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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벽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연재 주기
일로정진
작품등록일 :
2018.12.26 15:47
최근연재일 :
2019.03.27 18:5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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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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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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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8 23:09
조회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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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
18쪽

제 35장 암왕(暗王)

DUMMY

차를 모두 마신 마영성과 은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약방을 나섰다. 마영성이 아이를 대신해 값을 치른다고 하자 노인이 극구 말리며 그냥 들고 가라고 했다. 약방을 나온 마영성이 은령과 함께 마을 끝에 위치한 집으로 들어섰다. 장원정도는 아니었지만 꽤나 괜찮은 집이었다. 다른 집들은 담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나뭇가지나 하천에서 들고 온 주먹만 한 돌이 박힌 흙벽들이 가슴께로 와있는 정도 였다. 그런데 은령이 사는 집은 사합원을 정확하게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대문을 가로지르는 도좌방이 있고 꽤나 사합원의 흉내를 내어 놓았다. 본래의 서 상방과 우 상방은 없고, 대문을 지나면 나오는 유랑이 본채까지 이어진 식이었다. 그리고 지붕도 다른 집들은 짚을 엮어서 올린 것들이 많거나 잘 쳐줘봐야 평기와를 쓴데 반해 은령의 집은 죄다 암키와, 수키와로 나눠진 한족 전통의 기와집 이었다. 보통 이정도 건물은 그 마을의 유지나 이장 정도가 살만한 집이었는데, 옥화향 마을에도 몇 채 없는 사합원에 은령 식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아빠가 직접 지었어....”

마영성이 깜작 놀랐다. 전통방식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꽤나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또한 그만한 자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은령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정말 할 줄 아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안뜰에 황토벽으로 만든 사각형의 아궁이가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아궁이 옆으로 기와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니 은령의 말대로 직접 기와를 만들어 올린 것 같았다. 사각의 아궁이 윗부분에 약을 달일 때 쓰이는 약탕기가 보였다. 그것 또한 뚜껑에 잉어 형상의 손잡이가 있고 약탕기에도 온갖 무늬가 새겨져있었다.

“....아빠가 직접 구웠어....”

말이 안 나왔다. 웬만한 도자기 장인만한 실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다 본채의 나무 기둥을 본 마영성이 깜짝 놀라 다가갔다. 기둥에 음각으로 새겨진 각종 글자와 무늬들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안에서 몇 가지의 규칙을 발견한 마영성이 그것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기둥의 무늬들이 일렁일렁 움직이는 느낌을 주더니 하나의 검초로 화해 마영성을 공격해 들어왔다. 깜짝 놀란 마영성이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해냈다. 한켠에서 은령이 그가 하는 것을 보고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이었다. 은령의 시선을 느낀 마영성이 방금 전의 검초가 실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환영임을 인식하고는 입을 열었다.

“어, 어깨가 뻐근해서....”

마영성이 다시금 기둥으로 다가가 방금 전에 보았던 규칙적인 무늬들을 따라가 보았다. 그 속에 보이는 것이 검초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초를 보고 있으니 그 날카로움과 귀신같이 조용하고 빠르며 만년설처럼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뒤에서 은령이 아빠가 직접 깎았다고 말했다. 마영성의 심장이 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단한 검초를 은령의 아버지가 직접 펼쳤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인지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마영성이 노인에게 들었던 대로 깨끗한 물을 부어 약탕기에 약을 달이고 있었다. 약 한 시진 가량 시간이 지나 약탕기를 불에서 내리고 약을 천에 감싼 뒤 뒤틀어 서 짜냈다.

은령이 뒷간에 볼일을 보러 가고, 달여낸 약이 식기를 기다리고 앉아있던 마영성이 갑자기 팍 하고 뛰어 올랐다. 마영성의 표정을 보면 깜짝 놀란 것이 분명해 보였다. 뛰어오른 마영성이 본채 지붕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영성이 앉아있던 아궁이 일장 뒤에 한명의 사내가 보였다. 등에 멘 봇짐으로 동물들의 가죽이 보이고 어깨에 걸어 멘 화살로 보아 사냥을 하러나갔던 은령의 아버지가 분명했다.

