기뻐해야 하냐?"


"좋을 대로."


그녀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하라는 투로 말하고는 주문석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주문석의 보라색 글씨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문득 주문석이 산산조각이 나더니 샤리의 주위에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나타난 푸른 빛이 샤리의 옆에 뭉치기 시작하더니, 주먹만한 크기의 균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균열은 점점 커져 어느새 나무 문 크기의 완전한 포탈이 되었다.


"그럼, 안녕히."


포탈 안에서 눈부신 빛이 번쩍거리더니 이내 테르모와 소녀들이 점멸하여 사라졌다.




"아, 진짜 뒤지게 아프네."


마침내 끔찍하기 짝이 없는 전투가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꼴은 단 한 번도 못 본 끔찍한 전투가 말이지.


유니온의 소드마스터들을 상대하며 별에별 수모를 다 당해본 나도 이런 씁쓸한 결말은 처음이었다.


뭐냐고, 이 되다 만 듯한 애매한 결말은.


...하지만, 역시 이 이상은 역시 무리다.


어거지로 일어서는 것도 이젠 한계다. 발목이 마비된 게 문제가 아니라 이젠 다리가 아예 미동조차 하질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권토를 들어올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노라니 렌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에휴. 네가 그렇지 뭐. 지 혼자 날뛰다가 축 늘어지는 게 아주 그냥 일상이야."


"그래 뭐...할 말 없다."


"너 침대에서도 그러면 여자가 너 싫어하..."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앍!! 그 입 닥쳐어어!!"


이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갔다간 세계의 인과율에 따라 소리소문 없이 존재가 사라질 것만 같아 늦지 않게 맥락의 흐름을 끊었다.


"....됐고, 몸 상태가 그래서 일어설 수 있겠어?"


"그럴 수 있었으면 진작에 일어서지 않았을까?"


팔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데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건지.


렌은 옅은 신음을 흘리고는 갑자기 뒤로 돌아섰다.


"....?"


그리고 그대로 제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음.


뭘까 이거.


기린의 뒷발차기를 해보려는 건가? 날 샌드백 삼아서?


...아주 날 관짝에 처넣다못해 관뚜껑에 못까지 박을 심산이구나.


옛말에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을 더 조심하라더니. 그게 이런 뜻이었던 걸까?


그러나 렌의 앙증맞은 발뒤꿈치가 내 턱을 후려갈기는 일은 없었다.


"...안 업히고 뭐해?"




자기 키의 반도 안 되는 쪼끄만 소녀에게 업히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신선했다. 수치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은 기쁘기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는 잘 업어준답시고 손바닥만한 등에 날 업었지만 다리 기장 차이 때문에 내 발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 발목이 아파서 업힌 건데 발이 끌리고 있다고.


어쨌든 이 미묘한 본말전도는 대충 넘기기로 했다. 평소였다면 내 머리통을 붙잡고 들고 다녔을 테니까.


저 포악한 성격의 렌이 날 집어던지지 않은 게 어디야.


퍽.


갑자기 옆구리에서 불이 난다.


"야 이....!"


아파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


"왜 때려?!"


"그냥, 뭔가 느낌이 싸해서."


와, 진짜 소름끼친다.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한 테르모의 살기가 갑자기 애들 장난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뭐가."


"헬라 산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정말 괜찮겠냐고."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걸까.


"할 일은 다 끝내고 가야지."


"도둑질은 쉬엄쉬엄 해도 돼. 샤리인가 뭔가 하는 기사가 테르모한테 말했던 것처럼."


"우린 걔네랑 다르잖아. 쫓기는 입장이라고."


테르모는 대륙 전체가 아군이지만 내 아군은 저 멀리, 서쪽의 헬라 산에 거처하는 도적들뿐.


대륙 서쪽의 험악한 산지, 헬라 산맥은 첩첩이 겹친 고산과 강줄기 덕에 천혜의 요새라고 불리지만 동시에 길을 잃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여태까지는 그런 이점 덕에 유니온이 우리 거처를 직접 타격하는 일은 없었다.


어줍잖은 방식으로 달려들었다가 미로같은 지형에 고립되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처리될 수 있으니까.


아무리 강한 소드마스터라 해도 좀처럼 파견할 수 없는 지리였다. 섣불리 보냈다가 차례차례 처리되면 무의미하게 귀중한 병력만 낭비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유니온은 우리가 헬라 산맥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공격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우리에 대한 정보가 적어서 더더욱 그러했고.


