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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광고천재의 회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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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리알리
작품등록일 :
2018.12.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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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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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You are not alone. (2)

DUMMY

“광고가 힘을 받으려면 분명한 팩트(Fact)가 있어야 합니다. 팩트가 없는 광고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광고가 모든 것을 아름답게 포장해 줄 수 있는 만능 포장지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성민은 잠시 주위를 환기시켰다.


“제 아무리 광고의 목적이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고 그래서 화려한 화장을 입히는 거라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 것도 없는 사실을 허위로 꾸며내선 안 됩니다. 광고가 해 주는 화장술은 진실을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성형수술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내용은 단순한 환기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화려한 카피나 비주얼을 통해 순간적으로 상대를 현혹시킬지는 몰라도 진실은 금방 드러나는 법입니다. 모든 것이 허위와 과장이었다는 것을 들키게 되는 순간 그것은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바로 뱀파이어 광고(Vampire advertising)가 되고 마는 것이죠.”


광고를 너무 잘 만들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로 그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형편없을 때, 오히려 잘 만든 광고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의 뱀파이어 광고. 뱀파이어가 피를 빨아먹어 사람을 죽이듯이 광고가 결국 제품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기업 광고의 경우 이런 오류에 가장 잘 빠지기 쉽습니다. 가시적인 실물이나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기업 광고를 한 번 보시죠. 천편일률적으로 추상적이며 뜬구름 잡기식의 아름다운 카피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겐 그 어떤 감흥도 줄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만을.”


성민은 조민주 실장을 쳐다보았다.


“여러분들이 알리고자 하는 것, 그리고 알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가장 잘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저희의 임무이니까요. 그러기 위해 우린 알아야만 합니다. 대한은행은 무엇을 알리고 싶은 건지. 대한은행이 가장 자랑하고 싶은 팩트(Fact)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곧이어 강영규 과장과 차수연 대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질문을 할 때는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 하나 있다.

절대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상급자에게는 묻지 말 것!

만일 그가 대답을 못하거나 틀린 대답을 할 경우엔 상황이 매우 난감해 진다. 하급자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회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주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성민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민주 실장이 아닌 다른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넋을 놓고 있던 두 사람은 성민의 갑작스런 질문에 몹시 당황해했다. 한편으론 조민주 실장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고.


‘아프게 했으니 약을 줘야지.’


이렇게 생각한 성민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이 오래 가서는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질문의 목적은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이지 절대로 정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질문 시에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주의할 점이다.


“제가 너무 우매한 질문을 드렸군요. 여러분들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죠.”


그제야 한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대한은행 관계자들은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니. 도대체 그게 무엇일까?


“없습니다.”


짤막한 성민의 말에 처음엔 다들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없다고? 뭐가 없다는 거야?


“대한은행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설마 자랑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

그렇다면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었다. 광고주 앞에서 내세울 만한 게 없다며 대놓고 까다니.

역시나 조민주 실장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것 또한 성민이 의도한 시나리오였다. 살짝 상대의 심기를 자극할 만한 발언을 해서 주의를 집중시켜 놓고......


“자랑할 만한 게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랑할 만한 것은 너무도 많습니다. 다만,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될 만한 요소가 없다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것은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메시지 포인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회적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그것은 조민주 실장 이하 대한은행 관계자들 역시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이번 미팅이 있기 바로 전까지도 어떻게 홍보 메시지를 잡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으니까.

홍보 역시 메시지 구성의 기본적인 틀은 광고와 다를 바 없었다.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보라고. 차별화 포인트를!]


조민주 실장은 팀원들을 다그쳤지만 직원들 역시 없는 것을 어떻게 만들란 말인가? 답답한 마음에 직원들을 닦달하기는 했어도 한편으론 본인 스스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터였다.

그것을 조그만 광고회사의 젊디젊은 직원이 대놓고 건드렸으니.

심기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거꾸로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무척 용감한 친구네. 저 밑도 끝도 없는 건방짐과 도도함. 저건 아마도......?’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까칠함과 도도함에 있어선 결코 뒤지지 않을 조민주 실장은 성민에게 자신과 비슷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점점 성민의 그러한 모습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없으면 만들어야죠.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한은행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말입니다.”


지금까지 찾아내지 못한 것을 만들어내겠다니.

무대 위의 마술사는 관객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또 다른 광고를 보시겠습니다.”


곧이어 성민이 가리킨 화면에는 구두 광고가 하나 등장했다.

그 광고에는 어느 구두회사의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비주얼과 카피가 보이고 있었다.


