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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벽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연재 주기
일로정진
작품등록일 :
2018.12.26 15:47
최근연재일 :
2019.03.27 18:5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5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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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2,300

작성
19.03.0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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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21쪽

제 30장 제갈세가

DUMMY

호남성 동정호 악양현에서 동남쪽으로 팔십리 떨어진 상고산(汤家山). 동정호를 둘러싼 차밭과 산자락 아래 촌락들이 형성되어 있다. 그 촌락들을 지나 산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대략 오십에 조금 못 미치는 인원이 산 중턱 바위 절벽 앞에 다다라 멈추었다. 무리의 수장 격으로 보이는 인물이 사람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자 사십여 명의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서 휴식을 가졌다. 이후 수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여섯 명의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잠시 후 절벽 여기저기를 짚고 만지다가 절벽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약 일각의 시간이 흐른 후 사장의 절벽에서 몇 명의 인원이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란아!”

걸어 나온 인물들 중 두 사람이 바위절벽 앞에 앉아서 쉬고 있는 제갈란을 불렀다. 그러자 제갈란이 부리나케 뛰어가 두 사람을 껴안았다.

“으앙....엄마, 아버지”

무림맹에서 업무를 볼 때는 꽤나 의젓해 보이던 그녀가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격고 난 후 다시금 부모를 만나고 나니 아이가 되어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그녀를 부둥켜안은 그녀의 부모인 제갈후와 모용화도 덩달아 눈물을 쏟아냈다. 옆에 있던 제갈명이 제갈란의 등을 토닥이자 그의 어머니인 모용화가 제갈명까지 싸잡아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무뚝뚝함을 신조처럼 여기는 제갈명이 소름이 돋아나는지 눈물을 쏟아내는 신파극에서 빠지려했다. 그러자 제갈후가 제갈명의 등허리를 꽈악 감싸 쥐고는 가족상봉의 억지 신파를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무려 이각을 훌쩍 넘어갔다.

“으음....”

뭔가 너무 과도한 분위기를 길게 끌어가는 가족상봉의 모습에 심경이 불편한 몇몇이 신음을 삼키기 시작했다. 마천문을 시작으로 비각주와 곽자기, 상생단과 의창지부의 무인들이 넌지시 등을 돌리고 먼 산을 쳐다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제갈세가 사람들의 모습에 질려갔을 때 즘....

“으음....아름다운 모습이다.....흐흐흐”

마영성만은 아직까지 그들의 모습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내가 존경하는 형이다. 나는 저들의 오글거리는 모습에 천변천화일영검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팔이 두 개 세 개로 늘어나는 것 같은데······.’

마천문이 이각이 넘는 시간동안 신파를 보고서도 질리지 않는 마영성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역시...마공자. 절대적인 무공을 가진 이유를 알겠다. 남다른 인내력이 마공자를 저렇게 만들었구나!’

비각주가 마영성의 비정상적인 무공발전의 원동력을 파악했다.

‘.......’

곽자기는 말이 없다.

“으흐흑....”

흑야귀 오대주였던 유월은 또다시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찔찔 거렸다.

제갈 세가주와 그의 가족들의 상봉장면이 끝이 나고 모든 사람들이 제갈 세가가 만들어 놓은 안가의 내부로 들어갔다. 보통 한, 두 사람이 들락날락 거릴 때는 생문을 통해 지정된 위치를 밟으면 되지만 지금처럼 많은 인원이 들어가고 나갈 때 입구 쪽 진식을 부분적으로 해제할 수가 있었다. 사장높이의 바위절벽이 없어지고 바위를 깎아 만든 동굴이 나왔다. 동굴 내부에는 공사와 작업을 하던 제갈 세가의 식솔들이 그들을 보며 인사를 건네 왔다. 기관과 진식에 필요한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분명했다. 동굴의 끝에 다다랐을 즈음 한명의 늙은 노인이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제갈란이 노인을 향해 뛰어가 그의 등에 타오른 다음 발장구를 아장아장 쳐댔다.