하지만 유니온과 마탑과의 연합 덕에 이 천혜의 요새마저도 위험해졌다.


만일 유니온이 어느 날 갑자기 눈 뒤집혀서 헬라 산맥에 메테오를 수십 발 꽂아버리면 저항도 못해보고 궤멸이란 말이다.


당장 헬라 산이 안전하지 않은 판국에 거처로 돌아가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리고 빈손으로 돌아가면 존경하는 단장님 낯을 무슨 수로 뵈겠냐?"


빠따로 뒤지게 처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허탈하게 힘없이 웃는 날 향해 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이런 때엔 좀 쉬어. 그 비술, 그렇게 자주 쓰다간 몸 다 버린다고."


"어차피 내 것도 아닌 몸, 좀 험하게 쓰면 뭐 어때?"


"항상 느끼는 거지만, 넌 너무 자기중심적이야."


허.


그 고집불통 욕심쟁이 렌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어이가 가출할 지경...


...이지만, 이번만큼은 잠자코 듣기로 했다. 자기중심적이라는 말은 이기적이라는 말과도 같고, 내가 이기적이라는 건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니까.


"친구나 동료가 있으면 좀 의지하고 살아. 너 혼자서 못하는 일도 많잖아."


"친구니 동료니 그게 다 뭔 소용이냐."


잠자코 들으려 했으나 그마저도 얼마 안 가 그녀의 말을 되받아쳤다. 아차 싶어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울 수 없었다.


"나도 알아."


"뭐를."


"어릴 적 친구였던 애들이 지금은 널 못 잡아서 안달이 났다는 거. 그래서 네가 배신감 느끼고 그 뒤로도 뭐든 혼자서 하려고 한다는 거."


"...쩝."


"가끔은 나한테 좀 도와달라고 해. 언제까지 케레딘이나 테르모같은 강자를 혼자서 상대하려는 거야?"


업힌 상태라 렌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격앙된 상태임이 여실히 느껴졌다.


"걔들은 대륙 최고의 기사들이야. 정식으로 검술을 배운 적이 없는 엔무 네가 걔들을 만나고 여태까지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끙..."


"지금은 환자니까 봐주겠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날 업고 저벅저벅 걷던 렌이 발을 멈추고 말끝을 흐렸다.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가만 안 둘 거니까."


어우 무셔라.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정말이지, 이젠 렌한테 힘으로나 말로나 뭐로도 이길 수가 없네.


뭐, 결국...


쓰러뜨려버렸다. 케레딘도, 테르모도.


희대의 강적을 둘이나 이겼다는 것은 기쁘지만, 옛 친구가 가용할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을 써가며 날 죽이려 했다는 생각이 들자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씁쓸하다.


대체 뭐가 씁쓸한 건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쉽사리 웃어넘길 수 없을 정도로 씁쓸하다.


마음이, 허하다.




밤하늘의 한 귀퉁이가 밝아오며 빛이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영영 보지 못할 것만 같았던 태양을 마주하는 심정은...실로 반가웠다, 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침체된 마음이 햇빛에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 태양을 보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뭘까. 뭔가 까먹은 듯한 이 느낌은.


알 수 없는 공허감을 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북문이 가까웠고, 거기엔 우리의 마차가 길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었다. 그새 아르샤가 찾아온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마차 안에 숨죽이고 숨어있을 생각이었는지 텅 빈 마차 안을 유심히 보던 아르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네빌은 마차 안에 눕혀진 채였다.


네빌의 복부 부상은 아르샤가 어떻게든 치료한 모양이었다.


포션을 훔쳐다 아예 들이부었는지 네빌의 배는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고 탄탄했다.


이제 보니 당장 몸이 멀쩡하지 않은 건 나밖에 없었다. 다들 멀쩡한데 나만 만신창이다.


만약 렌이 없었다면 난 지금쯤 길바닥에서 쓸쓸히 죽어가고 있지 않았을까.


"...어휴, 너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헷."


이제 조금은 움직일 수 있게 된 손을 움직여 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보다 이제 혼자서 설 수 있을 거 같은데."


"괜찮겠어?"


"응."


렌의 손바닥만한 등에서 내려온 뒤 땅을 딛고 홀로 섰다. 여전히 발목이 아렸지만 못 서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음...다음 마을에서 보급을 받던가 해야겠는데."


이래봬도 마타아오는 대륙 스케일의 대규모 도적단.


