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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재 주기
프레노아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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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31,681

작성
19.03.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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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마지막 페이지

DUMMY

“흐윽. 흐아아아아아앙. 흐윽...흐아아아아아”


참고 있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혼자 남았기에,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기에 아리스는 그저 울고 울었다.

한참을 울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을 멈추고 문으로 고개를 돌린 아리스는 그곳에서 우는 소리를 듣고 찾아온 메이드를 보게 되었다.


“어머? 아가씨?”

“아델.”


아델은 아리스에게 다가갔고 아리스를 안아주며 달래듯 등을 토닥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울어요. 전부 토해내요. 이야기는 그 후에 들을 게요.”

“응. 흐윽.”


메이드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한참을 더 울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델은 아리스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도 이곳에 있는 이유도, 이렇게 울고 있는 이유도.

그 무엇도 묻지 않고 그저 감정을 토해내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시간이 지나 감정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아델의 덕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리스는 아델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마워.”

“뭐가요?”

“그냥.”

“당연한 일을 한 거예요.”


미소 지으며 아델은 아리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곤 어지럽혀진 아리스의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아직 학교에 있을 시간에, 방도 이렇게 어지럽혀져 있고.”

“이리나 때문에.”

“누구요?”

아델의 반응에 아리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라져버린 고서는 세계의 기억에서도 잊혀 진다는 것을. 당연하게도 아델은 이리나를 기억하지 못했고 아리스는 이리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눈물을 제어할 수 없었고 다시 한 번 울어버렸다.


“아직 안 괜찮으면 더 울어도 되요. 괜히 참으려 하지 말고.”

“아니야.”


아리스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 이야기를 이었다.


“어떤 친구가 있었어. 그리 좋은 친구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자주 놀림 받았고. 장난도 많았어. 나한테 웃는 얼굴보다 무표정할 때가 더 이쁘지만 무표정하니 귀염성 없으니까 웃으라고 하거나 나더러 동생이나 언니를 해달라고 하거나.

이상한 소리만 많이 들었던 것 같아.

그래도 고민이 있거나 할 때는 정말 자기 일처럼 같이 생각해주면서 들어줬어.

선생님에 대해 고민할 때도 나를 응원해주었고. 힘들어 지쳐있으면 수고 했어, 라고 말해줬어.”

“그 친구에 대해 말하는 아가씨 얼굴을 보니 좋은 친구였나 보네요. 아가씨도 그 친구를 좋아했고.”

“응.”


거울을 보지 못해 자신의 얼굴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하고 아리스는 생각했다. 이리나와의 추억이니까. 하지만 곧 그 얼굴에선 행복한 미소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가 힘들어할 때 도와주지 못했어. 힘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옆에 있어주고 싶었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어. 게다가 이제는 헤어져버려서 더 이상 어떤 말도 전하지 못해. 아직 하고 싶은 말도, 해주고 싶은 말도 많은데.

헤어진 것도 나 때문이야. 내가 조금만 더 조심했어도. 이리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같이 있어주겠다고 말했으면서 바보같이.”

“아가씨!”


아델이 큰 소리로 아리스를 불렀고 그 소리에 놀란 듯 아리스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

아델은 커다래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리스에게 안심한 듯 미소를 띄웠다.


“자책하는 건 좋지 못한 버릇이에요.”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나 때문인걸.”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고 해요?”

“그야. 그 애가 나를 도와준 만큼 내가 그 애를 도와주지 못했으니까.”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제가 그 친구라 하더라도 절대 아가씨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어째서?”

“아가씨가 힘냈다는 것을 알 테니까. 그 친구가 아가씨를 위해준 만큼 아가씨도 그 친구를 얼마나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잘 알 테니까.

그러니까 아가씨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아가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 친구가 정말로 아가씨를 탓할 거라 생각해요?”

“아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리나라면 절대 자신을 탓할 리가 없다.

자신을 원망하고 탓하는 이리나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친구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까요?”

“아니.”

“거 봐요. 잘 알고 있잖아요.”

“그래도 가슴이 아파.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 애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텐데.”

“편지 같은 것도 없을까요?”

“없어. 있을 리가.”


아리스의 입이 갑자기 멈췄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형태를 가진 고서가 사라져버리면 그 고서는 세계의 기억에서 잊혀지며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된다. 그렇기에 편지 같은 것도 남길 수 없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을만한 방법은 존재했다.


“아델. 나 급히 가야할 곳이 생각났어.”

“아. 잠깐 기다려주세요.”

“응?”


아리스를 두고 밖으로 나간 아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한권의 낡은 노트를 들고.


