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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6.16 06:0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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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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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7,343

작성
19.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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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4부 쿨론 요새-16 (두번째 웨이브)

DUMMY

그 후론 숙소에서의 생활이 한결 편해졌다. 느낌 탓인지도 모르지만 지나다니다 만나는 모르는 수인들의 시선에도 적의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나는 편해진 마음으로 훈련에 더더욱 집중했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를 계속 고민했다.


그러던 와중에 또 한 번의 웨이브가 터졌다.


땡땡땡땡!!!


전에도 들어봤던 다급한 타종소리.

나는 벌떡 일어나 나가보려 했다. 그러자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토우찬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냥 앉아 있어. 나대지 말고.”


하여간, 이 자식 말투는.

나는 나가려다 그를 보며 반문했다.


“뭐?”


그러자 그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웨이브에 대응하는 건 현 근무조와 다음 근무조로 정해져 있다. 괜히 나서서 분란 일으키지 말란 말이다.”


그래, 전에 들었던 것 같긴 하다.

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것도 안 지키면 처형당하는 그런 규칙이냐?”


그 말에 토우찬이 코웃음을 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규칙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하기로 약속한 거지.”


뭐 이른바 관습법이라는 거군.


“그럼 안 지켜도 별 상관은 없겠네.”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미소 띈 얼굴로 찡긋 윙크해줬다.

그리고 숙소 밖으로 가볍게 뛰어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려다 일단 성벽 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6층, 성벽의 바깥으로 올라오니 상황이 한 눈에 들어왔다.


1차 성벽의 방어진은 지금 막 구멍이 뚫리고 있었다.

녹색의 인간형 거인들, 트롤들과 근육 늑대, 아루크 들이 성벽 위쪽으로 뛰어 성벽을 붙잡고 올라오고 있었고, 성벽 위의 근무조들은 그 곳을 중심으로 좌우로 벌어지며 서로의 간격을 좁혀 포위망을 만들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저런 식으로 일부 구멍을 뚫어주어 연병장 쪽에서 처리하는 것이 정해진 매뉴얼이었다.

성벽을 방어할 인원이 충분했다면 굳이 그렇게 구멍을 뚫어주지 않아도 됐겠지만 지금은 인원이 모자라 방어 인원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마수들이 성벽을 넘어 연병장으로 뛰어 내리자 연병장 내에서의 전투가 시작됐다. 지금 연병장에 있는 건 치아투와 메라두가 속한 3조.

나는 내려가지 않고 거기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치아투는 군계일학이었다. 대검을 폭풍처럼 휘둘러 대는데 그 영역에 걸리는 마수들이 다 찢겨 나갔다.

와우, 장난 아니다. 내가 검을 내리치면 흠집도 잘 안날 두꺼운 가죽을 가진 마수들이 장난처럼 찢겨나가는 모습은 마치 옛 삼국지에 나온 맹장들을 보는 것 같다. 조자룡이나 관우...는 아니겠고 이미지를 생각하면 장비정도? 아니면 허저?

나는 그의 놀라운 활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메라두 또한 주변의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마수를 잘 상대하고 있었다.

한 가지 또 놀라운 사실은 내가 지켜본 이후 아직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거다.

조직력이 대단하군. 잘 짜여있어. 리더들도 훌륭하고.

하지만, 지난번에도 그랬듯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없애버린 마수의 수보다 새롭게 넘어오는 수가 더 많았으니까.

수인들의 방어벽은 천천히 1차 성벽에서 2차 성벽 쪽으로 밀려나는 중이었다.

아니 저건 스스로 물러나는 건가? 마수의 수가 더 많아져 포위당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지난번엔 신병이 많아 이런 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군.


치아투 만큼이나 용맹하게 날 뛰는 청색 털의 수인, 3조 조장 다피란 캐롬은 부조장인 루카르 미오와 함께 조원들을 잘 지휘해 뒤로 물리고 있었다.

황색 표범 무늬의 수인, 메라두와 같은 여름 숲 일족의 3조 부조장인 루카르 미오는 여자였다. 유일한 여자 간부이자 수색대의 초원 바람족 누리아 토이진과 함께 최고를 다투는 여성 실력자라고 했었지.

그 실력은 과연 범상치가 않다. 외모도 아름다운데 실력도 대단하네.

하지만, 마수의 수가 늘어나며 결국 방어벽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아, 저런.”


