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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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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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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3(재업)

DUMMY

시후의 황무지 위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바위산, 시후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바위산의 한쪽 절벽에 나무로 만든 작은 오두막 하나가 서있었다.

절벽과 딱 붙어 세워진 그 작은 오두막 앞에는 몇 몇 덩치 큰 남자들이 롱소드를 하나씩 등에 맨 채 대충 나무계단에 걸터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곳이 시후에서 악명 높은 레하타 패거리의 아지트였다.

오두막 문을 열면 테이블 몇 개가 놓인 큰 방과 맞은편의 문을 볼 수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연 동굴을 꾸민 통로가 나타나고, 그 깊숙이에 2개의 방을 지나 레하타 패거리들의 본진이 나타나는 구조였다.

그리고 지금 그 동굴 깊숙이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아악!!! 살려줘요 아빠!!!!”

“안돼!!! 리만!!! 제발 그만해요!!!“


레하타 패거리들은 지금 유희를 즐기는 중이었다.


“어이 신입, 비명소리가 영 시원치 않잖아. 너무 깔끔하게 잘라낸 거 아냐? 그래서 망치를 쓰라고 했건만.”

“이봐 여자, 빨리 옷을 안 벗으면 사랑스러운 아들의 손가락이 모두 사라질지도 몰라.”


패거리들이 모여 키득키득 거리며 구경하고 있는 것은 레하타 패거리의 심기를 거슬렀던 한 남자의 가족들이었다.

아직 어려보이는 아들은 나무에 결박당한 채 방금 새끼손가락을 단검으로 잘렸다.

레하타 패거리의 신입 단원인 보이그는 방금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흥분으로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어린 아이의 모습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과 그보다 큰 흥분.

한 쪽에선 붙잡힌 채 아들의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모습을 보게 된 여인이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방금 전 옷을 벗으라는 얘기에 망설인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여인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옷을 빠르게 벗어버렸다.


“오~ 얼굴보다는 몸매가 더 괜찮은데. 육감적이야 크크큭.”

“이제 내 바지를 벗겨서 내 껄 입으로 빨아. 망설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여인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한쪽 구석에 온몸과 입까지 결박당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남편을 바라봤다.


“응? 아직 그럴 여유가 있어? 어이 신입!! 하나 더 잘라라.”


화들짝 놀란 여자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앞의 남자에게 다가가 바지를 벗기고 얼굴을 파묻었다. 클클거리며 구경하던 남자들 중 하나가 입술의 침을 닦으며 여자의 엉덩이로 다가가 하체를 박고 흔들어댔다. 여자의 억눌린 신음소리와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어두운 동굴 안을 광기로 채우고 있었다.


한쪽 구석의 의자에 앉은 남자는 그 모습들을 지켜보며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회색의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40대의 잔혹한 표정의 남자. 체격은 그리 크지 않지만 온몸이 단단하게 단련되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른하게 늘어진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스러운 살기가 인간이 아닌 맹수를 보는 듯했다.

그가 바로 레하타였다.


그는 이미 이정도의 일로 흥분할 만큼 무르지 않았다. 흥분하기는커녕 냉정하게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의 눈을 하나 파내고 한쪽 손을 잘라내면 저 가족들은 풀어줄 생각이었다.

주민권이 있는 자들이기에 노예로 팔수는 없었다. 뭐 이것저것 편법을 쓰면 못하기야 하겠냐 만은 그 정도의 귀찮음을 감당할 만큼 가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멀쩡히 내보내고 자신들에 대한 공포를 전달하게 하는 것이 더 이익이었다.

부하들이 저 남자의 아내를 희롱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반발한 일 정도로 가족의 목숨까지 빼앗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저 정도면 적당하다 싶었다.


레하타는 문득 자신의 마음이 너무 넓은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킬킬거렸다.

노예사냥꾼을 시작한지 20년, 시후 최고의 노예사냥꾼 그룹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비가 있었던가. 그 모든 걸 극복하고 이 자리에 온 지금 이제 조금 마음을 넓게 써도 될 것이라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지금 여자를 덮치고픈 욕구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패거리 사이로 끼어 들어갔다.


“나와라. 이제 내 차례다.”


레하타의 목소리에 한껏 만끽하고 있던 사내들은 불만족스런 표정이면서도 레하타의 눈치를 살피며 순순히 물러났다.

자신의 물건을 여자의 엉덩이에 박고 있던 남자까지 물러나자 레하타는 비릿하게 웃으며 자신의 물건을 꺼내 여자의 질퍽한 곳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가 막 일을 시작하려는 그때,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목 두목!!!!!”


