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구벽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연재 주기
일로정진
작품등록일 :
2018.12.26 15:47
최근연재일 :
2019.03.27 18:5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54,127
추천수 :
3,073
글자수 :
392,300

작성
19.03.27 18:50
조회
1,469
추천
46
글자
13쪽

제 47장 도왕이라고 들어보았니?

DUMMY

창궁검왕이 이끄는 무리가 호북성으로 들어왔다. 호북과 호남의 경계를 잇는 동정호 북쪽평원에 천막을 치고 자리를 잡았다. 정파무림이 꺼져가는 불길을 살리고 대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눈치를 살피던 무리들이 그들의 편으로 들어오고 도망을 다니던 이들이 추격이 느슨해진 틈을타 그들의 진영에 합류했다. 무당에서 도망 나온 도사들도 모두 창궁검왕에게 몸을 의탁했다.

“사숙 어허헝...”

“청각 사숙...으에에엥”

곽자기를 앞에 두고 십대 초중반의 이대 제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을 끌어안은 곽자기가 등을 토닥여 주고 있었다. 곽자기의 사형인 청허도사는 검을 쥐는 우수가 보이지 않고, 오른팔 소매가 헐렁한 채로 서있었다. 팔이 잘린 사형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드는 곽자기였다. 옆으로 무당의 장문인 현백이 천막의 내부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다.

자신에게는 사백이 되는 현백진인의 모습을 보며 무당의 암담한 앞날이 걱정이 되었다.

이번전투에서 칠마군 기엽선을 상대하며 꽤나 중한 내상을 입은 곽자기가 마영성의 도움으로 주화입마를 피하고 내상을 다스릴 수 있었다. 마음을 다스리고 좌선을 한 채 운기행공을 이용해 내상을 치료해 가던 중 무당의 식구들이 도착한 것이다.

그들을 보고 있으니 눈시울이 붉어지고 마음속에서 흑련교를 향한 살기가 일어나는 것을 참으며 아이들을 위로하는 중이었다. 자신의 사질들을 토닥이며 눈으로는 팔이 잘린 사형과 정신을 잃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장문인을 보고 있으니 가라앉혔던 속이 부글거리고 내공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마영성이 안정시켜 주었던 내상이 도지고 입속에 뜨뜻한 핏물이 다시올라오기 시작했다.

곽자기가 마음을 다스려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단전에 뭉친 내력을 움직이고자 노력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아랫배를 찢어발기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내력이 좀처럼 흘러나오지 않았다.

곽자기가 ‘주화입마 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차츰 꼬여가는 내공과 불뚝 불뚝 솟아오르는 혈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왔다. 진땀이 흐르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악 다문 잇새 사이로 붉은 핏물이 내비쳤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의지력으로 혈맥이 미쳐 날뛰지 못하게 막고 있던 것마저 통제가 불가능 한 위기였다.

사조 원명진인과 자신의 스승인 현청진인의 얼굴이 스쳐갔다. 그들에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무당이 무너지는 날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무림맹에서 청룡단 부단주 직책을 맡으며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 할아버지와 다름없는 두 분을 찾아뵙지 못한 것이 죄송했다. 자신의 숙부, 백부, 조카들이나 다름없는 무당의 식구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연락 하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이대로 아무런 복수도, 무당을 재건하기 위한 행위도 못한 채 자신 하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대 제자들을 남겨두고 무너져야 하나 싶었다. 온갖 상념들이 떠오르며 어떻게든 날뛰기 시작하는 혈맥을 추스르고자 단전의 내공을 짜내려했다. 혈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가기 직전이었다. 이대로면 운이 좋으면 병신이요, 운이 나쁘다면 죽을 것이 자명해 보였다.

속으로 차라리 죽는 것이, 남은 사람들을 위해 낫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꽉 깨물었던 턱에 힘을 빼고 눈을 지그시 감아버렸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함께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결의를 맺던 형제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잘들 있게...’

스으으윽

그때 갑자기 하나의 손이 와 닿았다. 따스한 소길 끝에 흐르는 시원하고 청명한 기운이 곽자기의 어깨를 따라 들어왔다.

“형님 내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지 않습니까. 이러려고 아우더러 나가서 볼일을 보라고 하신거요?”

곽자기의 사형인 청허가 곽자기의 상태를 눈치 채고 막 기함을 하려 할 때였다. 어느새 나타난 마영성이 곽자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의 날뛰는 혈도를 잡아주었다.

‘또...아우구나. 나는....’

곽자기가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지금은 자신의 사질들과 함께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었다. 장문인과 사형을 대신해 스스로 무당의 기둥이 되어야 할 때였다.

마영성의 청명한 기운이 곽자기의 내부를 돌며 뜨거워졌던 혈도들을 식혀주었다. 곽자기의 얼굴이 편안해지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고맙네 아우.”

