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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광고천재의 회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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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리알리
작품등록일 :
2018.12.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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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not alone. (1)

DUMMY

[실무 파트너를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조직 내에서 인정받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해 모든 업적을 그 사람의 공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공을 빼앗기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면 소(小)를 주고 대(大)를 받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일단 직장 내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다시는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법. 또 다시 그 달콤한 맛을 보기 위해 상대방은 나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 결국 나라는 마약에 중독이 되고 말지.

상대방을 당신과 성공이라는 마약에 중독되게 만들어라.

파트너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 이것이 바로 에이전트들의 성공 공식이다.]


성민은 회귀 전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많이 했었다. 아무리 까칠하고 깐깐한 클라이언트라 하더라도 그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하나. 바로 조직 내에서의 성공과 인정이다.

어떻게 보면 까칠하고 깐깐하다는 것은 성공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선 더욱 더 완벽하고 치밀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해선 안 되니까.

이런 점을 역으로 이용한다면 결국 그 사람은 자신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에이전트가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 아닐까? 운도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더욱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법이니.


성민은 대한은행 회의실에서 조민주 실장 일행을 기다리며 이런 회상에 잠겨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내 편이 꽤 많았지? 결국 일로 맺은 관계는 일로 끝나고 말았지만.’


성민이 가지고 있는 후회 중의 하나가 바로 사교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맺었던 수많은 인간관계 중에 성민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억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들 과연 몇이나 될는지. 이런 생각을 해 보니 놀랍게도 거의 없었다.


‘놀랄 것도 없지. 나라도 나 같은 녀석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을 테니까. 망나니 같은 자식.’


지난 날 성공만을 쫓아, 성공에 미친 망나니처럼 살았던 자신의 삶.


‘그래도 그렇게 살아 봤으니 이젠 반성이라도 하는 거 아니겠어?’


만일 정반대의 삶을 살다 회귀했다면 지금 자신은 거꾸로 성공에 미친 망나니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공? 돈? 권력? 그 달콤한 맛과 쓰디쓴 허상에 대해선 충분히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또 다시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성공의 의미는 지난 시절 얻었던 성공과는 분명 다르다.


‘이번 제안만 잘 통과되면 일 단계는 완벽한 성공이다. YB만으론 아직 불안해. 확실한 캐시 카우(Cash cow)를 확보해야 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조민주 실장과 홍보실 직원들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조민주 실장은 다소 의외라는 듯 진필에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최소 이주일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열심히 준비해 보았습니다.”

“열심히 보다는 잘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죠.”


진필의 대답에 조민주 실장에게선 냉랭한 답변만 돌아왔다.


‘훗. 내가 즐겨 쓰던 말이었는데. 거꾸로 들어보니 정말 재수 없는 말이었구나.’


맞는 말이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었던 얘기......

그냥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면 서로가 기분 좋았을 텐데.

그녀의 말을 들은 성민은 살짝 쓴웃음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진필은 역시 진필이었다.


“그러게요. 역시 결과가 가장 중요하죠. 하지만 열심히도 안하면서 잘 하길 바라는 건 도둑놈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진필의 넉살 좋은 웃음에 조민주 실장은 슬쩍 눈길을 돌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시작해 보시죠.”


조민주 실장의 말에 성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이어 회의실의 불이 꺼지고 고요한 암막이 주위를 집어삼켰다.

잠시 후, 화면엔 짤막한 글이 하나 나타났다.


[오늘도 난 공원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그 글과 함께 한 남자의 뒷모습이 페이드인(Fade-in) 되었다.


--------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들은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출근길 직장인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어깨는 왠지 축 처져 있었다.


[아빠. 내일 내 생일인데 선물 뭐해 줄 거야?]


공원 벤치에 앉아 먼 하늘만을 응시하는 그의 귀엔 어린 딸아이의 음성이 아직도 생생히 들려오고 있었다.


[난 일할 수 있는데. 일해야만 하는데.]


그러나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사무실이 아닌 텅 빈 공원의 벤치일 뿐.


[정 부장님은 뭐하고 있을까? 김 대리는?]


얼마 전까지 한 사무실에서 희노애락을 같이했던 동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사장님은 괜찮으시려나?]


사무실 문을 닫던 날 직원들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흘리던 사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안해. 모두들 몸 건강히 잘 지내야 돼. 못난 사장을 용서해 줘.]


그날 사장과 직원들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끌어안은 채 펑펑 울어야만 했다.

거래하던 대기업의 도산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 그들의 직장.

그들의 뒤엔 처분하지 못한 재고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뿐이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된 정처 없는 출근 길.

카드론과 대부업체에서 받은 대출도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되지? 차라리 그냥 죽어 버릴까?]


그러나 남아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자신에겐 죽음을 선택할 권리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세상은 그렇게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 말았다.


[사장님. 여기서 뭐하세요?]


우연히 사장을 다시 만났다.

을지로 지하보도 안에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서 신문을 덮고 누워있는 사장을 본 그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앉아 있었다. 서로의 손만 꼭 잡은 채로.