띄엄띄엄 있는 몇몇 마을에 우리 요원을 한둘 정도 보내놔, 언제든지 들러서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놨다.


중래도 부러졌고 몸도 썩 성치 않다. 장소가 어디든 들르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


"근처에 보급소가 있지, 아마?"


"아마도?"


"그럼 잠깐 들렀다 가자."


"그럴까?"


렌이 명랑하게 웃으며 마차 안으로 폴짝 뛰어들었다. 기분이 좋은지 마차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다리를 쭉 뻗은 그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보다....마차 누가 운전하냐.


일단 렌은 절대 안 된다. 채찍질 한 번에 말이 즉사할 수도 있으니 기각.


네빌은 칼침 맞은 환자니까 기각.


나도 칼침 맞은 환자니까 기각.


...결국 아르샤밖에 없네.


"이 꼴로 운전을 할 수는 없으니 하는 수 없이 너한테 마부석을 양보해야겠네. 괜찮지?"


"...."


아르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군말 없이 마차 앞으로 졸졸졸 걸어가 마부석에 올랐다. 역시, 좋은 녀석이라니까.


아까는 뭐라고 말도 했으면서 이제 와서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어차피 알아듣지 못할 말이면 듣나 안 듣나 똑같겠지. 아까 아르샤가 말한 것도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말이야.


나 또한 힘겹게 마차에 오른 뒤 전신에 힘을 빼고 나지막이 말하려는 찰나.


"자, 그럼. 슬슬 출발하..."


....잠깐.


아르샤.....?


뭘 까먹고 있었는지, 이 마음의 공허감의 정체가 뭔지,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지 말고 마차 돌려!"




"으윽..."


수플렉스에 뒤통수가 깨진 루소가 신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여긴 또 어디....부와아아아아앜!!"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비좁은 방에 자신이 갇혀있다는 사실과 자기 앞에 나와 네빌이 있다는 사실 모두에 질겁했다.


"뭐, 뭐냐?!"


"뭐냐고? 뭐긴 뭐야."


권토를 루소의 목에 들이밀고 입꼬리를 올렸다.


"도적이지. 돈이랑 목걸이 전부 내놓고 엎드려."


"이 미친 놈들이!!"


루소가 자기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 이거 찾냐?"


허리춤에서 루소의 품 속에 있던 단검과 토마호크 묶음을 풀러 내보였다.


무기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달은 루소가 곧 새파랗게 질렸다.


"이, 이런 짓을 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너야말로 돈이랑 목걸이 안 주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제 딴에 또 할 말은 없는지 루소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 입이 다시 열리는 건 금방이었다.


"아니, 아직 내 부하들이 남아있다!"


"응, 전부 백병원 갔어."


"...백병원이 뭐지?"


"비뇨기과."


"뜬금없이 비뇨기과는 왜....아."


안 그래도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에 그나마라도 남아 있던 핏기마저 가셨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말 안 해도 뻔했다.


그리고 확인사살.


"니가 그러고도 남자냐?!!?!"


"내가 그런 거 아니니까 다물어줄래?"


약 50명의 미래 가장이 아들이나 딸, 혹은 둘 다 잃은 건 나도 슬픈 일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이제 와서 되돌릴 방법도 없다.


그러니 슬퍼하는 건 여기까지만 하자고.


"목걸이랑 돈 안 내놓으면 너도 백병원 체험을 해볼 수 있을 거야."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


어차피 목걸이랑 돈만 뜯어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네빌이랑 같이 루소 줘패려고 온 거지.


목걸이랑 돈은 당연히 겸사겸사 챙기는 거고.


권토를 뒤로 내던지고 네빌이 넘겨준 너클을 한쪽 손에 끼웠다.


"아까 네가 한 짓, 생각할수록 괘씸하니까 좀 처맞자."


"앗...아아..."


루소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차마 말로 내뱉을 수 없었다. 이미 그의 강냉이는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오우야. 그리웠다, 내 목걸이."


영롱하게 빛나는 진주 목걸이를 뺨에 문대고 있으니 네빌이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뭘 봐?


"이산가족 상봉도 좋지만, 얘 어떻게 처리할지를 정해야 하지 않나?"


"누구? 아, 루소?"


네빌이 곤죽이 되어 드러누운 루소를 가리키며 물었다. 마침 적당한 처리 방법이 떠오른 참이라 자세를 낮추고 루소의 뺨을 후려갈겼다.


