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511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9.01.05 15:57
조회
499
추천
12
글자
10쪽

7. 숲의 재앙

DUMMY

투지가 들끓자 원일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잠재력이 깨어났다. 그동안 포스를 끝까지 써본 적이 없었던 만큼 그 한계를 시험하기에 부족했었지만 만다의 존재가 그것을 깨뜨렸다. 원일은 모든 기운을 발에 집중해서 만다에게 접근했다. 휘둘러 지는 꼬리는 간발의 차로 피하고 독액은 몸을 구르거나 놈의 몸체 쪽으로 유도하게끔 했다.


싸우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만다가 독액을 뿜을 때 절대 자기 몸쪽으로 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괴물의 독액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닐까 가설을 세우고 지켜봤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 그다음부터 원일은 적극적으로 몸체로 접근했다. 그리고 마침내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방천화극에 기운을 두르고 몸뚱이를 휘둘러 치자 그 단단하던 비늘이 떨어지며 피가 배어 나왔다. 그 광경을 본 엘프들이 만다의 곁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조금의 기회라도 원일에게 제공하고자 시간을 벌어주려는 듯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만다의 몸에 생기는 상처도 늘었다. 만다는 괴로운 듯 연신 발버둥치며 발악했다. 원일은 승리가 다가왔음을 느꼈다. 이대로 간다면 놈이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만다의 몸에서 엄청난 포스가 뿜어져 나왔다.


만다는 살아오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포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를 위협하는 적은 있었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리지 않는 이상 자신의 진원을 아꼈다. 포스를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종족들과는 다르게 만다는 뱀에서 시작한 영물로 포스를 사용한다면 다시 그 기운을 모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군다나 탈피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다시 휴식기에 들어가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목숨의 위협을 느끼자 진원을 사용했다.


포스를 사용한 만다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몸뚱이와 더욱 날카로워진 꼬리들이 엘프들을 강타하였다. 엘프들은 꼬리에 맞자 전신이 으스러지며 죽었다. 독 또한 주변으로 분사하며 마구잡이로 날뛰었다. 두 눈에서는 붉은 포스가 흘러나와 일렁였다. 싸우면서 정신도 공격했다.

[너희는 죽을 거야. 내 뱃속으로 모두 들어갈 거야.]

[공포를 느끼면서 죽어가는 거야. 다음 생에도 너희는 내 먹잇감이 돼 있을 거야.]


온갖 사이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극기훈련과 병마와 싸우면서 생긴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진작 원일은 미쳐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정령의 생명력에 영향을 받아 정명했고 단단했다. 하지만 엘프들은 만다의 정신 공격에 영향을 받았는지 움직임이 굼떠지고 있었다.


30명의 엘프들 중에 원일을 포함해서 열 명만이 남았다. 사방엔 팔다리가 부러지고 녹아내린 엘프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전멸할 것 같았다.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을 때 카트리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15명의 엘프를 데리고 나타났다. 엘프들 중에는 마법사가 몇 명 껴있있고 그들이 전장에 합류하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마법사들은 온갖 공격 마법을 날리며 만다에게 피해를 주는 한편 아군에게는 정신지배를 벗어나게 하는 주문으로 도움을 주었다.

긴박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았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저 피해를 최소화할 뿐 만다의 움직임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만다는 마법 따위는 상관 없다는 듯 오로지 공격 일변도의 태도를 보이다 잠시 움찔했다.


그 모습을 본 원일이 의아함을 느끼고 주변을 살펴보았을 때 그의 눈에 깨진 라이터가 들어왔다. 기름이 얼마 남지 않은 라이터가 깨지며 가스냄새가 났는데 그걸 맞은 모양이었다. 원일은 그제야 놈의 약점을 알 수 있었다.

'놈의 약점은 불이다.'

원일은 만다가 불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마법도 상관 안 하는 놈이 가스냄새를 맡고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카트리나 혹시 불 계열의 마법도 있습니까?]

[네. 간단한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있어요.]

[놈이 기름 냄새를 맞고 주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분명 놈이 불을 무서워하는 게 틀림없어요.]


카트리나는 원일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숲을 사랑하지만, 정확히는 정령수를 사랑했다. 정령수가 피해받지 않는 이상 그녀에게 거리길 것은 없었다.

원일와 엘프들은 카트리나와 마법사들이 마법을 외우는 시간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놈의 시선을 붙잡는 동안 카트리나와 마법사들이 거대한 화염의 구체를 만들어 만다에게 날렸다.

끼에엑.

화염구에 맞은 만다의 비명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만다는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땅바닥을 구르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포스를 실은 칼날에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놈이 저리 발광을 해대는 것을 보면 놈의 약점은 불을 이용한 공격이 맞았다.


만다는 이대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탈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비늘이 약해졌는데 그걸 너무 간과한게 패착이었다. 어떻게든 몸을 빼내고 다시 힘을 길러 복수해야 했다.

원일과 엘프들은 놈이 도망치는 방향으로 이동하여 퇴로를 차단했다. 양옆에서 달려 듦과 동시에 놈의 몸뚱이에 공격했다. 사리분별력이 떨어진 만다는 공격을 허용했다. 그동안 철벽 방어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공격을 허용했다.

만다의 몸에서 옮겨붙은 불이 숲 사방으로 번지며 거대한 화염의 장막을 형성했다. 건기인 탓에 마른 나무들은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다.


이제 만다와 엘프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엘프들은 숫자가 열 명이 되지 않았고 만다는 단단했던 비늘이 죄다 벗겨져 붉은 속살을 내비쳤다.


