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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프레노아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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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681

작성
19.04.2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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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신데렐라 7페이지

DUMMY

“많이 힘들었죠? 지금까지 견뎌줘서 고마워요. 이제 행복해져도 돼.”


아리스가 에스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고, 에스트는 그녀의 품에 안겼다.


“역시. 원래 모습한테 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네요.”


이런 말을 하고 있던 이유는 에스트의 부탁 때문이었다. 아리스에게 그 말을 다시 해줄 수 있냐고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가 에스트에게 이 말을 했을 땐 저주 속 세상이었기에 에스트는 어린 모습이었다. 그 탓에 조금은 연상처럼 굴 수 있었지만 원래의 세계에선 에스트가 더 연상이었기에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냐.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아리스가 멋쩍은 듯 웃으며 에스트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그레이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후작에게로 가는 겁니까?”

“네. 직접 가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아리스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그레이를 바라봤다.

그레이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설명을 덧붙였다.


“아가씨는 모르시겠지만, 우연히 사용인들의 대화를 듣게 돼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 저희가 후작에게 찾아갔을 때 후작이 갑작스럽게 떠난 이유는 후작의 혼담 때문이었습니다.”

“네?”

“자세히는 잘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아자일가에서 혼담을 진행시키려 한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후작님은 에스트 씨를...”


“네. 후작은 에스트 씨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자일 가에선 누군지도 모르는 그녀를 찾는 걸로 시간을 보내는 걸 원하진 않는 모양이더군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은 귀족에겐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설령 후작이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쉽게 그만둘 수 있을 진 알 수 없었다.


그레이의 말에 아리스는 에스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꽤나 초조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리스는 그녀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직 늦지 않았을 테니까 어서 가요.”

“고마워. 가자. 그 사람한테.”


아리스 덕에 정신을 차린 듯 에스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외출 준비를 마쳤다.

에스트를 따라 그레이와 아리스도 외출 준비를 마친 후 그녀와 함께 후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

“왠지 소란스러워 보이네요.”


저택에 도착한 후 나온 아리스의 말이었다.

아리스의 말대로 묘하게 저택은 소란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녔고, 곤란해 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군요. 저택의 사용인들이 이렇게 나와 있다니.”


저택 밖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메이드와 집사 같은 저택의 사용인들이었다.

그 중 어제 자신들을 배웅해준 늙은 집사를 발견한 아리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오오. 발렌타인 가의 아가씨로군요. 도련님을 찾아오셨나요?”

“네. 근데 무슨 일 있나요? 꽤나 소란스럽던데.”

“그게, 도련님께서 사라지셨습니다.”

“네?”


자신이 잘못들은 건가 싶어 되 물으려 했을 때 그녀의 표정을 이미 이해했던 집사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은 도련님께 혼담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도련님께서는 거부하려 하셨지만 어르신이 너무 완고하게 나오셔서 강제로라도 진행될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도망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상대 분께서 찾아오셔서 사용인들이 모두 도련님을 찾고 있습니다.”


후작 님 답네. 라고 아리스는 생각했다.

아마 이런 식으로 상대를 실망시켜서 돌려보내려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도 그럴게 자신과의 약혼이 있을 때도 이런 식으로 첫 만남을 엉망으로 만들었었으니까.


“도련님을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상황이 이래서.”

“괜찮아요. 수고하세요.”


이야기를 끝낸 아리스는 에스트와 그레이에게로 돌아왔다.


“왜? 무슨 일이래?”

“그게 후작님이 도망치신 것 같아요.”

“혼담을 피해 도망인가요. 보통이 아니군요.”


“그래도 웃어 넘길만한 상황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후작님을 찾으면 강제로라도 혼인이 진행될 것 같아요.”

“사용인들보다 저희가 먼저 후작을 찾아야 하겠군요.”

“네. 하지만 어디에 계실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에스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고, 뒤돌아 뛰었다.

이야기를 하고 있던 탓에 두 사람은 반응이 늦어졌고, 이미 에스트가 뛰어가고 있을 때 그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어?! 선생님!”

“아무래도 감이 오신 것 같네요. 따라가도록 하죠.”


두 사람은 에스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후작님이 도망치신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이기에 알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거기에 가있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 마음이 다리를 움직였고 어느새 인가 나는 뛰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 마을 외곽으로 나오면 보이는 낡은 시계탑. 망가져서 시계탑으로서는 조금도 활용되지 않는 그저 장식뿐인 장소다.

그라면, 여기에 있을거다. 라고 마음이 대답하고 있었다.

