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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계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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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8.01 06:00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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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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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7,521

작성
19.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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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1쪽

1부 강진욱

DUMMY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보였던 건 파란색의 하늘이었다. 짙은 파란색의, 언젠가 배에 누워서 봤던 여름의 하늘만큼이나 진한. 그래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난 살아있구나.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뭔가 평소와 다른 것 같은 생소한 느낌.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생소한 주변의 풍경.

언젠가 TV 화면으로 봤던 몽골의 초원같이 넓고 황량한 평원. 오로지 황토색만 가득한 황무지가 저 지평선 가득 온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 한쪽 방향으로는 아주 멀리 하얀 산맥들이 깔려있었다.

하얀색은 아마 만년설이겠지.


내가 있는 곳은 그 황량한 평원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아주 오래된 돌로 만든 건물들 사이였다. 마치 고대 문명의 폐허 같았다.

원래 5개의 탑이 오각형 위치로 서 있었던 것 같은데 다 무너지고 한 개의 5층 원형 탑만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내가 누워있던 곳은 그 5각형의 중심부였다. 커다란 육면체의 돌들이 원 모양으로 배열돼있고 나는 그 중심부에 누워있었다.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낯 선 풍경. 여기가 어딘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백 팩에서 통신기를 꺼냈지만 전원이 꺼진 체 어떤 스위치를 눌러도 반응하지 않았다.


“고장인가?”


해동청(레이더가 장착된 다용도 고글)과 터치패드, 혹시나 해서 꺼내 본 핸드폰 그리고 전자식 핸드건, 군용 강화 전투복 현무7의 스위치 모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김형식 박사의 말이 생각났다.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더니.”


이런 식이라면 아무도 연락할 수 없었던 거겠지. 김형식 박사의 우려대로 웜 홀을 통과하면서 어떤 자기작용에 의해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그러면...”


내게 남은 것은 구식 권총과 자동 소총, 강화 알루미늄으로 만든 해동 검과 군용 식량, 1리터들이 수통, 증류수생성 키트, 나침반, 압축 모포, 구형 라이터. 이 중 나침반 또한 뭐가 잘못됐는지 한 방향을 가리키지 못하고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어쩌면 고장이 아니라 이곳 자기장이 뭔가 문제일지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이곳 어디에도 돌아갈 웜홀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내 이전에 웜홀을 통과했다는 다른 사람들의 흔적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각오하고 오긴 했지만 그게 돌아가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돌아가야만 했다. 반드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올리곤 했던 말을 다시금 되뇌었다.


“지금 고민해 소용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건 낭비지.”


일단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기적처럼 홀로 멀쩡히 남아있는 5층의 원형탑 또한 그 내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추측할 수 있는 건 이곳에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과 그들의 신장이 나와 비슷했을 거라는 거.


막막했다.

이곳에서 웜홀이 생기길 기다리며 머물러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과 그런 건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나는 지금 가장 걱정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봤다.


“진영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


그리고 해가 지기 시작했다.

붉은 노을이 하늘 한구석을 수채화 같은 붉은 빛으로 온통 물들이기 시작했다. 탁 트인 지평선 가득 펼쳐진 붉은색과 노란색의 향연.

온 하늘 가득 피어나는 붉은 빛의 축제.


문득 생각했다. 여기는 혹시 다른 차원이 아닌 지구의 어느 다른 지역이 아닐까?

인간의 흔적과 붉은 노을, 파란 하늘.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든 움직이면 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고.


그 기대가 깨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달이 떠올랐다. 푸른색의 달이.

달의 크기도 색도 완전히 달랐다. 지구에서 본 달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또 하나의 달이 떠올랐다.

그 두 번째 달은... 첫 느낌을 말로 표현하자면 정말 괴물 같았다. 그 보이는 시직경이 내 머리통만 했다. 하늘 한쪽을 달 하나가 꽉 채우고 있는 듯한 거대함.

그 엄청난 달에 압도당해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다.


“핸드폰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저런 걸 사진을 찍어 보여줬으면.”


그랬다면 진영이가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토록 신기한 걸 좋아하는 녀석이었는데.

그래. 돌아가지. 돌아가서 건강해진 녀석에게 얘기를 해줘야해.


문득 주변 기온이 훅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추워졌어.

일단 여기는 황무지였지? 일교차가 매우 심할 테고.

몽골 초원은 낮엔 영상 50도에서 밤엔 영하까지 온도가 떨어진다고 들었었다.


압축 모포를 가져온 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군용 압축 모포는 두께는 피부만큼 얇아 접으면 얇은 수건 정도 부피를 차지하지만 열 보존율이 거의 100%에 육박해 북극이 아닌 다음엔 어떤 환경에서든 체온을 보호할 수 있다는 훌륭한 휴대 물품이다.

나도 써보는 건 처음이지만 말이지.


일단 탑 안으로 들어갔다. 모닥불이라도 피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땔감으로 쓸 만한 것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포로 몸을 둘둘 말고 구석에 누웠다. 엄청나게 얇은데도 불구하고 금방 체온에 의해 모포 안이 따뜻해졌다.


“이거 진짜 장난 아니네.”


기분이 좀 좋아졌다. 푹신하진 않지만 그래도 포근한 느낌.

웃음이 난다. 다른 세상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밤이라니.

누구도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 항상 바라왔던 일이었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외롭고 두렵다. 내가 상상한 특별한 경험은 이런 건 아니었을 텐데.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난 웜 홀을 통과한 차원 여행자가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크훠허허허허허허어어엉!!!!!!!!!


