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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재 주기
프레노아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65
추천수 :
0
글자수 :
131,681

작성
19.03.21 17:08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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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신데렐라 2페이지

DUMMY

“선생님. 아, 아니 그레이! 이쪽이에요! 어라?”


이번에도 실수로 이름이 아닌 선생님이라고 불러버렸기에 그레이로부터 경고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과 달리 경고는 들려오지 않았다.

경고를 해줄 사람이 그곳에는 이미 없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와 떨어져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아리스는 후작이 사라진 방향과 그레이가 있던 방향으로 시선을 왕복시키다 결심한 듯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달렸다.

후작을 찾아 나서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어차피 이런 인파속에서 선생님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그렇다면 차라리 후작님을 만나 최소한의 단서라도 구하는 게 나을 거야.’


후작이 나간 문을 통해 아리스는 파티회장을 나왔다.

문은 바로 저택의 복도로 이어졌고, 파티회장에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인지 복도에는 작은 조명도 켜져 있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저녁이었기에 창문을 통해 달빛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아리스는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던 달빛에 의지하며 어두운 복도를 걸어 나갔다.

그렇게 걸어가던 중 저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였다.

귀를 기울이니 살짝 목소리도 들려왔다.

복도 끝에 있던 방의 문이 열려 그곳으로부터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리스는 그 곳으로 향했고 문 틈 사이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을 엿봤다.

방에서는 후작과 연미복을 입은 늙은 남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찾지 못하신 겁니까.”

“응.”

“이제 그만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련님.”

“할아범. 그런 말하지 말라니까.”

“하지만 계속 그러시면 마님께서도 걱정하실 겁니다.”

“괜찮아. 꼭 찾아낼 테니까.”

“도련님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저를 고생시키시는 군요.”

“언제나 나를 믿어주는 할아범에게는 고맙게 생각해.”


늙은 남성은 아리스가 있던 곳으로부터 반대쪽의 문을 향해 나갔고 방에는 후작이 홀로 남아 있었다. 홀로 남은 후작은 소파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며 탄식하듯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많이 답답해 보였다.

그 후 자신의 품에서 하얀색의 작은 가면을 꺼내 바라보며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리스는 망설이다 마음을 다시 잡고 문을 열었다.


“파티의 주인공께서 이런 곳에서 뭐하시는 건가요?”“누구야?”

“오랜만이에요. 후작님.”


아리스는 양손으로 치맛단을 살짝 들어 올리며 후작에게 인사했다.

아리스의 모습을 본 후작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가 반가운 듯 웃으며 일어났다.


“오랜만이구나. 아리스. 파티에 온다면 말을 해주지.”

“산드리온에 들렀다가 오늘에서야 파티소식을 들어서요.”

“앉으렴. 천천히 이야기하자.”

“네.”


후작이 가리킨 건너편 소파에 아리스가 앉았고 두 사람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간 잘 지냈니?”

“덕분에요. 약혼 때는 죄송해요. 저도 그제서야 제 마음을 정하게 돼서.”

“괜찮아. 그 약혼도 나보다는 집안 쪽에서 결정한 것이고. 오히려 감사하고 있단다.”

“후작님은 여전하시네요.”

“발렌타인 백작님도 와계시니? 인사를 드려야할 것 같은데.”

“아. 아뇨. 아버지는 안 계셔요.”

“그럼 혼자 산드리온에 온 거야?”

“네. 실은 지금 여행 중이라.”

“여행인가. 부럽네. 나도 가고 싶지만 후작 작위를 받은 상태라 활동이 자유롭지가 않아서 말이야.”

“오늘 파티만 봐도 충분히 자유로운 것 같은데요?”

“아하하. 그렇지도 않아. 일도 많고, 후작이란 자리는 가볍지 않단 말이지. 오늘 파티도 며칠분의 일을 무리해서 끝내놓고 열은 거야.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거든.”

“해야만 하는 이유요?”

“실은 마음을 정한 여성이 있어.”

“정말요?”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말이야. 아는 것도 이름 정도야. 게다가 몇 달 전 이후로는 만나지도 못했어.”

“그렇지만 좋아하고 계시는군요?”

“응. 이름 밖에 모르더라도. 만나지 못하고 있더라도 계속 좋아하고 있어.