레하타의 기분이 극도로 나빠지며 지금 자신을 부른 놈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레하타의 눈에 한쪽 팔이 잘리고 피투성이가 된 게로프가 부축을 받고 오는 것이 들어왔다. 레하타의 눈꼬리가 위로 솟구치며 살기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어떤 놈이냐?”




게로프의 졸개로부터 전후사정을 들은 레하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필이면 프시바크 공작가의 기사와 문제를 일으키다니. 자신들이 시후에서 무서울 것이 없다고 해도 그게 귀족들과 싸울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안 그래도 프시바크 공작가의 소나란 년 때문에 수인족인 바란에게조차 행동을 조심하던 차였는데 그 일행과 대놓고 문제를 일으키다니. 프시바크 공작가와 문제를 일으키고 아사롬에서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도 없었다. 자신의 패거리를 건드렸는데 아무 짓도 안하고 넘어간다면 그동안 부하들에게, 또 다른 시후 지역 패거리에게 쌓아왔던 레하타의 명성에 오점이 생긴다.

상대가 누가 됐든 꼬리를 마는 순간 공포로 이룬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레하타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끼던 부하였던 게로프를 때려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살기를 뿌리고 있는 레하타의 눈치를 보던 부하들이 하나 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감히 우리에게 덤비다니 모두 쓸어버립시다.”

“그래, 기사 따위. 똑같이 마갑을 입는다면 레하타 두목님의 상대가 될 리 없지!!!”

“바란이란 수인족 놈이 소하라 무투대회에서 우승했다더군. 수인족 따위가 우승한걸 보면 수도의 기사란 놈들 수준이야 안봐도 뻔하지!!”

“그 소나라는 년이 그렇게 예쁘다던데 이 기회에 맛 좀 봅시다!!!!”

“오, 그거 좋겠다!!!”


하나같이 흥분해서 외쳐대는 부하들의 말을 들으며 레하타의 얼굴은 점점 더 구겨졌다.

레하타는 잘 알고 있었다. 시후 같은 촌구석에서 왕 노릇을 하는 수준으로 기사단을 건드린다는 건 그냥 자살행위일 뿐이라는 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부하들에게 얘기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레하타의 표정을 살피고 있던 부하가 한 명 있었다.


“다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 공작가의 딸을 건드리겠다니 군대라도 파견하게 할 셈이냐? 이 병신들아!! 게다가, 기사 한명 한명이야 두목이 질 리 없겠지만 기사단이 출동한다면 나머지 기사들은 너희가 막을 거냐? 게로프가 순식간에 저 모양이 됐다는 얘기는 벌써 까먹었나 부지? 이 저능아 새끼들아!!!!”


흥분한 사내들을 한 번에 조용하게 만드는 소리에 대번에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됐다. 게다가 은근히 레하타의 체면도 세워주는 말에 레하타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지을 뻔했다.


그의 이름은 주카산, 수인족이면서도 수인족을 납치 매매하는 노예사냥꾼으로 활약하고 있는 검은 귀의 묘족 수인이었다. 언제나 냉정한 판단력으로 레하타를 보좌해 레하타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그의 오른팔이기도 했다.

레하타는 역시 주카산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살짝 뻐팅겼다.


“그만해라, 주카산. 혈기가 넘쳐 그런 걸 탓할 수는 없지 않느냐. 게다가 우리가 기사단과 붙어 무조건 진다고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주카산은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로 더 공손하게 그에게 머리를 숙였다.


“물론 두목이 있는 이상 이길 확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두목이외에 다른 놈들이 다 뒈져 버려서야 남는 장사가 아니지요. 두목을 제외하곤 기사를 상대할 수 있는 놈들 따윈 이곳에 없으니까요. 당장 게로프만해도 우리 중 5손가락 안에 들지 않습니까. 그런 게로프가 마갑을 입고도 순식간에 저렇게 됐다는 건...”


레하타의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히 얘기해주는 주카산의 화법에 레하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부하들을 모두 잃어서야 기사단을 꺾는다 해도 손해일 뿐이지. 그렇다고 이대로 놔둘 수도 없지 않을까?”


레하타는 은근히 기대에 찬 눈으로 주카산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라면 또 훌륭한 돌파구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주카산은 짧은 순간 그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제 생각에는...”

“오오.”


