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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프레노아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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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681

작성
19.02.1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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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잠자는 숲 속의 공주 2페이지

DUMMY

12시. 학교의 점심시간.

메이드가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아리스와 이리나는 교내에 있던 공원의 벤치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곧 졸업이구나.”

“응.”

“뭔가 엄청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아.”

“응.”

“오늘따라 대답이 좀 성의 없는데?”

“응.”


이리나의 물음에도 아리스는 어째서인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기라도 한 듯 같은 대답만 반복할 뿐이었다. 정신이 있기는 한 걸까 싶어 아리스의 눈앞으로 손을 흔들어도 반응은 없었다.

반쯤 눈이 감기고 있는 것을 보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메이드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도 입 앞에 대고 우물우물 거릴 뿐이었다.


“아리스. 그 샌드위치 먹어도 돼?”

“응. 어?!”


그럼 사양하지 않고. 라고 말하며 이리나가 아리스의 손에 잡혀있는 샌드위치를 한입 물었다.

샌드위치를 잡고 있던 아리스의 손가락도 같이 물렸지만, 그렇게 아프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신 이리나의 입속에서 장난을 당했을 뿐이었다.


“뭐하는 거야?”

“드디어 정신을 차렸네? 그렇게 졸렸어?”

“어? 나 또 잠 들었어?”

“반쯤?”


아리스가 어젯밤 집에 들어온 시간은 꽤나 늦은 새벽이었다.

게다가 집에 돌아온 이후로도 여러 가지 신경 쓰이는 것들이 많아 제대로 자지도 못한 탓에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학교였기에 참아왔던 것이 지금 터진 것이다.


“요새 자주 그러네. 선생님께 말해둘 테니까 집에 가서 쉴래?”

“아냐. 괜찮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빼먹는다고. 집에 가서 쉬어.”

“정말 괜찮아. 그리고 어제는 정말로 못자서 졸린 거니까.”

“그건 그거대로 쉬어줬으면 하는데.”


이리나가 생각이상으로 걱정하자 아리스는 안심시키기 위해 애써 웃었지만 조금도 걱정을 덜 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뭐 때문에 못 잤는데?”

“으음.”

“고민 같은 거면 털어나 봐. 들어 줄 테니까.”

“으음. 그냥 갑자기 든 생각인데. 이리나. 만약 소중한 사람과 반드시 헤어져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헤어져야만 한다고?”

“응.”

“어째서?”

“다양한 이유가 있어. 하지만 말은 못해.”

“흐음. 다른 방법은 없고?”

“응.”

“어렵네.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라는 문제인가.”

“그렇지.”

“뭐. 그럼 그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까. 어차피 헤어지게 될 거라면 하고 싶었던 말. 하지 못했던 말도 모두하고. 같이 놀러가고 싶었던 곳에도 가보고.

뭐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다 헤어져야 하는 때가 온다면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걸로 할까.”

“그게 최선이겠지?”

“요즘 이런 얘기 많이 하는 것 같네. 저번의 나는 어떤 이야기가 될까. 같은 것도 그렇고. 한창 사랑을 하는 소녀라서 그런가.”

“그런 걸까.”

“어?”


장난기 가득했던 이리나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확 빠져버렸다.

무척이나 놀란 듯 커다래진 두 눈으로 아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놀린다면 아리스가 부끄러워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일 텐데. 라고 생각하며 장난을 쳤지만 평소와 다르게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아리스의 모습에 상당히 놀란 것 같다.


“무슨 말이야? 평소에는 좀 더 부끄러워하면서..”

“저 이리나.”

“너 아리스 맞아?”

“이리나? 읍.”


이리나가 아리스의 양 볼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이 촉감. 아리스는 맞는데..”

“이런 식으로 나인걸 확인하는 거야?!”


나름대로 아리스에 대한 확인이 끝나자 이리나의 정신이 조금은 돌아온 것 같다.


“저기 이리나.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한번 쉼 호흡을 하고. 마음을 바로 잡은 아리스는 입을 열었다.


“나는 그레이 선생님을 좋아하고 있어.”