오늘의 파티도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열었던 거야. 이런 파티를 열면 찾아와주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어.”


아자일 후작은 아련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잡혀있던 가면을 바라봤다.


“그 가면은 뭔가요?”

“그 사람이 두고 간 물건이야. 지금으로선 유일한 단서지.”

“네?”

“반년 정도 전 이었을 거야. 집안에서는 결혼 관련으로 잔소리가 심했고 일도 많았던 때라 지쳐서 일을 땡땡이치고 몰래 잠깐 빠져나왔을 때였어.”

“여전하시네요.”

“아하하. 그렇지 뭐. 피곤하기도 해서 마을 외곽의 낡은 시계탑에 가 있었어. 마을 외곽이기도 하고, 지금은 돌아가지도 않는 폐쇄된 시계탑이라 오는 사람이 없었거든. 나도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지. 그런 곳에서 만났어.

에스트라는 이름의 여자를.”


후작은 그리워하는 얼굴로 반년 전. 그녀를 만났을 때의 일을 떠올리며 아리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반년 전. 마을 외곽의 거대한 시계탑.

연이은 업무와 집안의 잔소리에 한참 지쳐있을 때라 쉬고 싶은 마음에 저택을 빠져나온 페르디는 이곳으로 향했다.

사람이 거의 찾아오지 않았던 곳이다. 페르디도 땡땡이를 치며 마을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혼자 있고 싶었던 페르디에겐 최고의 장소였다.

하지만 그런 장소에 한 여자가 먼저 찾아와있었다.

긴 갈색 머리의 왠지 모르게 슬픈 눈을 하고 있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페르디를 보자마자 두 눈이 커다래진 채로 멍하니 페르디를 바라봤다.

페르디와 마찬가지로 이 장소에 다른 사람이 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여길 아는 사람이 또 있었나. 미안. 방해하지 않을게.”


마을에 혼자 있을 수 있을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

아마 여기 있다는 것은 그녀도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곳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먼저 온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페르디는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지 않아도 되요.”


의외였던 답에 페르디는 발걸음을 멈춰버렸다.

자신의 예상과 달리 혼자 있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 걸까?

그것에 관해 질문하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곳에 왔다는 건 당신도 혼자 있고 싶었다는 거겠죠. 그렇다면 제가 조금 양보할게요.

외톨이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니까.”


페르디는 멋쩍은 듯 ‘으음’ 하고 목소리를 내다 그녀의 양보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녀로부터 좀 떨어진 옆자리에 앉았다.

페르디와 있는 동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멍하니 이곳에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인형이 아닐까란 생각이 잠깐 들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페르디는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하늘이 노을로 물들 무렵 페르디는 적당히 시간을 떼웠다고 생각하고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히 가세요.”

“? 아. 응.”


시계탑을 나오는 순간 그녀는 페르디에게 인사를 했다.

페르디는 그녀를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뒤로 페르디는 저택으로 돌아왔고 탈출했었다는 사실을 들켜 집사 장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별로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건 평소에도 비슷했지만 평소에는 억지로 의식을 다른 곳으로 옮겨두려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러지 않아도 다른 쪽으로 의식이 향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것이다.


“또 도망 다니시고. 찾아다니는 사용인들도 좀 생각해주십시오.”

“노력할게.”

“도련님!”


페르디는 그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한 애였지. 하지만 신경 쓰이네. 외모 때문인가?

아니. 뭐 그런 상황이었으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지.

그러고 보니까 이름도 듣지 못했네.

아니 뭐 더 만날 일도 없을 테니 별로 상관없나.

크게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하며 페르디는 기억의 저편으로 그녀에 대한 것을 넘겼다.

그리고 며칠 뒤 페르디는 업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다시 한 번 저택을 빠져나왔고 다시 한 번 시계탑을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먼저 온 손님이 있었고 그녀를 본 페르디는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가지 않아도 되요.”


페르디의 발소리를 들었던 걸까. 발걸음을 돌리기 직전 그녀가 페르디를 불러세웠고 페르디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에도 먼저 와있었네.”

“어서 오세요.”


페르디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렇게 양보만 받아서야 너무 미안한데. 너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할 거 아니야.”

“이건 서로를 위한 양보에요. 만약 당신이 먼저 온 날 제가 찾아오더라도 당신이 양보해줄 수 있도록. 게다가 우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앉아요.”

