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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벽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연재 주기
일로정진
작품등록일 :
2018.12.26 15:47
최근연재일 :
2019.03.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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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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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3쪽

제 38장 마영성의 배려

DUMMY

“아무튼, 와주어서 고맙소.”

옥화향 마을, 묵설이 지은 사합원 안뜰에 약을 달이고, 밥을 하고, 아궁이에 부채질을 하며 쪼그려 앉은 묵설과, 그의 옆에 같이 쪼그려 앉은 마영성, 은령이 아궁이 불에 장작을 넣고 있었다. 묵설은 기와를 굽기도 하고 약탕에 약을 달이기도 하며 다시 돌아온 마영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온다고 하였으니 응당 와야죠.”

마영성이 부지깽이로 아궁이 안에서 타오르는 나무들을 이리저리 저었다. 그러자 불이 더욱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은령아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조금만 물러나렴.”

마영성이 자신의 옆에 쪼그리고 앉은 은령을 자신의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부지깽이로 활활 타오르는 장작들을 밀어 사람머리통 만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숯을 깔았다. 이후 도착해서 만들어 놓은 닭과 야채를 담은 토기를 아궁이에 넣었다. 커다란 토기그릇 두 개로 닭과 야채를 감싸 불이 직접 닿는 것을 막았다. 숯이 제대로 탈수 있게 마영성이 부지깽이로 저어주면 옆에서 묵설이 같이 쪼그리고 앉아서 부채를 열심히 부쳤다. 약 일다경쯤 지나자 고기가 익는 냄새가 향긋하게 올라왔다. 부채를 부치는 묵설도, 마영성도, 은령도 하나같이 군침을 꿀떡꿀떡 삼켜댔다.

“이것참...잠시만 기다리시오.”

갑자기 부엌으로 뛰어간 묵설이 다섯 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는 원탁과 의자들을 꺼내왔다. 그리고는 그 위에 미리 만들어 두었던 찬들을 올렸다. 마영성이 장사에 들러 사온 만두와 술을 꺼냈다. 묵설이 밥이 다 되자 각자의 그릇에 밥을 떴다. 때마침 대문을 통해 약방의 노인이 들어섰다.

“어허험...고것참, 맛난 냄새가 대문 밖까지 진동을 하니 뱃속의 벌레들이 밥 달라고 아우성이야. 대체 뭘 만들었길래 이런 향긋한 냄새가 나는가?”

노인이 자기가 들고 온 잉어찜을 원탁위에 올리고는 아궁이 앞으로 걸어와 쪼그려 앉았다. 세 명의 어른과 한명의 아이가 전부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마영성이 만들어놓은 닭요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는 물론 나이순이겠지?”

닭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사실은 두마리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약선노가 욕심을 부린것이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김에 요리의 냄새가 섞여 네 사람의 콧속으로 들어갔다. 마영성이 들고 있던 소도와 젓가락을 절묘하게 이용해 닭다리 네 개를 뜯은 다음 사람들의 밥그릇위에 놓아주었다. 그러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닭다리를 한입씩 베어 물었다.

처음 닭다리를 베어물자 여러 야채와 섞인 향신료 그리고 숯의 향이 은은하게 입안을 감돌았다. 따뜻한 닭다리 살에 적당히 스며들어간 향신료로 인해 그 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입안에 들어간 닭을 한번 씹자 고기에 스며있던 육즙이 화악 터져 나와 네 사람의 입안에 환상의 맛으로 퍼져나갔다.

냄새로 맡았을 때 상상했던 맛의 최소한 다섯 곱절은 맛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베어문 고기를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이미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렸다. 사람들이 다시 한입을 베어 물려고 할 때 마영성이 토기그릇 아래쪽에 깔린 야채들을 은령의 닭다리 위에 올리고 우러난 육수를 숟가락을 이용해 다시 그 위에 살짝 부어 주었다. 약방노인 약선과 암왕 묵설이 그 모습에 입으로 가져가던 닭다리를 다시 밥위로 올리고 똑같이 따라 올렸다. 그렇게 양념이 베인 야채와 우러난 육수를 머금은 닭다리를 한입씩 베어물자, 마영성을 제외한 모두의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자신들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원래 음식을 먹을 때 절대로 짭짭짭 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던 묵설이 자신도 모르게 찹찹 거리는 소리를 내며 닭고기 요리를 먹었다. 마영성이 이번에는 숟가락에 우러난 육수를 반쯤 채우고 그 위에 밥, 야채, 닭고기 순으로 올린다음 은령의 입으로 넣어주었다. 은령의 조막만한 입에 무리다 싶을 정도로 수북이 쌓였던 음식이 한입에 모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약선 노인과 묵설이 빠르게 그것을 따라 해 보았다. 따뜻하게 퍼지는 입안의 식감과 양념의 맛, 입안에서 콧속으로 빠져나가는 향신료의 조화가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씹을라고 하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요리에 어느 순간 닭다리가 깨끗하게 뼈만 남게 되었다. 마영성이 토기 안에 있는 닭들을 여러 등분으로 나누고 자신의 자리에 앉는 순간 갑자기 세 개의 젓가락이 빠르게 다가와 닭과 야채들을 이리저리 자신의 밥그릇으로 퍼 담기 시작했다.

