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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7.18 06:0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67,435
추천수 :
1,257
글자수 :
549,008

작성
19.03.27 06:00
조회
853
추천
26
글자
12쪽

4부 쿨론 요새-27 (로가-3)

DUMMY

로가는 절망에 찬 눈으로 위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멀어지는 성벽이 보였다. 그것이 마치 세상과의 거리인 것 같이 느껴졌다.


15미터의 성벽에서 바로 떨어진다면 아무리 강인한 수인족이라도 즉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수림 위로 떨어진 로가의 운이 다하지 않았는지 나뭇잎과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걸려 부딪치며 떨어져 그나마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파박!!! 탁!!! 탁!!!

“아윽!!! 윽!!!”

쿵!!!

“아아악!!!”


마침내 땅에 떨어진 로가는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일어나 보려 했지만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 다리가 골절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다리를 바라보다 문득 고개를 든 로가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마수들을 보고는 ‘헉’ 숨을 멈췄다.


아루크와 키요스들이 수림 밑에서 로가를 보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누런 눈과 입가를 핥는 혓바닥들.

하나같이 몸에 화살이 꽂혀 있는 것이 지누크의 화살에 묻은 마비독에 성벽을 기어오르지 못한 놈들인 듯 했다.

로가는 기겁해 몸을 뒤로 빼려다 다리의 통증에 다시 신음 소리를 냈다.


“아윽!!!”


그런 로가를 향해 아루크 한 마리가 뛰어 들었다.


“크아앙!!!!”

“꺄악!!!”


로가가 비명을 지르고 아루크가 로가를 덮치려는 그 순간 아루크의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차앗!!!!”

푸아악!!!!


***************************


깜짝 놀랐지? 나는 떨어지는 힘으로 아루크의 목을 날려버리고는 기합 소리를 질렀다.


“짜잔!!!!”


좀 이상했나?

아루크의 목이 호쾌하게 피를 뿌리며 떨어져 나가며.

나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아직 넋이 나가 있는 로가에게 달려가 그녀의 몸을 안아 들었다.


“가자!!! 로가!!!”


그리고는 성벽 쪽으로 뛰었다.

그 뒤로 잠시 당황하던 다른 아루크와 키요스들이 우리에게 달려들려 했다.

그리고 그 머리 위로 더욱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쿠아아앙!!!!!

“캐앵!!!” “캐애앵!!!!”


거대한 오거의 몸통이 수림 아래로 천장이 무너지듯 떨어져 내리며 우리에게 달려들던 아루크와 키요스를 깔아뭉갰다. 짓뭉개지는 마수들.

일말의 비명만을 남기고 빈대떡이 돼버린 마수들의 위로 떨어진 오거가 팔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머리는 뒷목에 박힌 다루가의 대검 때문에 반쯤 떨어져 달랑거리고 있었다.


심안으로 주변 상황을 살핀 나는 망설이지 않고 거미줄을 성벽 중간쯤에 쐈다. 그리고 거기에 의지해 성벽을 왼쪽 사선으로 달려 올라갔다.

다다다다!!!!!

“크와아앙!!!!”


오거에게 깔리지 않은 마수들이 우리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크아앙!!!”

“합!!”


나는 성벽을 사선으로 올라가다 내게 뛰어드는 아루크의 타이밍에 맞춰 성벽을 박찼다.

성벽 바깥쪽으로 점프한 공간에 아루크의 발톱이 비껴나가고.


“에라!!!”

퍽!!!

“캐애앵!!!”


그 뒤로 날아오는 키요스를 발로 차 날려 버리고는 다시 거미줄에 매달려 성벽을 밟고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와다다다다다!!!!”


무슨 계획이냐고? 이 와중에 그런 게 있을 리가. 그냥 되는 대로 하는 거지.


근데 이렇게 좌우로 왔다갔다하면 못 올라가잖아. 어쩐다.

그런 내 눈에 누워서 팔다리를 버둥거리는 오거와 거기에 접근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돌아서 달려오는 마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에라. 어쩔 수 없지.

백척간두 진일보!!!!

나는 성벽 오른쪽 사선으로 달려 올라가다 오거의 몸 옆에서 새로운 거미줄을 성벽 먼 쪽의 나뭇가지 위로 쐈다.

핑!!!

“찻!!!”


그리고는 성벽 바깥으로 뛰었다. 공간을 휘젓고 있는 오거의 팔다리 사이로. 순식간에 다가오는 오거의 휘젖는 팔다리.

와우, 살벌하다!!!

나에게 매달려 상황을 보고 있던 로가가 경악한 비명을 내질렀다.


“꺄악!!!”


그리곤 내 품에 더 꽉 안겼다.

에구. 로가야 너 근육질인줄 알았는데 몸이 너무 물컹하구나. 느낌이 참.

부드러운 느낌을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공간을 휘젓고 있는 오거의 팔다리가 우리에게 닿을 듯 가까워졌다.

거대한 기둥들이 공간을 휘젖는 느낌.

나는 이를 악물고 그 사이로 스치듯 지나갔다.