“할아버지!!”

“아이고 우리 란이 왔어! 이 할애비가 중요한 작업 때문에 네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도 나가보지 못했구나.”

제갈란의 조부였다. 그의 옆에는 다른 노인 한명이 제갈란을 보며 투정을 부렸다.

“아니. 이것아 형님만 보이고 이 작은 할애비는 눈에 안보이냐? 고얀 것 내 너를 얼마나 이뻐해 주었는데······.”

“와아! 작은 할아버지!!”

제갈란의 조부인 제갈륭과 종조부인 제갈평이었다. 현재 안가의 입구 쪽 기관 진식의 작업 중 매우 중요한 절차가 있던 관계로 기관의 장인인 두 노인이 바깥으로 나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고 우리 란이 왔구나!!”

갑자기 작업하던 것을 놓고 일어나는 한명의 장한이 제갈란을 반갑게 맞으며 다가왔다. 그러자 갑자기 딱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일어났던 장한의 머리로 꿀밤을 놓은 제갈륭의 주먹이 보였다.

“네 이놈!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단계인데 그것을 놓고 일어나느냐. 네놈이 하는 그 정밀한 작업에 하나의 오점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강철화살이 되려 우리를 꿰뚫고 말 것이다.”

제갈륭의 둘째 아들이자 제갈란에게는 숙부인 제갈웅이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제자리로 찾아들어갔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흘깃 거리며 쳐다보던 인물이 제갈웅에게 속삭이기 위해 다가갔다.

“아니 형님. 내 그렇게 일어나면 안 된다고 했잖습니까? 어찌 그렇게 눈치가 없이 미련 곰탱이 같으시오?”

“끄응....그럼 네가 좀 더 확실하게 나를 말려주지 그랬니...”

“하이고......나참..형님은 참으로 미련곰탱이 같으면서. 이렇게 어려운 기관을 어찌 그렇게 귀신같이 다룹니까?”

제갈명 제갈란의 숙부들인 제갈웅과 제갈호가 작업을 하면서 그들에게 눈인사를 보내왔다. 그러자 제갈란이 그녀의 삼촌들에게 달려가 연신 조잘 거리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제갈웅과 제갈호가 기분이 좋은지 방긋방긋 웃다가 사이좋게 제갈륭에게 연장으로 머리를 따닥 얻어맞고 말았다.

동굴 막바지를 지나고 나니 넓은 공터가 나왔다. 공터에는 제갈세가의 백여 명에 달하는 식솔들이 흙을 반죽하여 사각형으로 구운 어른 몸통크기의 벽돌로 담벼락을 만들고 있었다. 진식과 기관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은 나경과 먹줄 같은 것들을 들고 다니며 방위를 보고 위치를 잡아 주고 있었다. 제갈 세가에서 만든 안가라고 하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많은 수의 인원을 수용하게 될지 몰랐던 터라 작은 규모의 안가를 크게 확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공터 중앙에는 커다란 건물이 보였는데 좌측에서 우측 끝까지의 길이가 삼십장, 폭은 십장, 높이는 사장 정도 되어보였다. 전면의 반은 벽으로 막혀있고 반은 벽이 없이 내부가 훤히 보였는데, 그 뚫린 반절에 통나무나 각종 공사 자재 등이 무수히 쌓여있었다. 그리고 전면이 나무 벽으로 막혀있는 반절의 문으로 사람들이 각종 공사도구나, 옷가지, 식재료 등을 들고 나르는 것을 보면, 일종의 거대한 창고 인 듯 했다.

“천마성과 붕천호림이 불가침 조약을 맺을 당시 혹시나 하여 만들어 뒀던 것을 이렇게 쓰게 될지 누가 알았겠느냐.”

제갈후가 제갈명 제갈란을 보며 이야기했다.

