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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프레노아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34
추천수 :
0
글자수 :
131,681

작성
19.01.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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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판도라의 고서 1페이지

DUMMY

사람을 이야기로서 구현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가 될까?

소설이 될까? 어려운 사전이 될까?

어쩌면 동화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행복한 로맨스 스토리가 되었으면 좋겠어.

동화 같은 행복한 사랑을 하는 것은 여자아이가 한번쯤 꿈꾸곤 하는 일이니까.

슬픈 이별이야기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마지막에 두 사람이 헤어지는 모습 같은 걸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선생님. 저희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였나요?

행복한 사랑이야기인가요?

슬픈 이별이야기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이야기 인가요?

말해주시겠어요? 선생님.

*

“알려주세요..선생님.”

“발렌타인 양?”

“으음.”

“아리스 발렌타인 양.”

“으에? 어?”

“뭐가 그렇게 궁금하신가요? 아리스 발렌타인?”


은발의 소녀 아리스 발렌타인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마치 달빛으로 빛나는 달의 요정 같았다.

막 잠에서 깨어나 머리카락은 약간 부스스하고 얼굴도 조금 멍하지만 아리따운 외모는 어디 안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잠이 덜 깨 몽롱한 탓일까. 웃으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강사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두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침까지 흘리면서.. 아주 잘 자셨나보네요.”


강사의 미소 뒤에는 귀족가의 아가씨답지 못한 행동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

그제야 아리스는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몸가짐을 정돈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강사에게서 더 이상 미소는 보이지 않았고 그 얼굴에는 싸늘한 시선만이 남아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교무실로 오세요. 아리스 발렌타인.”


*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네. 죄송했습니다.”


잔소리로부터 드디어 해방된 아리스는 교무실을 나오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강사의 잔소리에 꽤나 고생했나보다.

상당히 지치고 피곤해보였다.

하지만 쉴 틈은 없어보였다. 한숨을 쉬자 들려온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그리 말해주는 것 같았다.

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주황머리의 소녀가 아리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수고했어 아리스.”

“이리나.”


프로이트 자작가의 영애. 이리나 프로이트.

어린 시절부터 아리스와 알고 지내온 소꿉친구로 아리스에겐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아리스가 수업 중에 졸다니 신기한 일이네. 요새 들어 자주 피곤해하는 것 같긴 했는데.”

“으음. 그러게. 졸려도 수업 중에는 깨어 있으려 했는데.”

“밤에 못자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니야. 어제도 금방 잠 들었고. 그보다 깨워주지 그랬어. 바로 옆자리면서.”

“잠꼬대까지 하면서 잘 자는 아리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구경해버렸어.”

“이리나도 참.”


볼을 부풀리며 살짝 인상을 쓴 아리스.

하지만 자신을 귀엽다고 해준 말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가보다.

부끄러워하는 게 표정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어머니는? 아프시다고 들었는데.”

“으응. 몸 상태가 안 좋으셔서 집에서 쉬시는 중이야.”

“걱정되네.”

“걱정 마. 금방 괜찮아 질 거야.”


별로 달갑지는 않다는 듯 머뭇거리며 대답한 이리나는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보다 꿈에서 선생님이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래?”

“무슨 말이야?”

“계속 잠꼬대로 선생님을 부르던데?”

“내가?”

“응. 알려주세요. 선생님~ 하고. 대체 뭘 알려달라고 했던 걸까? 아리스는? 이상한 건 아니지?”

“아니야!!!”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쳐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리스는 자신의 입을 막았다.

아직 학교 안이었기에 이렇게 소리치는 모습을 들키면 또 다시 강사로부터 설교를 듣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자 이리나가 아리스의 볼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역시 아리스는 귀여워.”

“이리나는 가끔 너무 얄미워져.”

“아리스가 귀여워서 그래. 그래서 꿈은 어떤 내용이었어?”

“으음. 잘은 기억 안 나는데. 이상한 말을 했던 것 같아.”

“뭔데?”

“사람을 이야기로서 구현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가 될까.”