근육늑대 아루크 한 마리가 돌진해 들어온 것을 작은 체격의 황색 표범무늬 수인(혼혈, 토로인 듯 했다.) 한 명이 받아내지 못하고 물러나 버렸다. 그 틈으로 다른 아루크들과 트롤 한 마리가 밀고 들어오며 대형의 오른 쪽 구석이 쪼개져 버렸다. 순식간에 고립된 오른 쪽 인원들.

그 쪼개진 쪽 수인들은 순식간에 앞뒤로 포위되었다.


뒤 쪽에서 달려든 고블린을 보지 못한 회색 바위족 전사 하나가 등에 손톱을 맞고 비명을 질렀다. 푸른 강족 전사 한 명은 역시 뒤에서 내리친 트롤의 몽둥이를 대검으로 급히 받아내다 힘에 밀려 뒤로 넘어져 버렸다. 그 넘어진 푸른 강족 전사의 위로 트롤이 몽둥이를 치켜 올렸다.

쪼개진 대형의 근처에 있던 3조 부조장 루카르 미오가 마수를 정신없이 베어 넘기며 그들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역부족. 미오는 위기에 처한 동료의 이름을 울부짖듯 불렀다.


“베가스!!! 안돼!!!”

“므어어엉!!!!”


그리고 트롤이 몽둥이를 내리치려는 그 순간, 나는 트롤의 바로 위 공중에 떠 있었다. 성벽에 밧줄을 묶고 그걸 잡아 성벽을 수평으로 달려 트롤의 위로 이동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 바로 밑에 트롤의 머리가 보일 때, 밧줄을 놓고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확대되는 트롤의 머리.


“자, 가자!!!”


떨어지는 힘에 공중에서 휘리릭 한 바퀴 회전한 힘을 더해 대검으로 힘껏 내리 그었다.

이건 역대급 베기겠는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기합.


“아싸아아앗!!!!!”


좀 저렴했지? 하지만 결과는 매우 괜찮았다.


슈아아아악!!!!

“므어어어엉!!!!”


내가 마수를 벤 것 중 가장 시원하고 경쾌한 소리였다.

그럴 만하지. 두 동강 내버렸는걸. 너무 깔끔하게 베어져서 그런지 팔에 걸리는 느낌도 별로 없었다.

푸아악!!!!

트롤이 그 자리에서 잠시 굳어졌다 피를 뿌리고 양쪽으로 갈라지자 나는 그 사이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원군 등장!!!!”


오랜만의 멋진 등장에 나는 매우 업되어 있었다. 바로 사람들의 후방으로 달려들어 오른 손으로 소검을 뽑아 휘돌려 고블린을 베어냈다.

휘리릭!!!

“끼에엑!!!”


대검은 왼손으로 잡고 어깨에 얹은 상태. 이게 내가 현재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전투형태였다. 오른 손으로 소검을 쓰고 있다 결정타를 먹일 때는 양손으로 대검을 잡고 내려치는 방법. 그걸 위해 소검에다가 손가락 걸이를 만들어 빠르게 걸었다 뺐다 하는 걸 연습해뒀다.


여유부릴 때가 아니란 걸 알기에 진형이 쪼개진 틈으로 달려들었다. 내 등장에 잠시 얼어붙었던 사람들과 마수들은 그때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던 군청색 머리의 수인이 다급히 일어나며 내게 감사했다.


“고, 고맙다.”

“인사는 나중에. 빨리 길을 뚫어!!!”


쪼개진 대형의 틈으론 방금 죽은 트롤 한 마리와 아루크 몇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중 아루크 한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근데 가뜩이나 마수보다 느린데 대검까지 드니 영 속도가 안 나네.

그 아루크가 오히려 내 쪽으로 뛰어들며 오른쪽 발톱을 휘둘렀다.

부아아앙!!!

녀석의 거대한 오른발이 내 상체를 휩쓸었다.

나는 어깨에 기댄 대검을 세워 막으며 몸을 바싹 낮췄다.

태앵!!!


아루크의 발톱이 내 어깨위로 세운 대검을 강타하자 대검이 휘청 꺾이며 내 팔에 힘이 걸렸다. 나는 잠시 버티다 그 힘의 반동을 이용해 왼쪽으로 순간적으로 이동했다.

부우웅!!!!

이어 녀석의 왼 발톱이 그 공간을 헛되이 할퀴고 지나갔다.


“찻!!!”


나는 그 힘에 더해 땅을 박차며 몸을 공중에 띄워 회전시켰다.


