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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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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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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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 조사단

DUMMY

원일이 눈을 뜨자 아리안 주교가 빙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축하합니다. 깨달음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셨군요."

"예.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갑자기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가서 놀랐습니다."

"제가 명상에 들어간지 오래되었습니까?"

"두 시간은 족히 있으셨습니다. 저희가 주변을 지켰지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희귀한 장면을 보았기에 오히려 제가 감개무량합니다. 포스 마스터가 깨달음을 얻는 장면은 아무나 볼 수 없습니다."

둘은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았다. 아리안 주교는 성기사와 사제들에게 내부의 조사를 맡기는 한편 원일과 자리를 옮겨 친분을 쌓았다. 원일의 입장에선 강대한 세력인 신전에 연을 만들고자 했고 아리안 주교는 원일의 무력이 필요했다. 세력이 없는 마스터는 영입하는 자가 임자였다.

간이 막사로 자리를 옮긴 아리안 주교는 '악마대백과사전' 을 펼치며 원일에게 보여주었다.

"워닐. 이 그림 중에 악마와 비슷하거나 똑같이 생긴 모습을 한 악마가 있다면 저에게 알려 주시지요."

"이게 뭡니까?"

"악마를 기록한 사전입니다. 교단은 오래전부터 악의 존재와 싸워왔기 때문에 악마에 대해서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책이 두껍네요."

"예. 오랜 세월 기록하다 보니 방대한 자료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옆에서 따로 보고 있을 테니 보시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원일은 책의 머리말부터 설명까지 정독하며 흥미가 동하는 것을 느꼈다. 이계에 기록된 정보였기에 읽기만 해도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흠, 이 악마는 인간의 고기를 먹고 살을 찌운다고?'

악마의 외형의 그림은 굉장히 기괴해서 어떤 동물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옆에는 주석이 달렸는데 저자의 견해와 함께 퇴치법이 같이 적혀 있었다.

가령 불로 태워 죽인다거나 강이나 바다 같은 물이 많이 있는 곳에 던져 질식사시킨다거나 하는 내용이었다. 한창 책을 보던 중 중간쯤에서 이상한 그림을 몇 장 보게 되었다.

'코뿔소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고 옆에 있는 놈은 코끼리인가?'

동물원에 봤을 때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 그림에 그려 있었다. 다만 이들은 조금씩 생김새가 달랐는데 마치 옛날 지구인들이 기록해 놓은 것과 비슷했다. 아마도 이계에도 비슷한 외형의 생명체들이 있는 것 같았다.

남쪽 숲에서 뱀이나 산양, 멧돼지 같은 생명체는 지구와 크기만 달랐지 외형은 똑같았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매우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가 가득했으며 팔다리가 혼합되거나 고릴라와 같은 몸에 얼굴이 일그러진 생명체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 신기하게 생긴 그림을 보게 되었다.

"아리안 주교님. 잠깐 와 보십시오."

"뭔가 찾으셨습니까?"

"예. 여길 보십시오."

원일이 가리킨 그림엔 팔다리가 길고 원숭이같이 생긴 생명체가 있었다.

"제가 책을 보던 도중 의문이 들었습니다. 짐승과 같은 생김새에 기괴한 모습을 가진 악마들은 많은데 이놈만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네요. 그게 궁금했습니다."

"아, 이 악마 같은 경우는 악마들의 하수인입니다. 마계에서 올라온 인간이지만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 존재입니다."

"근육의 묘사나 얼굴이 나와 있지 않네요?"

"저도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보아도 하수인이라고 적혀 있을 뿐 딱히 설명이 달리지 않았습니다. 추측건대 생포할 수 없어 외형만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에도 희귀했다는 설명이 다였습니다."

원일은 그림을 자세히 보았다. 인간보다 팔다리가 길고 머리는 비정상적으로 컸었다. 어린아이가 오토바이 헬멧을 쓴다면 비슷해 보였다. 다만 성인의 몸과 딱히 다른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후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주교님 꼼꼼히 찾아봤지만, 이상한 점은 없네요. 아무래도 다른 책을 봐야겠습니다."

"비슷한 외모도 없던가요?"

"예. 까마귀의 날개, 산양의 뿔 인간의 육체. 이와 비슷한 형상도 없었습니다. 이건 다른 기사들에게 물어봐도 동일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원일이 천막 밖으로 나갔을 땐 이미 날이 어둑해져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매일 봄에도 큼지막한 두 개의 달은 적응되지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두 개의 달. 지구인들이 저걸 본다면 까무러쳤겠지.'

자신도 새로운 광경을 보면 놀라는데 그건 이계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악마를 처음 본 자들은 기절초풍했을 거다. 자세히 보기도 두려웠겠지.'

이 그림엔 과장도 섞였을 거로 생각했다. 옛날 아프리카 대륙을 탐험했던 서양인들이 코끼리나 타조 같은 생명체를 과장 되게 그린 것처럼 아마 이계에서 악마의 존재를 기록한 자들도 비슷할 거로 생각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저들이 알아서 하겠지.'

자신은 악마를 찾아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영지 생활에 익숙해 졌고 어떻게 이계의 체계가 돌아가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이계를 탐험하고 싶었다. 문화의 종주라는 제국에 가보고 호전적이라는 북부의 야만인도 만나보고 싶었다. 아직 원일에겐 할 것이 많았다.