주변에 놓인 잉어찜과 만두는 서서히 식어 가는 데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토기 안에 있던 닭들이 뼈만 앙상하게 남고 야채와 육수가 모두 동이나 바닥이 보일 때쯤 각자의 앞에 놓인 밥그릇 또한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두드리며 앉은 넷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했다.

“허허...마숙수 이 요리의 이름이 대체 무엇이오?”

“봉황진미탕 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제가 자주 멍하니 명상에 빠지거나 잡생각을 하는데, 그 때 떠올린 요리법입니다. 어머니의 양계진미탕에 나의 생각을 가미해 만든 요리이지요. 무관에서 아이들의 생일 때나 한 번씩 하는 요리입니다.”

“이 늙은이가 황궁에서 몇 년간 녹을 먹으며 온갖 진미를 섭렵해 보았으나...이렇게 후두부를 후려치는 맛은 살면서 처음이네.”

“나 묵설 또한 천하가 좁다하고 돌아다녔던 사람으로 여러 지역의 수많은 음식을 맛보았다고 자부하나, 이렇게 특이하면서 특별하고 특상의 맛을 내는 음식은 살면서 처음이오. 대체 비법이 무엇이오?”

“후후후후”

비법을 물어보는 말에 음흉해 보이는 웃음만 흘리는 마영성이 토기그릇과 빈 그릇을 챙기며 일어났다.

마영성이 그런 모습을 보이자 더욱 안달이 난 묵설과 약선 노인이 재차 비법을 물었다.

“후후후후”

“아니 이 사람이 대체 알려달라는 비법은 알려주지 않고 계속 웃고만 있는가?”

“마숙수 부탁이오. 은령이 에게 매일 해주려고 그러는 것이니 나에게만 조용히...”

“은령을 팔지 마십시오. 묵형. 입가로 흐르는 침이 동정호를 채울 기세요.”

그 말을 남긴 마영성이 은령을 목마 태우고는 입을 열었다.

“은령아 절대 아빠나 저기 할아버지가 해주는 봉황진미탕은 먹지 마렴. 절대로 맛이 없을 거야. 아저씨가 해주는 봉황진미탕이 본가란다.”

최소한 요리로 은령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었던 마영성이 자신의 요리 비법을 아무에게도 전수하지 않았다.

“나중에 은령이가 요리할 정도가 되면 아저씨가 몰래 은령이만 가르쳐 줄게. 후후후후”

은령을 태우고 화분과 안뜰에 나있는 잡초의 이름을 말하고 각 풀뿌리마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떤 것은 먹어도 되는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묵설은 빈 그릇을 깨끗하게 씻고 아내를 돌보기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약선 노인은 차를 한잔 마시고 심신을 편안하게 만든 다음 마영성에게 다가와 이제 묵설의 아내 소소를 치료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마영성과 은령도 안으로 들어갔다. 묵설과 은령은 소소가 누워있는 침상을 바라보며 거리를 두고 앉았다.

“이제부터 소소를 치료하려 하네. 아마 꽤나 많은 양의 피가 코로 빠져나올 것이니 자네는 놀라지 말고 은령이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게, 혹시라도 내가놓은 침들 중 단 하나라도 건드리는 날에는 목숨을 보장할 수가 없어지네. 알았는가?”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노인이 누워있는 소소를 앉히고 그녀에게 말했다.

“소소는 아무걱정하지 말아라,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모든 치료가 끝나있을 것이다. 이제 은령이와 행복하게 지낼 미래만 생각하고 잠이 들면 된다.”

은령의 어머니인 소소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비된 한쪽 얼굴 때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 도사는 이쪽으로 와서 앉게.”

노인이 미리 소소의 침상 옆에 준비해둔 의자에 앉으라고 말했다.

“저는 도사가 아닙니다.”

“내가 볼 때는 자네가 무당의 말코들 보다는 훨씬 도사 같으니 잔말 말고 이쪽으로 와서 앉게 마 도사! 도사가 싫으면 선사로 해줄까? 마 선사?”

“그냥...이름을....”

“쓸데없는 일로 힘 빼지 말고 얼른 앉어.”

이야기는 자기가 시작해놓고 마영성 더러 힘 뺀다고 나무라는 약선 노인이다.