“건축재료를 수년간 쌓아둔 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 음식물이나 옷가지 등은 크게 부피가 나가지 않아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가 쉽지만 저 통나무들을 한 번에 사들였다가는 분명히 누군가의 눈에 띄고 말았을 것입니다.”

제갈명이 아버지 제갈후의 말에 대답했다.

“가주님께서는 어떻게 안가를 만드시고 이렇게 많은 자재나 재료들을 미리 사들일 생각을 하셨습니까?”

반보쯤 뒤에 따라가던 곽자기가 제갈후에게 질문을 했다.

“첫 구상은 아버지가 했지만 모든 계획과 진행은 오라버니가 했어요. 오라버니 나이가 열넷쯤 이었죠 아마! 딸랑 은자 오백냥을 받아서 여기저기 투자를 하더니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이곳을 만들었어요. 그 중 가장 기가 막혔던 것이 바로 국가에 바치는 무기 사업이었어요. 조정에 인맥을 만들고 국가에 납품하는 창과 칼의 이 할을 오라버니가 납품하게 된 거에요. 미리 정보를 이용해 호북지역에 내로라하는 대장장이들의 위치를 알아두고 그들을 데리고 와서는 대장기술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단야기술 발전회]를 만들어주고 고 임금의 월봉을 지급한 후, 순수 이익금의 오푼을 그들에게 다시 지급하니 기술력이 날로 좋아졌죠. 거기다 제갈세가의 기관에 대한 지식이 더해져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요. 처음 여섯 달 동안은 돈이 한 푼도 안 들어왔었죠. 전 그냥 망한 줄 알았어요. 아무튼 그 기간 동안 오라버니는 계획을 세우고 안가가 들어설 지리를 알아뒀던 거예요. 육 개월이 지나면서부터 투자했던 돈의 이익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첫해에 벌어들인 돈이 원금 은자 오백냥을 제외하고도 은자 오천냥이 넘게 벌렸죠. 그 이듬해에는 대장간을 열고 쉴 틈 없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국가에 납품하는 것과 무림곳곳에 열게 된 무기점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무려 은자 육만 냥이 넘었어요. 금 백이십원보가 넘는 돈이었죠. 이년동안 원금의 백이십배를 벌어들인 거예요. 그다음부터는 오라버니가 업종의 다양화, 다각화를 성공해 이제는 표국, 운송, 상단, 약초, 차, 융자, 땅, 건설, 조선, 등등등등등에 진출해 본전이상의 이문을 남기고 그것들을 세가의 인재들을 투입해 관리하게 된 거에요. 집안의 모두가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우리 집안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부자가 된 샘이었죠. 오라버니의 사업덕분에 평소 돈이 모자라 설치하지 못했던 기관과 진식들이 무수히 만들어 졌어요. 벌어들인 돈 일부는 이곳 안가를 짓고 물품들을 쟁여둔 거예요. 대단하죠?”

주변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들이 보기에 마영성의 무공만큼 제갈명의 상재가 대단해 보였다.

곁에서 듣고 있던 마영성이 제갈명을 보며 “대단합니다. 군사님” 이라고 말하자 제갈명이 속으로 ‘그렇게 대단하면 무얼 할까요, 날아오는 칼날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라고 생각했다. 형문산 사찰에서부터 무림맹 의창지부까지 마영성이 없었다면 자신은 이미 열 번은 더 죽었을 목숨이었다. 무림 십대 기보인 건곤나경 마저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소매 주머니 속의 나경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마영성이 나타날 때의 모습을 상기했다. 지금생각해도 그 모습에 전율이 일어난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목숨이 구원받았을 때의 그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마영성을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니, 그에 대한 존경심과 친근감이 쉴 틈 없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어디 복숭아나무 없나? 그 아래에서 곽자기 형님과 마공자님과 내가 결의를 맺으면 소원이 없겠다.’

저 멀리 복숭아나무가 오십 그루는 보였다. 평소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부분을 좋아하던 제갈명을 보며 그의 아버지 제갈후가 심어두었던 것이다.