그러자 오거의 몸을 양쪽으로 돌아 성벽 쪽으로 뛰어 오고 있던 마수들이 모두 급제동하며 우리를 바라봤다.


진자 운동으로 몸을 충분히 솟구친 후 나는 약간 왼쪽의 나뭇가지에 거미줄을 쏴 방향을 틀었다.

핑!!! 부우웅!!!!

몸이 성벽 바깥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포물선 운동을 했다.


“크와아앙!!!!”

“끼에엑!!!!”


그 방향에 있던 마수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꺼져!!!”

퍽!!!!!

진자 운동의 최저점에서 내게 달려들던 키요스 한 마리를 몸을 휘돌려 걷어차고는 나는 진로에 있는 나무 기둥을 박차며 더 높이 올라갔다.


“자, 이제 다시 복귀!!!”

핑!!!!

그리고는 다시 방향을 성벽 쪽으로 돌려 가장 높은 나뭇가지에 거미줄을 쐈다.

우리 몸이 성벽 쪽으로 사선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위에서 보면 큰 나선을 그린 듯 보이는 동선으로 나는 마침내 성벽 중간 높이에 닿을 수 있었다.

핑!!!

그리고 성벽 위로 거미줄을 쏘고는 그것에 의지해 성벽을 사선으로 달려 올라갔다.


“와다다다다!!!!”

“크와아앙!!!!”

퍽!!! 퍽!!!!

내 뒤로 마수들이 뛰어 날아와 성벽에 퍽퍽 부딪치고 있었다.

치킨런이냐!!!!


“와다다다다!!! 이제 해발 10미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외치며 나는 이번 거미줄의 최고점에서 잠시 멈추고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뛰며 거미줄을 쐈다.

핑!!!

드디어 성벽 맨 위쪽에 거미줄이 걸렸다.

다시 반대쪽 사선으로 성벽을 달리자 내 주변 모든 마수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크와아앙!!!”

“끼애애액!!!”


탄막을 치듯 마수들이 동시에 우리에게 뛰어 들었다.

사방을 둘러싸고 날아드는 마수들의 모습.

감각이 칼날같이 날카로워지며 느리게 녀석들의 경로를 파악하려는 순간 갑자기 우리 몸이 쑤욱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와아아아아앗!!!! 뭐야?!!!”


성벽 위에 있던 다루가가 거미줄을 잡고 내가 가는 방향으로 줄을 휘두르며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 놀라운 힘에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성벽보다 3미터는 높이 솟구쳐 올랐다.


“다루가 멋쟁이!!!!”


그리고 나와 로가는 그대로 성벽 통로 안쪽으로 떨어져 내릴 수 있었다.

멋지게 착지를 끝내고 나는 다루가에게 외쳤다.


“최고였어!! 다루가!!!”


다루가는 그런 나를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느와르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멋진 미소였다.

저게 중년 남자의 멋인가?


그리고 나서 일어나려다 나는 로가가 내게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으흐흐흑!!!”


로가는 내 품에 안겨 흐느껴 울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팔로 감싸고 그녀의 등을 토닥거려줬다.


저 멀리서 또 다른 오거들이 괴성을 지르며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확인하고는 성벽 안쪽 연병장을 바라봤다.


“드디어 끝났군.”

“아아, 모두 고생했다.”


연병장을 가로지르는 하얀 빛에 마수들이 피를 뿜으며 동강나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서 마수를 삭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현실적인 광경. 몇 번을 봐도 사기 같은 미리온의 위용이었다.


웨이브는 끝났다.

믿을 수 없게도 우리 조원들과 연병장의 1조원 모두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처음 오거에게 맞고 연병장 쪽으로 날아가 버린 황색 대지일족의 마시암마저도 운 좋게 연병장의 1조 인원이 받아낼 수 있었거든. 즉사를 면했던 마시암은 연병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제 매로어의 헌신적인 치유마법 덕분에 생명을 건질 수 있었고.

미리 연병장에 집합해 있던 1조 인원들과 전에 있던 사제와는 달리 웨이브 현장 근처에서 대기해 주고 있었던 매로어 사제 덕분인거지.


이건 거의 119 구급대잖아?

문득 드렉스도 저 매로어같은 사제가 있었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긴... 무의미한 가정이지.


아무튼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끝난 웨이브는 사상 처음이라며 모두들 기뻐했다. 특히 다루가가 아무 말 없이 내게 다가와 나를 세게 끌어안았다. 과묵한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다.

덕분에 웨이브에서도 살아남은 나는 동료의 손에 죽을 뻔했다.

켁켁, 다루가. 살려줘.


다루가는 이번 웨이브가 끝난 후 내게 부탁해 고블린 마비독을 더 채집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번 웨이브 때 확실한 효과를 봤으니 다루가의 성격 상 무시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또, 이번에 나 때문에 살아난 황색 호랑이 귀의 마루간은 내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감사했다. 그 옆의 고단 또한 내게 감사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마루간의 생명을 구해 준 은혜를 갚겠다고 맹세했다.