“본노가 머리 쪽에 수많은 침을 놓을 것이네. 그리고 내가 오행침을 놓기 전 자네에게 기운을 흘려 달라고 할 것이야. 본노의 오행침은 자연을 담은 무림십대 기보이네. 그렇기에 자연과 가장 가까운 불가나 도가의 인물들이 필요한 것이지. 또한 그 정순함이 극에 달해야 소소 이 아이의 머릿속 혈맥을 고칠 수 있다네. 내공의 양은 크게 문제가 안 돼. 얼마나 더 자연의 순수하고 정순한 기운을 소소의 머리에 흘려보내주는가가 관건이네. 자네의 기운에 따라 나의 오행침이 쇠, 흙, 물, 나무, 불의 기운을 불순물 없이 순수한 오행의 기운으로 만들 수 있다네. 이 아이의 병이 도사리는 부위에 물의 기운을, 그리고 다른 네 개의 침을 골고루 머리에 놓고 그곳에서 나오는 기운들을 이용해 죽은피를 녹여서 코를 통해 흘려보내고, 다음으로 죽은 혈맥을 오행침의 목, 토, 수의 기운을 이용해 조금씩 살려볼 것이네. 그리고 혈맥이 조금이라도 살아난다면 자네가 가진 자연과 흡사한 기운을 혈맥으로 흘려보내주게.”

마영성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약선 노인이 소소의 수혈에 침을 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머리 쪽에 빼곡히 일반적인 침들을 놓았다. 침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침을 놓을 자리가 비좁아 약선노 마저도 조심조심 침을 놓게 되었다.

“이제 슬슬 준비하게 마도사!”

이번에도 마영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오행침을 꺼낸 약선노가 첫 번째 금의 기운을 가진 것을 인중에 꽂았다. 다음으로 화의기운을 가진 침을 신정혈에 꽂고 토의 기운을 가진 침을 뇌호혈, 목의 기운을 가진침을 승장혈, 마지막으로 병의 원인이 되는 근처의 혈 자리인 백회에 수의 기운을 가진 오행침을 꽂았다.

“마 도사는 턱에 꽂은 승장혈의 오행침을 따라 인중, 이마의 신정혈, 백회혈, 뇌호혈을 순으로 기운을 반복해서 움직여주시게. 갔다가 왔다가 왕복이네 알겠는가?”

“명심하겠습니다.”

마영성이 단전의 기운을 조금씩 꺼내 조심스럽게 소소의 혈맥을 통해 기운을 흘렸다. 실제로 임독 양맥에 해당 하는 곳으로 혈맥을 통해 기운을 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독 양맥이 타통되지 않은 소소와 같은 경우 그래서 더욱 치료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러하다 보니 소림의 대환단이나 소환단, 무당의 태청단, 화산의 자소단같은 영약으로 혈맥을 보호하고 온몸에 자연의 기운을 불어넣어 활력을 돋게 하며, 임독양맥을 한 번에 타통할 수 있는 영약이 필요했던 것이다. 묵설의 경우 대단한 무위를 지닌 것은 사실이나 암살에 특화된 그의 내공특성상 소소의 경우처럼 위험한 치료에는 독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약선노가 임맥의 승장혈과 독맥의 인중, 신정, 백회, 뇌호혈에 각각 오행침을 놓아 임맥과 독맥으로 내공이 아주 미세하게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만약 약선노의 침술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기운이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소소는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받고 말 것이었다.

마영성의 기운이 승장혈에 다다랐다 본래는 대주천의 방향을 돌아 오르게 한다면 승장혈이 아닌 등과 목 쪽을 통해 뇌호혈로 올라가는 것이 내공운기법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약선노는 역혈의 대법이라도 펼치는 것처럼 임맥을 통해 독맥으로 기운을 흘리게 만들었다. 서서히 흘러들어간 마영성의 기운이 승장혈에 다다랐다. 목의 기운을 머금은 승장혈의 오행침과 만난 기운이 나무의 기운을 머금고 다음 인중으로 나아갔다. 인중에 도착한 그의 기운이 다시 쇠의 기운을 만났다. 마영성의 기운을 중심으로 두 개의 기운이 똬리를 틀고 다음 신정의 불기운, 백회의 물의 기운, 노호의 땅의 기운을 만났다. 그렇게 다섯 차례 천천히 왔다 갔다 하자 노인의 말대로 백회에 꽂힌 물의 오행침이 더욱 왕성하게 활동을 하며 소소의 머릿속에 굳어버린 피를 녹여내 코로 흘려보냈다. 갑자기 소소의 코에서 시커먼 액체가 흘러나오며 비릿한 악취를 풍겼다. 어떻게 저런 악취를 풍기는 죽은피가 몇 년을 걸쳐 머릿속에 있는데도 아직 그녀가 살아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뭉쳐서 굳었던 죽은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리며 소소의 목과 앞섶에 묶어두었던 수건에 계속해서 스며들어갔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양의 피가 그녀의 머릿속에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뇌를 압박하던 굳은 피가 흘러나오자 그녀의 마비되었던 한쪽 몸들이 경직된 정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소소의 손가락이나 팔등의 관절을 접고 펴보던 노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휴....일단 첫 번째 단계의 치료는 무사히 통과가 되었네. 이정도만 해도 큰 동작들은 무리지만 이전처럼 조금씩 바깥으로 나가 볕을 쬘 정도는 된다네.”