주카산의 얘기를 들으며 레하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말과 코린이 천막으로 돌아왔을 때 쯤,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지른 사고가 있어서 불편한 얼굴로 조심조심 천막 안으로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은 아이들이 의자에 앉은 소나를 둘러싸고 몰려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시끄럽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고, 소나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 질문들에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소나님은 7년의 선물로 뭘 받으셨어요?”

“이 바보야. 보면 모르냐? 붉은 눈동자시니까 루비아이잖아. 맞죠?”


아이들의 말에 소나는 살짝 의외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잘 알고 있구나. 프시바크 공작가는 대대로 루비아이, 그러니까 염동력을 각성했어. 나도 그렇고.”

“우와, 한번 보여주시면 안돼요?”


아이들의 요청에 빙긋 웃은 소나는 방금 보여 달라고 말했던 아이 투라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소나의 붉은 눈동자가 요요히 빛나기 시작하자 투라의 몸이 가볍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우와아!!!!!”


투라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기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즐거워했다. 소나는 투라가 다치지 않도록 천천히 바닥에 내려줬다.


“대단해요. 소나님!!”

“이런 건 처음 봤어요!!!”


아이들은 즐거워하면서도 다음 질문을 잊지 않았다.


“소나님이 처음 각성했을 땐 어떤 느낌이었어요?”

“나도 이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왜 인간족만 능력을 각성하는 걸까요?”


와글와글 떠드는 아이들의 질문에 난처해하면서도 소나는 차근차근 대답해줬다.


“처음 각성했을 때는 뭔가 머릿속에서 문이 열리는 느낌이었어. 처음부터 내게 있었던 어떤 감각을 그때서야 깨달은 느낌. 잘 설명하기가 어려운걸. 너희들도 알겠지만 7년의 선물은 인간족이라고 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야. 귀족들조차도 각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심지어 그런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도 하고. 원래 악룡 ‘헤와이 카 예아’의 피를 접했던 사람들의 후손들에게 내려오는 능력이라는 소문도 있지. 그래서 대를 거듭할수록 그 피가 흐려져 능력도 사라지는 거라는 얘기도 있고. 그러니 단순히 인간족에게만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하지만, 수인족들도 악룡과 싸웠었잖아요?”

“그렇긴 하지. 사실 자세한걸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 그냥 전설로 전해올 뿐이지. 그리고 7년의 선물이 수인족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기본적으로 신체 능력은 수인족이 인간족보다 위니까. 인간족은 각성하고 나서야 신체능력이 수인족과 비슷해진다는 걸 생각하면 수인족은 태어날 때부터 선물을 받고 태어났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소나의 말에 아이들은 잠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7년의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신력을 갖게 되잖아요.”

“맞아. 소나님만해도 염동력을 쓰기도 하고.”

“소수의 각성한 사람 중에서도 극소수만 갖는 힘인걸. 보석안으로 각성한 사람들은 각성자들 중에서도 몇 안돼.”

“아, 저도 알아요. 그 사람들을 미리니하크라고 하죠?”

“정말 잘 알고 있구나? 그게 무슨 뜻인지도 아니?”

“아니요? 무슨 뜻인데요?”

“용의 핏줄이란 뜻의 고대어야.”

“우와, 용의 핏줄. 진짜 악룡의 피 때문에 생긴 건가?”

“그럼 보석안에는 또 어떤 게 있어요?”

“아, 그건 나도 알아. 빨간색 루비아이, 파란색 사파이어 아이, 초록색 에메럴드 아이. 맞죠?”

“맞아. 덧붙여 말하면 루비아이는 염동력, 사파이어 아이는 투시력과 천리안, 에메럴드 아이는 치유력을 각성하게 되지. 거기에 황족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골드 아이는 이런 능력들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하고.”


여기까지 말한 소나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걸 눈치채지 못한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다시 물었다.

“우와!!! 그럼 황제 폐하는 이런 능력들을 모두 갖고 있는 거예요?!!!”


소나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글세, 나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구나. 아, 그리고 전설로 전해질 뿐이지만 보라색 눈동자도 있다고 해.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고도 하고, 골드 아이와 같은 능력이라고도 하고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실제 존재하는지도 알 수가 없지.”

“그 보라색 보석안은 뭐라고 불러요?”

“데몬 아이라고 하더구나. 불길한 운명을 지닌 눈동자라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해.”

“우, 데몬 아이라니. 무섭다.”

“그러게.”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아이들을 한 쪽에서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바리아는 너무 소란스러워지는 듯하자 박수를 치며 큰소리로 말했다.