“철학이야?”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마지막에는 선생님에게 우리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였냐고 물어봤어.”

“역시 선생님이 나왔었구나.”

“혹시나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다시 한 번 말하는데 그 사람은 가정교사. 나는 학생.

사제 관계일 뿐 특별한 감정 같은 건 없어. 게다가 선생님은 성인이고 나는 아직 학생이야. 선생님이 아직 학생인 나를 여성으로 봐줄 리가 없잖아.”

“그래도 조금은 봐줬으면 하지?”

“뭐 조금은...이 아니라. 아 진짜! 그만해 이리나!!”

“역시 아리스는 귀엽다니까.”


일방적으로 놀림을 받던 아리스는 볼을 부풀이곤 이리나를 두고 자신의 걸음을 독촉했다.


“어?! 아리스! 어디가! 삐졌어?”

“오늘은 이리나랑 말 안 할 거야!”

*

“다녀왔어.”


힘이 실린 발걸음으로 아리스가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리나에게 놀림을 받은 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는 것 같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메이드 아델은 아리스에게 찾아와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며

발걸음에 실린 짜증에 대해 질문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아. 아델. 혹시 내가 그레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걸로 보여?”

“으음..솔직히 말한다면 네. 그렇게 보여요. 그레이 씨가 오는 날에는 묘하게 들떠있기도 하시고, 수업하는 모습을 몇 번 엿봤는데 아가씨가 그레이 씨를 볼 때 눈빛은 변명할 여지가 없죠. 어떻게 보더라도 사랑하는 소녀의 눈빛이었어요.”

“그 정도야?”


메이드가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다.

한숨을 쉬며 아리스가 목소리를 높인다.


“잘 들어. 아델. 나는 그레이 선생님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물론 연상이고 매너도 좋으시고 게다가 공부도 잘하시니까 존경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게 연애감정은 아니야.”

“하지만 아가씨 전에 저에게 ‘그레이 선생님..좋아하는 사람 있을까?’ 하고 조용히 물어보셨잖아요.”

“그, 그건!”


새빨개진 얼굴로 변명거리를 찾는 아리스.

하지만 이미 아델에게 그 마음은 들켜버렸다. 변명을 해봐야 의미는 없다.

그러던 문득 그녀에게 전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생각난 메이드 아델은 멈춰서 아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맞아. 아가씨.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


덜컥. 서재의 문이 열리고 검은색의 신사가 모습을 보였다.

진한 흑발에 흑안. 키는 아리스보다 훨씬 컸고 상당히 잘생긴 외모의 미남이다.

검은색 정장이 참 잘 어울리는 남자다.

그레이 리슈타인. 여기 있는 은발의 아가씨 아리스의 가정교사이며 아리스와 이리나가 계속 이야기 해온 그 선생님이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리스는 경직되었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오늘은 그레이 씨께서 일찍 오셨어요. 볼일이 있어서 근처에 있으셨다고 하네요.”

“지금 막 오셨나 보군요. 어서 오세요. 아가씨.”


아리스에게는 지금의 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어째서 선생님이 여기에? 방금 이야기 들었을까? 목소리 조금 크게 냈던 것 같은데.’

등등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던 탓에 대화를 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이야기가 흐르지 않아 정적이 흘렀고, 아리스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메이드가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상하로 흔들자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아리스는

발끝에 온힘을 실어 자신의 방까지 달려 나갔다.


“어?! 아가씨!!”


메이드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는 아리스를 보고 멋쩍게 웃으며 검은색 신사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

“5분. 이제 충분하려나.”


자신의 회중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한 그레이는 시계를 안쪽 주머니에 넣은 뒤

문을 두드렸다.

아무래도 그녀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린 것 같다.

노크 후 몇 초가 지나 문이 열렸고 아리따운 은발의 아가씨가 모습을 보였다.

교복이 아닌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색 스커트로 맞춰진 깔끔한 복장.

항상 풀고 다니던 머리도 한쪽으로 묶어 올려 더 매력을 더하고 있었다.

그레이는 한쪽 손을 등에 지고 아리스에게 고개를 숙여 신사답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어서 오세요. 선생님.”