"야."


"으헉!"


반사적으로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내 안면을 강타하려는 루소의 안면을 붙잡았다.


"돈이랑 목걸이 내놓고 엎드리랬지, 누가 누워서 자랬냐?"


"으히익!"


얼굴을 잡힌 채로 루소가 기괴한 비명을 질러댔다.


"너,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는 있는 거냐?!"


"응. 너무 잘 알고 있어."


더 못 들어줄 거 같아서 뺨을 한 대 더 때렸다.


"찰싹."


"엌!"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서 괜히 주먹을 내지르는 시늉만 거듭 반복했다.


"아씨, 다시 생각해도 열받고 괘씸하네."


이 자식 때문에 투기장에서 그 난리를 치고 테르모까지 상대하다 죽기 직전까지 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다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이래봬도 난 도적 길드, 칼리프의 수장이다!"


루소가 부어터진 얼굴로 고함쳤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도적단 수장이 뭐 별 거냐? 하물며 활동 영역이 일개 마을에만 한정된 풋내기 도적단이 뭐가 무섭다고.


"우리 도적 길드는 이 마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인접한 마을에 우리 정예 요원들이 한 명씩 가 있지!"


"아, 그러셔."


"그들이 지금 내 신호를 받고 여기로 오고 있다!"


"신호를 보낼 새는 없었잖아? 게다가 걔네 오합지졸인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설령 실제로 정보 수집 차원에서 다른 곳에 요원을 파견했을 수는 있어도 딱히 걱정은 되지 않는다.


외부에 파견을 보내도 다수의 요원을 한 곳에 몰아서 보내지는 않는다. 즉 뿔뿔이 흩어진 요원들을 하나씩 불러모은다는 얘긴데...


애초에 외부에 나가있는 요원들 수가 본거지에 머무르는 본대보다 수가 많을 리 없지.


아니, 애초에 한 마을에 뿌리내리고 사는 안일주의 도적 길드장이 왜 요원을 다른 마을에 보내놓는데?


당연히 공갈이지.


"이익...어, 어쨌든 그들이 오고 있다! 네놈은 이제 죽었어!"


"우와, 정말 무섭다."


"그래, 무서워하는 게 좋을 거다! 혹시 아나? 자비로운 내가 널 살려줄지?"


"그럼 나도 한 마디만 할게."


루소는 내 실제 얼굴을 모른다. 투기장에서 피튀기는 싸움을 하는 내내 실사같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니 알 리 만무하지.


"너야말로 무서워하는 게 좋을 거야. 혹시 알아? 자비로운 내가 널 살려줄지?"


"하! 내 부하들이 오고 있다고 말했을 텐데!"


"씨알도 안 먹히는 헛소리 관두고 지금이라도 싹싹 빌어봐. 그럼 적어도 남자 구실은 하게 해줄게."


단검을 꺼내들어 루소의 얼굴에 들이밀자 놈이 얼굴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려댔다. 그러나 입을 나불거리는 건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지금 내 상황이 곧 네 상황이 될 거다! 그때야말로 같은 말을 해주지!"


"아, 이 자식 안 되겠네."


끝까지 허세와 거짓말을 그만두지 않는 녀석. 은근한 협박도 가볍게 씹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무뇌아.


좋아.


마음에 들었다.


놈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걸 한 귀로 흘리면서 얼굴에 착 달라붙은 가면의 테두리를 손으로 붙잡았다.


"난 도적 길드인 칼리프의 수장, 루소 칼리프다!"


그리고,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떠돌이 용병 따위가 감히 넘볼....수..."


"뭐? 혼자 남은 찐따라 잘 안 들리는데?"


"있는...게....아니......"


"그래그래,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떠돌이 용병 정도야 우습겠지."


너덜너덜해진 가면을 뒤로 휙 내던지고, 조금이라도 더 잘 보여주려 맨얼굴을 루소에게 들이밀었다.




"...그럼 마타아오의 부단장, 엔무닐 암네스트는 어떠냐? 우습냐?"


"살려만 줍쇼!!"


기세등등하던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루소가 바닥에 영영 달라붙어버릴 것처럼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설마 당신이 대도 엔무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왜? 더 까불지?"


"아닙니다! 제가 멍청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음. 바로 숙여버리네.


이런 반응도 당연한 것이, 도적 업계에서 나는 대륙 자체와 다름없는 유니온을 기만한 대선배이기 때문이다.