“서로의 마음인가.”


그녀가 말한 서로의 마음이란 아마 자신의 사정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페르디는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사정을 알아주고 들어주길 바란다면 사람이 오지 않는 이런 장소에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편안히 쉬고 싶었을 뿐이기에 이곳에 왔다. 그녀가 여기에 왔다는 것은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페르디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하더라도 어떤 눈빛을 하더라도.


그녀가 옆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멋쩍은 듯 머리를 긁다 페르디는 별 말 없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 날도 두 사람에게 대화 같은 것은 오가지 않았다.

그저 저녁이 되어 돌아갈 무렵이 되었을 때 작별인사 정도만 나눴을 뿐이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같이 한 장소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봤다.


“그럼. 안녕히.”

“잘 가.”


헤어지고 난 뒤에 페르디는 자신이 왠지 모르게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녀와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아쉬움과 편안함에 의문을 느끼며 페르디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 후 다시 며칠 뒤. 페르디는 다시 한 번 시계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없네.”


시계탑을 올라왔을 때 보여진 아무도 없는 조용한 풍경에 페르디는 살짝 실망한 듯 한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이 한숨을 내뱉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나도 참. 뭘 실망하고 있는 건지. 이게 평소의 풍경이잖아.’


난간에 기대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그녀와 만나지 못 한 것에 실망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도 딱히 일에 지쳐 쉬고 싶다는 마음에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다.

그저 그녀를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찾아왔던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오늘은 먼저 오셨네요?”


목소리에 반응하여 뒤를 돌아보자 그녀가 서있었다.

오늘은 자신이 먼저 왔을 뿐이라는 사실에 기뻐하는 반응을 애써 숨기며 페르디는 그녀를 맞이했다.


“뭐 어쩌다보니. 오늘은 그쪽이 늦었네.”

“어쩌다보니.”


페르디의 말투를 따라하며 그녀가 혀를 살짝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녀의 모습에 페르디는 자신의 감정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날도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인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로도. 어느 새 그녀를 만나는 것은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매일 저택을 탈출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업무를 빨리 끝내고 그녀를 만나러 가는 일상이었다.

업무가 끝나면 시계탑으로 향하고, 그녀를 만나고.

아무 말 없이 서로 하늘을 바라보다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정말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 어떤 대화도 없을 뿐인 그 만남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너랑 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

“정말로 모르는 건가요?”

“너는 알고 있는 거야?”

“어느 정도는요. 저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안.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서 말이야. 알려줄래?”

“저희는 서로 비슷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야 그런 사람을 찾은 거죠. 자신의 사정과는 관계없이 그저 옆에서 같이 있어줄 수 있는 사람.”


페르디는 그녀의 말에 잠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저 옆에서 같이 있어줄 수 있는 사람.

자신이 그런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미 자신의 안에서 특이한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그녀는 페르디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페르디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한 달 정도 후에 가면무도회가 열릴 거야.”

“네?”

“그 무도회에는 신분 같은 것은 상관없어. 귀족이 아닌 평민이라 하더라도 올 수 있어. 서로의 본모습은 가면이 가려주니까.”

“그런데요?”

“혹시 괜찮다면 와 줄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조금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고, 그 날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페르디는 그 이후로 한 달 정도 후에 가면무도회를 열 준비를 했다.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런 무도회를 연다니, 어처구니없게 보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녀가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그녀가 와줄 것이라 믿으며 페르디는 계획을 속행했다. 믿기보다는 개인적인 바람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한 달 후. 아자일 가에서 가면무도회가 열렸다.

신분에 상관없이, 서로의 본모습을 가면으로 가린 무도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페르디는 그곳에 검은색 화려한 눈 가면을 쓴 채 참여했고,

많은 가면의 여성들이 그에게 춤을 권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요청을 거절했고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단 한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그녀는 찾아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기다렸다.

이름도 모르는 그녀를.


“역시 안 오는 걸까.”


무도회에 와달라는 말은 시계탑에서의 그녀가 아닌 또 다른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뜻이다. 받아들여주지 않더라도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와주기만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자신을 조금은 멍청하게 느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끌렸기 때문이다.

가슴위에 손을 올렸고 그대로 눈을 감아 심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심장의 박동이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여성을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페르디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나와의 혼담이 깨진 여자들이 들으면 화를 내겠어.’


