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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계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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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7.18 06:00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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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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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008

작성
19.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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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4부 쿨론 요새-26 (로가-2)

DUMMY

야간 근무 시간의 나는 평소처럼 활로 고블린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 귀염둥이 스파이디에게 고블린 간식도 주고 마비독도 채취하고 마정석도 찾아보며.

눈을 감고 이런 일들을 하고 있으면 12시간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오늘따라 운이 좋았다.

해가 밝아올 때까지 마정석을 3개나 찾은 것이다.

오, 대박. 평상시엔 며칠을 사냥해도 하나 나올까 말까 하더니만.

이런 페이스로 마정석을 모으면 노예가 풀리고 나서 이곳에서 부자로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우후후. 정력강화 마법반지도 사고. 크크크.


문득 ‘운수 좋은 날’ 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운수가 대박 친 날에 아내가 죽었다는 뭐 그런 소설.

에이, 뭐 이런 불길한 생각을 또.

그냥 웃어넘기려 할 때 나는 또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상한 대기 중의 기운을.


대기 중의 기가 요동치는 느낌.

정확히는 파도가 밀려오듯 숲 어딘가에서 부터 알 수 없는 파장이 밀려오는 느낌.

지난번에 이 느낌이 들고 교대했을 때 바로 웨이브가 일어났었는데.


나는 혹시 몰라 내 뒤에서 명상중인 나무를 바라봤다.

나무 또한 심각한 표정으로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무, 이것만 대답해줘요. 이거 웨이브가 오는 것과 관련 있는 건가요?”


그러자 나무는 무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는 바로 조장 다루가에게 뛰어갔다.


“다루가!!”


다루가는 나를 보고는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


“여어, 검은 헬하운드 지누크. 그렇게 급한 얼굴로 무슨 일이야? 화살로 아루크라도 잡은 건가?”


나는 순간 뭐라 말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웨이브가 일어날 것 같다고? 대기 중에 이상한 기운이 밀려온다고?

내 말이 틀리면 허언을 한 게 되고 설사 맞는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웨이브를 느낀다는 게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으니.

옛날 중세처럼 마녀 취급받는 거 아닐까? 가뜩이나 난 이 곳에서 이방인인데.

어차피 일어나는 거 그냥 모른 척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됐다.

하지만 길진 않았다.

내가 언제부터 남 반응 신경 쓰며 할 말도 못하고 살았다고.

그런 걸로 터부시 할 거면 그렇게 하라지.

혹시라도 동료들의 피해를 줄 일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지.

그렇게 결론을 내고 다루가에게 말을 시작했다.


“다루가, 내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지금 공기 중에 이상한 기운이 밀려오고 있어. 그런 게 내게 느껴진다.”


그 말에 다루가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한 기운? 무슨 얘기지?”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어. 근데 지난 번 이런 걸 느끼고 근무 교대를 했을 때 곧 웨이브가 일어났었어.”


다루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너의 말은 곧 웨이브가 일어날 것 같다는 얘긴가?”

“정확치는 않아. 하지만 가능성이 있어.”


그 말에 다루가는 으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고개를 들어 나에게 말했다.


“지누크, 너는 일단 이 얘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마라. 책임은 내가 지지.”


그리고는 일어서 경계 인원들에게 돌아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다들 정신 차려!!! 느낌이 안 좋다. 웨이브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야. 경계해라!!!”


그러자 늘어져 있던 인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황색 귀의 토우찬이 일어나며 조장에게 한마디 했다.


“뭐야 조장? 무릎이라도 쑤시는 거야? 그건 비가 온단 뜻이지 웨이브가 아니라고.”


그 말에 황색 대지 일족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저 자식은 말하는 게 참 정이 안가. 아주 나쁜 놈 같지는 않은데.

그나저나 다루가는 진짜 괜찮은 놈이다. 저게 진짜 리더지.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하고 싶은 걸해라. 크으, 멋지다.


그렇게 성벽 근무 인원들을 주의시킨 다루가는 이번엔 성벽 아래쪽의 수인족을 외쳐 불렀다.


