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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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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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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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 고블린 토벌

DUMMY

그것은 아주 오랜 옛날, 이 영지가 있기도 전에 봉인된 존재였다. 고대인들은 이 존재를 두려워했다. 죽음조차 비껴가는 불사신과 같은 존재였고 마법또한 통하지 않는 난공불락에 가까운 존재였기에 겨우 봉인하는데 그쳤다. 각지에서 모인 지도자들의 회의 끝에 당시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남쪽 지역에 그 존재를 봉인하기로 했다. 많은 인력을 동원해 산맥의 지반에 구멍을 깊이 뚫고 심연에 가까운 곳에 그 존재를 던져 넣고는 봉인을 했다. 혹여나 그 존재가 다시 깨어날까 두려웠기에 고대인은 산맥을 수호하는 가디언을 만들어 풀어놓았다. 그리고 가디언에게 봉인된 지역을 거점으로 살아갈 것을 명하는 한편 남쪽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선포한 후 모든 인간이 접근하지 못하게 선언하였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고 가디언 또한 약해지며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살아남은 가디언들은 오랜 세월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영성이 생겼고 임무를 망각하기에 이르렀다. 살아남은 소수의 가디언은 봉인지를 등졌다. 그들은 자신을 만든 고대인의 존재를 두려워했기에 산맥을 넘어 더욱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 터를 잡고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살아갔다. 시간은 흘러 인간들 사이에서 전쟁이 시작되며 수많은 왕국이 무너졌고 새로운 왕국이 탄생하며 자연스레 봉인된 존재는 잊혀 갔다. 인간의 문명은 많은 전쟁 끝에 퇴보했으나 오히려 영역은 넓어졌다. 신성불가침이라 여겼던 지역도 결국 인간의 영토로 편입되어 개간하기에 이르렀고 많은 인간이 지역에 정착했다. 그러는 사이 봉인의 결계가 부서졌다. 봉인의 여부를 확인해야 할 가디언 조차 사라졌기에 심연의 봉인된 존재가 깨어났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봉인된 탓에 모든 힘을 잃고 간신히 이지(理智)만을 구석에 남겨놓은 존재는 자신을 도울 하수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신의 미약한 기운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처음 이곳에 들어온 존재는 오크였으나 그들은 두려워하며 자신의 부름을 무시한 채 빠져나갔다. 그리고 동굴 또한 무너뜨렸다. 그러나 존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기운을 퍼뜨렸다. 그런 그의 기운에 가장 약한 존재인 고블린이 응답했다. 고블린은 핍박받고 도망치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힘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힘을 대가로 계약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발을 디딘 고블린 무리는 매우 약했다. 무리는 숲에서 추방당한 고블린이었고 포스나 주술의 기운도 갖고 있지 않은 존재였기에 자신의 지식을 전수해줬다. 그러면서 고블린의 정신을 차츰 오염시켜 갔다. 그러던 와중 원일과 매튜 무리가 봉인지로 찾아왔다.

존재는 다시 봉인될까 두려웠다. 부활의 의식이 코앞에 왔는데 다시 봉인될 위기에 처했다. 그렇기에 다시 기척을 없앴다. 의식만이 남아 빛도 들어오지 않는 심연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생명력으로 넘실대는 피가 자신의 몸으로 떨어졌다. 목이 마르고 더 피의 촉촉함을 느끼고 싶었다. 갈증이 났다. 그래서 더욱 피의 존재를 갈구했다.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기라도 한 듯 곧이어 피가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피가 전신을 잠길 정도까지 차올랐다.


원일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머리에서 연신 경고음이 울리며 심연을 조심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불길했던 저 구멍에서 음산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매튜와 기사들은 전장을 수습 중에 있었고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듯 가만히 있는 원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런가 워닐?"

매튜가 물었다. 그의 음성엔 피로가 가득했다.

"온몸의 세포가 경고하고 있네. 저 안에 무언가 있다고."

"밑바닥도 보이지 않는데 뭐가 있겠나?"

"아니야. 수상해."

평소 같았으면 매튜나 기사들도 원일의 말에 경각심을 느꼈겠지만, 그들은 너무 지쳐있었다. 빨리 주둔지로 돌아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병력이 한대 모여 철수하려고 할 때 갑자기 구멍에서 엄청난 속도로 무언가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모두 산개해!"

원일이 급히 외쳤다.

원일은 만다와 마주쳤을 때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그때는 투지가 샘솟았는데 지금은 공포의 감정이 먼저 생겼다. 매튜와 병력은 모두 정신이 나간 듯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고 심약한 자들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다. 그리고 그 존재가 바깥으로 나와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치자 모두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그 존재는 까마귀의 날개와 산양의 뿔을 달고 있었고 보라색의 눈동자로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회색 피부는 강철 같은 느낌을 주었고 몸에는 사악함이 가득 넘치는 녹색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에게서 음성이 들려왔다.

"드디어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검은 아지랑이가 일렁이며 사방으로 기운이 퍼졌다.

"너무 오랜 시간이었어. 내 존재가 잊힐 만큼."

"네놈은 누구냐!"

매튜가 외쳤다.

"나약한 존재여. 그대의 힘은 너무도 미약하여 내 대답을 듣기에 충분치 않구나."

"헛소리하지 마라!"

"대답을 원하는가?"

"그렇다."

원일이 말했다.

"검은 심연의 지배자. 불의 마왕 타나토스."