“싸이앗!!!!”

쉬이익!!!!

“캐앵!!!”


그리고 그 힘으로 지나가는 녀석의 뒷다리 근육을 베어 버렸다. 이른바 지렛대의 원리라는 거지. 저 녀석 입장에선 방금 내가 순간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을 걸?

그리고 아직 안 끝났어!!!


“차앗!!!”


땅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점프해 정점에서 몸을 회전했다.

내 눈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아루크의 뒷모습이 보였다. 양 손으로 대검을 잡은 후 온 회전력을 모아 내리쳤다.


“잘가라!!!!”


공중에서 회전한 후 내리친 내 대검이 아루크의 뒷목을 파고들었다.

푸아아악!!!!

녀석의 목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머리가 호쾌하게 떨어져 나갔다.

머리끝까지 퍼져나가는 짜릿한 쾌감.

해냈다!!!

드디어 녀석을 베어낸 것이다. 바이람부터 이어온 길고 긴 악연. 그것을 드디어 정리해냈다. 물론 이 녀석은 날 처음 보겠지만. 억울하겠는 걸?

오래 감격에 빠져 있을 여유는 없었다.

쉬이익!!!!

“캐애앵!!!”


나는 다른 수인과 부딪치고 튕겨난 아루크의 뒤로 날렵하게 다가가 다리근육을 베며 지나갔다. 그리고 대열 저 쪽에서 이쪽으로 길을 뚫고 있던 3조 부조장 미오가 상대하고 있는 아루크의 위로 뛰어들었다.


“차합!!!”


한 바퀴 회전하며 내리치는 대검.

푸악!!!

“캐앵!!!”


힘이 모자랐는지 대검은 목을 다 가르지 못하고 목에 3분의 2쯤 박혔다. 그러자 맞은편에 있던 미오가 아래에서부터 대검을 올려쳤다.


“세압!!!!”

촤아악!!! 푸학!!!!

덜 잘렸던 3분의 1부분을 깔끔하게 가르고 올라가자 잘려진 머리가 피를 뿜으며 튀어 나갔다.


“나이스 샷!!!”


이곳 수인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외치며 나는 환호했다. 미오가 나를 힐끗 보고 고맙다는 눈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열렸다!! 이쪽으로 합류해!!!”


쪼개진 대열이 드디어 다시 봉합됐다. 이후로는 버티기.

나는 아까 뚫렸던 체격이 작은 수인의 옆에 서서 그를 받쳐줬다. 그는 나정도 되는 작은 체격에 비해 힘이 매우 좋았다.

이 자식, 대검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휘두르지?

하지만, 검술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기껏 그 힘으로 대검을 휘둘러 마수와 힘 싸움을 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힘이 세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체격에 밀리지 않을 수가 없지. 저렇게 싸우면 안되는데...


나는 그가 부딪히는 마수의 허점으로 파고들어 다리 근육을 끊었다. 그러다 큰 틈이 생기면 온 몸을 던져 대검을 찍어내려 상대를 절단했다. 성벽을 뒤로하고 단단하게 방어를 굳힌 우리에게 마수들은 좀처럼 파고 들어오지 못했다. 대열 중간 중간에 위치한 실력자들(치아투, 조장 다피란 캐롬, 부조장 루카르 미오)이 오히려 무쌍을 찍으며 마수를 분쇄하고 있었다.

그 때, 전에도 들어봤던 끔찍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후워워워어어어어엉!!!!!!”


오거다!!!

거대한 오거의 몸체가 성벽 위로 올라오는 것이 마수들 틈으로 보였다.

아, 나 저 자식 트라우마 생길 것 같다.


“후워어어어어어엉!!!!”

쿠웅!!!!

오거는 성벽 위에서 주변을 오연히 둘러보더니 곧 성벽을 뛰어 내렸다. 그리곤 마수들을 사방으로 내팽개치며 2차 성벽 쪽으로 쿵쾅쿵쾅 접근하고 있었다. 엄청난 박력.

나도 마찬가지지만 조원들 대부분이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아 진짜, 오지마라. 딴 데 가서 좀 놀아!!!


3조 부조장 미오가 외쳤다.


“조금만 버텨!!! 곧 성주님이 오신다!!!”


그녀의 외침에 조원들은 다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와우, 멋진 카리스마. 누님 짱!!

그녀에게 감탄한 나는 혀를 내둘렀다.