지방 말단의 관리가 한 나라의 수장을 못 알아보고 깝친 꼴이니 당연히 바로 대가리 박고 사죄하지.


아, 이러면 재미가 없잖아.


내 맨얼굴을 보고도 계속 저 태도를 유지했다면 실로 완벽한 인잰데.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쉽사리 포기하는 놈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이걸로 아무래도 좋게 되었다.


권토를 집어들고 일어섰다. 바닥에 찰싹 달라붙은 루소를 내려다보며 권토를 허리춤에 찼다.


"한 가지 제안을 할게. 루소 네가 그랬던 것처럼."


"제, 제발 목숨만은..."


"제안을 받아들이면 살려줄 테니까 잘 생각하고 대답해."


"예옙!"


루소가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너, 마타아오에 들어와라."


"......네?"


루소가 처박은 고개를 들고 벙찐 얼굴로 날 올려다봤다.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해줬다.


"비록 나한테 처발리긴 했지만 도적으로서의 소질은 있는 거 같다고 판단했다."


비록 정신이 팔렸었다고는 해도 그 예민한 렌의 눈을 피해서 내 주머니 속을 뒤진 놈이다. 소리소문 없이 훔치는 것만큼은 나보다 한 수 위일지도.


내 제안에 대답은 따라오지 않았다. 따라서 나 혼자 말을 이어갔다.


"산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우리보다 유니온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난 건 따져볼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장기간 안 들키고 불법 시설을 돌린 점을 높게 샀다."


"그 말은...?"


"네 부하들이랑 벤덤 데리고 헬라 산으로 와. 받아줄 테니까."


"마, 맙소사..."


루소가 입을 떡 벌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래서, 올 거냐?"


"그, 그야 당연하죠!"


"말도 안 되는 소리!!"


루소는 좋다고 주먹을 꽉 쥐었는데 뒤통수에 날카로운 일갈이 박혔다.


이건 또 뭐야 하는 심정에 뒤를 돌아봤더니 울그락불그락해진 네빌의 얼굴이 보였다.


"이게 무슨 짓이냐, 엔무?!"


"뭐가?"


"지금 뭐하는 거냐고?!"


시뻘개진 얼굴로 네빌이 바락바락 대들었다. 달아오른 네빌의 머리통에서 증기가 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난 네 말 하나만 듣고 길드를 배신했다. 근데 뭐? 칼리프를 받아들이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아 맞다.


쟤 루소 부하였지.


칼리프를 배신하고 내쪽으로 갈아탄 네빌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료의 뒤통수를 때리고 튀었는데 당장 같은 배를 타게 생긴 거니까. 언제 루소에게 칼맞아도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근데 뭐 어쩌라고.


내 알 바야?


"내가 말하지 않았냐?"


"뭘 말이냐?"


"난 사적인 감정보다는 실리를 따지는 이성적인 사람이며, 사람을 볼 때는 인간관계 따위는 따지지 않는다고. 철저하게 능력만을 따진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삿대질까지 해가며 화를 내는 네빌. 가만 놔뒀다간 이번엔 루소가 아니라 네빌이랑 싸우게 생겼기에 몸을 돌려 네빌에게 다가갔다.


"루소랑 관계가 소원해져서 그러냐? 에이, 사소한 건 아무렇지 않게 넘겨. 응?"


"이건 어떻게 봐도 날 엿먹이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아...!"


"그런 거 일일히 따져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응?"


금방이라도 어금니가 평탄해질 거 같은 네빌이 이를 갈며 뇌까렸다.


그런 네빌의 어깨를 두드리며 빙긋 웃었다.


"그래서 널 위해 선물을 준비했지. 루소가 마타아오에 들어오는 걸 용인해줘도 좋을 큰 선물."


"....그게 뭐지?"


짜식, 꼴에 도적이랍시고 큰 선물이라고 하니까 바로 눈 돌아가는 거 보소.


"걱정 마. 루소 따위는 평생 뇌에서 잊어버릴 큰 선물이니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이내 그의 뒷목을 자비없이 손날로 내리쳤다.


아, 무슨 선물이냐고?


스웩 넘치는 은팔찌.




"아니 이게 무슨 난리여..."


내리쬐는 태양 아래 경비병들이 온갖 감탄사와 탄식을 내뱉었다.


밤중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차 다니라고 만들어놓은 넓은 길은 지진이 난 것처럼 뒤집어져 더 이상 길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듯했다.