원일과 엘프들이 매캐한 연기와 열기를 참으며 먼저 공격하였다. 사방에서 포스의 칼날이 만다를 베고 지나갔다. 비늘이 벗겨진 만다의 몸뚱이는 포스의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몸 전체에서 진물과 검붉은 피들이 흘러 바닥을 적셨다. 만다는 엘프들이 전원 달려들 때를 노려 숨겨왔던 최후의 한 수를 꺼냈다.

끼야야악.

사기가 가득 담긴 포효에 모든 인원이 얼어붙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만다의 입에서 독이 분사되었다. 독은 모든 인원을 향해 날아갔다. 보호의 기운을 두르고 있던 카트리나를 제외한 마법사들이 독액에 녹았고 엘프들과 원일도 독액을 뒤집어썼다.

원일도 순간 몸을 돌려 즉사는 면했지만 다른 엘프은 얼굴에 그대로 독액을 허용하고 절명했다. 이미 갑옷은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고 팔뚝과 광대뼈는 살이 녹아 허연 뼈가 드러났다. 몸 전체는 이미 화상으로 가득했고 진물이 흘렀다.


원일은 죽음의 순간이 왔다고 느꼈다. 다리는 무거워 졌고 한쪽 팔에는 감각이 없었다. 눈앞에 다 죽어가는 뱀을 보며 원통함을 느꼈다.

'내가 죽어도 네놈만큼은 데려간다.'

그의 눈에 카트리나가 들어왔다. 자신이 놈에게 피해를 준다면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그녀가 마무리를 해주리라 믿었다.

원일은 모든 포스를 쥐어짜서 달렸다. 그리곤 만다의 위로 점프해 창날을 내리찍었다.

속살에 공격을 허용한 만다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원일을 떼어 내려 했지만, 창날을 꽉 붙잡은 원일이 놓아주지 않았다. 피가 뿜어져 나와 원일의 몸을 적셨다. 그 모습이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 같았다.

만다가 고개를 돌려 독을 분사하려던 순간 그 입으로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만다는 화염구를 허용한 뒤 즉사했다. 그 큰 몸뚱이가 대지에 뉘이며 오랜 삶을 마감했다. 원일은 죽어버린 몸뚱이 위에서 창을 잡은 채로 기절했다. 사방에서는 불의 장막이 타오르고 있었고 매캐한 연기가 숲을 가득히 덮었다.


카트리나는 원일에게 다가갔다. 온몸이 화상 자국과 곰보 자국으로 덮여 있어 끔찍했으나 그녀는 그 모습을 개의치 않았다. 코에 손을 대자 미약한 숨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두면 곧 죽을 것 같았다. 카트리나는 원일을 살리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포스의 그릇을 먹이고 정령의 생명을 깨우는 것.


그녀는 도박하는 심정으로 원일을 땅바닥에 뉘었다. 그리곤 만다의 목 부근을 갈랐다. 턱밑에서 1m미터쯤 더 내려가자 붉은빛이 도는 구슬이 나타났다. 만다는 살아온 세월답게 포스의 그릇이 주먹만 했다.


포스의 그릇을 들고온 그녀는 원일의 입을 벌리곤 넣었다. 그리곤 입을 맞추고 숨결을 불어넣었다. 입에 들어간 포스의 덩어리가 차츰차츰 녹더니 원일의 식도로 모조리 넘어갔다. 포스의 덩어리가 다 녹고 나서야 카트리나는 입을 땠다. 그런 다음 원일을 안아 들고는 화염의 장막을 빠져나왔다. 몸 주변에 방어막을 치고 물의 기운이 담긴 마법으로 길을 내며 조금씩 전진했다.


그녀는 모나드 씨족의 지도자답게 뛰어난 수준의 마법사였다. 마법을 난사했음에도 그녀의 포스는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둘 다 죽을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한시라도 이 부근을 벗어나 정령수 곁으로 가야 됐다. 특히나 원일을 살리려면 정령수의 도움이 필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 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13. 사자왕의 영지 +2 19.02.01 235 4 10쪽
34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1 267 4 10쪽
33 13. 사자왕의 영지 +2 19.01.30 304 5 11쪽
32 12. 영지전 +4 19.01.29 280 4 12쪽
31 12. 영지전 +2 19.01.28 309 3 11쪽
30 12. 영지전 +2 19.01.26 341 3 10쪽
29 11. 조사단 +2 19.01.25 353 4 9쪽
28 11. 조사단 +2 19.01.24 308 3 11쪽
27 11. 조사단 +2 19.01.23 361 4 10쪽
26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3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36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5 5 9쪽
23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7 411 8 10쪽
22 9. 영주의 초빙 기사 +3 19.01.16 437 5 14쪽
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5 8 14쪽
20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4 464 5 13쪽
19 8. 새로운 만남 +2 19.01.12 483 9 12쪽
18 8. 새로운 만남 +2 19.01.11 480 7 11쪽
17 8. 새로운 만남 +2 19.01.10 507 12 13쪽
16 8. 새로운 만남 +2 19.01.09 494 13 9쪽
15 7. 숲의 재앙 +2 19.01.07 500 12 9쪽
» 7. 숲의 재앙 +2 19.01.05 500 12 10쪽
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5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1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1 12 9쪽
10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0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77 11 9쪽
8 4. 열광(熱狂) +1 18.12.29 484 9 9쪽
7 4. 열광(熱狂) +1 18.12.28 533 7 9쪽
6 3. 터를 잡다. +1 18.12.27 563 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