얼굴에는 까칠해 보이는 수염이 조금 자라있었고, 눈매는 부드러워 보였다. 인상자체는 기억에 크게 남을 만큼 특이하지 않았다. 평범한 외모에 살짝 처진 눈매가 그의 전체적 인상을 매우 부드럽게 만들었다. 마영성도 부드러운 인상을 가졌지만 사내는 부드러운 인상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했다. 부드러운 인상에 평범한 특징의 얼굴이 그를 보통의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살짝 처진 눈매 안에서 차갑게 빛나는 그의 눈빛만이 마영성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누구시오.”

안방과 뒷간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부인과 은령의 기운에 마음을 놓은 사내가 경계 띤 표정을 유지한 채 마영성을 주시했다.

반박귀진에 들어 평범한 촌부와 같아 보이는 마영성의 실력을 알아본 사내가 반쯤 긴장된 표정으로, 오른손을 허리 뒤로 돌려 단검을 쥐고 있었다.

미묘한 긴장감이 두 사람의 사이로 흘렀다. 공기가 차가워지고 불어오던 바람이 사방으로 떠밀려 날아가 버렸다.

이러다가는 크게 한판 붙겠다는 생각에 마영성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바닥으로 내려가 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내가 마영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메고 있던 봇짐과 활을 옆으로 던졌다. 유사시에 싸움을 시작하기 위해 거슬리는 것을 치운 것이다.

바닥으로 내려선 마영성이 자신은 적이 아니라는 듯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손바닥을 사내를 향해 펼쳤다.

“조금만 진정해 주십시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그리고 조금 있으면 화장실에 갔던 은령이 돌아올 것입니다. 그때도 그렇게 무서운 눈을 하고 계실 겁니까?”

마영성의 말에 사내가 긴장한 몸을 적당히 풀고 눈으로 발산되던 그의 기도 중 일부를 갈무리 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군풍진이라는 촌락의 마가무관에서 나온 마영성이라고 합니다. 들어본 적은 없겠지만.....”

사내가 기운을 갈무리하자 마영성이 빠르게 자신의 신상을 읊었다.

“그 말을 믿으란 것이오?”

“그게 무슨 말씀 인지?”

“생전 들어 본 적도 없는 촌락의 무관에서 그대와 같은 인물을 배출했다는 것이오? 아무리 무림에 은거기인과 숨은 고수가 많다고 하나 그대는 누가 봐도 반로환동의 고수가 아니고, 딱 당신 나이 또래처럼 보이오. 그런데, 이십대에 그대와 같은 고수가 한낱 촌동네 무관에서 나왔다?..믿기가 힘들구려....혹시 그대는 나를 알고 찾아온 것이 아니오?”

“으음...당신과 같은 인물도 이런 작은 마을에 숨어 지내는데...촌동네 작은 무관이라고 저와 같은 사람을 배출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아니지. 그대는 내 이름을 듣기만 해도 내가 누구인지 알 것이오. 세상의 강호인 대부분이 나를 알고 있다는 소리요. 다만 내 스스로 나를 숨기고 살뿐이지...하지만 그쪽은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무관의 출신이라는 것이오. 구파도 아니고 오대 세가도 아닌, 고작 마을 무관에서 그대와 같은 무인을 배출했다? 개천에서 용이 난 격이 아니라 접시 물에서 용이 났다고 해도 모자라다고 생각지 않으시오?”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저를 믿지 못하는군요.”

그때 은령이 화장실에서 소피를 보고 나왔다.

“아빠~”

또래보다 키도 덩치도 작은 은령이 짧은 다리를 촘촘하게 굴리며 달려와 사내의 품으로 안겼다.

“우리 애기 울지 않고 잘 있었어?”

은령을 안은 사내가 아직도 마영성에 대한 의심을 풀지 못하고 은령을 안은 채 마영성을 주시했다.