“1조 조장 베암에게 좀 전해주겠나!!! 1조 인원들을 데리고 연병장으로 빨리 좀 나와 달라고!!! 다루가가 부탁할 것이 있다고 말이네!!”


거기까지 한 다루가는 내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자리로 돌아갔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웨이브가 안 오면 다루가한테 너무 미안한데.

그렇다고 오길 바랄 수도 없고.


복잡한 마음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데 그 고민은 그리 오래 할 필요가 없었다. 30분 쯤 지나자 전방의 숲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니까.

내 심안에 수없이 많은 덩어리 들이 성벽을 향해 물결처럼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외쳤다.


“웨이브다!!!!”


나는 더 기다리지 않고 수풀 사이로 활을 쏘기 시작했다.

핑!!! 핑!!!! 핑!!!!

화살이 숲 속으로 날아가며 목표에 명중하는 광경이 내 심안으로 뚜렷이 느껴졌다.

마침내 아루크, 키요스, 트롤, 고블린 들이 개미 떼처럼 몰려와 수림에서 튀어 나와 성벽에 붙어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캬아아앙!!!!”

“므오오옹!!!!”

“키에엑!!!!”

“활을 쏴!!!! 떨어 뜨려라!!!”

핑!!! 핑!!! 핑!!!! 핑!!!!!


나는 침착하게 활을 쐈다.

활에 묻은 고블린 마비독이 효과를 발휘한 탓인지 내가 있는 쪽 성벽으로 몰린 마수들이 빌빌거리며 성벽 위로 기어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좋았어!!! 효과가 있다!!!

덕분에 다른 곳의 동료들이 성벽 위로 기어오른 마수들에게 대검을 휘두를 때 난 여전히 여유 있게 활을 쏘며 마수가 많이 몰린 쪽 동료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준비했던 화살 50개가 순식간에 바닥났다.

다음부턴 더 많이 준비해야겠는걸.

그때부턴 나도 대검과 중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먹어랏!!!”

핑!!!!

“아싸앗!!!!”

푸아악!!!!


성벽위로 막 손을 뻗어 올라오는 트롤의 눈에 거미줄을 한 방 쏴주고 시야가 가려져 당황하는 틈에 목을 날려 버렸다.


“차아앗!!!!”

휘리릭!!!

“캐애앵!!!!” “키에엑!!!”


고블린이나 키요스 들은 중검을 휘둘러 베어 떨어 뜨리고 대형 마수들에겐 거미줄을 이용해 시야를 가린 후 대검으로 동강내 버렸다.

순식간에 십여 마리 이상을 베어버리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이거 꽤 할 만한데?

둘러 본 다른 동료들은 이미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한 상태였다.

이 짓을 30분 이상 해야 한다는 말이지?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고 거미줄을 쏘다 보니 성벽의 중간 부분이 뚫리기 시작했다. 로가와 미가나 쪽.

한 번 뚫리자 자연스럽게 좌우로 나누어져 마수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길이 뚫린 곳을 중심으로 다루가가 미가나를 막아주며 저 쪽으로 물러났고 우리 쪽으론 수우나가 로가를 보호하며 뒤로 물러났다.


“크와아앙!!!!”

“므오오옹!!!!”


열린 성벽 위로 마수들이 몰려들어 성벽을 통과해 연병장으로 뛰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힐끗 연병장을 바라봤다.

아까 다루가가 불러 논 덕분에 1조 인원들이 이미 방어망을 잘 형성한 채 대응하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말하길 잘했네. 그리고 다루가, 너는 역시 최고의 조장이야.


방어진의 범위를 줄인 만큼 인원의 밀도가 높아져 아까보다 여유가 생겼다. 한꺼번에 둘 셋을 상대해야 했던 아까에 비하면 지금은 한 번에 하나씩만 상대하면 됐다.


할 만 하다. 이 정도면 할 만해.


물론 전처럼 샤벨 타이거 같은 놈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혹시나 해서 나는 전투 중에도 계속 주변을 신경 썼다.

정신없는 와중에 녀석이 빛의 속도로 덮친다면 거의 저격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놈이 나타났다.

10미터가 넘는 높이의 나무들 속에서도 무언가 오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보이는 거대한 그 놈, 오거가.

