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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프레노아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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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681

작성
19.01.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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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잠자는 숲 속의 공주 1페이지

DUMMY

나의 어머니는 상당히 엄격한 사람이었다.

엄격하다해야하나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다.

귀족이라는 신분에 이상할정도로 집착하셨고, 자주 내가 아가씨답지 못한 행동이나 언행을 한다며 화를 내시고 혼을 내셨다.

마을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기에 나에겐 친구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는 혼인 전에 귀족과는 전혀 상관없는 마을의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들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그렇게 집착하셨던 걸까.

그 날도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이유로 혼이 났던 것 같다.


“아가씨. 좀 괜찮으세요?”

“괜찮으니까 오지 마.”


메이드가 상당히 걱정하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하지만 평소처럼 대할 만큼 내 감정 상태는 좋지 못했다. 그만 쌀쌀맞게 대하고 말았다.


“그럼 무슨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응.”


이런 퉁명스런 아이에게 싫증이 난걸까.

별로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혼자 있고 싶었으니까.

자주 혼이 났던 탓에 나는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의 어머니가 맞는 걸까? 라는 생각도 몇 번이나 했었다.

어렸을 적의 내가 계속 그런 일상을 보냈다면 나는 상당히 비뚤어진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하아.”


어머니로부터 1시간 가까이 잔소리를 들었던 탓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불만으로만 가득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어머니에게 반항할 용기 같은 게 없었기에

그저 잔소리만 듣고 돌아올 뿐이었다.


지쳐버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침대로 뛰어들었다.

이런 모습을 들킨다면 또 뭐라 하시겠지만 보는 사람도 없고 괜찮겠지.

베개에 머리를 박고 숨을 불어넣었다.

우는 것은 아니다.

짜증은 나지만 화풀이 할 곳은 없으니까,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잊어버리려 하는 것이다.


그러던 때에 쿵 소리가 발코니로부터 들어왔다. 소리에 놀라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은빛하나가 내 방의 발코니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야..”

“?! 누구?”


발코니에는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가 종이비행기를 붙잡은 채 주저앉아있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 같았다. 인형 같다는 표현도 어울리려나.

머리는 달빛이 살랑이는 것 같았고 파란 눈동자는 진짜 보석 같았다.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친 나는 그 모습에 매료라도 된 듯 그 아이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아이는 도망쳐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난간을 뛰어넘으려는 듯

난간을 밖을 향해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다.


“자. 잠깐!!”


급하게 발코니의 문을 열어 그 아이를 불러 세웠다.

그러자 그 아이가 뒤를 돌아보며 나를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너는 누구야?”

“아리스.”


아리스. 그 아이가 가르쳐준 이름.

인형 같은 외견에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어째서 나는 그 아이에게 이름을 물어본 걸까.

이상했다. 마치 매료라도 된 듯이.

나는 조금 더 그 아이. 아리스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들어올래? 발코니에 있으면 춥기도 하고. 다른 사람한테는 말 안 할 테니까.”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일단 방으로 들이긴 했지만 엄격한 어머니 탓에 대화 상대는 메이드정도 밖에 없었다.

또래의 여자애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까.

그런 간단한 것조차 알지 못해 나는 멍하니 아리스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저기?”

“아. 미안해. 너무 빤히 보고 있었나.”

“그건 괜찮은데. 너는 누구야?”

“나는 이리나 프로이트. 이리나라고 불러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아리스.

어디 마을에서 온 아이인 걸까?

일단 왜 왔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좋겠지?


“여기는 왜 온 거야?”

“비행기가 여기까지 날아왔어. 그래서 나무를 타고 올라왔어.”


아리스가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종이비행기를 보이며 말했다.

머리가 상당히 헤져있는데 나무를 올라온 탓이려나.


“종이비행기 좋아해?”

“응. 엄마가 만들어줬으니까.”

“그렇구나. 부럽네.”

“어째서?”


그게 평범한 걸까.


“으음. 아니야. 아리스의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평범한 엄마는 어떤 사람인걸까? 조금 알고 싶었다.


“음. 똑똑하고 멋있는 사람?”

“그게 뭐야.”

“정말 인걸? 아는 것도 엄청 많고 일도 엄청 잘해. 요리는 좀 못하지만.

그래도 일 할 때는 엄청 멋있어. 글씨도 되게 예쁘고. 가끔은 장난도 치곤 하지만 엄청 멋있는 사람이야.”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게 일반적인 거겠지?

평범하게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의 이야기. 들어도 역시 잘 모르겠다.


“아리스는 엄마를 좋아해?”

“당연한 거 아니야?”

“당연한 걸까.”

“이리나는 아니야?”

“나는 잘 모르겠어. 오늘도 혼나버렸고.”

“왜 혼났어?”

“귀족답지 못한 행동을 해버렸대. 엄마는 그런 걸 엄청 싫어하시거든. 그래서 혼나버렸어.”

“깐깐해 보여.”

“응. 엄청.”


“아델이랑 비슷하네.”

“아델?”

“응. 아델도 내가 나무를 오르거나 하면 엄청 화를 내.”