“뭐야?”

“아리아 아가씨의, 전 주인님의 노트에요.”

“엄마의?!”

“노트의 첫 페이지를 펼쳐서 그곳에 적힌 말을 읽어주시겠어요?”


아리스는 아델의 말에 따라 노트를 펼쳤고 그곳에 적혀져있던 글귀를 읽었다.


“이별의 아픔은 그 사람과의 추억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려주는 증거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저에게 맡기셨어요. 언젠가 아가씨에게 필요해진다 생각 될 때 전해주라고. 저는 그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렇구나.”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에요.

하지만 그 아픔은 그 사람과의 추억이 행복했다는 증거니까 잊어버리려 하면 안돼요.

물론 그 말이 그 추억 속에 빠져있으란 말은 아니에요.

그 아픔을 기억하며 그 사람과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간다면 그 이별의 아픔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이 될 거예요.

그리고 아가씨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지금 이걸 드릴게요.”

“아델. 고마워.”


아리스는 아델로부터 건네받은 노트를 소중한 듯 끌어안았다.

그 모습을 보며 아델은 아직 아리아가 살아있을 때의 아리아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이별의 아픔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이야. 물론 그 아픔은 무척이나 괴롭겠지만 그 아픔을 견뎌내고 일어난다면 사람은 성장할 수 있어.”

“그런가요?”

“아델. 너는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불길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뭐 어때. 대답해봐.”

“그래도 몇 년을 같이 지내왔는데 슬프겠죠.”

“그러겠지. 아델이 슬프게 울어준다면 나도 기쁠 것 같아.

하지만 동시에 괴롭고 미안할거야. 그러니까 내가 죽어도 아델은 너무 울지 말아줘.”

“노력은 해볼게요.”

“역시 그렇게 대답해주는 아델이 좋아.”


자신이 했던 말을 노트에 적고 있는 아리아를 보며 아델이 말했다.


“또 그 일기에요?”

“일기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 않나? 그저 생각나는 말들을 적고 있을 뿐이고. 쓰는 주기도 불규칙적이고.”

“그렇긴 하네요.”

“저기 이 노트 왜 적고 있는지 궁금해?”

“궁금하다고 말하길 원하는 것 같으니 그렇게 말해드릴게요. 왜 적고 계시나요?”

“좋아. 알려줄게. 이 노트는 아리스에게 전하는 편지야.”

“아가씨에게요?”

“응. 아마 나는 아리스의 옆에 오래 있어주지 못할 테니까.”

“또 그런 소리를.”

“아하하. 하지만 사실인걸. 나는 아리스가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는 사람도 내가 될 수 없어.

그러니까 최소한 해주고 싶은 말들을 노트에 적는 거야.

그 아이가 힘들어 할 때 내가 그 아이의 힘이 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아델. 내가 죽고 나면 이 노트는 네가 맡아줘.”

“제가요? 아가씨가 아니라?”

“응. 네가 맡고 있어줘. 그리고 아리스에게 필요해진다 생각 될 때 전해줘. 죽기 직전의 마지막 부탁이야.”

“하아. 알겠어요.”

“약속이야.”


마지못하다는 듯이 아델은 아리아와 새끼 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사실은 내가 직접 전하고 싶었어. 이런 노트가 아닌 직접 말로. 그 아이가 성장하는 그 순간순간 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니까 너에게 맡길게. 부탁할게 아델.”

“네. 주인님.”


그 약속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델은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걸로 됐죠? 주인님?’


----------------------------------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위해 아델은 자리를 비켜주었고 홀로 남은 아리스는

발코니의 난간에 기대고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한참을 울었던 탓일까. 아니면 아델 덕분일까.

아리스는 조금 냉정해졌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리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내가 이리나라면...”


잠시 후 아리스는 피식 웃고 기지개를 폈다.


“대답 같은 건 잘 알고 있으면서... 바보 같이 선생님만 탓해버렸네.

나는 생각보다 감정적이구나.”


아리스는 아델로부터 받은 노트를 바라봤다.


“이별의 아픔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 메시지를 가슴속에 새기며 아리스는 발걸음을 옮겼다.

-----------------------

“괜찮은 마을이었는데. 조금 아쉽군요.”


마을을 나오던 도중 뒤돌아보며 그레이가 말했다.

양손에 여행 가방이 들려있는 것을 봐선 아마 마을을 떠나는 것 같다.

더 미련을 가지지 않도록 그레이는 고개를 저었고 발걸음을 옮겼다.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도망치시는 건가요?”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은발의 소녀가 서있었다.