-나는 보다시피 내 가죽신을 고치려 이곳 옥화향에 들린 것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괴롭힘을 당하는 은령을 본 것이고요. 그러고 나서 못쓰게 된 약재들을 은령이와 다시 약방에서 받아 온 것입니다. 당신이 은거한 고수란 것은 충분히 알 것 같으니, 내가 계속 의심이 되고 불편하다면 나는 이만 이곳을 나가보겠습니다.-

마영성이 자신을 계속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사내에게 전음으로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하고 이곳을 떠나려했다.

“아빠...아저씨랑 같이 약 달여 놨어...엄마..”

“으응, 령아 아빠랑 같이 엄마 약주고 올까?”

“웅....아빠 다녀와...나 아저씨랑 놀고 있을래...”

평소 부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병적으로 감정표현을 하지 않던 은령이 마영성과 같이 있으려 하자, 조금 놀란 사내가 마영성을 다시 한 번 보았다. 마시기 좋게 식혀둔 탕약을 들고 있는 사내를 뒤로 하고 마영성에게 쪼르르 달려간 은령이 마영성의 손을 잡고 안뜰 구석에 키우고 있는 화분으로 데려갔다. 화분에 핀 꽃이나 풀들을 보며 은령이 이름을 말하고 언제 잘 자라는지 어떻게 보살펴 줘야하는지 마영성에게 말해주었다. 평소 말이 느리고 잘 더듬던 은령이 이때는 말을 또렷하게 잘하는 것이다. 그 모습에 기분이 뭉클해진 사내가 마영성에 대해 대부분의 의심을 풀었다.

“아빠랑 아저씨 닮았어..”

그 말에 마영성과 사내가 서로의 얼굴을 다시 한 번 관찰했다.

“눈이..아빠처럼 웃고 있어...”

두 사람의 눈꼬리가 조금은 처져 보이기에 자세히 보면 꽤나 닮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빠랑 아저씨 왜 닮았어?”

“........”

사내는 말이 없다.

“은령아 사실 아빠랑 아저씨는 친구야. 원래 친구는 닮는 거 몰랐지?”

마영성이 말했다.

“와아~아저씨 아빠친구야? ~”

은령이 너무 좋은지 마영성에게 달려와 다리를 껴안았다. 마을 사람을 제외하고 한 번도 누군가 찾아온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마을 사람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약방의 노인이 찾아왔던 것이다.

“아저씨 옆에 있으면 편안해 기분 좋아...아빠 친구라서 그런 거야?”

마영성의 기운이 팔극에 오르며 점점 자연의 기운과 비슷하게 정순해지자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사내가 본채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얼마 후 다시 나타났다.

“은령아 엄마 일어났어. 들어가서 보고 올래?”

사내의 말에 마영성과 놀고 있던 은령이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 하고는 본채 문을 통해 안으로 사라졌다.

“음...정말 나를 알고 찾아온 것이 아니오?”

사내가 마영성에게 재차 의심 가는 부분을 물어봤다.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 모두를 걸고 내말이 거짓이 아님을 맹세하겠습니다.”

잠시 마영성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약을 달여 주어 고맙소.”

“천만에요.”

두 사람 사이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마영성이 먼저 우물쭈물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 은거하고 계신 이유를 모르겠으나......혹시 당신은....암왕이 아닙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당신과 같은 기도를 가질 정도면 천하칠주 정도는 되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뒤를 선점 할 때까지 알 수 없었던 은밀함, 사십이 되기 전 천하칠주의 자리에 오른 유일한 인물, 암왕이 팔년 정도 전에 활동을 접고 돌연 종적을 감추었다고 들었습니다. 약방의 노인이 팔년 전쯤 이곳 옥화마을로 당신 부부가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

마영성의 말을 들은 사내가 침묵을 지켰다.

“제가 틀렸습니까? 그냥 은거 기인인 것이 당신의 정체입니까?”

마영성의 확인하는 듯한 질문에 사내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었다. 마영성의 마지막 질문에 부정하는 대답이었다.

“맞소. 내가 바로 암왕이오.”

마영성이 그의 정체가 암왕인 것을 추측했으나 당사자의 입으로 그 사실을 직접 들으니 기분이 달라졌다.