왜일까. 다른 곳에 숨어있을 수도 있는데. 여기 말곤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낡은 계단을 올라 끄트머리에 도달하면, 밖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나온다.

사다리를 타고 어두운 시계탑을 비추는 빛의 끝으로 향하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작은 세계가 찾아온다.

그 세계에는 그가 같이 있었다.


“여기 있었네요.”


내 목소리에 그가 고개만을 돌려 뒤를 돌아봤다. 나를 보고 놀라는 기색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놀랐어.”

“그에 비해 놀라는 반응은 없네요.”

“그런가. 반가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고, 같은 하늘을 바라봤다.


“그래서 왜 여기로 도망쳐온 건가요?”

“내가 도망쳤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당신의 저택에서 알게 됐어요. 사용인들이 눈에 불이 붙을 정도로 찾고 있던데요.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 항상 잘도 빠져나오시네요.”

“뭐. 도망에는 도가 텄으니까.”

“자랑인가요?”

“자랑이야.”


서로의 이야기가 우스웠는지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사실 네가 여기에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무슨 말인가요?”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어. 오늘이라면 네가 찾아오지 않을까, 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

그래서 여기에 온 거야. 뭐 도망도 어느 정도 이유이긴 했지만.”

“그런가요. 저랑 같네요. 저도 이곳에서라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우린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해.”

“어떨까요.”


목소리 끝이 살짝 떨리는 것 같았다.

아리스로부터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는데도, 그와 잘 맞는다는 그 말이 갑자기 마음을 뒤흔들었다.


“왜 그래?”


아. 들켜버린 것 같다. 그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그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해 따듯하고 친절한 그 손길을 나는 거부했다.

나도 모르게 그 손을 쳐내고 말았다.

짜악 하는 소리가 머릿속까지 울렸다.


“미안해요.”


여기까지 와서 그를 거부하고 망설이고 있다.

언제나 그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줬는데 뭐하는 걸까.

그를 원하면서도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려는 용기는 쉽게 생기지 않았다.


“미안해요.”


아리스가 그렇게 응원해줬는데. 그렇게 내 편이 되어주겠다고 말해주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흔들려버리니 그 아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나를 응원해준 사람인데 이렇게 실망시킬 짓을 하다니.


“미안해요.”


나는 역시 안 되는 걸까.

이야기 속 신데렐라처럼 왕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그만.”


그의 손이 나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 때문에 우는 모습마저 그에게 그대로 보여 버리고 말았다.


“똑바로 눈을 보고 말해.”

“싫어요. 이런 우는 얼굴로.”

“울어도 상관없어. 똑바로 내 눈을 보고 진심을 말해.”


그와 눈을 마주봤다. 그의 손에 붙잡혀있었기에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푸른색 예쁜 눈동자는 언제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계속 피하려 했다.

이렇게까지 나를 봐주는 사람을 거부하려 했다.


“당신을 좋아해요.”


마음의 벽은 이 순간 그 눈동자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고, 투정을 부리듯 그에게 매달리며 말했다.


“정말로 좋아해요. 너무나도 좋아해요.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계속 피하려 했어요.


항상 밝게 빛나던 당신과는 다르게 잿빛으로 더럽혀진 세상에서 살았던 나니까.


잠시나마 얻은 가짜 행복일 뿐이니까.

당신으로부터 멀어지려 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로 다가와요. 그래서 더 괴로워요.


이렇게나 좋아하면서도 스스로 내려놓으려 했는데 어째서 당신은 나에게로 다가오는 건가요.”


“너무 억지 아니야? 이렇게 내 마음을 흔들어놓고 먼저 포기했으니까 나에게도 포기하라 하다니.”


“알고 있어요. 그래도 진심을 말하라고 한 건 당신이잖아요. 이기적인 것이란 것은 알지만 말하고 싶어요.


당신은 왜 계속 저에게로 다가오는 건가요.

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야 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그가 내 얼굴을 붙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어떤 일을 하던, 어떤 과거를 갖고 있던 아무런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너에 대한 마음이란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저 너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기에 너에게로 다가가는 거고.


과거가 두렵다면 말하지 않으면 돼.

네가 싫어하는 일은 나도 하지 않을 거니까.

숨기고 싶다면 얼마든지 숨기면 돼.


사랑은 타인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하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은 잘 알게 됐어.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거든.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예전의 네가 아닌 현재의 너야.”

“현재의 저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지, 웃을 땐 어떤 얼굴을 하는지, 울 땐 어떤 얼굴을 하는지.