“한곡 추시겠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페르디는 얼굴을 들었다.

그녀다.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녀가 확실하다. 그 목소리를 절대로 잊어버릴 리가 없으니까.

붉은색 눈 가면을 쓴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부끄러운 듯 긴장한 듯 굳어진 얼굴로 다가와 페르디에게 손을 건네고 있었다.


“기꺼이.”


페르디는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일어났고 선율에 맞추어 그녀와 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 동안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텝이 조금 서툴 구나.”

“익숙하지 않아서요.”

“그래도 드레스차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고마워요. 당신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고마워. 그런데 우리 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도 서로를 알아봤네.”

“그야 그렇게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페르디는 결심한 듯 스텝을 멈추었다.

붉은색 가면의 그녀는 갑작스런 페르디의 행동에 놀라 발을 헛디뎌버려 넘어질 뻔 했지만 페르디가 붙잡아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

페르디는 그녀를 바라보며 자신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내 이름은 페르디 아자일. 이 파티를 연 아자일 후작이야.”

“생각지도 못한 정체네요.”

“그런 것 치고는 놀라는 반응이 적은걸”

“그보다 이 무도회는 가면무도회가 아니었나요?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이 규칙 아닌가요?”


가면무도회는 가면으로 서로의 정체를 가린 채 진행되는 무도회. 서로의 정체를 알려하는 것도, 밝히려 하는 것도 매너 위반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페르디의 행동은 매너 위반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알고 싶다는 마음에 페르디는 먼저 가면을 벗어던졌다.


“네 이름도 알려주지 않을래?”


그러니까 진심을 다해 이 목소리를 전한다.

자신과 그녀에겐 그저 이름을 묻는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름도 무엇도 말해주지 않았던 두 사람의 관계에서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다.

페르디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그녀는 페르디를 바라보다 곧 자신의 가면을 살짝 들어 올려 얼굴을 보였고 페르디의 물음에 답했다.


“에스트. 에스트 라테르.”

“에스트. 예쁜 이름이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후작님도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칭찬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혀를 살짝 내밀며 귀엽게 미소 지었고 그 미소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는 진심으로 이 사람. 에스트 라테르를 좋아하고 있다. 라고 페르디는 생각했다.

그저 시계탑에서 만났을 뿐이다. 이름조차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알고 있는 것도 이제 이름이 새로 추가되었을 뿐이고 그 이상 아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그녀에게 끌리고 있다.

그녀의 곁에 있고 싶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

그저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에스트. 할 말이 있어.”

“뭔가요?”

“나는 너를.”


그 순간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정의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다.

타이밍이 도와주질 않는다고 페르디는 살짝 시계를 째려보았다. 고백을 방해받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페르디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아닌 시계만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에스트?”

“안 돼.”


무언가 끔찍한 것이라도 본 듯한 경악하는 얼굴로 에스트는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반응은 없었다. 패닉에 빠져 페르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페르디는 그녀를 걱정하며 그녀를 붙잡았지만 에스트는 페르디의 손을 뿌리치며 도망쳤다.


“에스트!”


그녀를 부르며 찾았지만 이미 인파속으로 사라져버린 후였다.

찾을 수 없었다.

남은 것은 그녀가 두고 간 붉은색의 가면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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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면은 그때 얻게 된 거야. 그녀에 대한 유일한 단서지. 뭐 단서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계속 찾고 있었는데도 보지 못했어. 시계탑에도 다시 오지 않았고. 이번 파티가 마지막 방법이었어.”

“파티에 그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라는 것 때문인가요?”

“그런 거야.”


평소처럼 장난스럽고 밝은 말투와 목소리였지만 그의 얼굴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괜찮은 척을 하려고 하지만 꽤나 힘들어하는 것 같다.


“너무 내 이야기만 길어졌네. 미안해.”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여행이라 했는데 혼자 하고 있는 거야?”

“아니요. 일행이... 아!”

“왜 그래?”

“일행이 있는데 아까 파티의 인파 때문에 헤어져서요. 찾아야 하는데.”

“어서 가봐. 기다릴 거야.”

“네. 그럼.”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아리스는 방을 나서려는 순간 페르디가 아리스를 불러세웠다.


“아리스.”

“네?”