손가락을 꼼지락 대며 홍조가 띈 얼굴로 망설이듯 입을 연 아리스는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놓았던 그 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아리스가 갖고 있는 그레이에 대한 마음이라면 이리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말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


“나도 알고 있어. 계속 선생님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하지만 선생님은 나를 그저 학생을 밖에 보지 않았으니까. 이루어지지 않을 짝사랑이 될 테니까 실망하기 전에 먼저 포기하려고 했어. 하지만 역시 포기 못하겠더라. 그러니까 차라리 인정해버리려고 해.”


지금까지 스스로의 마음을 포기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소녀가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다는 것. 변화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레이 선생님을 좋아해.

선생님에게 내가 그저 어린 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못하겠어.”

“정열적인 고백이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선생님께 이 마음을 전해보려 해.

선생님이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그걸로 포기 하지 않을 거니까.

선생님이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 거야.

학생인 아리스가 아닌 아리스 발렌타인으로서.”

“할 수 있겠어? 본인이 아닌 나에게 말하면서도 이렇게 긴장하면서.”

“어쩔 수 없잖아.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본 건 처음인걸. 지금도 엄청 떨려.”


이리나가 팔을 뻗어 아리스를 붙잡고 그대로 끌어안았다.


“이리나?”

“이렇게 귀여운 아리스를 누가 찰 수 있겠어.”

“이리나처럼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준다면 좋겠는데.”

“그럼 차였을 때 나한테 고백해. 나는 반드시 받아줄 테니까.”

“이리나도 참.”


이리나가 조용해졌다.

왠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그녀의 얼굴을 확인해보려 했지만 이리나는 쉽게 포옹을 풀어주지 않았다. 정적을 버티다 못한 아리스는 먼저 입을 열었다.


“이리나? 왜 그래?”

“아리스가 너무 멀리 가버린 것 같이 느껴져.”

“나는 아무데도 안가.”

“그래도 왠지 모르게 그런 기분이 느껴져. 그러니까 이대로 있게 해줘.”

“아까는 자기가 언니라더니. 이번에는 어리광이야?”

“그냥 내가 동생 할래. 언니한테 어리광이나 부려보게.”

“이리나도 참.”


어리광이라는 말에 아리스는 달래듯 이리나를 토닥였다.


“이런 아리스가 나는 좋아.”

“내 연애상담은 어디가고 이리나가 고백하는 거야?”

“뭐 어때.”


아리스의 체온을 느끼며 이리나는 이야기를 이었다.


“갑자기 그런 결심을 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리스를 응원할게.”

“고마워 이리나.”

“힘 내. 아리스.”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심시간이 끝나간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였다.


“돌아가자. 곧 점심시간 끝나겠어.”

“응.”


이리나가 먼저 정리를 끝내고 일어나 아리스에게 말했다.

같이 돌아가기 위해 아리스도 금새 정리를 끝냈고 일어나 이리나와 발걸음을 옮겼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


“?”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리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은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지만 주변에 이리나 외의 사람은 없었다.


“왜 그래 아리스?”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자신이 잘못 들었던 게 아닐까 싶어져 아리스는 그 목소리를 무시했고 이리나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모두 집에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리스도 마찬가지로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옆자리의 소꿉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아리스.”

“응? 왜?”

“오늘 시간 있어?”

“음. 수업은 없으니까 괜찮은데. 왜?”

“우리 집 놀러오지 않을래?”

------------------------


“정말로 괜찮아? 어머니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다면서.”

“괜찮아. 그리고 엄마는 예전부터 네가 오는 거 좋아했으니까.”

“으음. 그렇다면.. 그런데 이리나네 집에 놀러가는 거 되게 오랜만이네.”

“그러게. 어렸을 때 이후론 거의 안 왔었지?”

“응. 그런데 왜 갑자기 놀러 오라고 한 거야?”

“뭐. 그냥? 오늘따라 아리스랑 놀고 싶어서?”


학교가 끝난 직후.

아리스는 이리나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착했다.”

“진짜 오랜만이다. 이리나네 집.”

“뭐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들어와.”

“응.”

“다녀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아가씨. 어머 뒤에 그분은..”


이리나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메이드가 이리나를 반겼다.

아리스가 이리나의 메이드를 만났던 것은 매우 어릴 때였다. 그렇기에 자신을 기억할까 반신반의했지만 자신을 알아보는 것 같은 태도에 살짝 안심한 것 같다.


“오랜만이에요. 아리스 발렌타인이에요. 기억하시나요?”

“물론이죠. 오랜만이에요 아리스 아가씨.”