노인이 한 옆에서 치료를 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묵설과 은령을 보며 이야기했다. 묵설은 노인의 말에 감격하여, 소소가 아프고 난 이후 잘 보이지 않던 미소를 보였다.

약선노가 머리에 무수히 꽂힌 침들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일반 침을 떼어내고 혈맥이 굳어 죽어가는 곳에 중점적으로 침을 남겨두었다. 침들을 꺼내 자신이 가져온 목함 뚜껑에 올린 노인이, 손에 땀이 났던지 헝겊으로 손을 닦으며 마영성에게 다음 지시를 내렸다.

“이제 어려운 부분은 끝이 났다네. 다만 열시진에 걸쳐 끝없이 내공을 밀어 넣어줘야 한다네. 자네는 용변도 보지 못하고 밥도 못 먹는데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는 고수가 확실하지?”

“그..정도나 오래 기운을 흘려야 합니까?"

“엄살은 자네들 무림고수들이 한 번씩 큰 깨달음을 얻어 좌선을 한 채 운기를 며칠 동안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네. 엄살은 그만 부리고 이제 치료를 시작하세.”

마영성이 단전의 기운을 아주 조금씩 퍼 올려 소소의 혈맥을 통해 정수리 부근으로 기운을 흘려보냈다. 마영성의 정순한 기운과 오행침의 기운이 만나 자연의 오행기운이 형성되어 소소의 죽어서 굳어버린 혈맥으로 스며들어갔다. 옆에서 약선노가 자신이 어질러 놓은 수많은 침들을 닦고 정리했다. 그러다가 약 일다경에 한 번씩 소소의 관절이나 혈도, 얼굴의 근육 등을 꾸욱 눌러보거나 잡아당기면서 마비된 몸이 어느 정도 풀려 가는지 확인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노인이 일다경에 한 번씩 소소의 증세를 확인했다.

점심을 먹고 시작한 치료가 여섯 시진이 흘러 새벽이 되었다. 약선노가 말한 열시진에서 아직 네 시진이 모자란 시간이었다. 앉아서 의서나 약초서적들을 보다가 증상을 확인하던 약선노가 결국 병든 닭처럼 꾸벅 꾸벅 거리다가 의자 뒤로 목을 심하게 꺾고 잠이 들어버렸다. 어찌나 깊이 잘 자는지 자신의 천둥 같은 코고는 소리에도 절대로 깨지 않다가 치료 시작 후 여섯 시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 눈을 부스스 뜨고 일어난 것이다.

“으으윽 목이 꺾인 채로 오래 잤더니 목을 들어올리기가 너무 힘들어.....”

노인이 오른팔로 자신의 앞머리를 잡아당겨 의자 뒤로 꺾여서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머리를 제 위치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목과 어깨가 뻐근한지 팔을 돌리고 목 주변 근육을 주물렀다.

“아니 저것들은 같이 잠이 들었네. 고생은 우리가 하는데 잠은 엉뚱한데서 다 자는구만.”

노인의 말에 눈을 부스스하게 뜬 묵설이 미안한 눈초리를 했다. 은령을 침대에 눕힌 묵설이 조용히 다가와 약선노의 목과 어깨등을 열심히 주물러 댔다.

“음..역시 은령아범이야. 잠이 많은 것은 흠이지만 눈치가 없진 않으니. 내 다음에 술이나 몇 잔 얻어먹고 말겠네. 맛난 걸로 준비하게.”

“이를 말입니까. 어르신 술도 그냥 술이 아니라. 어르신을 악양루로 모셔서 가장 잘나가는 술을 몇 동이나 사드릴 생각입니다.”

“얼씨구 누가 보면 갑부인줄 알겠네.”

“악양루에 앉아 동정호를 바라보며 백화나 여아홍을 마시는 상상을 해보십시오. 어르신.”

등뒤에서 어깨를 주물 던 묵설이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자 노인의 입안에 묽은 침이 연신 고이며 계속 목울대를 아래위로 움직였다.

“악양루의 백화주와 여아홍이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이지..꿀꺽”

그렇게 새벽의 조용한 집안에 촛불 두어 개를 켜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약선노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소의 상태를 살폈다. 진맥을 하고 그녀의 상태를 보던 노인이 갑자기 눈이 커지고 놀란 얼굴을 했다.

“이, 이게....대체.....”

노인의 놀람에 더욱 크게 놀란 묵설이 벌떡 일어나 침상의 옆에 섰다.

“왜 그러십니까. 어르신 일이 잘못되었습니까?”

“허..허허....허....”

약선노가 말을 못하고 마영성을 뚫어지게 쳐다 보고있었다.