물속에서 거대한 고래가 물살을 가르고 헤엄치듯 저 멀리서부터 나뭇잎들이 갈라지고 있었다.

주변을 계속 신경 쓰고 있어 가장 먼저 발견한 내가 소리쳤다.


“오거가 온다!!!! 대비해!!!”


조금 여유 있어졌던 동료들의 표정에 다시 긴장감이 떠올랐다.

오거는 포위가 뚫린 성벽 쪽으로 다가오더니 잠시 가만히 있다 갑자기 수림 속에서 확 솟구쳐 올라왔다.


우와악!!! 고래냐?!!


6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몸체가 수림 속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모습은 거대한 고래가 물속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본 것처럼 장관이었다.

정말 살 떨리는 장관이로구만.


그렇게 위로 점프한 오거는 성벽의 위를 잡고 매달리더니 발로 성벽을 디뎌 성벽 위로 불쑥 올라왔다.

꾸우욱, 콰직!!

“캐애앵!!!!” “끼에엑!!!”


성벽에 앞서 매달려 있던 마수들은 그 오거의 몸과 손에 짓눌려 으스러졌다.

와아, 무슨 홍시 짓이기는 것 같네. 진짜 어마어마한 놈이다.


우리는 눈앞의 마수들을 상대하느라 그 거대한 놈이 성벽 위에 올라오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이게 이런 이유였군.

항상 그게 불만이었다. 다른 마수는 버리더라도 오거는 성벽을 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항상 저 첫 번째 오거 때문에 인명피해가 생겼으니까.

근데 역시 실전은 다르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였어.

마침내 성벽 위로 우뚝 선 오거는 언제나 그렇듯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후워어어어어어어어어엉!!!!!”

“으윽!!!!”


바로 눈앞에서 들은 포효 소리는 실로 엄청났다.

웅웅 거리는 대기와 어지러운 머리. 사자후가 따로 없네. 모두들 비틀거렸다.

우리 쪽 수비를 책임진 부조장 수우나가 외쳤다.


“대비해!!! 이제 주변을 둘러볼 거다!!!”

“후워엉.”


아니나 다를까 오거는 고개를 돌려 우리 쪽을 바라봤다.

저거 수우나가 소리쳐서 우리 쪽부터 본거지?

어이, 부조장 이런 식으로 할 거야?


거대한 입과 누런 눈, 뾰족하고 거대한 이빨을 지닌 괴물이 아이 같이 순수한 미소로 ‘헤.’ 웃으며 우리를 바라본다. 갓난아기가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입에 넣고 싶어 하는 그런 순수함.

아, 젠장. 소름끼쳐.


그리고 오거는 자신의 오른손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뒷목이 쭈뼛 섰다.

저거 휘두른다!!

문득 여기 온 첫날 나를 구하고 죽었던 드렉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정신없이 외쳤다.


“피해!!!! 휘두른다!!!!”

부아아앙!!!!!!


마침내 오거의 거대한 팔이 큰 소리를 내며 엄청난 범위를 휩쓸며 휘둘러졌다.

그 범위 안에 있던 동료들은 부조장 수우나와 황색 대지일족의 마시암.

둘은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요새의 모든 수인들 중 가장 빠르다던 수우나는 스윙의 범위를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마시암은 그렇지 못했다.


퍼억!!!

“크아아아악!!!!”


오거의 스윙에 휘말린 마시암은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연병장 쪽으로 날아갔다.


“마시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거는 바로 크게 한 발 더 딛으며 이어서 왼팔을 들어 올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또 온다!!! 더 물러나!!!”


뒤를 힐끗 본 수우나는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경로에 있던 로가까지 안고 금세 오거의 사정권 안을 벗어났다.

그러나 그 자리에 서 있던 황색 호랑이털의 마루간은 스타트가 늦었다.


나는 오거가 팔을 휘두르려는 순간 마루간이 피하지 못할 거라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저렇게 맞으면 숲 쪽으로 날아갈 텐데.

챠루난이 죽은 이후 공공연히 나를 싫어한다고 말하던 마루간. 그는 지금도 여전히 내게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공과 사가 명확한 훌륭한 전사였다.