시간이 지나 많이 달라졌을 텐데. 그럼에도 자신을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감동했다.


“많이 크셨네요. 아델 씨는 잘 계시나요?”

“어떻게든요.”

“다행이네요. 오늘은 놀러 오신건가요?”

“네.”

“그럼 차를 준비할게요.”

“감사합니다.”

“편히 있다 가세요.”


메이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차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돌아갔다.


“놀랐어?”

“엄청. 아직 기억하고 계실 줄 몰랐는데. 감동했어.”

“아리스는 어렸을 때랑 크게 차이나지 않으니까 기억하기 쉽잖아.”

“무슨 소리야. 나 많이 달라졌거든?”

“? 어디가?”

“이리나 진짜.”


서로 장난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이리나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서 아리스를 처음 만났었지.”


이리나가 발코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끄러운 기억이야.”


아리스가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듯 대답했다.

지금의 얌전한 모습과 다른 어릴 때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기에 조금은 지우고 싶은 과거들이 있었다.


“응. 확실히 나무를 타고 남의 집 발코니에 뛰어든다는 건 보통이 아니지.”

“이리나 일부러 그러는 거지?”

“반쯤?”

“실례할게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 문이 열리고 이리나의 메이드가 찾아왔다.

홍차와 쿠키를 가지고.


“홍차를 준비했어요.”

“감사합니다.”


메이드가 가져다준 홍차를 입에 대며 두 사람은 이야기를 이었다.


“맞아. 아리스. 우리 어릴 때 티파티. 기억해?”

“아아. 도망쳤던 거?”

“응응.”

“그것 때문에 아델한테 엄청 혼났지.”

“말도 없이 사라졌었으니까. 우리 메이드도 엄청 걱정했는걸. 맞아 그때 찍은 사진이 있을 텐데.”


이리나가 책장으로 걸어가 꽂혀있던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앨범을 펼치며 어릴 적 아리스와 찍은 사진을 찾았다.

사진에는 어린 시절의 두 사람과 두 메이드가 같이 찍혀 있었다.


“아. 찾았다.”

“그립네. 10년쯤 됐나?”

“벌써 그 정도나 됐네.”

“엄청 빠르게 지나간 기분이 들긴 하지.”


살짝 아련한 표정으로 사진을 보던 두 사람은 우연히 서로 눈이 맞았고 의미 없이 웃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 좋은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 아리스를 처음 봤을 때 엄청 이상한 애구나. 하고 생각했어.”

“너무해.”

“하지만 그렇잖아? 그냥 놀러오면 되는 걸 굳이 담을 넘어 몰래 오려다 들키고.”

“아으으. 잊어줘.”


아리스가 부끄러워하는 반응이 귀엽기라도 한 듯 웃으며 이리나는 앨범의 페이지를 넘겼다.


“아. 이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네. 이때의 아리스가 작고 귀여웠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버려서.”

“나 이리나랑 동갑인데?”

“솔직히 내가 언니라고 해도 믿을 만 한데. 언니라고 불러볼래?”

“싫어.”


아리스의 부정에는 장난보다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살짝 작다는 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리나는 또래의 아이들 보다 큰 편이었기에 같이 다니면 자주 비교를 당하곤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어렸을 때 같이 다니다가 아리스가 여동생 취급을 당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아리스의 흑역사였다.


“이후로는 무표정한 사진뿐이네.”

“나 이런 얼굴로 사진 찍었구나. 몰랐어.”


다음 페이지의 사진들의 아리스는 웃고 있지 않았다.

모두 무표정하거나 어색하게 살짝 웃고 있는 사진들 뿐.

어렸을 때의 사진과 비교하면 상당히 위화감이 들었다.


“아. 하지만 아리스는 무표정할 때가 더 이쁘니까 난 이 사진도 좋아해.”


애써 웃는 것 같았다. 일부러 장난스런 말투를 썼지만 표정을 쉽게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리나가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아리스는 알고 있었다. 이런 무표정한 사진들을 찍은 시간이 언제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겪은 이별의 아픔을 쉽게 보내지 못했던 때의 사진이다.


“이리나. 나는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미안해.”


아리스는 이리나를 달래듯 토닥였다.

아리스는 앨범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곳에는 꽤나 자란 두 사람의 사진이 있었다.

예전보다는 꽤나 밝아진 모습이었다.