‘.......’

그날 저녁 곽자기, 마영성, 마천문, 비각주, 유월이 제갈명과 그들의 가족과 함께 식사시간을 가졌다. 식탁에는 꽤나 푸짐한 음식들이 놓여있었다.

“할아버지 정말 이라니까요.”

제갈란이 마영성의 활약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설명을 했다.

“헐헐..대단하구나.”

“대단한 정도가 아니었어요.”

“중이와 기아는 괜찮으냐? 많이들 고생했다고 하더니. 특히 기아는 부상이 심하다고 하던데?”

제갈후가 사마중과 곽자기의 부상을 이야기했다. 예전 제갈후가 무림맹 총 군사로 지낼 당시 제갈후 사마중 두 사람 또한 형 동생 하던 사이였다.

“형님 저는 생채기나 조금 입은 정도이죠. 다행이 마공자가 제때 나타나 큰 부상이 없었습니다. 다만 곽무사의 부상이 심했던지라.... 독에도 중독 되었었구요.”

비각주가 자신은 괜찮다면서 가슴을 탕탕 치고는 곽자기를 걱정했다.

“저도 괜찮습니다. 아우가 내공을 이용해 독기운을 몰아내 주고, 막혔던 혈도를 풀어주었습니다. 한동안 밥 잘 먹고 몸조리만 잘하면 예전처럼 펄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곽자기도 제갈후의 걱정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갈란의 이야기만 듣고 마영성에 대해 과장되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던 제갈후가 사마중 곽자기의 입에서도 또다시 마영성의 이야기가 나오자 마영성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씩 커져갔다. 자신이 살아온 세상의 이치대로 라면 마영성의 연령으로 보아, 아무리 잘 쳐줘도 곽자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상황이 매우 급박하고 위험하게 돌아갔던 터라 모두의 마음이 초조하고 시야가 좁아져 마지막에 극적으로 나타난 마영성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 마공자 내 말을 편하게 해도 되겠소?”

“네. 가주님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알겠네. 그래 자네의 가문을 좀 들어볼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호남성 군풍진에 위치한 마가무관입니다. 아버지께서 일대 관주로 계시는 정이 많은 촌락의 작은 무관이지요. 관도는 동네 아이들 열댓 명 정도가 있습니다.”

“혹시 아버지의 존함과 호가 어떻게 되시나?”

“별호는 전학검 이시고, 존함은 마유자 상자 되십니다.”

“그렇구만, 자네와 저기 천문 조장을 보니 자네의 부모님께서 자네들을 어떻게 교육하셨을지 짐작이 가는군.”

“교육은 엄하시면서, 평소에는 한없이 부드럽게 저희들을 대해 주셨습니다.”

마영성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제갈후가 차를 후루룩 한 모금 마셨다.

“자네 혹시 장가는 갔는가?”

“아직 입니다.”

“그래. 사귀는 여인은 있고?”

“그것도 아직 입니다······.”

“혹시 자네 뭔가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여자들에 대한 안 좋은 사상이라도 있어서 여자를 만나지 않는 건 아니겠지?”

“아버지!”

옆에서 듣고 있던 제갈명과 제갈란이 동시에 소리쳤다.

“헐헐..그건 나도 궁금하구나.”

“할아버지!”

같이 식사를 하던 제갈 세가의 다른 이들도 제갈란, 제갈명과 같이 난감한 기색을 했다. 마영성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오물거리던 입을 열었다.

“아직 여인을 만나보지 못해 제가 어떤 상태인지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제갈란의 숙부 제갈웅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우리 제갈 세가에도 어여쁜 아이들이 많다네. 그중에서도 여기 제갈령이란 아이가 아주 현명한 조강지처의 성향을 타고 났지. 하하하. 이 아이가 우리 제갈세가의 꽃 중의 꽃이야. 뭐 자네처럼 촌에서 살던 사람이 어찌 우리 명문세가의 능력 있고 성격 좋고 현명한 팔방미인을 만나볼 기회나 있었겠나. 그렇지만 나 제갈웅은 사람과 가문에 대한 귀천을 전혀 따지지 않는 사람일세. 어떤가? 자네 생각은?”