미소 지으며 선생님을 반기는 아리스.

아무래도 방금 전까지의 일은 잊어버리기로 한 것 같다.

그레이 또한 그녀가 그 일을 언급하는 것을 좋아 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기에

일단은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네. 선생님.”


서로 테이블을 보고 마주 앉아 아리스는 완료된 과제를, 그레이는 교재를 꺼내들었다.

자신만만해 보이는 표정으로 아리스가 그레이에게 과제를 건넸다.

아무래도 열심히 해온 모양이다.

그레이는 제자의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고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아리스의 과제를 확인했다.


‘확실히 열심히 한 것 같군. 흔적이 잘 나타나고 있어. 아. 하지만 이쪽은 실수하셨네.’


과제에 남겨진 실수의 흔적에 그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웃어버렸다.

다행히 과제에 가려져 아리스에게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과제가 쉬운 편도 아니었고, 그리 큰 실수도 아니다. 오히려 실수가 한 가지 밖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만하다.

하지만 아리스가 그렇다고 실수를 그냥 넘겨버릴 학생은 아니다.

그녀라면 그런 작은 실수라 하더라도 상당히 신경 쓰며 자책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레이는 이 실수를 어떻게 돌려 전할지 고민했다.


“열심히 하셨군요. 교사로서 상당히 감동입니다.”


칭찬의 목소리가 나오자 안심하며 상당히 기뻐하는 아리스.

제자의 감정표현이 풍부하다고 생각하며 그레이는 과제를 정리하고 교재를 앞으로 내밀었다.


‘일단 오늘 수업에서 다시 가르치고 다음 과제에 비슷한 문제를 넣어봐야겠어.

나도 조금은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네.’


과제를 낼 때의 표정은 의기양양했지만 그래도 역시 신경 쓰였는지 그레이가 과제를 확인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그레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눈에 들어왔기에 그레이도 마음이 약해져 그대로 전하지 못했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죠.”


아리스가 그레이로부터 배우는 것은 학교에서의 수업의 연장정도가 아니었다.

경영학이나 경제학 등등, 아직 중등부인 그녀가 배우긴 상당히 이른 수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론 수업일 뿐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따라오기도 상당히 벅찬 수업을 어떻게든 오기와 의지로 따라가고 있었다.

원래부터 이런 수업을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의 복습과 예습정도로 그쳤었지만 그녀가 자신의 진로를 정한 이후론 계속 이런 수업을 하고 있다.

본인의 의사이기에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어려운 수업이더라도 토 달지 않고 따라와 주는 것은 상당히 기특하기에 많은 칭찬을 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 그레이의 속마음이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셨...?”


그레이의 손에 잡혀있던 펜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제자의 졸고 있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펜을 떨어뜨려 버린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리스는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학생이다.

수업은 열심히 들으며 필기는 꼼꼼히,

과제는 절대 빼먹지 않는, 흔히 말하는 우등생이다.

물론 수업 중에 졸거나 하는 일도 절대로 없었다.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그레이가 꽤나 놀란 것 같다.


“아가씨?”

“흡?! 네?!”


그레이가 어깨를 흔들며 부르자 살짝 발작을 일으키듯 과장된 몸짓으로 아리스가 깨어났다.

경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상당히 부끄러워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라고 그레이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 수업을 이어가려 했으나 그레이는

펜을 다시 붙잡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있었기에 수업을 다시 진행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화가 난 것일까 싶어 아리스는 조심스레 그레이를 불렀다.


“선생님?”

“아. 죄송합니다. 잠깐 생각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딱히 화를 내려던 것은 아니다.

그레이가 그런 엄한 교사도 아닐뿐더러 아리스가 본래 성실한 학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저 상당히 당황했을 뿐이었다.


“피곤해보이시는군요. 잠을 못자셨나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요새 이상하게 피곤해지고 그럴 때가 부쩍 많아져서요.”

“흐음. 일단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죠.”

“네?! 아니에요! 저 아직 할 수 있어요.”