골목길은 더 가관이었다. 안 그래도 가로폭이 좁아서 지나다니기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았는데 이젠 단검으로 도배되어 아예 발을 들일 수조차 없었다.


"오 신이시여..."


경비병들 중 하나가 마른세수를 했다. 이 처참한 꼴을 더 못 보겠는지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뒤를 돌아 검문소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이건 또 무슨..."


북문 쪽은 아예 폐허나 다름없었다.


지각 변동이라곤 평생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마을에 난데없이 크레바스같은 거대한 틈이 생겼고 한 귀퉁이는 아예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시뻘건 살점이 둥둥 떠다니는 피웅덩이를 멍하니 보던 경비병들이 파랗게 질렸다.


"오 맙소사...끝내 유니온에 망조가 든 건가...?"


"...그건 아닌 거 같으이."


방금 마른세수를 하고 검문소로 돌아간 경비병이 그새 돌아와서는 그의 말을 반박했다.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던 경비대장이 그를 흘깃 쳐다봤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이걸 보시게나."


뭔가를 질질 끌고 온 경비병이 보따리를 앞으로 홱 내던졌다. 사람 한 명이 딱 들어갈 크기의 보따리가 바닥에 툭 떨어지자마자 살짝 꿈틀거렸다.


"이게 뭐지?"


"열어보시게."


경비대장이 허리춤에 찬 장검을 뽑아들었다. 보따리의 자루 끝자락을 조심스럽게 잘라낸 그는 곧 눈살을 찌푸렸다.


"보쌈당한 건장한 남자로군."


경비대장은 이 남자에 대해 아는 바가 있었다. 이 마을에 뿌리내린 도적 길드, '칼리프'의 간부. 남자는 그 집단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왜 손발이 묶이고 재갈이 물렸는지는 그도 알 도리가 없었지만.


"칼리프의 간부로군. 그래서, 이 남자랑 마을의 이변이 무슨 상관이 있지?"


"저 자가 지니고 있는 가방을 보게나."


경비대장이 속박된 남자를 걷어차자 남자는 신음을 흘리며 옆으로 돌았다. 그러자 자루 속에 감춰져 있던 작은 가방이 드러났다.


"흠...이건."


열린 가방의 틈으로 여러 종류의 날붙이가 쏟아져 나왔다.


골목길에 비처럼 내려꽂힌 그 단검부터 뭔가 조잡하지만 날은 제대로 선 투척용 손도끼까지.


정황상 범인은 이 남자임이 분명했다. 멀쩡한 길바닥에 협곡을 만들어낸 것은 어떻게 한 것인지 도통 알 턱이 없었지만.


"자네가 잡은 건가?"


"아니네. 검문소에 못 보던 보따리가 있기에 열어본 건데..."


"웬 건장한 남자가 보쌈당해 있었다 이건가."


나름대로 상황을 정리하던 경비대장이 골똘히 생각하는데, 재갈이 물린 남자가 읍읍거리며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뭔가 말하려는 게 있는 모양이군. 풀어줘라."


경비대장이 턱으로 그를 가리키자 경비병들이 그의 입에 물린 재갈을 빼냈다.


"내, 내가 아니다!"


"...?"


"범인은 따로 있다!"


바락바락 소리쳐대며 네빌이 악악거리자 경비대장이 귀를 틀어막았다. 이내 경비대장이 검 손잡이로 그의 머리통을 후려치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끄럽다."


"이익...! 내가 아니라고! 그리고 이 거지같은 건 왜 안 풀려?!"


네빌이 속박된 손목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힘을 조금만 줘도 툭 끊어질 거 같은 검은색 천은 질기게도 그의 손목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갓 잡아올린 참치처럼 팔딱거리는 네빌을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경비대장이 엄포를 놓았다.


"뭘 어떻게 했길래 멀쩡한 길바닥을 이 꼴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물을 파손한 죄는 확실히 묻겠다, 칼리프의 도적."


"내가 아니라고오!"


"여기 대놓고 증거물이 있는데도 말이냐?"


손도끼를 가리키며 경비대장이 코웃음쳤다.


"글쎄 이거 내꺼 아니라니까! 엔무가 이렇게 해놓고 갔단 말이다!"


"....뭐라고?"


내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경비대장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걸 보자마자 네빌이 기회다 싶었는지 입을 놀렸다.


"그래, 1급 수배자 엔무닐 암네스트! 그 자가 마을을 헤집고 갔다고!"


