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512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8.12.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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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추천
7
글자
10쪽

1. 낯선 세계

DUMMY

"으으~"

얼굴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원일은 신음을 흘렸다. 이제 눈을 뜨면 이곳은 저승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눈 뜬 원일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대단했다. 티비에서 보던 나이가라 폭포같이 생긴 폭포가 있었고 자신은 떠내려와 모래사장에 엎드려있었다.

"어찌 됐든 살았구나."

동해에서 바다에 빠졌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폭포라 이 해괴한 기분은 오묘했다.

원일의 정신은 멀쩡했다.

구구단도 해봤고 손가락이나 발가락 개수도 세보았다.

'여긴 한국이 아니야. 그렇다고 동남아시아나 호주도 아니다.'

해류를 타고 그 먼 곳까지 떠내려가지는 않았을 거다. 그 전에 자신은 파도에 잠겨 익사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답은 하나였다.

"여긴 지구가 아니야."

숨도 쉬어지고 몸이 퉁퉁 불지도 않고 주변에 저승사자 같은 사신도 없으니 더더욱 저승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일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어 맞은편 강변을 보았다. 빼곡한 나무 가운데 자신의 키보다 2배는 커 보이는 흑표범이 피를 뚝뚝 흘리며 쳐다보고 있었고 발밑에는 사슴으로 보이는 동물이 발버둥치고 있었다.

'도망가야 돼!'


원일은 천천히 뒷걸음쳤다. 흑표범의 눈을 마주치며 뒷걸음쳤다.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는 맹수들은 뒤를 보이는 상대를 사냥감으로 인식한다고 말했기에 몸을 돌려 가지는 못했다. 강폭이 넓긴 했지만 금방 헤엄쳐서 여기로 흑표범이 올 것 같았다.


나무 사이의 숲에 도착한 순간까지 흑표범의 서늘한 눈은 원일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자가 약해진 사냥감을 노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찰나지만 영겁 같은 시간이 흐르고 원일이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자 그제야 흑표범은 시선을 거두고 발밑의 사슴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원일은 몸을 돌려 도망쳤다. 방향도 정하지 않고 바삐 발을 놀렸다. 길도 없는 수풀을 온몸으로 맞아 도망쳤기에 여기저기 찔리고 부딪혔다. 낚시한다고 신은 안전화와 낚시 잠바가 상처를 막아줬다. 얼굴에 풀잎이 몇 번 스쳐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숨이 터질 정도로 도망쳤고 막다른 암벽 앞에 도달해서야 몸을 멈췄다. 암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골랐다.

'저런 맹수가 사는 숲이라니. 듣도 보도 못했는데.'


예전에 원일은 동물원에서 인도코끼리를 본 적이 있었다. 표범의 덩치가 그 정도는 돼 보였다. 다른 우리에서 표범도 본 적이 있었는데 원일의 허리까지 오는 높이여서 그 이질감은 더 컸다. 그 표범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이는 덩치였으니 원일이 공포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이곳에는 우리도 없었다.


'저런 괴물에게 잡혀먹힐 순 없지'

원일은 저런 표범에게 잡혀먹히기 싫었다. 뜯어 먹히는 고통을 느끼는 것은 차마 사양하고 싶었다.

'거기에 저런 맹수가 더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표범도 있으니 호랑이도 있을 수 있고 곰이나 다른 맹수들도 존재하리라 생각했다. 정상적인 광경은 아니었으니 어느 때보다 더 몸을 사려야 했다.

숨을 고르고 정신을 차리자 지금 상황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입고 온 바지나 옷도 그대로였고 낚시할 때 걸쳤던 조끼도 그대로였다. 옆구리 쪽에 달아놨던 낚시칼과 앞 포켓에 넣어 놨던 나이프와 낚싯줄도 있었다.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이 없어진 건 아쉬웠지만 이 상황에선 딱히 쓸모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천만다행인건 바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열쇠와 라이터가 만져졌다. 초급 하사관 때 수색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자연적으로 불을 피우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알았기에 라이터의 존재는 정말 소중했다.

하지만 가진 식수나 먹거리가 하나도 있지 않았기에 최대한 빨리 섭취해야 했다. 원일은 수색교육을 받을 때 지옥주를 경험했는데 일주일간 먹을 것을 먹지않고 잠도 자지 않는 훈련을 했었다. 물은 3일에 한 번씩만 수통 하나만 받았는데 그때의 생각이 났다.

'일단 젖은 몸부터 말리고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 물은 다음이야.'