얼떨떨한 얼굴로 그레이가 말했다. 아리스가 여기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당황한 것 같다.


“어째서 여기에.”

“미리 여관에서 알아봤어요. 선생님이 언제 떠나시는지.”

“그게 아니라. 저에게 화나셨던 게 아니었나요?”

“화났어요. 하지만 그 전에 들어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해서요.”

“네?”

“이리나의 마지막에 대해서요.”

-----------------------

“으음.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을까요?”

“저도 뭐라 해드릴 말씀이 없군요.”

“왜 선생님이 그렇게 죄지는 표정을 하고 있어요. 아리스가 이렇게 된 건 저 때문인데.

아까 전엔 강제로라도 저를 되돌리려 하시더니 이제 와서 죄책감이 들어요?”


“아가씨에게 설득 당해버렸으니까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생각해보면 그저 억지였을 뿐인데. 그 올곧은 눈동자에 위축되어서 한 순간 이리나 양을 고서로 되돌리는 것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아직 어린 아가씨인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리스 인걸요. 아리스는 더욱 성장할거에요. 그리고 선생님은 아리스가 성장해가는 모습에 더 더욱 놀라게 되겠죠.”

“왠지 모르게 기대되는 군요.”

“그렇죠? 저도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싶었어요.”

“이리나 양.”

“아리스의 옆에서 아리스가 성정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힘들어 할 땐 쉴 곳이 되어주고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고민이 있을 땐 들어주며 아리스와 같이 있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그러지 못하니까 선생님에게 맡길게요. 저 대신 아리스의 옆에 있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리나는 잠들어있는 아리스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자신의 능력 때문이긴 하지만 이렇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리스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여전히 무표정할 때 제일 이쁘다니까. 제목 그대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네.

이 이야기에서 아리스는 공주였어. 나는 저주를 건 마녀일 뿐이고.

그리고 저주를 풀기 위해 왕자님이 찾아왔어. 그러니까 마녀는 이제 사라질게.

공주님은 잠에서 깨어나서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아야 해. 당당하고 멋진 나의 공주님.”

“누가 왕자라는 건가요.”

“이럴 때는 좀 맞춰주세요. 눈치 없긴.”

“나 원.”

“아직.”


그레이가 다가오자 이리나가 그레이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금만 더 말하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너무 많은데.”


이리나의 가시가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리나는 가시덩굴의 괴물이 아닌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리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일부러 장난스러운 말투를 쓰고 아무렇지 않게 당당한 척 하며 감정이 터져 나오는 걸 계속 참아왔지만 더 이상은 무리인 것 같다.

이리나는 깨어나지 않는 아리스의 손을 붙잡고 머리를 기댔다.


“안 울기로 했는데. 흐윽. 울면 안 되는데. 흐으으윽.

이별 인사 같은 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 좀 더 같이 있고 싶었어.

그래도 어떻게든 마음잡고 노력했는데.

마지막 말 같은 걸 어떻게 정해. 같이 있으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수없이 많은데.

미안해 아리스. 옆에 더 못 있어줘서 미안해. 이야기 더 못 들어줘서 미안해.”


아리스 만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이리나는 그레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레이는 들키지 않도록 눈물을 닦아냈고 손수건을 이리나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너무 시간 끌어서 죄송해요. 아리스도 어서 일어나야겠죠.”


말없이 그레이는 고서를 펼쳤다.


“저기 나 사실은 선생님을 질투했었어요.”

“네?”

“아리스와 몇 년을 같이 있어도 나는 아리스를 변화시키지 못했는데 선생님은 아리스를 변화시켰잖아요. 그래서 좀 질투했어요.”

“그렇군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리스는 많이 변했어요. 이렇게 저와 헤어지면 얼마나 많이 변하게 될까요.”

“변하는 게 아닙니다. 성장입니다.”

“네?”

“아픔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다만 성장시킬 뿐이죠. 아가씨 또한 이리나 양과의 이별은 아파하실 겁니다. 많이 울고 힘들어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아픔을 겪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며 아가씨는 성장하실 겁니다.”

“그렇군요.”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미소 지으며 이리나는 한 바퀴 돌았다.


“선생님.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네요. 인정해줄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까지 하죠.”

“알겠습니다.”


이리나는 그레이에게 다가가 펼쳐진 페이지에 손을 올렸다.

미소 짓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그레이는 이야기를 이었다.

---------------------

“이상입니다.”