수인족 남자들에 비해 180정도 밖에 안돼 보이는, 작은(?) 체격에 얇은 허리가 가슴과 둔부를 더 강조하는 탄력있는 몸매. 우리 세계였다면 미모의 수영선수 정도로 보였을 텐데. 저런 폭발적인 힘과 카리스마라니, 진짜 멋진걸.


오거는 시시각각 2차 성벽 쪽으로 다가왔다. 긴 팔로 앞 쪽의 마수를 쓸어버리기도 하고, 게 중 한 놈을 잡아 우걱우걱 씹어 먹기도 하며 점차 우리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직 3조 조장과 부조장의 지시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힐끗 힐끗 부조장 미오를 보며 다른 지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렇게 밀집대형으로 서 있는데 저 자식이 후려치면 우리 완전 떼 몰살일 것 같은데.

부조장 미오의 얼굴도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소리쳤다.


“내가 먼저 앞으로 나간다. 오거가 나에게 팔을 휘두르고 난 이후 허점을 노려!!!”


그러면서 미오는 조금씩 돌출되어 앞으로 전진했다. 위험한 방법이긴 하지만 누군가 해줘야 할 일이니. 그게 왜 조장이 아닌 부조장 미오가 되는지가 좀 이상하지만. 나 역시 이를 악물고 그 이후를 준비했다.

그 때, 또 다른 포효 소리가 성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후워어어어어엉!!!!!”

“후워어어어어어엉!!!!!”


2개체 이상이 성벽 밖에 도착한 듯싶었다. 오, 이번엔 텀이 없이 빠른데?

몇 수인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왔다!!!!”


오거가 추가된 것이 더 반가운 이 이상한 상황. 그리고 다음 순간 번쩍하는 빛이 우리를 지나갔고 잠시 후 우리 앞으로 달려들던 마수들이 마법처럼 좌악 갈라지며 피를 뿜어냈다.


“성주님이다!!!!!”

“이제 됐어!!!!!”


3조 인원들이 함성을 질렀다.

빛이 연병장 안을 이리저리 가로지르고 성벽을 넘어갔다. 그 자리에 마법처럼 두 동강 난 마수들이 피를 뿌리고 쓰러진다.

이제 2번째 보는 광경이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저건 사기지. 인간이 저런 걸 쓰면 어떻게 상대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마침내 또 한 번의 웨이브를 넘겼다.

지난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적은 피해였다. 사망자는 성벽 위에 있던 2조원 단 2명. 헐, 지난번엔 대체 뭐야? 역시 지난번의 피해는 신병이 많아서 생긴 사고였던 모양이로군.

더군다나 연병장 안에서 방어 중이던 3조에는 한 명도 사상자가 없었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은 이들에게도 이건 드문 일인지 3조 수인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잘했어!!!!”

“와하하하하!!!”


흐뭇한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자, 그럼 나는 이만.

조용히 뒤로 빠지려는데 부조장 미오가 내게 다가왔다.


“검은 머리 인간, 지누크라고 했지?”


내 이름을 부른 것은 조금 의외였다.


“내 이름을 아나?”


그러자 미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치아투가 노래를 부르더군. 검은 헬하운드 지누크는 하늘이 내린 자기의 나타라라고.”


이 자식, 또 검은 헬하운드. 무슨 여자친구 자랑하냐?


“듣기론 사람들에겐 강하지만 마수들은 고블린 정도밖에 못 상대한단 소문이 있던데 역시 소문은 믿을게 못되는군. 덕분에 조원들을 지킬 수 있었어. 고맙다.”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더니 내게 주먹을 내밀었다.

오, 이 누님 상남자 스타일일세. 더 마음에 드는데?


“별 말씀을.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


그리고 내 주먹을 그녀의 주먹에 살짝 부딪쳤다.

그녀가 다시 뭐라고 말을 꺼내려 할 때, 저 쪽에서 큰 덩어리가 급속도로 접근했다. 익숙한 굉음을 내며.


“지누크!!!!”


느낌만 봐도 틀림없는 치아투, 목소리를 들으니 더 틀림없는 치아투였다. 치아투는 달려와 내 양 어깨를 덥썩 잡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지누크!!! 우리 조원들을 도와주기 위해 이곳에 뛰어들다니 역시 나의 나타라답구나!!! 으하하하하!!!!”


나는 아무 말 없이 녀석의 턱을 발로 올려 찼고 혀를 깨문 녀석은 또 입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우워어억!!!”