“자넨....”

“...어르신....제발 소소가 괜찮다고 말씀해주십시오...”

노인은 마영성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입을 웅얼거렸다. 옆에서 묵설은 치료가 잘못된 것인가 싶어 노심초사했다.

“이보게 마 도사. 그만! 그만 되었네. 치료를 그만하게...”

노인의 말에 마영성이 흘려 넣던 기운을 갈무리하고 눈을 떴다. 그리고 침상 옆에서 서있는 둘을 쳐다봤다. 노인은 놀란 얼굴로 마영성을 뚫어지게 보며 중얼중얼 거렸고, 옆에서 묵설이 약선노를 보며 소소가 어떤지 묻고 있었다.

“자넨....대체..누군가....”

“네?”

“자넨 대체 누구냔 말일세. 허허....허”

“왜 그러시는 지요?”

마영성이 노인을 보며 일의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약선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냐고? 서른다섯의 병에 걸린 여인의 막혔던 혈맥들을 죄다 뚫어 놓고는 왜냐고? 허허허...이런 기사가 있나.....”

약선노의 말에 놀란 묵설이 옆에서 노인에게 재우쳐 물었다.

“혈맥을 뚫어 놨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옆에서 묵설이 질문을 하건 말건 약선노는 마영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자네...대체...임독 양맥은 무슨 수로 죄다 타통을 시켜 놓은 것인가... 나는 분명히 임맥 하나와 독맥 네 개에 오행침을 꽂았을 뿐이네....”

약선노의 말에 묵설이 자신의 아내 소소를 자세히 살폈다. 그러고 보니 땀구멍으로 흘러내린 곳곳에 시커먼 불순물을 머금은 땀들이 여기저기 말라있거나 옷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것은...”

깜짝 놀란 묵설이 자신의 아내를 보고 감격에 겨워했다. 여기저기 더럽고 냄새나고 코에는 죽은피딱지가 말라있었지만, 얼굴의 표정이 편안하고 슬며시 미소 띤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자신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약선노가 다시 한 번 마영성에게 묻고, 묵설도 약선노와 마찬가지로 궁금하다는 듯 마영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약선노의 채근에 결국 마영성이 입을 열었다.

“일단 어르신의 말처럼 머릿속에 죽어있던 혈맥을 모두 살린 것은 채 네시진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후 혈맥을 치료하고 남은 내공을 움직여 다른 곳으로 보내보았지요. 그렇게 했더니 세맥으로 흩어진 기운들이 막혔던 혈맥을 조금씩 뚫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기운을 모아 임맥과 독맥을 차례로 타통한 것뿐입니다. 별달리 대단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 아닙니다.”

“허허...말은 쉽지만...그게 어디 쉽게 되는 것인가...마 도사 자네도 별다른 방법이 아닌 게 아님을 알지 않나...자네와 같은 방식이면 세상에 고수를 틀에 찍어내듯 만들겠구만...”

소소의 치료가 난데없이 벌모세수가 되어버렸다. 어디 벌모세수가 쉬운 것인가. 으레 벌모세수를 하려면 어릴 때부터 영약을 이용하던가 아니면 자신의 내공을 잃어가며 해주는 것이기에 보통 직계자손에게나 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영약을 살만큼 상당한 재력이 있다거나 아니면 벌모세수가 가능할 만큼 대단한 고수가 있는 가문들이나 하는 것이다.

“자네 대체 아무런 영약도 없이 저렇게 많은 양의 내공을 어떻게 흘린 것인가?”

“제 주변에 떠다니는 자연의 기운을 이용 한 것이지요. 제갈 세가의 부적술을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물론 무공 또한 자연의 기운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경지에 올랐기에 지금처럼 별다른 무리 없이 기운을 흘린 것입니다. 이것을 깨우친 것도 이틀이 채 안되었습니다. 얼마 전 의제의 단전을 고치고 난후 계속해서 명상을 하며 생각한 것이지요.”

“...만약 자네처럼 명상 며칠하고 이렇게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 무공을 익힌다면, 세상에 천하칠주같은 사람들이 넘쳐 날것이네.”

마영성을 보며 약선노가 기가 찬다는 표정을 했다.

“고맙소. 마 진인!”

옆에서 듣고 있던 묵설이 감사한 마음에 마영성의 두 손을 꽉 쥐고 진인이라 말했다. 자신의 아내가 앓고 있는 불치병을 고쳐 달라고만 했는데 갑자기 벌모세수까지 해놓자 어안이 벙벙한 와중에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허허...도사, 도인, 진인, 신인, 성인 아닐세. 아니야...묵설..틀렸네. 본 노가 볼 때는 그냥 노군이라 불러야함세.”

“어르신..아무리 그래도 노군은 조금 심하지 않습니까?”