“다음에는 그 일행이랑 같이 한 번 찾아오렴.”

“알겠어요. 나중에 뵈요. 후작님.”


후작의 방을 나온 아리스는 다시 파티회장을 향했다.


‘으아아. 선생님 기다리고 계시려나. 역시 선생님을 찾았어야 했나. 그래도 나름 수확은 있는 것 같네.’

“아가씨.”


파티회장을 향하는 복도를 달려가고 있을 때 검은색의 신사가 아리스를 불러세웠다.

그녀의 가정교사다.


“선생님!”

“파티 회장도 아니니 호칭에 대한 말은 거두도록 하죠. 어디 계셨던 겁니까? 찾아다녔습니다.”

“후작님을 만나고 왔어요. 고서에 대한 조사를 위해.”

“그렇습니까? 수확은 있었나요?”

“네. 고서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아요.”

“우연이군요.”

“네?”

“저도 고서가 누군지 알게 되었습니다.”

“네?”

“일단 따라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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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의 밖.


“어째서 밖으로 나가는 건가요?”

“본인이 저택 안에서는 후작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라더군요. 저쪽입니다.”


그레이가 가리킨 방향에는 벤치가 있었고 그곳에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파티 드레스 차림인 것을 보아 방금 전까지 파티회장에 있던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그녀가 이번에 찾던 이야기. 신데렐라입니다.”

“네?! 그럼 저 사람이 에스트 씨?”

“내 이름을 어떻게.”


벤치에 있던 여성. 에스트는 자신의 이름이 들려와 아리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작님으로부터 들었어요.”

“그렇구나. 그렇다면 라테르쪽으로 알고 있겠네.”

“네?”

“소개할게. 내 이름은 에스트 레인.”

“네? 하지만 후작님은 분명.”

“그건 입양되기 전이야. 지금은 에스트 레인. 그러니까 부를 거라면 그쪽으로 불러줄래?”

“그녀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아가씨가 들으신 이야기와 비슷할 것 같군요.”

“그래서 제 조건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에스트가 말한 조건이란 말에 아리스가 의문을 품은 얼굴을 하자 그레이는 아리스에게 자신이 에스트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조건을 받아준다면 얌전히 스스로 사라지겠다고 하더군요.”

“조건이 뭔데요?”

“후작님이 자신을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네? 어째서.”

“저도 잘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어째서인가요?”

“후작님과 나는 맞지 않으니까. 그 사람은 나와 있기엔 너무 빛나는 사람이야. 나하고는 맞지 않아.”

“후작님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요. 그 사람이라면 에스트 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텐데.”

“그 사람이 나를 받아들여준다 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해해줘.”


에스트의 부탁에도 아리스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전히 그녀의 얼굴에는 이해 할 수 없다는 마음이 가득해보였다.

그녀의 태도에 살짝 망설인 에스트는 한 숨을 쉬고 무언가를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


“이해 못하겠으면 따라와. 알려줄 테니.”

“네?”

“숙소 잡은 곳 있어요?”

“아직 입니다만.”

“그럼 우리 집으로 와요. 방을 빌려줄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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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신데렐라 7페이지 19.04.25 8 0 16쪽
15 신데렐라 6페이지 19.04.18 15 0 16쪽
14 신데렐라 5페이지 19.04.11 18 0 16쪽
13 신데렐라 4페이지 19.04.04 19 0 18쪽
12 신데렐라 3페이지 19.03.28 29 0 24쪽
» 신데렐라 2페이지 19.03.21 33 0 23쪽
10 신데렐라 1페이지 19.03.18 30 0 19쪽
9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마지막 페이지 19.03.08 28 0 19쪽
8 잠자는 숲 속의 공주 5페이지 19.03.03 25 0 17쪽
7 잠자는 숲 속의 공주 4페이지 19.02.28 26 0 25쪽
6 잠자는 숲 속의 공주 3페이지 19.02.18 30 0 17쪽
5 잠자는 숲 속의 공주 2페이지 19.02.11 29 0 17쪽
4 잠자는 숲 속의 공주 1페이지 19.01.26 51 0 16쪽
3 판도라의 고서 3페이지 19.01.16 67 0 14쪽
2 판도라의 고서 2페이지 19.01.09 43 0 15쪽
1 판도라의 고서 1페이지 19.01.02 115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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