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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위병 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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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크로우
작품등록일 :
2019.01.01 01:05
최근연재일 :
2019.11.0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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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196

작성
19.01.0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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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위병의 하루는 재미없다.

DUMMY

“하아, 나 분명히 위병이라고 듣고 지원했는데 말이지.”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보급품을 옮기던 병사 세이란은 마지막 자루를 내던지듯이 창고에 넣고는 투덜거렸다. 보통 이렇게 불평을 입에 담으면 보급관이나 병사장이 보고 있지 않는 한 동료들도 어느 정도 맞장구를 쳐주며 같이 불평불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그런 통상적인 상황과는 달리 옆에 있던 일 동료 재밀은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쯧쯧, 그 말도 벌써 3개월째다. 듣는 이쪽도 질리려고 하니 이제 그만해주지 않을래.”

“젠장,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다고.”

“딱히 속은 건 아니잖아. 너, 위병이지?”

재밀의 무심함에 세이란은 다시금 불평을 토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론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세이란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네. 위병 세이란, 이게 니 직책이니 별 문제없잖아.”

“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면서 일부러 그러기냐?”

아침부터 이어진 노동으로 고생한 동료가 자신을 무신경하게 대답하자 세이란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며 섭섭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그러나 재밀은 여전히 같은 반응을 보일 따름이었다.

“대체 나한테 뭘 바라냐.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네 불평을 3개월 내내 들었으면 나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렇게 말한 재밀은 이리저리 몸을 돌려 움직여보고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으아-, 오늘도 이렇게 순조롭게 끝나가는군. 뭐하냐? 괜히 나가서 일 더 맡고 싶지 않으면 너도 문 닫고 적당히 앉아.”


재밀의 말에 세이란은 여전히 불만 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라고 이미 업무 시간이 끝나가는 가운데 쓸데없이 일을 늘리고픈 마음은 없었기에 얌전히 말대로 하고 적당한 보급품 상자에 걸터앉았다. 그렇지만 말대로 따르는 것과 불평을 토로하는 건 달랐고, 그를 증명하듯 세이란은 적당히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애당초 위병이라고 하면 말이야......”

“그래, 그래. 영내를 순찰하고 규율을 위반한 병사를 체포하고 요인을 호위하지.”

“그래! 바로 그거라고!”

“그리고 동시에 하루 1회 순찰을 제외하면 온종일 잡무가 주어지지. 음, 정말 위병은 대단해.”

“.......”

보통 세이란이 일방적으로 불만을 이야기하고 재밀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듣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었지 3개월째 시간이 날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온 재밀은 잔뜩 비꼬아서 대답하고는 그대로 몸을 누였다. 이런 대응에 세이란은 재밀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런 무언의 시위가 통용되는 상황은 한정되어 있었고,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아, 오늘도 하루가 끝났군. 이봐, 세이란.”

“......왜.”

“크큭, 삐진 거냐? 남자 놈이 좀스럽기는.”

“......흥, 감정이 상하는 일에 남녀가 어딨냐.”


재밀은 세이란이 기분이 상했음을 금세 알아차리고는 그를 비꼬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태연한 척할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던 세이란은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재밀에게 말을 쏘았다. 그러자 재밀은 질 수 없다는 듯이 말을 바꾸었다.

“그럼 잘 나가는 위병님은 어때? 위병님이 그렇게 꽁해도 되냐?”

“하,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이 몸을 대단히 보았다고 그러냐.”

그러나 그런 값싼 말 바꾸기로 상한 감정을 달래고 싶지 않았던 세이란은 퉁명스레 대답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디 가려고?”

“일과로 돌아간다.”

“어이어이, 설마하니 꼬지를 건 아니지?”

일과로 돌아간다고 말했지만 퉁명스러운 말투에 애써 짜증과 화를 감추는 표정에 재밀은 우려를 섞어서 물었다. 그에 세이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더니 픽 하고 웃었다.

“그런 짓은 안 하니 걱정하지 마라. 그냥 짜증이 겹쳐서 그럴 뿐이니까. 그리고 너랑 달리 나는 이제 가서 일지 기록을 해둬야 제시간에 업무를 끝낼 수 있다고.”

“아, 그런 거야?”

세이란의 말에 재밀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세이란은 아직 조금 미운 마음이 드는 걸 느꼈지만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같이 느꼈다.

‘하아. 그래, 최근 이 녀석한테만 너무 이야기하긴 했지.’

“고생했다. 내일 보자.”

“그래.”


적당한 인사를 남기고 창고를 나온 세이란은 그대로 걸음을 옮겨서 위병 사무소로 향했다. 얼마 걷지 않아 위병 사무소에 도착한 그는 인상을 흐리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런 게 사무소라니. 대체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하는 건지 원.’

위병 사무소라고 해보았자 병사들이 대기하는 건물 옆에 작게 만들어 둔 부속 건물에 명패만 붙여서 쓰는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위병 사무소는 이름만 그럴듯한 초라한 건물이라는 말 그대로였고, 위병이라는 직책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다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다른 병사들이 드나드는 건물과 위병 사무소의 모습 자체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고 보아도 좋았다. 필요는 하지만 굳이 두고 싶지는 않은 허울뿐인 자리, 그게 현재 그가 살고 있는 밀란 마을의 현실이었다.

“에휴.”


입에서 나오는 짧은 한숨에는 많은 게 담겨있었지만 그걸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불평할 마음도 그리 들지 않아서일까, 세이란은 그 짧은 한숨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고는 그대로 위병 사무소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어두운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해가 기울지도 않았건만 어두움이 가득한 이유는 단 하나, 위병 사무소에는 창문이 없었다.