“예끼 이 사람아 벌모세수가 장난이야? 임독양맥 타통이 하루아침에 돼? 왜 남들은 태어나자마자 영약을 처먹이고 내공을 잃어가면서 구세 이전의 아이를 벌모세수로 임독양맥을 타통하겠나. 저 친구 정도면 노군 이야 노군. 태상노군의 환생.”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오고갔지만 기분 좋은 결과에 다들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소소의 머리에 꽂아 놓은 침들을 모두 빼내고 침상에 눕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세시진이 지난 병시(丙時)초. 오전의 햇살이 쌀쌀해진 가을밤의 기온을 따스하게 끌어올렸다.

약선노와 마영성은 남는 방에 잠을 자는 중이었다. 노인은 침상에 올라 있었고, 마영성은 바닥에 가죽 여러 장을 깔아놓고 수면에 빠져있었다. 묵설은 잠든 아내의 코 주변의 죽은피와 시커멓게 얼룩진 불순물이 가득한 땀들을 닦아 내고 있었다. 양동이에 가득한 물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조심조심 얼굴을 닦고 있을 때 소소의 눈이 천천히 올라갔다.

“여보”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앉은 자신의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수염이 거칠게 나있고 손에는 때가 타있는 물수건을 쥐고 있다.

“소소. 일어났소? 몸은 좀 어떻소?”

“너무 상쾌해요. 날아가 버릴까 겁이 날 정도로.”

“하하 다행이오.”

“령이는 어디 있나요?”

“잠시만 기다리시오.”

묵설이 빠르게 옆방으로 들어가 은령을 데려왔다. 아직 잠에서 들깬 상태인지 눈을 비비며 나타난 은령이 깨어난 소소를 보며 ‘엄마’ 하고는 품안에 안겼다.

“엄마..냄새...목욕 좀 해...”

은령이 엄마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에 코를 막았다.

“소소, 목욕통에 따뜻한 물을 끓여 놓았소. 얼른 목욕부터 하러갑시다.”

“같이 가시려고요?”

“내가 도와주겠소. 그리고 오랜만에 같이 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오늘은 그냥 혼자 씻는 게 낫겠어요.”

묵설의 아내 소소가 악취가 더 이상 맡기 싫은지 얼른 씻으러 들어가 버렸다.


한 시진 뒤 안뜰에 가을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다섯 명의 사람들이 아궁이 옆에서 식사를 하기 직전이었다. 이번에도 봉황진미탕이 올라왔는데, 하나의 토기에는 오리 한 마리로 만든 진미탕이 있고 다른 하나의 토기에는 닭 두 마리로 만든 봉황진미탕이 식탁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묵설과 약선노, 마영성, 은령이 빠르게 진미탕을 자신의 그릇으로 퍼 담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소소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여보..은령아..두 사람은 밥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었던 것 같은데?”

일단 그렇게 말한 소소의 그릇에도 묵설이 마영성표 봉황진미탕의 고기와 육수를 퍼 담아 주었다. 식사시작! 이라는 말 과동시에 네 사람이 고기를 미친 듯이 뜯고 뼈를 순식간에 발라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소가 인상을 쓰고 속으로‘ 식사예절을 다시 가르쳐야 되겠다.’ 라고 마음먹고 마영성표 봉황진미탕 닭다리의 살점을 조금 찢어 입에 넣었다. 평소 밥보다 죽을 많이 먹던 그녀의 눈이 부릅떠지고, 머릿속으로 폭죽이 퍼버벙 하고 터져나갔다. 향긋한 야채 향과 향신료 향, 숯 나무 향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입안을 유영하는 고기와 야채들에 적당한 양념이 배여 있어 입을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환상의 맛을 내 주었다.

“맛있어~~!!!!”

죽을 많이 먹었던 관계로 위에 부담이 적을 정도만 먹으려했던 그녀의 젓가락이 갑자기 신들린 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젓가락을 이용해 고기를 뜯던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니, 모두 젓가락을 놓고 손으로 고기를 쥐어뜯고 있었다. 이 대로면 자신은 닭다리 하나로 끝나겠다는 생각에 젓가락을 놓고 같이 고기를 잡아 뜯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들의 모습에 괴기스러움을 느끼고 뒷걸음질 쳐 도망갈지도 모를 전경이 펼쳐졌다. 대화를 나누며 오붓한 식사시간을 기대했던 소소의 쾌차 후 첫 끼 식사가 전쟁통처럼 이어졌다. 일절 대화는 생략하고 서로 젓가락을 놀리고, 고기를 뜯기 바빴다. 입안이 가득한데도 다시 고기를 뜯으려는 사람들의 볼이 빵빵하고, 눈에서 흐르는 탐욕이 중앙에 놓인 토기그릇으로 줄기줄기 흘렀다. 깨끗하게 비워진 오리그릇과 닭 그릇 주변으로 양념이 점점이 떨어져 말라가고 있었다.

“세상에...남편이 득도한 도사라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요리의 신이었군요. 대숙수!”