"...내가 그런 얕은 거짓말에 속을 거라 생각하나?"


"아니!!"


"더 들을 것도 없군. 이 남자를 데려가라."


경비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비병 두어 명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바닥에 발을 질질 끌리며, 검문소로 네빌이 힘없이 끌려갔다.






상황 종료다.


돈을 노리고 설쳤다가 목걸이를 뺏기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목이 뎅강 날아갈뻔 했지만 이제 다 끝났다.


목걸이는 회수했고 테르모는 싸워서 쫓아냈다. 비록 테르모를 죽이진 못했지만 고위 사제한테 치유받지 않는 이상 그는 한동안은 병원 신세를 져야 될 것이다.


더 이상 이 마을에 볼 일도 없고 남아서 좋을 일도 없을 우리는 마차에 훔친 식량을 가득 싣고 북문 밖으로 나갔다.


물론 앞으로 쭉 거슬릴 수 있는 네빌을 처분하는 건 처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한 단체에 몸담고 있는 간부가 제안 한 번에 손바닥 뒤집듯 넘어오다니.


애초에 털끝만큼도 믿지 않았다.




잃은 것이 많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우선 약속대로 칼리프의 공금을 전부 받았다. 적지 않은 돈을 얻었고 장사와 도적질에 재능이 있는 부하들까지 생겼다.


루소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벤덤과 아겐트에게 부러진 중래의 파편을 가지고 헬라 산으로 가라고 전했다. 마타아오의 도적들이 내가 그들을 보냈음을 알 수 있도록.


혹시라도 변심하여 다른 곳으로 새지 못하게 벤덤의 투기장을 매각하고 그 돈을 전부 내가 챙겼다.


갈 곳이 없는 루소 일행을 반 강제적으로 헬라 산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그 많은 인원을 먹이기엔 식량을 조달하기도 어려울 테니 딴생각 접고 부리나케 달려가지 않을까.


이로써 목표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마르시온 백작의 금괴까지 돌려받으면 충분할지도 모르지.


메데타시 메데타시.


작가의말

감기에 걸려서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래서, 성녀와 마왕에게 쫓기는 기분은 어떠신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033. GAZUA +5 19.04.28 104 7 26쪽
» 032. 메데타시 메데타시 +2 19.04.24 87 6 44쪽
32 031. 아무 일도 없었다 +4 19.04.14 86 4 25쪽
31 030. 잔나비 +2 19.04.07 90 4 31쪽
30 029. 권토 중래 +2 19.03.31 109 6 37쪽
29 028. 테르모 위커 +2 19.03.24 114 5 20쪽
28 027. 존중은 취향해드리죠 +2 19.03.17 121 4 20쪽
27 026. 영 좋지 않아요 +4 19.03.10 140 6 23쪽
26 025. 3붕카레 +4 19.03.03 150 6 27쪽
25 024. 피카레스크 +4 19.02.23 138 5 22쪽
24 023. 인성질 +6 19.02.17 164 8 17쪽
23 022. 팀킬 +4 19.02.13 151 5 13쪽
22 021. 인싸 +8 19.02.06 173 10 21쪽
21 020. 불공정거래 +6 19.02.02 171 6 24쪽
20 019. 도 망가 야해 +2 19.01.30 216 7 25쪽
19 018. 분실물을 되찾는 방법 19.01.27 197 5 20쪽
18 017. 잃어버렸다 19.01.20 222 9 20쪽
17 016. 스티이이이이이이일! +2 19.01.17 251 6 22쪽
16 015. 반갑네, 여행자여. +7 19.01.14 311 9 14쪽
15 014.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2 19.01.11 371 12 19쪽
14 013. 어설픈 마무리 +4 19.01.09 287 7 29쪽
13 012. 변심 19.01.06 287 9 23쪽
12 011. 휴양지? +2 19.01.04 319 6 13쪽
11 010. 부당거래 19.01.04 344 11 18쪽
10 009. 길을 잃었다 +2 19.01.04 358 10 20쪽
9 008. 뼈맞았어 19.01.02 408 9 10쪽
8 007. 발단 +2 18.12.31 440 9 17쪽
7 006. 현상금 스택 +1 18.12.30 444 7 16쪽
6 005. 형이 왜 거기서 나와? +2 18.12.29 469 11 17쪽
5 004. 망했어요 +2 18.12.28 497 7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레관홍'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