“네 힘으로 그렇게 꽉 잡으면 아프다고 몇 번을 말하냐? 넌 다라한테도 그러냐?”


그러자 치아투는 언제 뒹굴었냐는 듯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럴 리가. 진정한 전사는 자신의 여인을 소중히 할 줄 아는 법이다.”


심지어 자신의 갈기 같은 머리도 쓰윽 넘기며.

이 자식, 멋있는 척도 하네.

아, 그러셔? 나는 안 소중해서 자꾸 까먹는구나. 그래. 다음번엔 금방 못 일어나게 발경을 날려주마. 이제 발로 발경 쓰는 것도 연습해봐야지.

우리를 지켜보던 미오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너희 정말 재밌구나. 나타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친구인건 사실인 것 같군.”


우리는 머쓱해져 서로를 바라봤다.

그런 우리를 보며 미오는 손을 흔들며 뒤돌아섰다.


“아무튼 반가웠다. 지누크. 그리고 고맙다. 담에 보자고.”


나도 미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줬다.

거 성격 시원시원 하구만. 상남자야, 상남자. 외모도 시원시원하게 예쁘고 크고 매력적이군. 으음. 뭐가 크냐고? 물론 키가.

그리고 그렇게 돌아서는 미오의 뒤 쪽으로 3조 조장 캐롬이 이쪽을 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스윽 눈을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

푸른 강족이어서 그럴까? 다카람의 옆에 있던 푸른 머리의 심복 다피란 부로스가 떠올랐다.

뭐, 하나씩 하자고. 하나씩.


마수 사체 정리까지 도와주고 나서 빠져나와 우리 조의 숙소 문 앞까지 오자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별로 살가운 곳도 아니건만 그래도 내 보금자리라는 건지. 피식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일 먼저 나를 노려보고 있는 황색 대지일족의 토우찬이 보였다.

그래. 이게 내 보금자리지. 까칠한 동료들이 함께하는.

그가 나를 보며 으르렁 거리며 말했다.


“제 멋대로 규칙을 어기고 또 뛰쳐나가다니. 너는 어쩔 수 없구나.”


나는 웃으며 그를 지나 내 침상으로 갔다.


“그래그래. 내가 좀 피곤하거든. 나중에 얘기하자고.”


그러자 그가 내게 다가오며 뭐라 소리 지르려고 했다.

그 때, 조장 다루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지누크.”


나와 토우찬 뿐 아니라 숙소에 있던 모든 이들이 순간 다루가에게 집중했다.

에이 씨. 그래도 다루가가 얘기하면 잘못했다고 해줘야겠지?

나는 한 번 숙여 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다루가는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켜 나를 보며 말했다.


“아까 봤다. 공중에서 날아 내리던 게 멋지더군. 수고 많았다.”


응? 보고 있었어?

그리고 그는 다시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침상에 누웠고, 토우찬은 여전히 상황파악이 안된 듯 괴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다루가. 괜찮은 놈이야.

토우찬은 납득 못한다는 표정으로 다루가에게 달려가 말했다.


“하, 하지만 우리 규칙은.”


다루가가 귀찮다는 목소리로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숙소 안의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동료를 구하고 왔으면 마땅히 칭찬을 받아야지. 규칙보다 중요한 게 동료의 생명인데. 뭐, 말린다고 들을 놈도 아니고.”


거기까지 말한 다루가는 몸을 돌려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뜻을 밝혔다.

다루가의 침상 뒤쪽 커튼이 살짝 열리더니 눈웃음이 사람 한 명 녹여버릴 것 같은 로가의 웃는 얼굴이 쏙 나왔다. 그녀는 나한테 찡긋 윙크를 하고는 배시시 웃으며 다시 들어갔다.

와, 저것도 진짜 요물이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마이야가 떠올랐다는 걸 알았다면 기분이 좀 그랬겠지?


아무튼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어쩐지 마이야와의 약속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 같다. 그리고, 허탈해 보이는 토우찬의 뒷모습이 나를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래,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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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부 쿨론 요새-18 19.03.18 488 14 20쪽
34 4부 쿨론 요새-17 19.03.17 481 12 13쪽
» 4부 쿨론 요새-16 (두번째 웨이브) 19.03.16 487 12 19쪽
32 4부 쿨론 요새-15 (관계-5) 19.03.15 508 14 10쪽
31 4부 쿨론 요새-14 (관계-4) 19.03.14 529 15 15쪽
30 4부 쿨론 요새-13 (관계-3) 19.03.13 510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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