자신을 표현하는 거창한 말들에 민망한 마영성 입을 열어 대꾸했다.

“아이고 형수님 저는 도사도, 대숙수도 아닙니다. 그냥 동생이라고 친근하게 불러 주십시오.”

마영성이 앓는 소리를 하자 배를 불린 사람들이 웃음을 뗬다.


식사가 끝이 나고 약선노는 약방으로 돌아갔다. 묵설이 마영성을 보며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마영성이 비무를 부탁하고 두 사람이 마을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산속에 가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마 진인. 알다시피 나는 암살자요. 나의 검은 소리가 없고 눈으로 보기가 힘드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암살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이라고 정면 대결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도 버리셔야하오. 나는 암왕. 천하칠주에 오른 사람이오. 내가 정면으로 죽일 수 없는 사람은 바로 같은 천하 칠주에 오른 사람들뿐이오. 부디 조심하시오.”

“알겠습니다.”

마주선 두 사람이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마영성의 경우 찌르기와 베기를 같이 하는 미세하게 휘어지고 끝으로 갈수록 검신의 폭이 좁아지는 도를 꺼내들었다. 암왕은 자신이 사냥 때 사용하던 단검을 꺼내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바닥을 차고 도와 검을 움직였다. 따다당 하는 소리가 들리며 순식간에 열댓 번의 공격이 오고갔다. 암왕이 빠르고 은밀한 검을 찔러오는 데 딱히 검초가 있지는 않았다. 흐릿하게 흐르는 귀신같은 보법과 연계하여 일검 필살의 수법으로 검을 찌르고 회수하며 다시 상대의 공격에서 벗어나기를 반복했다. 마영성도 암왕의 빠른 검술을 상대하며 쾌의 보법과 쾌의 도법으로 암왕을 상대했다. 처음시작은 아무런 기운도 없는 쇠붙이 칼을 들고 달려들었으나 어느 순간 칼날을 흘러내리는 강기를 머금고 서로의 무위를 가늠했다.

암왕은 아무리 자신이 암살에 특화된 무공을 익혔고, 팔년을 넘게 일선에서 물러나 쉬었다고는 하나 자신이 팔성으로 펼치는 공격을 별 무리 없이 받아치는 마영성의 무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암왕의 검에 흐르는 검은색 강기는 내려쬐는 햇빛마저도 집어 삼킬 만큼 어두워보였다. 반면에 마영성의 우윳빛 강기는 그 햇빛을 더욱 밝게 비추는 밝은 느낌을 주었다.

두 사람의 신형이 빠르게 사방팔방을 밟고 뛰었다. 그러자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나무가 잘려나가고 바닥에 날카로운 선들이 생겨났다. 묵설의 검은 어떻게 된 것인지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에도 파공음 하나 없고, 시커먼 강기를 두르고 있음에도 공격해 들어올 때는 흐릿하게 변하였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도와 검에서 오백초식에 달하는 공격이 오고 갔다. 약 한시진을 그렇게 겨루고 두사람이 서로 물러났다. 마영성도, 암왕도 후 초식의 절기를 펼치지는 않았다. 어차피 비무였기에 서로를 상하게 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선에서 서로의 실력을 판단할 정도로 대결이 이루어 진 것이다.

“후우, 후우~”

암왕이 이슬을 맞은 듯 땀방울을 얼굴에 붙이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영성을 보니 차분하게 들고 있는 도를 도집에 넣는 것이 보였다.

“마진인 그대는 진정 천하칠주에 비견할 정도의 실력을 가졌소.”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셔야하오. 나를 기준으로 다른 천하 칠주들의 실력을 낮게 잡으면 안 되오. 암살에 특화된 나의 검술을 한번 격어 보았다고, 혜원선사나 원명진인, 남궁성과 같은 인물들을 판단해서는 안 되오.”

“그들의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예전 권존 마양묵의 일수를 단한번 받아 본적이 있소. 붕천호림에 암살을 들어갔다가 도주로에 우연히 나타난 마양묵이 나를 발견하고 권을 내지른 적이 있소. 가볍게 쳐오는 그의 권공을 극성의 보법으로 겨우 피해내고 도망을 쳤었소. 마양묵의 권공이 작렬한 바닥을 보니 지진이 난 듯 커다란 구덩이가 패였었소.”

“그렇게나 대단했습니까?”

“대단했소. 그는 나에게 있어 전대의 고수이기도 했기에, 세월의 힘이 보태어 졌다고도 생각했소. 하지만 내가 만약 팔십이나 구십이 되어서 그와 같은 무위를 펼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니 그것은 또 어려워 보이더이다. 물론 삼존을 그대와 비견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나, 그들보다 반배분 아래인 소림승왕, 창궁검왕, 태극검왕 또한 그보다 크게 아래가 아닐 것이라 생각되오. 암살자로 암왕에 오른 말석의 천하칠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무공을 지녔다는 말이오.”