“봐. 이 사진에서는 잘 웃고 있잖아. 네가 같이 있어준 덕분이야.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고마워.”

그렇게 서로의 사진들을 보고 추억을 떠올리며 두 사람은 시간을 보냈고

시계를 확인했을 땐 어느새 저녁에 가까워져 있었다.


“벌써 저녁이네. 슬슬 돌아가는 게 좋으려나.”

“저녁 같이 먹고 가지.”

“으음. 그러고 싶긴 한데, 집에다 말도 안하고 왔으니까. 너무 늦으면 걱정할 테니까.”

“아쉽네. 그럼 같이가자. 집까지 바래다줄게.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

“돌아올 때 이리나는 어떡하고?”

“나는 괜찮아. 달리기 빠르니까.”

“너도 참. 괜찮으니까 집에 있어. 아직 그렇게 어둡지도 않잖아.”

“아냐. 따라갈래.”

“어리광도 아니고.”


가겠다. 그냥 있어라. 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다 결국 버티지 못한 아리스가 포기했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왔다.


“에헤헤.”

“뭐가 그렇게 좋을까.”

“그냥 아리스랑 같이 걷는거?”

“부끄러우니까 그런 말 하지 마.”

“하지만 아리스가 좋은 걸.”

“저기 이리나.”“응?”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아까부터 느껴졌던 위화감을 버티지 못하고 아리스가 입을 열었다.

소꿉친구로부터 계속 느껴졌던 위화감이다.


“갑자기 놀러오라는 것도 그렇고. 오늘따라 뭔가 이상하기도 했고. 무슨 일 있어?”

“으음. 그냥. 곧 졸업이잖아? 졸업하고 나면 곧 만나지 못하게 될 테니까. 추억이나 쌓아둘까 해서.”


두 사람은 3학년. 올해가 지나면 중등부를 졸업하고 고등부를 향하게 된다.

이리나 만.


“게다가 아리스는 진학 안하니까.”


아리스는 고등부 진학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미 늦어버린 자신의 시간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아리스의 꿈은 아버지의 백작 지위를 이어받는 것. 능력만 있다면 학력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기에 고등부에 진학하는 것보다 이쪽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한 결과였다.


“학교만 안 갈 뿐이잖아. 만나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어.”

“그런 걸까.”

“내가 이리나를 잊어버리는 일 같은 건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응.”


이리나의 집으로부터 아리스의 집까지는 가까운 편이었기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적당히 잡담을 나누는 사이 도착했고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

“다녀왔어.”

“어머.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아가씨.”

“어쩌다보니까. 이렇게 까지 늦을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 근데 무슨 일 있어? 뭔가 소란스러운데.”

“그게 오늘 그레이 선생님께서 오셨는데.”

“선생님이?”


상당히 놀란 듯 아리스가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수업이 있는 날이 아니었으니까.

그레이가 굳이 온 이유는 말해주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 고서에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아리스는 메이드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어디 계셔?”

“응접실에서 주인님과 체스를 하고 계셔요.”

“뭐?”


메이드의 말을 듣고 아리스는 응접실로 발을 옮겼고 그곳에서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체스를 두고 있는 아버지와 그레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 사람 다 상당히 지쳐보였기에 꽤나 서로에게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아가씨께서 안 계셔서 기다리시는 동안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언제 오셨어?”

“으음. 평소 아가씨가 돌아오실 시간 정도였으니까.. 한 3시간 전에.”

“그럼 3시간 전부터 계속 저렇게?”


메이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스는 두 사람을 지켜보다 조용히 문을 닫고 메이드에게 차를 부탁했다.

둘의 승부를 방해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이리나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업무를 처리하던 프로이트 자작. 이안 프로이트는 딸과의 대화를 집중하기 위해 업무로부터 잠시 손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니? 이리나.”

“전에 말했던 어머니의 요양 때문에요.”


이리나의 어머니인 프로이트 부인은 현재 병으로 인해 요양을 준비 중이었다.

원래라면 이리나도 따랐어야 했지만 이리나의 부탁으로 이리나와 메이드 몇 명만 이곳에 남을 예정이었다.


“이곳에 남는 걸로 결정한 게 아니었니?”

“역시 저도 따라갈게요. 가족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그렇구나.”


이안이 이리나를 안으며 말했다.


“너에게 힘든 선택을 맡긴 것 같아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도 이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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