마영성의 기운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데 최고였다. 그의 기운이 내부로 스며들 때면 득도한 도인이 되는 듯 마음이 편안해 졌다. 세상의 물정에서 초탈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마영성이 갑자기 나타나자 앞에서 울고 있던 이대제자들이 고개를 들고 마영성을 쳐다보았다. 누구인가 싶었다. 아직까지 마영성과 결의를 맺은 것을 모르는 그들이 마영성을 쳐다보고 있자 마영성이 먼저 나서 포권을 쥐고 어린 사질들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형님의 의제입니다. 앞으로 우리 도사들을 사질로 생각할 터이니 나의 말투가 낮다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십대의 아이들이 마영성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촌부 들이나 입고 다닐법한 무명옷을 걸친 마영성을 보고 그의 신분을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무당산에 있을 때면 무당을 찾은 손님들 누구하나 할 것 없이 그들을 어려워했었다. 촌부들은 그들이 아무리 어려도 도복을 입고 다니면 도사님 하면서 그들을 어렵게 대했었다. 그런데 눈앞의 청년은 아무런 기도도 느껴지지도 않고 옷을 보아도 크게 잘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자신들의 사숙이자 천하무림에서도 천하칠주의 다음가는 명성을 얻고 있는 소천오무룡의 곽자기를 형님이라고 하니 아무 말도 못하고 그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긴 곽자기가 노기 띤 목소리로 그들을 구박했다.

“사질들은 그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냐! 어린 것들이 어떻게 무당산에 있으면서 벌써 속세에 물이 들어 사람을 외모로 구별하느냐!”

갑작스러운 곽자기의 꾸지람에 깜짝 놀란 아이들인 눈물을 닦아내며 자라처럼 목을 쑥 집어 넣었다.

“네 이놈들 평소와 같았다면 내 당장 회초리 일백 개를 꺾어와 너희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었을 것이다. 무당의 어려운 지경 때문에 이 사숙의 회초리가 오늘은 피어나지 않을 것인즉, 너희들은 그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오늘 부로 버리도록 해라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알겠어요. 사숙”

십대의 아이들이 눈물을 찔끔하고는 마영성을 향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괜찮다. 이 마 사숙의 몰골이 형편없으니 너희들을 그렇게 나무랄 일도 아니다.”

곽자기가 한마디 더 하려고 하자 먼저 마영성이 입을 열었다.

“형님 저는 장문어른의 상처에 좋을 법한 약이 진영에 있는지 한번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부디 아이들에게 너무 화를 내지 말아주십시오.”

“끄응...내 아우의 부탁으로 오늘 한번은 쉬이 넘어가겠네. 자네는 어여 볼일을 보고 오게”

곽자기의 말에 미소를 지은 마영성이 바깥으로 사라지고 나자 곽자기가 엄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앞에 앉은 아이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곽자기의 엄격한 아버지 같은 인상에 아이들이 자라처럼 들어간 목을 더욱 깊이 넣고 입을 오물오물 거렸다.

“후우...너희들은 혹시 백도응왕이라거나 도왕이라는 별호를 들어보았느냐?”

갑작스런 곽자기의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보았다는 말을 했다. 그들이 이곳에 합류하기 전 사람들의 입으로 소문이 퍼진, 정파무림의 은거고수인 도왕을 모를 리 없었다. 처음으로 저 무시무시한 흑련이라는 마교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주역 중에 가장 이름이 높은 사람이 바로 도왕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노숙을 하며 피곤한 몸을 이끌 때도 아이들끼리 추운 몸을 붙이고 밤하늘의 별님과 달님을 보며 도왕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른다.

“그래 너희들은 어떤 소문을 듣고 온 것이냐?”

곽자기의 질문에 가장 앞에 앉은 열여섯의 우경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창궁검왕 어른과 함께 적 수장을 맞아 싸웠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도왕의 별호를 얻게 된 싸움이 벌어졌다고 들었어요. 아주 대단한 무공을 보여주었다고.....”

우경의 옆에 앉은 장아연이 대답했다.

“계속해 보아라.”

“일도를 펼치면 땅거죽이 갈라지고 하늘의 구름이 날아간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허공을 밟고 하늘 끝까지 오를 수 있고, 날아가는 새를 타고 열흘을 갈수 있다고 들었어요.”

갑작스런 구름을 날려 보낸다는 이야기에 새를 타고 다닌다는 말이 나오자 곽자기의 얼굴이 황당해졌다. 소문이 소문을 낳다보니 마영성을 신선처럼 신격화 하는 이야기들이 생겨난듯했다.

“그 다음은?”

“손을 한번 휘두르면 무수한 진기 탄이 암기처럼 날아가 적군을 바닥으로 눕히고, 손을 떠난 도가 하얀빛을 내며 한 마리의 매로 변해 적들을 쳐 부순다고 들었어요.”

장아연의 말을 우경이 다시 받았다.

“흑련교의 십이척(일반성인 남자의 두 배)에 달하는 절대고수가 무시무시한 검은색 창을 휘루들 때마다 아군이 수백 명씩 죽어나갈 때 도왕께서 적장을 맞아 사흘 밤낮으로 이천 초식을 겨루어 결국 적장의 목을 베었다고 전해집니다.”