고대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존재 검은 심연의 지배자, 불의 마왕 타나토스가 깨어났다.


고대인의 기억 속에는 항상 두려운 존재로 남았던 존재가 있었다. 뛰어난 마법 지식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문명을 갖고 있던 그들에게조차 공포의 대명사로 여길 만큼 특별한 존재들이 있었다. 마계의 일곱 마왕이라고 불리던 자들은 인간의 감정을 갉아 먹고 피와 영혼을 대가로 이 세계에 강림하곤 했다. 그들이 강림하면 항상 시체가 산이 되고 피가 바다가 되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타나토스는 일곱 마왕 중에서도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네놈의 목적이 뭐냐!"

"그대는 나약한 존재답지 않게 무례하군."

"네놈에게 차릴 예의는 없다."

그 말과 동시에 타나토스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매튜의 전신을 감 쌓다.

으악.

매튜는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 쥐며 땅바닥을 굴렀다. 단단히 몸을 보호해 주던 전신 갑옷마저 해체되었다.

고통 받는 매튜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원일이 포스를 일으키며 대항했다. 원일과 타나토스의 기운이 팽팽히 맞서자 타나토스가 기운을 거두었다.

"하하하. 알겠어. 이제야 알겠어."

타나토스가 미친 듯이 웃었다. 원일은 영문을 모른 채 바짝 긴장했다. 악마가 공격해 올 것만 같았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그렇기에 피를 보지 않으려 한다. 그대들을 살려주마."

타나토스는 그 말과 동시에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원일에게 한줄기 음성을 남겼다.

[그대는 특별하군. 우린 언젠가 다시 볼 날이 있을 거야. 내 그날을 기대하지.]


정신을 잃은 매튜를 등에 업고 동굴을 빠져나갔다. 모두 혼비백산 한 듯 정신이 나가 있었다. 동굴 외부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이 영문을 몰라 허둥대는 사이 원일이 병력을 수습했다.

일단 영지에 전령을 보내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동굴 안에서 전투를 겪었던 인원들을 막사를 만들어 쉬게 명령했다. 자신 또한 매우 당혹스러운 나머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특별하다고?'

자신은 다른 인간들보다 조금 더 강할 뿐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지구에서 왔을 뿐이었다.

'마치 다시 만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 말도 원일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였다. 악마의 속삭임은 그만큼 강렬했고 뇌리에 박혔다.


주둔지에서 전령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로버트가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소수의 고블린 무리만 있을 줄 알았으나 몇백 마리가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급히 병력을 소집해서 온 것이었다. 얼마나 급했던지 예비군으로 있던 병력을 무기도 쥐여주지 않은 채 데려온 것이었다.

"워닐. 무슨 일이 있었던 게요!"

로버트는 원일을 만나자 대뜸 소식부터 물어왔다.

"양피지를 보셨겠지만, 말로 설명을 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광산에 있던 고블린은 수백이 넘었고 홉고블린과 주술사가 있었습니다."

"그 소식은 들었소. 내가 걱정하는 건 악마의 존재요."

"우리 병력이 동굴 내부로 진입했을 때부터 수상했습니다. 수상한 액체가 담긴 거대한 해골이 있었고 바닥을 볼 수 없는 깊은 구멍의 테두리에 각종 짐승의 뼈와 해골이 둘려 있었습니다. 저는 제단을 파괴했고 홉고블린과 주술사를 죽였고 승리가 얻었다고 생각했으나 구멍에서 어떠한 존재가 튀어나왔습니다."

"그 존재가... 설마 악마란 말이요?"

"예. 자신을 타나토스라고 소개하더군요."

"오. 신이시여!"

로버트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러면서 손을 맞잡고 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올렸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 있습니다."

"심각하다니!"

"매튜가 정신을 잃었습니다. 벌써 이틀째 깨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로버트는 원일의 말을 듣더니 매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고열에 시달리는 매튜의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도 처량하여 원일조차 위로의 말을 건네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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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2. 영지전 +4 19.01.29 280 4 12쪽
31 12. 영지전 +2 19.01.28 309 3 11쪽
30 12. 영지전 +2 19.01.26 341 3 10쪽
29 11. 조사단 +2 19.01.25 353 4 9쪽
28 11. 조사단 +2 19.01.24 308 3 11쪽
27 11. 조사단 +2 19.01.23 361 4 10쪽
» 10. 고블린 토벌 +2 19.01.22 354 4 10쪽
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36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5 5 9쪽
23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7 411 8 10쪽
22 9. 영주의 초빙 기사 +3 19.01.16 437 5 14쪽
21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5 415 8 14쪽
20 9. 영주의 초빙 기사 +2 19.01.14 464 5 13쪽
19 8. 새로운 만남 +2 19.01.12 483 9 12쪽
18 8. 새로운 만남 +2 19.01.11 480 7 11쪽
17 8. 새로운 만남 +2 19.01.10 507 12 13쪽
16 8. 새로운 만남 +2 19.01.09 494 13 9쪽
15 7. 숲의 재앙 +2 19.01.07 500 12 9쪽
14 7. 숲의 재앙 +2 19.01.05 500 12 10쪽
13 7. 숲의 재앙 +3 19.01.04 515 11 12쪽
12 6. 엘프 +3 19.01.02 491 11 9쪽
11 6. 엘프 +1 19.01.01 491 12 9쪽
10 5. 대지의 자손 +1 18.12.31 490 8 17쪽
9 5. 대지의 자손 +1 18.12.30 477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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