“그건 그냥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런가?”


아마 언니 같은 사람인걸까?

이 아이를 보고 있으니 아델이라는 사람의 고생이 꽤나 심할 것 같았다.

종이비행기가 발코니로 넘어갔다고 나무를 타고 발코니까지 넘어오는 여동생이라니. 확실히 고생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방금 전까지 우울했는데.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이 아이. 아리스의 덕분인걸까.

아리스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웃고.

아리스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저기 아리스. 우리... 아리스?”


종이비행기를 멍하니 붙잡아 보고 있던 아리스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발코니를 향하기 시작했다.


“잠깐. 아리스?! 어디가?”

“내가 사라진걸 알면 엄마가 걱정 할 거야. 어서 돌아가야 돼.”

“그렇구나.”


아마 나는 이때 쓸쓸한 표정을 지었나 보다. 너무 빨리 헤어지게 되어버린 탓일까?

처음으로 친구가 생길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리스는 상당히 눈치가 빠른 아이였던 것 같다.

아리스는 나의 손을 붙잡아주었고 나와 눈을 맞추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어?”

“약속할게.”


아리스는 새끼손가락을 들어 내밀었고, 나는 잠깐 머뭇거리다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아리스는 손가락을 엮으며 약속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또 보자 이리나.”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아리스는 발코니의 난간 밖으로 뛰어내렸다.

걱정되어 난간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보았지만 아리스는 능숙하게 발코니에 가까운 나무를 타고 내려가 밖으로 나갔다.

특이하고 이상한 아이다. 하지만 그런 특이하고 이상함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아리스를 기다렸다.

언제 아리스가 다시 찾아올까. 그 날이 기다려지기만 했다.

어머니께 혼나더라도 아리스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지 기대하는 것으로 머릿속이 가득해서 마음이 상할 틈도 없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아리스는 찾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몰래 마을에 나가서 아리스를 찾았지만 마을 아이들 중에도 아리스를 아는 아이는 없었다.

내가 만났던 아리스는 누구였던 걸까. 유령이기라도 한 걸까.

유령이라도 상관없으니까 다시 만나고 싶어.


그런 이상한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나는 아리스를 다시 한 번 만나게 되었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귀족가의 아가씨들이 모인 티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드레스 불편해.”

“조금만 참아요. 아가씨.”


아가씨들의 티파티. 귀족집안의 아가씨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임.

아직 7살 정도밖에 안된 내가 이곳에 올 필요는 없었지만, 마을의 아이들보다 귀족의 자제분들과 관계를 가지라는 어머니의 명령 때문에 오게 되었다.

뭐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도 꽤 온 것 같다만. 그래도 이렇게 억지로 오게 되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드레스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처음 뵙겠습니다. 아리스 발렌타인이라고 합니다.”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그저 이름만 같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그걸 부정하고 있었다.

뒤돌아보면 확인하게 되어버릴까봐 애써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리스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야. 이리나.”


오랜만에 만난 아리스는 귀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백작가의 아가씨라는 신분으로서.


“아리스. 귀족이었구나.”

“응.”


평범한 마을 소녀인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살짝 거부감을 느꼈다.

처음 사귄 친구가 사실 귀족이었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다니. 너무 기분 나쁜 생각이다.

이러면 안 되지.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애쓰며 웃었다.


“이 분이 그때 말한 아가씨의 친구인가요?”

“응. 이리나야.”


아리스의 뒤에 있던 메이드가 말을 꺼내왔다.


“처음뵙겠습니다. 아가씨의 담당 메이드 아델이라고 합니다.”

“이리나 프로이트에요.”


치맛단을 살짝 들어 올리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 사람이 아델. 언니가 아니라 메이드였구나.

아리스의 메이드 아델 씨는 곧 나에게 온 우리 메이드와 인사를 했고, 서로 말이 잘 통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같은 사용인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었던 걸까.


“발렌타인 백작가의 아리스 발렌타인. 인사드립니다.”


아리스가 다른 귀족의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정말 드레스가 잘 어울린다. 인형 같다. 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정말 귀엽고 예쁜 아이다. 나랑은 맞지 않는다.

나는 아리스의 친구가 되어도 좋은 걸까?

이것은 자기혐오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준 친구가 귀족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부감을 느낀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다.

왠지 이 티타임이 더욱 지루하고 부질없게 느껴졌다.

나 왜 여기에 와 있는 걸까.


“...리나.”


아리스를 만난 것도 단 한번뿐이고 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나만의 착각이 아닐까?

나는 아리스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잖아.


“....리나.”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했던 내가 왠지 모르게 바보처럼 느껴졌다.


“이리나!”

“어?”


살짝 놀랐다. 아리스가 큰 목소리로 나를 부른 소리에 놀라버렸다.


“왜 무시하는거야. 몇 번이나 불렀다고?”

“미안해. 딴 생각을 하느라 못 들었나봐. 왜 불렀어?”

“손.”

“손?”


아리스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잡으라는 말 같은데... 무슨 의미지?