“만약 제가 권존 마양묵과 생사를 놓고 겨루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조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하는 마영성의 질문에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음...마양묵이라...내 생각에 오십 초식 안에 권존이 승리할 것 같소. 그날 나를 보며 가볍게 지른 권공이 마치 파리를 쫓아내듯 휘두른 일수 였다면 믿겠소?”

그말을 들은 마영성이 으음 하고 심음을 삼켰다.

“마진인 그런 표정은 너무 어울리지 않소. 그대는 이제 스물넷이오. 권존은 구십이 넘은 노 괴물이란 말이지. 천하의 몇 안 되는 기재로 태어나 붕천호림의 수많은 영약을 먹고, 또한 수많은 절세의 절기가 넘쳐나는 곳에서 무공을 익힌 그보다, 당장 이십대에 천하 칠주와 비견될만한 실력을 촌동네 무관에서 쌓은 그대가 훨씬 대단해보이오. 기연이라도 좋고 좋은 무공과 좋은 스승을 만났다고 해도 좋소. 하지만 붕천호림과같이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로 무공실력을 늘린 것은 아닐 것 아니오.”

그의 위로에도 마영성의 어두운표정이 풀리지 않자 암왕이 이상하게 생각해 다시 물어왔다.

“마진인 저번에 말했던 흑련이라는 마교 때문에 그러는 것이오?”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던 마영성이 결국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걱정이오. 정파무림과 천하칠주의 고수들이 있고 눈앞에 마진인 같은 신진고수가 있는데 말이오.”

“정파무림은 흑련에 의해 와해직전이고, 천하칠주 중 창궁검왕 남궁성 대협을 제외하고 정파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죽거나 행방불명되었다고 합니다. 암왕이신 묵형은 정사어디에도 적을 두고 있지도 않고, 은거중이시라 감히 도와달라고 부탁드리기가 힘듭니다.”

잠시 숨을 돌린 마영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흑련에 천하칠주와 버금간다는 암천칠군 일곱 명의 절대 고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천마성과 붕천호림이 흑련교와 손을 잡아 마존과 권존의 두 절대고수도 그들과 같은 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교주의 무공이 그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현재 정파는 각 지역에서 무림 문파들을 모으고는 있으나 흑련교에 비해 세력도, 고수들의 숫자도, 그리고 특히 천하칠주같은 정파의 기둥이 되어줄 고수가 현격히 차이가 나는 실정이라 가슴에 바위를 얹은 듯 무겁기만 합니다.”

“마진인, 나 묵설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오. 비록 한 여인과 한 아이의 가장이라 함부로 움직일 수 없지만, 마 진인이 말한 대로 마교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민중을 혹세무민하여 마진인 홀로 큰 부담을 안고 적들을 상대한다는 것을 아내 소소가 안다면, 그녀의 성품을 보았을 때 절대로 은인의 어려움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오. 아내의 병이 나았다고는 하나 아직 예전과 같이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아, 당장은 마 진인을 돕기는 힘들 것 같으나 빠른 시일 안에 가족들의 일을 돌보고 마 진인을 따라 갈수 있게 해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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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5 19.02.23 2,409 0 -
49 제 47장 도왕이라고 들어보았니? +5 19.03.27 1,413 46 13쪽
48 제 46장 태극검왕 대 수신남왕 +5 19.03.27 1,616 31 30쪽
47 제 45장 깜짝 놀란 사람들 +7 19.03.23 2,031 58 18쪽
46 제 44장 언덕위의 전쟁 -3화 +3 19.03.23 1,642 44 18쪽
45 제 43장 언덕위의 전쟁 -2화 +9 19.03.20 1,888 56 20쪽
44 제 42장 언덕위의 전쟁 -1화 +5 19.03.17 2,128 54 24쪽
43 제 41장 마군 야화 +5 19.03.15 2,044 45 8쪽
42 제 40장 창궁검왕을 만나는 자리 +5 19.03.13 2,113 49 16쪽
41 제 39장 반격을 위한 첫걸음 +5 19.03.12 2,295 44 29쪽
» 제 38장 마영성의 배려 +4 19.03.10 2,201 55 33쪽
39 제 37장 암실속 흑련회의 +4 19.03.10 2,187 43 21쪽
38 제 36장 귀가 +4 19.03.09 2,056 48 13쪽
37 제 35장 암왕(暗王) +6 19.03.08 2,057 61 18쪽
36 제 34장 은령 +4 19.03.07 2,066 48 11쪽
35 제 33장 도원결의(桃園結義) +5 19.03.06 2,094 56 18쪽
34 제 32장 유월의 눈물 +4 19.03.03 2,066 56 10쪽
33 제 31장 마영성과 유월 +3 19.03.03 2,057 45 12쪽
32 제 30장 제갈세가 +4 19.03.02 2,464 5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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