“하아.”

아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던 한숨이 다시 한번 입에서 길게 나왔다. 그러나 바깥쪽과 마찬가지로 사무소 내부에도 그걸 들어줄 이는 없었다. 어두운 데서 혼자 불평하면 너무 이상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 세이란은 문을 열어둔 상태로 등을 찾았다. 이윽고 기름등을 찾아낸 세이란은 천천히 등에 불을 붙였다.


작은 소리와 함께 등에 불이 붙자 사무소 내부가 그나마 봐줄 만하게 밝아졌다. 이제 문을 닫아도 문제가 없을 만한 광원을 확보한 세이란은 등을 적당히 내려놓고는 그대로 문을 닫았다.

끼익, 탁

“이놈의 사무소는 도대체가......”

문이 닫히는 소리부터 해서 밝아진 내부까지 도무지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던 세이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투덜거리고는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매사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모습에 만족함 따위를 모르는 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은 모습이었지만 사실 이에는 제대로 된 이유가 있었고, 이 이유 가운데 일부는 세이란이 있는 사무소 주변만 보아도 얼추 알 수 있었다. 창이 없는 작은 부속 건물이니 내부도 고작해야 너덧이 들어가면 꽉 차버릴 작은 공간만이 전부에 그런 작은 공간도 편히 쓰기는 글렀다는 걸 알려주듯 이곳저곳에 가득한 기록지와 위병 전용 장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건 배치는 나름 고심했기에 움직임에 지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1대1로 만나는 점쟁이들 공간만도 못한 협소한 공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콜록, 콜록.”

몸을 돌려서 기록지를 꺼내든 순간 바로 피어오른 먼지에 세이란은 마른기침을 토해내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손놀림은 빠르게 하며 기록을 시작했다.


“어디 보자, 오늘의 일과는......”

하루의 시작부터 해서 조금 전에 창고 일까지 천천히 기록을 시작한 세이란은 이윽고 기입을 마치고는 가만히 내용을 읽어보았다.

“마을 순찰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창고 정리와 보급품 운반인가. 후우.”

일과를 읽어본 그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돌아간 시선이 있는 방향에는 그가 전날 쓴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오늘 그가 쓴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게 있다면 창고 정리가 마차 수리였다는 점뿐이었다.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위병이 된 지 오늘로 3개월을 조금 넘었다. 그 시간은 위병이라는 일이 무얼 하는 건지 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니, 충분하다 못해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것 역시 알아버렸다.

“에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생각과는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제 와서 그만두자니 그건 또 그리 내키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실망은 했지만 벌이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멋진 걸 기대했는데 말이지.’

못된 짓을 한 악당을 잡아들이고 부정을 저지른 병사들이나 하급 관리들을 감사, 체포한다. 그런 걸 기대했지만 현실은 너무나 평화로운 마을 밀란이었다. 불행이니 다행인지 이걸 1개월이 되기 전에 알았다. 한 달 내내 순찰 외에는 위병 임무가 없던 데다가 온갖 잡일에 동원되었으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더 알았다. 위병이 그 말고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영주의 명령으로 직책을 만들어두기는 했지만 그건 그가 사는 마을이 그만한 규모가 되었을 뿐인 이야기로, 여전히 동네 경비병 이상이 요구되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저 나라에서 정한 법에 따라 구색을 갖추었을 뿐인, 그런 별거 아닌 이야기로 신규 채용되는 위병 직책이 제대로라면 그게 더 놀라울지도 몰랐다. 이러한 사실과 3개월간의 경험으로 세이란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위병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병사와 다르지 않은, 아니 동료 관계적인 면에서 보면 오히려 손해 보는 처지에 있다는 걸 말이다.


뎅- 뎅- 뎅-

씁쓸한 생각을 머리에서 떨쳐내지 못하던 세이란의 귀에 종소리가 들려왔다. 하루 일과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에 세이란은 머리를 한 차례 흔들며 간신히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불평도 끝났겠다, 저녁이나 먹으러 가볼까.”

‘이건 편해서 좋구만.’

보고 없이 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떠올리고는 장점이 있기는 하군, 하고 실없는 생각을 떠올린 세이란은 기록지를 정리했다. 위병이 그 한 명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고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건 확실히 장점이었다. 여기에 더해 허울뿐이라고는 하지만 위병은 위병이니 그의 직위는 기존 병사들 계급에서 따로 분리되어 취급되었다. 덕분에 그보다 동료나 선배는 있어도 상급자는 없다고 할 수 있기에 할당 시간만 채우고 나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상급자가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 상급자가 이런 크지도 않은 마을에는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영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없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그러한 영주를 대리해서 이 마을 통치를 맡겨진 몇몇 장들은 그에게 명령 비슷한 것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슷한 것일 뿐, 실제로 명령이라고 확고하게 말했다가는 나중에 큰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

“으으음, 벌써 해가 지고 있나?”

끼익

굳은 몸을 풀며 일어나 문을 살짝 연 세이란은 햇빛이 노랗게 비치는 걸 보고는 한번 내부를 둘러보았다. 별일이 없음을 확인한 세이란은 등을 끄고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끼익

“내일은 기름칠이라도 해놔야겠네.”

문이 열고 닫힐 때마다 울리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린 세이란은 내일 할 일 하나를 머릿속에 기록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상점가로 향했다.

‘내일은 뭔가 다른 일이라도 있으면 좋겠네. 아님 일이 아예 없던지.’

세이란은 가벼운 마음으로 뭔가 재밌는 일이라도 있기를, 아니면 하다못해 편한 하루라도 되길 기원하며 천천히 걸음에 속력을 더했다. 오늘도 대단치 않은 날이었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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