며칠 되지도 않는 사이 이야기들이 상당히 와전되어있었다. 흑련교와의 전투자체를 사흘 밤낮으로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딱히 그 세부적 내용을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곽자기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래, 그러면 도왕의 이름은 알고 있니?”

“알다마다요. 그분의 존함이 마영성이라고 저 호남 군풍진 촌락의 무관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출신지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틀린 점이 없다고 생각한 곽자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군. 잘 들었다.”

한참동안 새로이 세상을 떨어 울리는 절대고수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이야기 하던 아이들이 곽자기의 대답에 입을 다물었다.

“방금 전에 이곳을 나간 너희들의 사숙 이름이 무엇인지 아니?”

“그분께서 딱히 말씀을 해주지 않으셔서...”

“그 꼬질 한 옷을 입은 너희들 사숙의 이름이 바로 마영성이다.”

잠시동안 아이들이 무슨 말인가 싶어 가만히 곽자기의 입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에 너희들을 보고 사질이라고 말하고 나가버린 그이가 바로 마영성이라니까”

“마영성? 도, 도왕어른과 존함이.....같으세요?”

“허참. 도왕 어른과 이름이 같지. 암. 같고말고.”

그때 천막을 젖히고 마영성이 약 사발을 들고 나타났다.

“이보게 아우 자네 이름이 도왕과 같다고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네만..?”

마영성이 갑작스러운 곽자기의 도왕이라는 말에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혔다.

“형님..제발 그 도왕이라는 말 좀...부끄러워서 항문이 입으로 튀어 나올 지경입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평소 마천문이 자주하던 ‘똥구녕이 입으로’를 뱉은 마영성이다.

아이들이 마영성과 곽자기의 대화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자신의 사숙이라고 말했던 청년이 도왕이라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그들의 기분을 오묘하게 만들었다.

“이보게 아우. 저기 앉은 우리 사질들에게 자네 친필 서명 몇 장 해주지 않겠나? 서명의 위에는 커다랗게 도왕 이라고 쓰고 말일세. 허허”

“형님!!”

마영성의 얼굴이 시뻘겋다 못해 아예 홍당무가 된듯했다.

“저 그러니까 마, 마사숙께서...도왕 어른 이라는 말이시죠?”

“제발 그 도왕 이라는 말좀 그만해 주겠니?”

마영성이 우경을 보며 말했다.

“사...사숙 도왕 사수욱!”

갑자기 우경이 넙죽 큰절을 했다. 앉아있던 아이들도 마영성을 보며 감격한 얼굴로 넙죽넙죽 절을 하기 시작했다.

“끄응....형님도..참...”

마영성이 후다닥 아이들을 일으켜 자리에 앉혔다.

“사질들은 그만해도 돼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어, 어떻게 연전연패 하던 정파무림에 대승을 쥐어주셨는데 대단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옆에서 장아연이 두 손을 가슴 앞에 꼭 쥐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말을 받았다.

한참동안 아이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리던 마영성이 일다경은 지나서야 약사발을 무당 장문인의 입에 댈 수 있었다. 마영성이 하는 것을 뒤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들이 불편해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한 마영성이 결국 아이들을 쫓아내고 장문인의 상세를 살폈다.

그날이후로 무당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사숙이 도왕 마영성이라고 진영 곳곳에 자랑을 치고 다니며 마영성의 얼굴을 하루종일 붉어지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벽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휴재 관련 공지 입니다. +3 19.04.04 408 0 -
공지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5 19.02.23 2,444 0 -
» 제 47장 도왕이라고 들어보았니? +5 19.03.27 1,470 46 13쪽
48 제 46장 태극검왕 대 수신남왕 +5 19.03.27 1,671 31 30쪽
47 제 45장 깜짝 놀란 사람들 +7 19.03.23 2,085 58 18쪽
46 제 44장 언덕위의 전쟁 -3화 +3 19.03.23 1,685 45 18쪽
45 제 43장 언덕위의 전쟁 -2화 +9 19.03.20 1,929 56 20쪽
44 제 42장 언덕위의 전쟁 -1화 +5 19.03.17 2,173 54 24쪽
43 제 41장 마군 야화 +5 19.03.15 2,097 46 8쪽
42 제 40장 창궁검왕을 만나는 자리 +5 19.03.13 2,153 49 16쪽
41 제 39장 반격을 위한 첫걸음 +5 19.03.12 2,378 44 29쪽
40 제 38장 마영성의 배려 +4 19.03.10 2,270 55 33쪽
39 제 37장 암실속 흑련회의 +4 19.03.10 2,242 43 21쪽
38 제 36장 귀가 +4 19.03.09 2,113 49 13쪽
37 제 35장 암왕(暗王) +6 19.03.08 2,114 61 18쪽
36 제 34장 은령 +4 19.03.07 2,126 48 11쪽
35 제 33장 도원결의(桃園結義) +5 19.03.06 2,149 56 18쪽
34 제 32장 유월의 눈물 +4 19.03.03 2,154 56 10쪽
33 제 31장 마영성과 유월 +3 19.03.03 2,110 45 12쪽
32 제 30장 제갈세가 +4 19.03.02 2,537 51 21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일로정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