“그렇군요.”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아가씨께서 너무 화가 나셨기에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억지 부렸을 뿐이고. 그리고 알고 있어요. 저를 구하려고 이리나가 스스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책할 테니까 차라리 자신을 탓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말 안하신거.”

“그렇습니까.”


그레이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볼을 긁었다.


“선생님. 고서 빌려주실 수 있어요?”


아리스의 말에 의아해 하면서 그레이는 고서를 넘겼다.

고서를 전해 받은 아리스는 눈을 감고 책에 머리를 맞댔다.

이리나의 감각을 느끼듯.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아리스는 마지막으로 전하지 못했던 그 말을 가장 소중했던 친구에게 전했다.


“네가 나를 위해서 일부러 변한 것은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그 기대에 보답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언제나 잊지 않을게.

이리나 프로이트.”


고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이런 행동을 한다고 그 목소리가 이리나에게 닿을지 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전해야 한다. 그 목소리가 닿기를 바라며 아리스는 이리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끝나셨습니까?”

“네. 그리고 물건 던져서 죄송했어요.”

“괜찮습니다. 다치지도 않았고.”

“그리고 선생님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무엇인가요?”


그레이에게 고서를 되돌려주며 아리스는 자신이 여기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알렸다.


“선생님의 여행에 같이 가게 해주세요.”

“네?!”

“그렇게 당황한 모습 처음 봤네요.”


그제야 그레이는 아리스가 갖고 있던 여행 가방을 확인했다.

이미 자신을 따라가는 것을 확정하고 이곳에 온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오셨군요.”

“네.”

“학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어차피 이젠 의미 없잖아요.”


맞는 말이긴 하다. 이리나의 목표는 진학이 아닌 백작 지위를 이어받는 것이니까.

능력만 된다면 학력 따위는 상관없으니까.


“집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백작께 말씀은 하셨습니까?”

“괜찮을 거예요. 가출한다고 하고 나왔으니까.”

“무슨 이런 막무가내의...”

“조금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거든요.”

“하아. 힘든 여행이 될 겁니다?”

“괜찮아요.”

“위험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 때는 선생님이 지켜주세요. 약속했잖아요.”

“하지만.”

“이리나와의 약속은 그저 그 한 순간을 넘기기 위한 거짓말이었나요?”

“윽. 하아. 아가씨. 평소와는 다르시군요.”

“이게 아리스 발렌타인인걸요.”

“알겠습니다. 동참을 허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레이는 얌전히 포기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만족하며 아리스는 그레이를 따라 걸었다.

----------------------

“자신의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답을 내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자주 편지할게요. 라고 적혀있네요.”


아리스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아델은 머리를 짚었다.


“한동안 얌전하시다 싶었더니. 역시 아가씨는 아가씨네요.”

“아리아의 딸이니까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쫒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주인님?”


아델의 현 고용주인 스왈로 발렌타인은 처리하던 서류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펜을 내려놓았다.

머리까지 뒤로 젖히며 휴식의 의사를 보이고 있었다.


“잘 모르겠군.”

“아가씨가 걱정도 안 되세요?”

“그럴 리가 있나. 아직 16살인 딸을 여행 보낸다니. 솔직히 불안하고 걱정되지.”

“그럼 왜 안 잡으신 건데요? 주인님 아가씨가 나가시는 걸 그냥 보고 계셨잖아요.”


“그야. 아리아라면 이렇게 했을 테니까. 그 사람이라면 아리스가 정한 길을 막으려 하지 않았을 거야. 아리스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정해주었겠지. 그 아이가 무작정 계획을 세우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걱정이 되더라도 보내주고 싶었어.”

“그렇군요.”

“게다가 혼자 떠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믿음직한 교사가 같이 가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 알고 계셨나보군요.”

“이곳에서도 마을의 끝 정도는 보인다네.”


스왈로는 집무실 창문의 앞에 있던 망원경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그러니 나는 아리스를 믿고 여행을 허락하겠어. 그 아이가 답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그저 기다릴 뿐이야.”

“성장하는 것은 아가씨만이 아닌 것 같네요.”

“이 나이에 내가 성장했다는 말인가.”


멋쩍은 듯 웃으며 스왈로 발렌타인은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

-------------------

“그래서 어디로 향하시는 거에요?”

“산드리온입니다.”

“바로 옆이네요.”

“지도로 보면 옆이지만 걸어가기엔 먼 거리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그 정도 각오는 하고 따라왔으니까.”


-사람을 이야기로서 구현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가 될까.

아직은 모르겠어.

그러니까 내가 어떤 이야기인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볼게.-


연모하는 가정교사를 따르며 소녀가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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