네 과거가 아닌 시시각각 변해가는 현재의 너에 대해 알고 싶었어.


가짜 행복이라면 어때. 나에게는 그것만이 진짜였는데.

나에겐 오직 너만이 진짜였어. 그렇기에 이 마음을 너에게 전하는 거야.”


그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붉은 색의 눈 가면이었다. 그날 가면무도회에서 내가 놓고 간 물건이다.


“항상 이런 순간을 기다려왔어. 우리에겐 반지 같은 것보단 이게 더 어울릴 거라 생각했거든.”


그가 붉은 색 눈 가면을 나의 얼굴에 씌워주었다.

그리곤 자신의 하얀색 눈 가면을 쓰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어떤 과거를 갖고 있던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가면으로 서로의 얼굴을 가린 채 그가 입을 맞춰주었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그의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너무 따듯해서 녹아버릴 것 같았다.

이미 마음은 녹아버렸을까.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워서.

그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돼서 멎었던 눈물이 다시 한 번 나와 버렸다.

슬픔에서 나온 눈물이 아닌 너무 기뻐서 나와 버린 눈물이었다.


“치사해요. 이러면 너무 빠져버리잖아요.”

“얼마든지 빠져. 오히려 바라던 거니까.”


그에게 매달리며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이번엔 조금 더 길게 키스했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서로가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행복한 입맞춤에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며 내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

-------

에스트를 따라와 시계탑으로 온 아리스와 그레이는 에스트가 페르디와 만나게 된 것을 보았고,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뒤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잘됐네요. 후작님도 에스트 씨도.”

“그렇군요.”


두 사람을 행복하게 바라보던 아리스와 달리 그레이는 뭔가를 신경 쓰는 듯한 눈빛으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리스의 눈에 들어왔고 아리스는 의아한 얼굴로 그레이에게 물었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잠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그레이의 손에는 판도라의 고서가 붙들려있었다.

무엇을 확인하려는 것인지 알지 못해 의아함만 가득한 채 그레이를 바라봤을 때 희미한 빛이 느껴졌다.

에스트와 페르디가 있던 방향이었다.

아리스는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서 희미한 빛을 내며 사라져가는 에스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


에스트는 희미한 빛이 되어 사라졌고, 그 빛은 그레이의 손에 있던 판도라의 고서로 들어왔다.


“선생님? 이게 대체.”

“역시 이게 맞는 것 같군요.”

“네?”

“일단 내려가도록 하죠.”


상황이 조금도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아리스는 의문밖에 느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그레이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고, 그 시선을 느꼈는지 그레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형태를 가진 저주들을 지우지 않고 이야기로서 봉인하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로서 봉인이요?”

“너무 늦게 말씀드려 죄송하지만, 지금이라도 알려드려야 하겠군요.

이리나 아가씨는 제가 지운 것이 아닙니다.”


그레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아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레이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가씨를 깨우기 위해 이리나 아가씨가 스스로 사라질 것을 결심하고 나서 이리나 아가씨는 아가씨에게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제가 이리나 아가씨를 지우려하기 직전 에스트 씨처럼 빛이 되어 사라지셨습니다.


그땐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에스트 씨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형태를 가진 저주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완결나면 원래의 고서로 돌아간다는 것을.”


아리스의 눈이 살짝 글썽였다.

그레이는 이리나의 이야기였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페이지를 펼쳐 아리스에게 보였다.

아리스가 그곳에 손을 대자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마치 소중한 친구와 손을 맞닿은 것 같은.


“이리나 아가씨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이야기가 되어 고서에 봉인되셨습니다.”


아리스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같지만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미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합니다. 확인이 끝나지 않은 사실을 알려드렸다 제 착각으로 끝나버렸다면 실망하실 것 같아서 말하지 못했습니다.”


“저 실은 괴로웠어요. 이리나가 저 때문에 사라져버렸다고 생각되서. 그때 드라큘라가 불타 사라져버린 것처럼 괴로워하며 사라졌을까봐. 무섭고 괴로웠어요.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더 열심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이리나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그 애가 있었다는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아리스를 그레이가 끌어안았다. 아리스는 그대로 그레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고 참아왔던 감정들을 내보냈다.


“얼마든지 울어도 됩니다.”

“고마워요.”


-나 때문에 네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더 이상 너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네가 있던 의미를 위해서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노력했어.


네가 본다면 자길 생각해주는 마음이 갸륵하다며 안아주겠지.


그래도 이런 무거운 짐을 이는 걸 원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조금은 내려놓을게.

고마워. 내 소중한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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