제갈웅이 자신의 옆에서 식사를 하던 제갈령을 마영성에게 소개하며 만나보기를 권했다.

“아버지!”

제갈웅의 첫째 딸 제갈령이 싫지만은 않은지 귀를 벌겋게 달구고는 수줍은 듯 몸을 비비 꼬았다. 그러자 같이 식사를 하던 제갈후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동생을 흘겨보았다.

“어허! 둘째는 그게 무슨 망발인가. 어디 우리 같은 명문세가의 규수를 함부로 만나 보니 마니 하는 망발을 해!”

마영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못해도 무림의 명성이 자자한 소천오무룡과 비견할 만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갈 세가에 항상 모자랐던 것이 바로 고수의 질과 숫자, 그리고 무공이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명문세가니 뭐니 해도 사실 무력으로는 명문 대파에 미치지 못했다. 그들의 명석한 머리와 기관 진식의 능력이 무림맹을 존속하는데 크게 영향을 주다보니 오대세가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비정강호는 힘의 논리가 펼쳐지는 세계였다. 그들 또한 고수와 무공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어왔다. 그러다보니 제갈후가 자신의 딸인 제갈란을 마영성과 연결시키기 위해 밑밥을 깔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껴 든 자신의 동생이 훼방을 놓고 있으니 열불이 뻗혀서 명문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깔아 놓았던 밑밥을 회수 한 것이다.

“아니 형님. 명문의 체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서로 좋다면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고집을 꺾고 혼사를 진행해야지요.”

아직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은 두 사람을 보고 벌써 좋아하니 마니 하면서 혼사이야기를 꺼내는 제갈웅의 얼굴에 뻔뻔한 기름이 좔좔 흘렀다.

“둘째는 그게 무슨 소리야. 혼사라니. 대체 누구와 누구의 혼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냐?”

“누구라니요. 당연히 저기 앉은 마공자와 우리 령이의 혼사지요. 지금 마공자가 좋아서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 침이 흐르는 것도 안보이십니까?”

확실히 마영성은 갑작스런 이야기 전개에 입이 벌어져서 침이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굳어있었다.

“흥. 그 입이 혼사가 좋아서 벌어진 것이냐. 하도 밥이 맛나다 보니 벌어진 것이겠지! 너는 듣지도 못했느냐. 우리 란이를 구하기 위해 오천리 길을 한걸음에 달려와 적들을 쓸어 버렸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버지...의창지부에서 형문산까지 많이 쳐줘 봐야 백....”

“어허! 너는 조용히 하고 있거라!”

제갈명이 나서서 거리를 정정하려들자 눈을 부라리며 제갈명을 윽박지르는 제갈후였다.

“아니 형님 그것이 어떻게 란이를 구하러 간 것입니까? 모두를 위한 것이지!”

“그 비율이 중요하다. 마소협의 마음은 우리 란이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구할 구푼 이었고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일푼 이란 것을 모르겠느냐?”

“좋습니다. 그때는 그랬다 칩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령이를 보는 저 눈을 보십시오. 이미 사랑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 저 모습을요.”

두 사람의 욕심이 스스로의 지능을 저하시키고 있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있지도 않은 아이까지 만들 판이 되고 있었다.

그때....

“아니 이것들이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했거늘 듣고 있으니 아주 못된 것들만 배워 처먹었구나.”

제갈명 제갈란의 큰고모였다. 비록 여인의 몸을 타고나 가문의 가주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하였으나 조부 제갈륭의 엄연한 첫째 딸이자 가주 제갈후의 누님이었다.

“아니 누님은 또 갑자기 왜 그러시오.”