“제가 걱정 되서 그러는 겁니다. 피곤할 때 무리하면 오히려 악 효과에요. 제대로 쉬고 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레이가 아리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아리스는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다가 그 커다란 손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는 사실에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 뭐...뭐하는 거 에요?”

“칭찬입니다. 열심히 해주는 것은 고맙고 기특하지만 피곤할 땐 제대로 쉬어주세요.

걱정됩니다.”

새빨개진 얼굴로 소스라치게 놀라는 아리스.

그런 반응에 그레이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싫으셨습니까?”

“싫..지는 않았습니다.”

“더 해드릴까요?”

“정말요?”

그대로 기대해버리는 말을 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살짝 웃으며 그레이는 침대에 앉았고 자신의 무릎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럼 아가씨. 여기에 누워주세요.”

“네?”

“싫으신가요?”

움직인다면 쓰다듬을 원한다는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성은 욕망을 쉽게 이기지 못했다.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리스는 그레이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웠다.

자신의 무릎위에 누워있는 작은 아가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레이는 이야기를 이었다.


“피곤하시다면 말씀해주시지 그랬어요.”

“수업을 빠지고 싶지는 않았는걸요.”

“교사의 입장에선 정말 듣기 좋은 소리네요.”

“그보다 발렌타인 가의 영애를 상대로 이런 짓이라니..밝혀지면 어떻게 되시려나요?”

“아마 가정교사직에서 잘리게 되겠죠.”

“그렇군요.”

“말 하실 건가요?”

“아니요. 비밀로 해드릴게요. 대신 좀 더 쓰다듬어주세요.”

“솔직하시니 좋군요.”


아리스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레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레이가 자신을 여성으로서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행동조차도 자신을 여성이 아닌 학생으로 보고 있으니 가능하다는 것도.

그렇기에 마음을 전하지 않았다. 스스로 지워 버리려했다.

하지만 이런 돌발적인 행동들은 자신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먹었는데 이러면 또 흔들리잖아요. 또 생각나 버리잖아요. 저를 시험하지 말아주세요. 이루어지지 않는 마음을 포기 할 수 있게.’

*

“!. ?..”


눈을 뜬 아리스는 아직 잠이 덜 깨 멍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은 꺼져있어 어두웠고 다른 사람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기억의 끝이 희미한 탓에 자신이 자고 있던 이유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물..”


목이 말랐는지 자신의 목을 어루 만지며 밖으로 나왔다.

저택 안의 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아직 저녁정도의 시간이라는 거다.

2층이었던 자신의 방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선 부엌이 있는 1층까지 내려갈 필요가 있었다.

물론 메이드인 아델을 시키면 물을 가져와 주었겠지만

머리가 멍한 탓에 그만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아델. 나 물 좀.”

“어머. 아가씨.”


1층의 부엌으로 내려온 아리스는 그곳에 있던 아델을 발견하고 약간 붕 뜬 목소리로 물을 부탁했다. 아리스의 모습을 본 아델이 적잖게 당황하며 물을 가져와 아리스에게 건네주었다.

물을 마신 탓인지 조금은 정신이 돌아온 아리스는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던

아델에게 의문을 느꼈다.


“왜 그래?”

“아가씨. 자고 일어나셨어요?”“응. 그런 것 같아.”

“선생님이 가고 나서요?”

“선생님?”


그 순간 부족하던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듯 아리스의 기억 속에서 빠져있던 부분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째서 잠들어 있었는지,

언제부터 잠 들었는지.


‘나 선생님의 무릎에서 그대로 잠 들었어?’


몇 시간 전 아리스는 그레이의 무릎에서 그대로 잠들었다.

그레이로서는 제자가 무리하지 않고 쉬는 것이 다행이었겠지만 아리스에겐 입장이 달랐다.

물론 그렇게 잠들어버리는 게 예의가 아닌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앞에서 잠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아 어떡해. 자는 얼굴 보셨을까? 되게 멍한 얼굴이었을 텐데.

진짜 나는 왜 그런 상황에 잠 들어서..’


그런 걱정으로 가득해 머리를 쥐어 잡고 고민하는 16살의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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