에이 씨. 내가 언제 그런 거 계산하고 움직였나.


“마루간!!!”


나는 마루간에게로 마주 달려갔다.

그런 나를 본 마루간의 눈이 커졌다.


“무슨!!!”


오거의 왼손이 휘둘러지기 시작한 것이 내 눈에 느린 화면으로 보였다.

그 범위 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내 기분이 엄청 상쾌하다. 마치 상어가 가득한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


우와아!!! 씨바!!!


오거의 스윙이 닿기 전 마루간을 먼저 안은 나는 성벽 밖으로 몸을 날렸다.


“에라이!!!”

“무슨 짓을!!!”


마루간이 비명을 질렀다. 동료들의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마루간!!!” “지누크!!!”


성벽 밖의 허공에서 부유감을 느끼는 짧은 순간 우리 머리 위로 오거의 거대한 손이 ‘부아앙!!’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왼 손으로 마루간을 감싸 안고 몸을 뒤집었다. 그리곤 오거의 발 옆 성벽으로 거미줄을 쐈다.

피잉!!!

부우우웅!!!!

아래로 떨어지던 우리의 몸이 격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오거 뒤쪽의 성벽으로 올라갔다. 나는 성벽을 옆으로 달려 위까지 올라온 후 마루간을 던져 놓고 다시 오거에게로 달려들었다.


자, 이제 내가 후방이다!!!

어느 샌가 오거의 등으로 뛰어오른 다루가가 대검을 박아 넣고 있었다.


“누리아!!!!”

“후워어어어엉!!!”


오거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그 사이 나는 아직 끊지 않은 거미줄을 당기며 오거의 왼쪽 발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등을 신경 쓰느라 나는 전혀 발견하지 못한 오거의 왼발 아킬레스 건에 중검을 박아 넣었다.


“먹어랏!!!!”

“후워어어엉!!!”


팔을 머리 뒤로 돌려 등에 매달린 다루가를 잡아 보려던 오거가 다시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오거의 전방에서 수우나가 달려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대로 오거의 전방을 가로질러 오른 발까지 거미줄을 감싸며 외쳤다.


“수우나!!! 다리를!!!”


그리고는 오거의 다리를 휘감은 거미줄을 성벽에 붙여 버렸다.

눈치 빠르게 내 말을 알아들은 수우나는 오거의 오른쪽 무릎 관절 사이에 대검을 박아 넣었다.


“마온!!!!”

푸우욱!!!!

“후워어어어엉!!!!”


오거는 오른발의 통증에 왼발을 무심코 앞으로 내딛었다.

내 거미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오거의 몸이 앞으로 기우뚱 했다.


지금이다!!!


등에 달고 있던 대검을 빼서 몸을 회전하며 오거의 디딤발. 오른 발목 관절을 온 힘을 다해 후려쳤다.


“가랏!!!!”

퍼억!!!


내 대검이 오거의 오른 발목에 박히자 오거의 몸이 기우뚱하며 기울어졌다.


“넘어간다!!! 피해!!!”


거대한 나무를 쓰러뜨린 나무꾼이 된 기분인데?

오거의 몸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전방 성벽 통로 쪽으로 서서히 넘어가자 앞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이 화들짝 놀라 뒤로 달려 도망갔다.


그 때, 로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까부터 유독 지쳐보였던 로가는 뒤로 달리려다 다리가 풀린 듯 풀썩 쓰러졌다.

그 위로 덮쳐오는 오거의 거대한 그림자.


“로가!!!”


로가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의 위로 쓰러지는 오거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를 악물고는 몸을 옆으로 굴려 성벽 바로 옆으로 붙었다.


쿠아아앙!!!!


거대한 소리를 내며 오거가 성벽 통로로 쓰러지자 성벽 전체가 지진이 난 듯 진동했다.


“꺄아악!!!!”

“로가!!!”


간신히 몸을 굴려 오거에게 짓뭉개질 위험에서 벗어난 로가는 오거가 쓰러지는 충격에 몸이 튕겨 성벽 밖으로 떨어져 버렸다.

너무 멀리 있어 내 거미줄도 닿지 않는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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