“암왕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암살을 업으로 삼던 과거가 싫소. 그러니 과례는 삼가면 고맙겠소.”

“알겠습니다.”

암왕의 말에 그가 은거한 이유를 대충 짐작했다.

“은령이 울거나 하지는 않았소?”

“하하, 은령이 어찌나 말도 잘 듣고 착한지 저도 딸을 하나 낳고 싶더군요.”

“특이하군. 본래 저 아이는 우리 부부와 의원 어른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친근하게 군 적이 한 번도 없소.”

“제가, 무관에서도 아이들을 많이 가르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한 번 침묵이 흐르고 대화의 맥이 끊겼다. 두 사람 다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는 암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묵설이오. 무림을 은퇴할 때 부인이 내게 지어준 이름이라오. 은령이 나온다면 그 이름으로 불러 주시오.”

“알겠습니다. 묵형.”

마영성에 대한 의심을 지운 것인지 묵설이 동물 가죽이 들어있는 봇짐을 정리하고, 활의 줄을 풀어 상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마영성이 그를 보며 말을 걸었다.

“부인께서 많이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대단한 영약을 먹이거나, 아니면 도가나 불가의 자연이치에 가장 근접한 기운을 가진 고수가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소만....”

“영약을 얻는 것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묵형의 신분을 말하면 혜원선사나 원명진인을 만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소. 나는 정사중간의 암살자요. 그들이 내 신분을 들으면 무기부터 휘두를 것이 뻔하지. 그리고 아내를 고치기 위해 암살자로 돌아가지 않기로 그녀와 약속을 했소.”

“지금도 그 두 사람과 같은 고수가 필요 한 것입니까?”

“간절하오...그런데 그것은 왜?....”

“특이하게도 저희 집안 무공이 도가와 관련이 조금 있습니다.”

큰 표정의 변화가 없던 묵설의 눈가에 잔 경련이 일었다. 천하칠주와 비견할 수 있는 기운을 가진 인물이 알고 보니, 무당의 원명진인처럼 도가와 관련이 있단다.

“으음....초면에 염치 불구하지만 나의 부인 소소를 위해 잠시 시간을 내어 줄 수 있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영성이 묵설의 부탁에 흔쾌히 승낙했다.

“이쪽으로...”

묵설이 마영성을 안내하며 본채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건물내부로 들어서 우측으로 돌아 침실로 들어가니 소소라고 불린 은령의 모친이 침상에 기대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 얼굴근육이 잘 움직이지 않는지 말하는 것이 어눌하고 느렸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매우 야위어 볼 살이 뼈에 붙어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미모가 빛을 발하고 있으니 정상일 때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소 우리를 도와줄 친구를 불러왔소.”

은령을 의식한 묵설이 마영성을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소소가 알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남편에게 친구가 없음을 알고 있는 그녀였다. 은령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계속 마영성의 이야기를 하고, 아빠의 친구라고 말을 했기에 그렇게 넘어간 것이다.

의자를 가져와 침상의 옆에 놓고 앉은 마영성이 소소의 왼팔에 자신의 좌수를 올렸다. 그런 후 기운을 끌어내어 그녀의 혈맥을 통해 기운을 흘려 넣었다. 아주 미세한 기운이 팔, 어깨, 목 순으로 올라가 머리에 다다랐다. 기운을 미세하게 움직여 머리 내부를 관찰했다. 그러자 의원의 말대로 정수리에서 조금 왼쪽 머리에 죽은피가 고여 있고, 주변의 혈관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마영성의 시원한 기운이 혈맥을 타고 소소의 뇌 전체로 흐르자 흐리멍덩해 보이던 소소의 눈빛이 차츰 맑아졌다. 그것을 보고 묵설의 마음에 희망이 어렴풋이 자리 잡았다. 잠시 반각정도 소소의 머릿속을 관조하던 마영성이 기운을 거두어 들였다. 그러자 소소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수면에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가지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잠이든 것을 본 묵설이 마영성을 보고 인사를 했다.

“고맙소....”

묵설의 인사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길게 뱉은 마영성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해결을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후에 약방의 어르신을 모셔와 다함께 병을 고쳐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당장은 힘들겠지요?”