제갈웅이 자신의 큰누님인 제갈수가 껴들자 불안함을 느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소리 하지 않았느냐. 우리 수린이를 보아라 올해로 스물셋이다. 마소협의 이야기를 들으니 스물넷이라고 하니 사주팔자를 볼 필요도 없이 천생연분이다.”

자신의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제갈수린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한명의 고수가 얼마나 대단한 힘이 되는지 모두가 알기에 이렇듯 자신의 사위로 마영성을 두려고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제갈륭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영성 같은 젊은 고수가 나이가 중, 장년이 되면 또 얼마나 대단한 고수가 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항상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모임에 나가면 자기들이 배출한 고수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찌나 으스대는지 배알이 꼴려 앉아있기도 싫었다. 그런데 무림맹의 웬만한 장로들보다 한 두수 앞선다는 소천오무룡들과 무공실력을 견줄 수 있는 젊은 고수가 넝쿨째 굴러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어찌 좋지 않겠는가. 거기다 동생인 마천문도 스무살에 벌써 절정의 반열에 올랐단다. 구파일방 오대 세가에서도 마천문의 나이에 저정도 실력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겹사돈은 조금 그렇지만, 제갈명의 재당숙이 칠촌이니 그의 딸 정도면 마천문과 충분히 혼인을 진행해도 될법했다. 무당의 곽자기도 아주 탐이 났다. 하지만 무당에서 도사에게 혼인은 불필요 한 것이라면서, 넌지시 거절했었다. 만약 곽자기의 뜻이 아주 분명하여 혼인을 한다면, 그때는 무당파 장문인의 허락이 떨어져야 가능하다고 했다. 눈치로 보아 제갈세가는 고수도 적고 세력도 별 볼일 없으니 무림에서 가장 잘나가는 후기지수 소천오무룡에 드는 곽자기를 넘길 수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소천오무룡을 하나라도 손녀사위로 들여 보고자 노력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에 버금가는 젊은 고수 하나가 대 문파에도 속하지 않은 촌놈이 뚝하고 떨어져 내리니 얼마나 군침이 돌겠는가.

제갈란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마영성의 절반만 되어도 소천오무룡은 봉황 앞의 닭 신세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의창지부에서 싸웠던 사람들이 정신이 없는 급박함으로 인해 주변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마영성의 모습을 아주 부풀려 각인시켰다고 생각했다. 급할 때 받는 도움이 몇 곱절은 크게 와 닿는다는 이치를 생각했다.

마천문은 갑자기 자신의 형을 놓고 서로 가지겠다는 제갈세가를 보며 이게 웬 떡이냐 하는 마음을 가졌다. 마천문 또한 오대세가가 사돈이 되어 자신의 가문이 번성하기를 원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순우소희가 흐릿하게 지워지고 있었다.

‘으흐흐 이게 무슨 일이냐. 형님을 서로차지 하려고 난리네. 잘되었다. 이참에 우리 집안도 인맥 덕 좀 보자!’

흑련교의 침공으로 인해 무너진 세가의 사람들의 분위기가 어둡고 쳐져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든 사람들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오래된 터전을 버렸다는 것이 물론 제갈세가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혔지만, 단 한명의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이 그들을 희망 돋게 했다. 가문의 최고 연장자인 제갈륭과 가주인 제갈후가 사람들을 불러놓고 했던 말 중에 ‘사람이 곧 세가 그 자체 이다.’ 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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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 36장 귀가 +4 19.03.09 2,149 49 13쪽
37 제 35장 암왕(暗王) +6 19.03.08 2,145 61 18쪽
36 제 34장 은령 +4 19.03.07 2,169 48 11쪽
35 제 33장 도원결의(桃園結義) +5 19.03.06 2,189 56 18쪽
34 제 32장 유월의 눈물 +4 19.03.03 2,195 56 10쪽
33 제 31장 마영성과 유월 +3 19.03.03 2,154 45 12쪽
» 제 30장 제갈세가 +4 19.03.02 2,579 5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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