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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계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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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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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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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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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쿨론 요새-19 (샤벨 타이거-1)

DUMMY

요즘 나는 성벽 근무 때 취미가 하나 생겼다.

활로 고블린 잡기, 이른바 고블린 낚시이다.


물론 그놈들은 밤이고 낮이고 수림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눈으론 저언혀 안 보인다. 활을 쏴서 때문에 녀석들을 쏘기 위해선 눈이 아닌 감각을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지.

감각하면 또 강진욱이지만 내가 심안이라고 이름붙인 제 3의 감각으로도 위치를 확인하고 활을 쏴 맞추는 건 매우 어려운 일.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오차 없이 정확한 모양과 거리를 파악할 수 있어야 가능한 재주라는 거지.


이걸 시도한 덕분에 나는 활과 심안을 동시에 수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엔 잘 안됐는데 한 세 번째 성벽 근무 때 처음으로 성공. 그 후론 꽤 짭짤히 낚아 올릴 수 있었다.

화살에 얇은 줄을 묶어 놨기 때문에 활에 꿰뚫린 고블린들을 수거할 수도 있었는데 꼭 작살 낚시하는 기분이었다.


아, 지난 번 웨이브 때 밧줄을 이용한 이후로 나는 밧줄 매니아가 돼 버렸다. 생각해보면 성벽이란 환경에서 쓰기 딱 좋은 물품이 아닌가. 그래서 항상 허리춤에 밧줄을 말아 달고 다니곤 했다.


아무튼 처음엔 왜 보이지도 않는 데 저런 짓을 하나 보고 있던 같은 조 동료들도 내가 고블린을 잡기 시작하자 매우 놀라워하며 와서 구경하고 가곤 했다.

특히 다루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역시 특이한 놈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수거한 고블린을 이리저리 관찰하고 몸을 쪼개봤는데. 세상에, 마정석이 나왔다. 이거 엄청 비싸다던데. 지금껏 찾아낸 게 모두 2개.

웨이브 때 얻은 마수의 사체나 마정석은 모두 성주와 총관에게 귀속되니 이것들은 내가 마정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중에 코모어 아저씨가 다마스커스 검을 만들면 이걸로 사야지, 유후!!!


또 운이 좋을 땐 녀석들이 쓰는 블로우 건과 독침도 딸려 올라오곤 했다. 오, 독침. 고블린이 불던 블로우 건이야 쓸 수 없겠지만 독침이야 두면 어디든 쓸 거 아닌가? 내가 블로우 건을 만들어 쓸 수도 있고.


하지만 고블린의 독침은 두껍고 짧은 침엽수 나뭇잎에 독을 발라 부는 것이라 내가 다른 데 쓰기엔 좀 애매하긴 했다.

독을 따로 채취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 녀석들은 대체 어디서 독을 채취하는 거지?


이 궁금증도 심안의 경지가 올라가며 해결할 수 있었다.


밤 근무 때는 거의 눈을 감고 생활하기 때문에 심안의 경지는 빠르게 올라갔는데 그러다 문득 녀석들이 독침을 쓰기 전 그 침을 입으로 오물오물 빨고 나서 블로우 건을 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혹시나 싶어 검에 살짝 녀석들의 침을 묻혀 손가락에 상처를 내 봤더니만.

오, 진짜 마비효과가 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토반과 함께 고블린의 머리를 해부해 봤는데 (토반은 이런 일에 자신을 껴줘 너무너무 고맙다며 행복해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진저리를 치며 도망갔는데. 역시 이과생.) 고블린의 침샘에서 채취한 침은 오히려 아무 효과가 없고 입에 고여 있던 침들에서만 마비독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됐다.


음, 원래의 침엔 마비 효과가 없는데 입에 고여 있는 것들에서만 마비 효과가 있다라.

한참 고민한 끝에 마비독 효과가 있는 식물을 고블린이 씹고 그걸 이용해 침에 마비독 성분을 첨가시키는 것 같다고 결론을 냈다. 그 식물도 얻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튼 그 이후로 토반은 내게 고블린 시체를 갖다 달라고 부탁했고 그걸 갖다 줄 때 마다 토막토막 해부해 내는 놀라운 탐구정신을 보여줬다.

토반, 역시 넌 세상을 잘못 타고 났어. 우리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과학자나 의사를 할 인재인데.

아무튼 그걸 이용해 대검, 중검과 화살에 마비독을 묻혀 놨다.

이게 마수에게도 통한다면 꽤 쏠쏠한 역할을 해 주겠지?




그러던 어느 날 오전 성벽근무 중이었다.

이제 거의 철수할 시간이 됐을 때 즈음.

뭔가 이상한 기류를 느끼고 나는 숲 쪽을 바라봤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대기에 섞여 희미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바람 그 자체가 아닌 대기 중에 섞인 기운.


이게 뭐지 싶어 한참을 숲을 바라봤지만 더 특이한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나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은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지 그냥 평소와 같이 서 있었다.