건물 전체가 지진이 일어난 듯 진동했다. 엄청난 소리였다.

잠은 순식간에 달아나버렸다. 어디서 들렸는지조차도 명확하지 않았다. 웅웅거리며 여태껏 진동하는 대기.

권총과 소형 소총을 들고 재빠르게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사방에 창문들을 확인하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했다.


“저게 뭐야.”


한 50m쯤 덜어진 황무지 위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밝은 달빛 아래 선명히 보이는 거대한 몸통.

황금빛 갈기의 사자머리에 등에는 거대한 박쥐 날개가 달린. 모양은 사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크기는 머리와 꼬리를 제외한 몸통만으로도 2층 버스 또는 트레일러를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날개라니.

웬만한 승용차만 할 것 같은 거대한 머리에 창문처럼 보이는 거대한 붉은 눈.


붉은 눈이라고? 고양이 인광은 형광색이 아니었나?


그 사자처럼 생긴 거대한 무언가는 입을 천천히 움직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무언가 먹고 있는 것 같았다.

사막 쪽을 둘러보던 그놈의 머리는 천천히 내가 있는 건물 쪽으로 돌아왔다.


난 최대한 몸을 숨긴 체 한쪽 눈만 살짝 내밀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이 내가 있는 건물 쪽으로 돌아왔을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놈과 눈이 마주쳤다는걸.


눈만 살짝 내놓고 있는 나와 어떻게 눈이 마주칠 수 있는 건지, 그리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순간 본능적으로 계단 아래로 몸을 날렸다.

계단 아래로 몸을 날리고 그 중간쯤에 손을 짚고 몸을 굴리는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는 순간,


“콰앙!!!”


거대한 맹수의 발이 창문 주변을 부수며 그 안으로 미사일처럼 밀고 들어와 2층을 헤집기 시작했다. 끼익 거리는 엄청난 소음.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최소 50m 이상의 거리였던 것 같은데.


난 계단 중간에 몸을 웅크린 채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여기저기를 헤집고 긁고 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한순간, 계단 위쪽 부분을 지나가는 기둥 굵기의 다리에 내 다리보다 길어 보이는 5개의 발톱.

짧은 순간 너무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끼익 거리며 발톱이 긁고 지나가는 소리가 2층의 모든 곳에서 들려왔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말 순간의 차이였다. 조금만 망설였다면 저 발톱에 내 몸은 산산조각 났겠지.


잠시 시간이 지나고 소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그놈이 2층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한참을 그렇게 계단에 숨어 덜덜 떨고 있었다.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도저히 움직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때 조금 멀리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우득 우드득 쩝쩝...


무언가를 씹고 있었다. 대체 뭘? 근처에 나 말고 다른 먹을 만한 게 있던 걸까?

하지만 그걸 확인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 씹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도 난 그냥 그 자리에서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 아침이 밝았다.

나는 간신히 몸을 움직여 덜덜 떨며 2층으로 올라갔다.

창문은 어제의 거대한 소리와는 달리 믿을 수 없게도 멀쩡한 모습이었고, 돌로 된 2층 이곳저곳이 선명한 발톱 자국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지만 먼지에 긁힌 자국 이외에 돌이 부서진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이 탑이 유일하게 홀로 멀쩡히 남아있는 건물인 이유가 이것이었군. 뭔가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진 건가? 보기엔 그저 돌일 뿐인데.


간신히 창가로 다가가 밖으로 조심스럽게 눈을 내밀었다.

밝은 햇살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래 먼지들.

그 괴물은 그곳에 없었다.


조금 더 주변을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그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풀썩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론 며칠 동안을 건물 밖을 나갈 수도 없었다. 나가는 순간 어디선가 그놈이 나타나 나를 덮칠 것 같았으니까.

그저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고 있었다. 홀로 남아 겁에 질린 어린 아이처럼.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난 가지고 있던 물과 식량이 다 떨어져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수증기를 이용해 증류수를 만드는 증류수 제조기가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변이 너무 건조해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물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았다.

최악이었다.

밖을 나갈 수도 그렇다고 이곳에 머물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돌아갈 수 있는 웜홀 또한 며칠이 지나는 동안에도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이계에서 나는 결국 죽게 되는 것일까...그런 생각들만 계속해서 떠올랐다.

서럽고 외로웠다. 미치도록 외롭고 또 서러웠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으으으....” 울음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 채 난 흐느꼈다. 내겐 아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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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5부 카 네아 20 +4 19.07.23 276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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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5부 카 네아 18 +2 19.07.18 311 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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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5부 카 네아 13 +1 19.07.06 383 6 13쪽
67 5부 카 네아 12-2 (외전: 그와 그녀의 평범한 하루) 19.07.04 350 4 20쪽
66 5부 카 네아 12 +1 19.07.04 332 9 18쪽
65 5부 카 네아 11 +2 19.07.02 35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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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5부 카 네아 8 +1 19.06.25 443 10 17쪽
61 5부 카 네아 7 +1 19.06.23 472 13 14쪽
60 5부 카 네아 6 +2 19.06.20 487 10 13쪽
59 5부 카 네아 5 +2 19.06.18 495 14 12쪽
58 5부 카 네아 4 19.06.16 526 12 13쪽
57 5부 카 네아 3 +2 19.06.13 600 12 14쪽
56 5부 카 네아 2 19.06.11 605 13 23쪽
55 5부 카 네아. 19.06.09 644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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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8(재업) 19.04.08 436 7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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