그 옆에서 타랍이 흐뭇한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황색 호랑이 귀의 초원 바람 일족은 마을을 이루지 않고 소가족으로 떨어져 사는 풍습이 있단다. 얼핏 그게 소속감이 없는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초원 바람 일족은 어디에서든 동족을 만난다면 친 형제 자매를 만난 듯 끈끈한 유대를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나를 죽이려던 챠루난을 규칙에 따라 처단한 다루가가 그렇게 힘들어 했던 거겠지.

이건 초원 바람족 뿐 아니라 메라두와 토반, 미오가 속한 여름 숲 일족이나 검은 산족도 마찬가지라고.


그래서 나는 졸지에 초원 바람 일족의 원수에서 생명의 은인으로 격상됐다. ‘인생사새옹지마’라더니만 옛말이 틀린 게 없다니까. 계산하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나는 푸근한 마음에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다.


로가의 경우는 더 극적으로 변했는데.

아무한테나 요물 같은 미소를 흘리며 남자를 유혹하는 구미호 같이 행동하던 로가가 그 날 이후로 내게는 한 번도 웃어주지 않았다. 딱히 살려줘 고맙다는 말도 없고 그 이후로 오히려 표정이 굳어 있어 감사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내심 좀 서운했었다.


근데 어느 날 식사 중에 로가가 갑자기 내 테이블로 와서 먹을 것을 주고는 휙 돌아서 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돌아서는 로가의 얼굴은 귀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걸 본 수우나가 로가를 향해 웃음을 터뜨렸는데 로가는 아무 말 없이 그런 수우나를 발로 한 번 차버리고는 식당 밖으로 도망가듯 나가 버렸다.


이거 혹시 그린 라이튼가?

요물인 척은 혼자 다 하다 막상 사춘기 소녀처럼 행동하는 로가를 보니 뭐랄까. 여우의 탈을 벗겼더니 그 속에서 흰 토끼가 나온 기분?

너무 귀엽잖아?

나 어째 지구에서보다 지금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토반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세계를 잘못 택해 태어난 거였나?


그 이후로 나와 같이 훈련하는 걸 택한 사람은 점점 더 많아졌다.

우리 조는 조장 다루가와 황색 대지 일족을 제외한 모두가 같이 훈련하게 됐고 수성장 마록스와 다른 조의 지원자들도 점점 합류해 연병장의 훈련 시간은 점점 활기를 띄게 되었다.


쿨론 요새에 온지 어느덧 3개월째에 접어드는 시기의 일이었다.


작가의말

진욱이가 나오는 분량이 모두 끝났습니다.

내일부터는 2부와 같은^^;; 외전 4편 연재 후 전에 예고드린대로 장기 휴재에 들어갑니다.

아무리 짧아도 한달 이상은 쉬게 되겠죠.

이번 공모전에 작가로서의 길을 물을 생각입니다.

잘된다면 프로가 될 것이고 잘 안된다면 지금처럼 글쓰기를 취미로 한 직장인으로 남겠죠.

인기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제 글이 괜찮으셨다면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인 ‘나의 전생은.’도 찾아봐 주세요.

진욱이의 이야기가 너무 저연령대에 인기가 없어 조금 가볍고 경쾌하게 쓰려 노력했습니다.

끝으로 읽으시면서 느꼈던 좋았던 점, 보완할 점들을 남겨주신다면 제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60 Girlswin..
    작성일
    19.03.27 06:49
    No. 1

    장기간 휴재라...
    전 이글 좋았어요. 그리무겁지도 가볍지만도 않고 이계 넘어 왔다고 무쌍찍거나 지구문물이 짱이네 하는 식으로 안흘러가서 좋았음.
    캐릭터들도 독립적인 캐릭터 성이 살아 있고 배경설정같은 설정도 찬탄하면서 크게 지루하거나. 지나치게 설명/서술(ex.나는 키얼마에 누구였고 힘들었고 지금 킹왕짱이고 이계인들 다 바보라 내가 하는 대로 다됨. 나좀 킹왕짱 하는 구성들)아니라서 좋음.
    단지, 2부?? 3부?? 외전격의 주인공 외 인물로 시점을 옴겨 구성하는 구성자체가 종이책이라면 한권(6~800p)정도 빼서 구성해고 무방하지만 웹연재의 경우 한번에 (열혈) 풀어주지 않으면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는 턱으로 작용하기 쉽단 점. 특히 이 작품에선 주인공이 프롤로그 부처 채 몇화 나오지도 못하고 시점이 바뀌어서 아에 곁다리 이계인(지구인)물 인가 했을 정도??
    아무튼 글 자체는 잘 쓰시는 편이라 생각해요. 쓰시는 글이 좋은. 혹은 흥미를 끌 글이 될지는 그 글의 내용에 따라 갈릴듯하네요^^
    공모전 작품도 볼게요 건필~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겨울반디
    작성일
    19.03.27 06:58
    No. 2

    감사합니다. 저도 2부 주인공실종사건은 큰실수였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정어린 조언 정말 감사해요^^ 좋은하루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kh826800
    작성일
    19.03.31 06:41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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