원일은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었다. 그리곤 있는 힘껏 물기를 짰다. 해가 중천에 있는 걸 보니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 남은 거 같았다. 당장 숲의 안쪽에서 표범이 튀어나와 올 것 같았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옷과 신발을 널어 놨다. 그리곤 자신도 그곳에 누웠다.

'바다에 빠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하늘 높이 솟아있는 나무에 집채만 한 흑표범까지 여기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아니야.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났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결국, 여기서 살면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낚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초연하며 세상에 미련이 없었지만, 막상 죽음의 위험에 직면하고 새로운 세상에 오자 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났다.


원일의 눈에 비친 그의 몸은 마른 나뭇가지 마냥 앙상했다. 식사량도 적고 운동도 안 했던 몸뚱이는 전성기 시절에 비해 보잘것없었지만 이상하게 흐리멍덩했던 정신은 맑게 돌아온 것 같았다.

'그래 살아보자. 어쩌면 이곳에 내가 온 건 운명일 수도 있다. 자다가 죽을 지언정 저런 짐승에게는 잡아먹혀 죽진 말자.'

원일은 신을 믿진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의 고통 속에서도 종교의 힘에 기대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이곳에 온 건 신의 뜻이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이 현상은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원일은 널어놨던 옷을 다시 입었다. 아직 축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못 입을 정돈 아니었다.

원일은 주변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 중 적당한 가지를 골랐다. 그리곤 잠바 밑단에 있는 고무줄을 끊고 칼을 그 나무 위에 칭칭 감았다. 감은 부위를 움직여보니 약간 헐거운 거 같아서 갖고 있던 낚싯줄을 다시 감으니 그런대로 쓸만한 목창이 만들어졌다.

낚시 주머니와 바지 주머니에도 적당한 돌멩이들을 골라 담았다. 혹시라도 토끼나 새 같은 작은 짐승들이 보이면 던져서 맞출 생각이었다.

준비가 갖춰지자 원일은 암벽을 따라 걸었다. 해가 지기 전에 적당한 은신처를 찾아 몸을 쉬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강이 있지만, 그 너머엔 표범이 있지. 물을 위해서 괜한 위험은 감수 할 필요가 없다. 식수야 보충할 방법은 많아. 지금은 은신처를 찾는 게 중요하다.'

원일은 수색교육 할 때를 떠올리며 그때 경험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수통은 없지만, 작은 짐승만 찾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금방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이슬을 모아 먹어도 되고 모래와 숯을 깔아서 물을 여과해도 된다.'

원일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생존훈련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졌다.

목창을 든채로 암벽을 따라 움직였다. 암벽은 깎아 지를 만큼 높이 솟아 있었고 그 경계선을 따라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여긴 막다른 곳이군.'

한참을 이동한 끝에 보이는 광경은 절벽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숲의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루어진 숲의 바다는 장엄함을 넘어 경건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

'정말 대단하다.'

원일은 폐부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숨을 들이켰다. 그 청량감이 온몸을 휘감고 돌아 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젖고 병든 몸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힘이 솟구쳤다. 한국에 있었을 때와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원일이 감상에 젖었을 때 별안간 아래에서 거친 함성들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정말 커서 원일이 있는 곳까지 들렸다.


우오!

우오!

그리고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메아리쳤다. 발음이 굉장히 거칠고 흉흉한 기세로 여겨졌기에 원일은 순간 납작 엎드렸다. 그리곤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 절벽 아래에서 소리가 들린 곳을 주시했다.

듬성듬성 뚫린 나무들 사이에서 보이는 광경은 갈색 피부에 근육질의 괴한들이 엄청나게 큰 멧돼지를 둘러싸고 포효하는 모습이었다. 팔뚝은 자신의 허리통을 보는 것 같았고 온몸이 스테로이드 한 보디빌더 마냥 힘줄이 튀어나와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다. 또한, 어금니와 송곳니는 툭 튀어 바깥으로 나온 것이 절대로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등에는 활로 보이는 물건도 있었고 상반신에는 각종 장신구도 달고 있었다.

'지능이 있는 종족이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

원일의 본능은 도망가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원일은 공포심을 눌러 앉히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보았다.

근육질의 괴물들은 멧돼지를 능숙하게 해체하고는 나무 꼬챙이에 고기를 꾀고 그 부산물을 챙겨서 자리를 떴다.

원일은 괴물들의 모습이 다 사라지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근육질 괴물에 집채만 한 흑표범과 멧돼지. 여기는 절대로 지구가 아니다. 지구에 저런 것들이 살아 있었다면 벌써 뉴스에 나왔겠지.'

이제는 원일도 확신이 들었다. 흑표범에게서 도망칠 때는 반신반의 했지만, 저 괴물들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난 다른 세상에 있는 거야.'

원일이 낮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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