“제일제화. 혹시 이 회사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 회사는 성수동에 있는 조그만 구두 제조업체입니다. 얼마 전까지 오리엔트 제화의 모든 구두를 납품하던 건실한 중소기업이었죠.”


오리엔트 제화는 얼마 전 부도가 난 제법 큰 규모의 유명한 구두 브랜드였다.


“오리엔트 제화에 이십년 넘게 독점적으로 구두를 납품할 정도로 이 회사의 구두는 품질이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믿고 있던 거래처의 부도로 인해 이 회사 역시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프리젠테이션 화면이 바뀌며 제일제화 직원들로 보이는 여러 개의 사진들이 등장했다. 그 사진에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장과 직원들은 당분간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월급만 가져가기로 했고, 그것도 어려워질 경우 무급으로라도 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회사를 살리고 보자는 거죠.”


또 다시 바뀐 화면엔 전 직원들의 얼굴이 담긴 단체 사진이 보이고 있었다.

전 직원이라고 해 봐야 고작 삼십 명 남짓.


“이들 삼십 명은 모두 누군가의 가장입니다. 그들이 받는 월급에 의존해야만 하는 삼십 개의 가정이 그들의 뒤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그들이 무너진다면 삼십 개의 가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죠. 가정이 무너진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영원히 회생 불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이런 위기에 처한 가정이 삼십 개만 있지 않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성민은 다시 구두 광고를 보여주었다.


“그들을 위해 광고를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광고는 그들에게 자금적인 지원이나 기술적인 조언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것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줄 수가 있죠. 그것은 바로 세상에 그들을 알려주는 겁니다.”


실제로 그 광고는 너리알리에서 무상으로 제작한 제일제화의 광고였다.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이 얼마나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겁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그들을 찾게 만들어 줌으로써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성공 DNA를 이식해 줄 수 있는 것이죠. 그것은 돈, 기술과 함께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전자이니까요.”


대한은행 관계자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이 광고를 실을 만한 매체비가 없기 때문입니다. 총만 만들었지 총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잠시 틈을 준 후 성민은 화면을 가리켰다.


“이 화면을 한 번 주목해 주시죠.”


화면에는 좀 전의 구두회사 광고가 지하철에 걸려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광고의 한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본 광고는 대한은행의 우수 중소기업 홍보 지원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광고입니다.]


잠시 후 화면 밑으로 이런 신문 기사의 문구가 겹쳐지고 있었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렇게 쓰인 헤드라인 밑에는 다음과 같은 부제목들이 붙어 있었다.


[대한은행 중소기업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 시행.]

[유망한 중소기업 홍보 지원에 발 벗고 나선 대한은행. 사회적인 호평 이어져.]


“대한은행에 중소기업지원 프로그램 ‘You are not alone.’을 제안합니다. 이 캠페인은 대한은행이 우수 중소기업들을 선정해서 그들의 광고와 홍보를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광고와 홍보를 활성화 시켜줄 수 있는 대한은행 만의 차별적인 팩트(Fact)이죠. 지금까지 그 어떤 은행도 하지 못했던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 향후 대한은행이 원하는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팩트 말입니다.”


성민은 대한은행 관계자들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떠들어 본들 과연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때로는 자신을 감추고 낮추는 것이 최고의 광고, 최고의 홍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성민은 대한은행이 생각하는 우호적인 여론 확보 계획의 빈틈을 먼저 파악했다.

그래서 파악해 낸 것이 메시지 요소의 부재.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진정성이 담긴 활동이 먼저 선행되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중소기업 광고홍보 지원 프로그램인 ‘You are not alone’.

이 프로그램은 연중 상설 캠페인으로서 매월 유망 중소기업들을 선정한 후 그들의 광고홍보 활동을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망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더불어 대한은행의 우호적인 여론을 위한 주요 홍보 도구로 활용하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사실 성민이 이러한 캠페인을 생각해 낸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물론 대한은행의 홍보 활동이 가장 큰 목적이었지만 또 하나는 바로 너리알리의 캐시카우(Cash Cow)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대한은행의 프로젝트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IMF는 생각보다 일찍 지나갈 것이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매월 들어오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야만 한다.’


성민은 진필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설득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 홍길동이 되어 볼래요?]


그가 생각하는 홍길동이 되자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어떻게 대한은행의 광고와 너리알리의 안정적인 수익 사업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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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귀자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1) +10 18.12.25 28,853 529 12쪽
4 우울한 졸업식. +14 18.12.25 30,222 533 12쪽
3 1998년 2월 13일. +20 18.12.24 34,265 5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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