별 일 아닌가 싶어 고개를 다시 돌리려다 문득 나무를 보았는데.

성벽에 올라올 때도 늘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던 나무가 지금은 눈을 부릅뜨고 숲 너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서 대답 안 할 걸 알지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나무, 이게 뭐인 것 같아요?”


그러자 나무는 잠시 인상을 찡그리더니 눈을 감으며 말했다.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비사야, 비사야.”


그리고는 더 입을 열지 않았다.


역시나 오늘도 대답을 못들었네. 그나저나 이건 뭐지?


찝찝한 기분에 다시 숲 너머를 바라봤지만 그 곳에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곧 교대 시간. 우리가 교대해 돌아오고 막 숙소에서 잠을 자려는 찰나.


“땡, 땡, 땡, 땡!!!!”


웨이브 경보종이 울렸다.

나는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으윽, 죽겠다.

맞은 편 침상의 토우찬이 짜증난다는 어투로 말했다.


“그냥 놔둬. 그렇게 피곤한 상태로 갔다간 죽을 뿐이다.”


뭐냐 저건. 저거 혹시 걱정한다고 말해 주는 건가?

솔직히 나도 그러고 싶긴 했다. 12시간 근무의 여파에 너무 피곤했으니까. 하지만 연병장에 대기 중인 2조에는 드나우와 헤무가 있다. 모르는 척 있다가 만약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지.


나는 토우찬에게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해줘 고맙다 친구. 나도 위험한 상황 아니면 안 끼어들 거야.”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뒤에서 들리는 토우찬의 궁시렁 거리는 소리.


성벽 위에서 바라 본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매뉴얼대로 웨이브가 심해질 때 쯤 성벽위의 한쪽을 열어주고 거기로 넘어오는 마수들을 아래쪽의 대기조가 잘 대처하고 있었다.

드나우와 헤무도 기존의 조원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었고, 2조 조장인 갈색 귀의 모래바람족 사라칸 코타알은 조원들을 잘 지휘해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조장인 견인족 마가비 리욤 또한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흠, 이 상태라면 내가 끼어들 필요도 없겠는 걸?

여유를 갖고 지켜보고 있을 때 갑자기 성벽 위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뭐지?

놀라서 성벽을 바라보니. 어디서 나타난 건지 아루크만한 크기의 붉은색 호랑이가 성벽 위에 오연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입에는 어느새 1조의 수인족 한명이 물려 있었고. 축 늘어진 모습이 이미 숨이 끊어진 듯 보인다.


“뭐야 저건!!”


주변의 수인족들이 달려들자 그 호랑이는 재빨리 성벽을 뛰어내려 연병장에 내려섰다. 그리고는 한 쪽 구석으로 가 물어 온 수인족을 여유있게 쩝쩝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커다란 엄니의 붉은 털 호랑이, 샤벨 타이거였다.


나는 방금 본 녀석의 움직임에 전율했다. 미리온을 입은 성주가 생각날 정도의 엄청난 속도. 붉은 빛줄기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걸 어떻게 막아.”


그 놈은 다른 마수들이 미쳐 날뛰며 사람들을 공격할 때에도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기더니 이내 어슬렁거리며 연병장을 거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2조 조장 코타알이 조원들에게 소리 질렀다.


“모두 대열을 좁혀!!! 샤벨타이거가 들어올 틈을 주면 안돼!!!”


미친 듯 포효를 지르고 팔을 휘두르고 뛰어 다니는 마수들 뒤로 어슬렁거리며 연병장을 산책하는 샤벨타이거의 모습은 묘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스스로 나는 격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산책하던 놈은 어느 순간 파앙!! 뛰쳐나갔다. 붉은 빛줄기로 화한 몸통.


“으아악!!!!”

“매키움!!!”


그 붉은 빛줄기가 대열을 지나쳐 2차 성벽을 차고 반대로 튕겨 맨 끝에 있던 수인 한 명을 물기까지의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 수인 한 명의 목을 물어 숨통을 끊은 샤벨타이거는 다시 연병장 구석으로 그를 물고 가 쩝쩝 거리며 그를 뜯어 먹었다.

이를 악물고 있는 2조 조장 코타알은 물론 모든 조원들이 눈에 띄게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맙소사...

그건 마치 자연재해 같았다.

어떻게 막아 볼 수도 없는 불가항력의 재앙.


“후우.”


나는 놈을 향해 활을 겨눴다.

자연재해고 뭐고 사람을 회전초밥집의 초밥 한 접시처럼 취급하는 놈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지.


“후우.”


활을 겨눈 채 심호흡을 했다.


녀석은 수인의 시체를 뜯어 먹으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좀처럼 시위를 놓을 수가 없다. 녀석의 속도라면 화살 정도는 쉽게 피하겠지?


나는 기다렸다. 녀석의 시선이 잠시라도 전방에서 떨어지기를.

그리고 마침내 녀석이 입에 있던 살점을 삼키고 다시 시체로 고개를 파묻는 순간,

시위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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