한시라도 아내를 고치고 싶은 묵설이 조바심을 냈다.

“사실 강호에 문제가 생겨 가족들이 잘 있는지 확인을 하고자 고향으로 내려가는 중이었습니다. 며칠 걸리지 않을 것 같으니 다시 올라오는 길에 들리겠습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소.”

마영성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 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곳 옥화향은 특이한 마을입니다. 규모는 작은데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범상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묵형도 그렇고, 약방어르신도 마찬가지구요.”

“어르신까지 알아보셨소?”

“아무래도...은전이 열 냥(은전 한냥에 쌀 세섬~네섬 정도이다.)이나 하는 약을 새로 지으면서 돈을 바라지 않는 그 초탈한 모습도 그렇고, 그리고 묵형의 부인과 같은 병을 알아보는 눈과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가 부인의 머리에 뭉친 죽은 혈맥을 보니 혜원선사나 원명진인께서 오셔도 별 뾰족한 수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부인께서 저렇게 편안한 얼굴로 주무시는 것은 나의 기운으로 부인의 활력을 돋게 해주었을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약방의 어르신께서는 조건만 어느 정도 갖춰지면 그녀를 낫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모아보면 그분의 의술이 대단하다는 반증이겠지요.”

마영성의 말을 들은 묵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분이 바로 약선 이십니다.”

깜짝 놀란 마영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냥 노인의 말대로 황궁에서 일을 보던 실력 좋은 의원이라 생각했다.

“약선이라면...”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하는 그분이 맞습니다.”

“그분도 옥화향에 은거를 하고 계셨던 것이군요.”

“크게 비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떠벌리고 다닐만한 것도 아니라...”

“알겠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곳에 이야기하고 다니지 않겠습니다. 묵형의 일도 마찬가지구요.”

“알아주니 고맙소.”

“별말씀을.”

바깥으로 나온 묵설, 은령이 볼일을 보기위해 떠나려는 마영성을 배웅했다.

“묵형. 부디 조심하십시오. 최근 흑련교라는 마교가 준동하여 온 중원을 휩쓸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런 작은 마을까지 들이치지는 않겠지만. 또 일이란 것이 생각처럼만 흘러가지 않으니 혹시나 하여 말씀드립니다.”

“고맙소.”

묵설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마영성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친구이지 않습니까.”

그 말을 남기고 마영성이 입구를 나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장사에 잠깐 들러 가죽신을 하나 구입해 바꿔 신고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 약 한 시진 뒤 군풍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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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 46장 태극검왕 대 수신남왕 +5 19.03.27 1,671 31 30쪽
47 제 45장 깜짝 놀란 사람들 +7 19.03.23 2,085 58 18쪽
46 제 44장 언덕위의 전쟁 -3화 +3 19.03.23 1,685 45 18쪽
45 제 43장 언덕위의 전쟁 -2화 +9 19.03.20 1,929 56 20쪽
44 제 42장 언덕위의 전쟁 -1화 +5 19.03.17 2,173 54 24쪽
43 제 41장 마군 야화 +5 19.03.15 2,097 46 8쪽
42 제 40장 창궁검왕을 만나는 자리 +5 19.03.13 2,153 49 16쪽
41 제 39장 반격을 위한 첫걸음 +5 19.03.12 2,378 44 29쪽
40 제 38장 마영성의 배려 +4 19.03.10 2,270 55 33쪽
39 제 37장 암실속 흑련회의 +4 19.03.10 2,242 43 21쪽
38 제 36장 귀가 +4 19.03.09 2,113 49 13쪽
» 제 35장 암왕(暗王) +6 19.03.08 2,115 61 18쪽
36 제 34장 은령 +4 19.03.07 2,126 48 11쪽
35 제 33장 도원결의(桃園結義) +5 19.03.06 2,149 56 18쪽
34 제 32장 유월의 눈물 +4 19.03.03 2,154 56 10쪽
33 제 31장 마영성과 유월 +3 19.03.03 2,110 45 12쪽
32 제 30장 제갈세가 +4 19.03.02 2,537 5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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