[사장님. 건강하세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장을 위로한 채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꼬깃꼬깃 구겨진 오천 원짜리 한 장을 사장이 앉은 신문 위에 몰래 올려놓았다.

오천 원이 놓인 신문에는 어느 대기업의 로고가 찍힌 이런 광고가 실려 있었다.


[희망을 잃지 맙시다. 우린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그 광고를 본 그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이 회사는 절대로 안 망하겠지? 이렇게 광고까지 하는 걸 보니. 이 광고를 실을 돈이면 우리 집 세 달치 생활비인데.]


그리고 또 다시 밀려드는 자괴감.


[나도 이런 회사에 취직했었더라면.]


힘을 내라고 외치는 광고가 오히려 그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만 하고 말았으니.

그는 그렇게 또 다시 정처 없는 출근길을 재촉해야 했다.


--------


회의실은 조용했다.

오로지 빔프로젝터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가득 채워질 정도로.


“지금 보신 글은 제가 지어낸 얘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어느 실직 가장이 쓴 일기죠.”


화면이 바뀌자 그곳엔 실제로 이 글이 실렸던 출처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일기만이 아닙니다.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쓴 일기이기도 합니다.”


성민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실직이 이 남자만의 잘못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이 남자가 잘못한 거라면 보다 튼튼한 기업에 취직하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프리젠터를 조작하자 다시 좀 전에 보았던 대기업의 광고가 나타나고 그 위에 그 남자의 마지막 멘트가 겹쳐졌다.


[이 회사는 절대로 안 망하겠지? 이 광고를 실을 돈이면 우리 집 세 달치 생활비인데. 나도 이런 회사에 취직했었더라면.]


성민은 순간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이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무능한 가장의 신세 한탄? 누가 대기업에 들어가지 말랬나? 능력이 안 되는 자신을 탓해야지...... 설마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진 않겠죠? 그렇다면 지금 얘기해 주십시오. 더 이상은 의미 없는 시간낭비가 될 뿐이니까요. 서로에게 말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아무도 성민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좌중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거린 성민.


“다행이군요. 자, 그럼 이 사람에게 이 광고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정말 이 광고를 보고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성민은 걸음을 옮겨 화면 한 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그 바람에 프로젝터의 빛을 받은 그의 온 몸 위로 좀 전의 대기업 광고가 비춰지고 있었다.


“우린 이 남자와 가족의 아픔에 어떤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까요?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자체가 이들을 더 힘들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자신을 버린 세상이 이제 와서 위로하려 들다니. 그들의 입장에선 병 주고 약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또 다시 화면이 바뀌자 이번엔 ‘상생’과 ‘희망’이라는 두 단어가 그의 온몸을 가득 채웠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세상에서 버림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겁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겁니다. 그것도 진심으로.......”


잠시 말을 멈춘 성민은 조민주 실장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정말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합니다.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는 미사여구 몇 마디가 아니라 진정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상생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강영규 과장과 차수연 대리를 쳐다보았다.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희망만 가지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것도 없죠. 희망을 가지기 위해선 그만한 뒷받침이 있어야만 합니다. 희망은 결코 불사초(不死草)가 아닙니다.”


다시 걸음을 옮긴 성민은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서서히 페이드아웃(Fade-out)되는 화면.

곧이어 노숙인이 되어버린 사장이 신문을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동시에 들려 온 성민의 목소리.


“여러분의 광고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는 없겠죠. 하지만 대중에게 외면당한 광고는 말 그대로 쓰레기이고 공해일 뿐입니다. 비싼 돈을 들인 여러분의 목소리가 쓰레기처럼 취급받아서야 되겠습니까?”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본 성민의 입에선 힘찬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진정으로 여러분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면, 대중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저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서서히 페이드인(Face-in)되는 화면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타났다.


[You are not alone.]


그리고 이어진 성민의 음성.


“당신은 절대로 혼자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이 시대, 바로 우리 가족 중의 하나일 수도 있는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작은 희망가를 소개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시선이 성민에게로 집중되었다.

특히 조민주 실장의 얼굴엔 묘한 감정의 변화가 일렁이기 시작했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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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두 마리 토끼를 잡다. (1) +15 19.01.13 18,029 5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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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are not alone. (1) +19 19.01.11 19,213 532 11쪽
25 회귀자의 세 번째 버킷리스트. +16 19.01.10 20,314 467 12쪽
24 홍길동이 되어 볼까? +23 19.01.09 20,880 501 11쪽
23 뜻밖의 제안. (2) +9 19.01.08 20,716 505 12쪽
22 뜻밖의 제안. (1) +15 19.01.07 21,709 5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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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No time for loser. +12 19.01.05 23,567 5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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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귀자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4) +16 18.12.26 26,290 541 12쪽
7 회귀자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3) +9 18.12.26 26,160 502 11쪽
6 회귀자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2) +3 18.12.26 26,346 507 11쪽
5 회귀자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1) +9 18.12.25 27,526 504 12쪽
4 우울한 졸업식. +14 18.12.25 28,859 510 12쪽
3 1998년 2월 13일. +18 18.12.24 32,762 494 11쪽
2 개가 주인을 보고 짖는다면? (2) +19 18.12.24 35,403 5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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