매튜를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밤에 찾아가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 자신의 천막에 가서 쉬기로 했다. 낮에 주교와 얘기했던 깨달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자신이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원일은 바닥에 누워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경험과 육체의 단련이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계에 와서 포스를 수련함에서 그가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포스의 그릇을 먹거나 목숨을 건 사투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생각하게 되었고 막연히 잡힐 것만 같았던 무언가가 떠올라 답답한 차에 아리안 주교와의 문답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비록 아리안 주교가 제대로 말하진 않았지만, 깨달음이란 단어를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왜 성장할 수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육체의 단련은 충분하다. 실전 경험도 더 쌓아 간다면 나를 이길 자는 많지 않아. 성장하려면 이제부터는 육체보단 정신의 단련이 중요하다. 카트리나가 말했지. 성장하기 위해선 끝없는 자아 성찰이 필요하다고. 아! 이게 그녀가 말하는 깨달음이었구나.'

말은 달라도 결국 뜻은 같다고 생각했다. 문맥의 정황상 아리안 주교와 카트리나가 하는 말이 같았다.

'포스를 수련함에서 종류가 달라도 강자들의 생각은 비슷한 것인가? 더 많은 강자를 만나봐야 한다.'

그가 보기에 아리안 주교는 사제였지만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갖고 있었다. 포스에 대해서도 잘 알았고 신성력이라 불리는 기운이 내부엔 충만했으며 웅혼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카트리나 또한 마법을 익히고 있었지만 포스의 수련에는 지금까지 만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류귀종(萬流歸宗) 모든 흐름은 하나로 통한다.'

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끝을 봤다고 할 수 없지만, 분야가 다름에도 그 극의에 달한 자들은 많은 것을 알았다.

'끝으로 가는 길은 많지만 결국 그 도착지는 하나란 말인가. 어렵구나.'

아무래도 강자와의 교류가 더 필요해 보였다. 원일은 다양한 분야의 강자들과 대화가 필요했다. 자신은 아직 젊으니 끝을 볼 가능성이 있었다.

'쉽게 생각하자 노력하고 나태해지지 말자. 지금까지 잘하고 있잖아?'

원일은 생각을 정리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단은 연신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아리안 주교 또한 만나기가 힘들었다. 로버트는 영지를 오래 비워둘 수 없어 원일에게 병력의 1/3 정도를 맡기고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철수했다. 그러면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매튜를 잘 부탁한다고 말을 했다.

'후. 매튜가 다친 건 안타깝지만, 너무 끌려다닌다.'

호너도 있는데 원일에게 병력을 맡긴 건 아리안 주교에게 '이 사람은 곧 내 휘하에 있을 거요' 라는 암시와 같았다. 아리안 주교가 아직 원일에게 직접적인 영입 의사를 내보이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사건이 정리되면 영입 의사를 표현할 게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성기사들이 원일에게 다가와 친밀감을 표시했다. 그들은 선물이라면서 사냥감을 갖고 와 나눠 먹자고 하였다. 이들의 초대를 거절할 명분이 없었던 원일은 같이 식사하며 이계의 종교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당신들은 어떤 신을 모십니까?"

"저희는 운명의 여신인 '아난케' 님을 모십니다."

"혹시 아난케 여신 말고 다른 신을 모시는 자들도 있습니까?"

"대륙에서 아난케 여신은 유일신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 외 소수민족이나 야만인들이 모시는 신이 있지만 이교일 뿐 성세는 매우 미미합니다. 왜, 궁금하셨습니까?"

"예. 아리안 주교와 대화하다 보니 종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아난케 여신을 모신다면 그분께서 신성력을 내려주실 겁니다."

"신성력은 뭡니까?"

"아난케 여신께서 그분의 종에게 하사하는 힘입니다. 다른 이교를 정화하기 위해 내린 힘으로 성기사가 된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스와 비슷한가 봅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포스와는 다른 성질의 기운입니다만 외부로 발현하는 점에서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얘기만 들어도 흥미가 동하는군요."

"그렇다면 저희가 궁금증을 해결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해결해 주신다는 건지?"

성기사는 배낭에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원일에게 건네주었다. 손때가 많이 타서 거뭇한 게 많이 사용한 흔적이 보였다.

"제가 들고 다니는 교단의 성서입니다. 아난케 여신의 흔적과 가르침이 쓰여 있습니다. 이걸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이 귀한 것을 주셔도 되겠습니까?"

원일이 이계에 와서 놀란 게 있다면 웬만한 것들은 물물교환으로 거래하지만, 책은 은화나 금화로 거래 된다는 점이었다. 책이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기에 항상 화폐로 거래가 됐다. 지구 시세로 은화 한 개는 백만 원 정도였고 금화 한 개는 천만 원 정도의 값어치를 갖고 있었으니 저 정도 두께의 성서라면 못해도 금화 한 개의 값어치는 나가 보였다.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집에 성서가 더 있거든요. 여신의 종이 한 명 더 생긴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성기사도 마냥 선물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또한 인간인데 순수한 마음을 갖고 주진 않았다. 원일이 아난케 여신의 종이 되고 마음이 교단으로 쏠린다면 교단은 두 명의 마스터를 보유하게 되니 일종의 포섭이었다.

"그럼 기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틈나는 대로 보고 가르침으로 삼겠습니다. 아리안 주교께도 감사하다고 전해 주시지요."

그 후로 성기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검을 다루는 이들답게 훈련법이나 실전 경험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은 언젠가 도움이 된다고 여기고 있었기에 원일 또한 필요한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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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조사단 +2 19.01.24 30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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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0. 고블린 토벌 +2 19.01.21 336 4 9쪽
24 10. 고블린 토벌 +2 19.01.18 36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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