일단은 아리스의 요구에 따라 아리스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아리스는 내 손을 잡아 이끌었고 나를 데리고 티파티에서 빠져 나왔다.


티파티에서 빠져나와 도착한 곳은 정원이었다.

사람이 없어 조용했고 풀 더미도 많아 잘 들키지 않을만한 곳이었다.


“하아. 하아. 힘들다. 그치?”


지친 듯 숨을 고르며 아리스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도 아리스를 따라 뛴 탓에 꽤나 지쳐있었다.


“재밌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없네. 티파티라는 거.”

“저기. 나는 왜 끌고 나온 거야?”

“이리나도 재미없던 거 아니었어?”


표정이 안 좋았던 걸 들킨 걸까. 그것 때문에 아리스는 나를 데리고 와준 것 같다.


“어? 아니야? 거기 있는 게 좋았어? 다시 돌아갈래?”

“아니야. 나도 별로 재미없었어.”

“그럼 다행이네. 이리나랑 같이 놀고 싶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좀 지쳤으니까.”


아리스가 팔을 뻗으며 그대로 풀숲에 드러누웠다.


“드레스가 더러워질거야.”

“괜찮아. 이리나도 누워봐. 엄청 편해.”


망설였다. 이렇게 티파티에서 빠져나온 게 들키면 혼나지 않을까.

게다가 드레스까지 더럽힌다면 더 혼날 텐데.


“이리나. 어서.”


모르겠다. 나중에 생각하자.

나도 아리스를 따라해 풀숲에 드러누웠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바람에 풀이나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요하고 편안했다.


“어때? 편하지?”

“응. 그러게.”


아리스로부터 느껴지던 괴리감이 사라졌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때 발코니에서 만났던 이상하고 특이한 아이다.

내가 알던 아리스다.


“저기 아리스. 왜 우리 집에 찾아오지 않았던 거야?”

“몰래 빠져나오다 메이드들한테 걸렸어. 나무에 올라타지 말라고 설교까지 들었고. 안 떨어지니까 괜찮은데.”


혀를 차고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듯 볼을 부풀리며 아리스가 말했다.

그런 아리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랬구나. 찾아오지 않은게 아니라 찾아오지 못했을 뿐이었어.


처음엔 귀족가의 아가씨였다는 말에 조금 괴리감을 느꼈다.

내가 그날 봤던 아리스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었기에.

하지만 아리스는 여전히 아리스였다.

그럼에도 한결같던 아리스의 모습에 조금은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니까 만나지 못했던 만큼 더 많이 놀자.”

“응!”


아리스가 나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이상하고 특이한 특별함을 가진 아이.

내 손을 잡고 나를 이끌어준 내 첫 번째 친구. 아리스.

그런 아리스의 손을 언제까지고 맞잡고 싶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친구 집에 간다고 하고 오면 안 됐던 거야?”

“아. 그런 방법이 있구나.”


이 아이가 가끔은 엉뚱한 면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그럼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가씨.”


이른 아침 시간. 아리스는 아델로부터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교복을 입은 것을 보아 학교를 가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흐음.”


길을 걷던 중 아리스는 멈춰 서서 살짝 미심적은 눈으로 거리를 둘러봤다.


“진짜 아무런 흔적도 안 남았네.”


엉망이 되어버린 거리는 없었다.

갈라져버린 땅도 부수어진 동상도 모두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레이로부터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실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리스는 자신의 목을 어루만지며 어제의 기억을 되살렸다.


‘나 어제 정말로 죽을 뻔 했구나.’


모든 증거들이 없어져버려 사실 꿈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어제의 기억을 되살리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그때 느낀 공포가 꿈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싶은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그것이 그레이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레이와 비밀을 공유하는 지금의 상황이 아리스에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선생님은 평소에 그런 고서들을 찾아다니는 걸까. 나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도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게다가 어제 직접 고서를 만났을 때 자신은 겁에 질려 움직이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이 그레이를 도우겠다고 나서봐야 오히려 발목만 잡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리스는 나서지 못했다.


‘역시 선생님에 대한 마음은 포기하지 못하는구나. 나.’


가슴속에 피어오르던 붉은색 감정이 그레이로부터 구해지는 순간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리스로선 조금 잠잠해졌구나 싶으면 다시 한 번 피어올라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에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아리스는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느껴지는 감정의 소리를 느끼며 포기하려고 했던 그 마음을 포기 하지 못하는 자신을 나무랐다.


그런 사랑의 고민을 마음속으로 늘어놓을 때 한 소녀가 아리스에게 다가와 아리스의 목에 팔을 걸쳤다.

이런 식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기에 아리스는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누가 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 리스!”

“이리나. 좋은 아침.”

“오늘따라 얼굴이 좋아 보이네? 좋은 일 있었어?”

“으음. 비밀.”

“아리스 많이 변했네. 이 언니한테 비밀까지 가지고.”

“또 그 언니타령이야?”

“그럼 아리스가 언니 할래? 내가 동생 할게.”

“이리나같은 동생이 있다면 고생 많이 할 거야.”

“나는 아리스같은 언니가 있다면 재밌을 것 같아.”

“이리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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