“자, 자, 이제 소나 아가씨는 그만 귀찮게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자. 이 말썽꾸러기들.”


바리아의 말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일어나 옆방으로 달려갔다.


“와아, 저녁이다!!!!”

“잘 먹겠습니다!!!!”


방방 뛰며 옆방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바리아는 고개를 돌려 소나에게 입을 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을 잘 다루셔서 놀랐습니다.”


차분한 눈길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소나가 대답했다.


“아이들은 싫어하지 않아. 아직 자기를 위해 다른 소중한 것을 버리지 않은 존재니까.”


어쩐지 깊이가 느껴지는 나른한 목소리에 바리아는 더 입을 열지 못했다. 잠시 소나를 바라보던 바리아는 정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두 분은 어째 들어와서 기척도 안하고 석상처럼 굳어 계시나?”


가만히 서서 소나와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다말과 코린은 바리아의 말에 흠칫 놀랐다.


“아, 우리? 우리는 그러니까.”

“아, 소나 아가씨가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워낙 천사 같으셔서. 와하하하.”

“맞아 맞아. 나도 그래서 넋을 잃었었네. 와하하하하.”


마주보며 호탕한 척 웃는 둘의 어색한 모습에 바리아와 소나의 표정이 묘해졌다.


“뭐야. 이 이상한 광경은. 이거, 둘이 진짜 친해 진거야? 정겹고 귀여워서?”


바리아의 말.


“어디서 같이 사고라도 친 얼굴들이군.”


소나의 말이었다.

그 말에 흠칫한 다말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사고라는 게...”

“사고는 무슨!!! 와하하하!!!! 진정한 남자가 친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반나절이면 충분했던 것뿐이지!!!! 우리는 잠시 공유할 비밀이 있어서.”


그러고는 코린은 다말의 어깨를 감싸고 밖으로 나가며 다급히 속삭였다.


“지난번에 소나아가씨가 한번만 더 사고 치면 프시바크 본가로 돌려보내겠다고 했었단 말이다. 날 쫒아내고 싶은 게냐?”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소. 게다가 본가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거 아니었소?”

“그건 과거의 일. 남자가 과거의 일을 자꾸 입에 올리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어제 일을 3년 전처럼 얘기하는 건 부끄럽지 않고?”


둘이서 옥신각신하며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보던 바리아는 둘을 향해 말했다.


“뭐, 다 좋은데 바란이 내일 아침 일찍 안바이람으로 간다는군. 일찍 자두는 게 좋을 거야.”


코린은 그 말에 기세 좋게 대답하며 밖으로 나갔다.


“오, 안바이람!! 기대되는구만.”


그리곤 잠시 후 다시 뛰어 들어왔다.


“안바이람?”


소나가 대답했다.


“응. 안바이람.”

“그 돌아오지 않는 땅이요? 전설의 마수 베이모스가 있다는? 밤마다 어둠의 정령들이 사람을 사냥한다는 그곳?”

“응. 그곳.”

“거길 아가씨가 가신다구요?”

“응. 정확히는 바란과 나, 그리고 다말과 코린. 넷이서 갈 거야.”

“저도요?”

“가기 싫어? 그럼...”

“아니아니. 가기 싫다기보다는 거기를 도대체 왜...”

“아이들의 몸값을 벌어야지. 운이 좋으면 일반 마정석보다 5배는 더 비싼 흑마석을 얻을지도 모르잖아?”

“그런!! 왜 미천한 수인족 따위를 위해...”


거기까지 말하던 코린은 옆에서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쏘아보는 다말을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물론 숭고한 일이죠. 모래바람족의 해방을 위해 애쓰시는 거야 당연히 아름다운 일인데...그래도 그 안바이람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코린에게 대답하던 소나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 이상해 졌군. 뭐, 전보단 좋아 보이니 더 묻진 않겠어. 너무 걱정하진 마. 안바이람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부근으로 가서 마수사냥을 하려는 거니까. 나도 가본적은 없지만 소문에 따르면 안바이람 안으로만 들어가지 않으면 마수의 숲 카 네아와 그다지 다를 것도 없을 거야. 실제 거기서 활동하는 마수 사냥꾼들도 많다고 하고.”

“....카 네아와 다를 것 없는 것도 큰 문제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풀죽은 표정으로 옆방으로 들어가는 코린을 다말이 다가가 토닥거려줬다. 그 모습을 본 바리아는 정말 이상한 걸 봤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늘 나는 기적을 봤어. 이거야말로 우나 여신의 가호로군.”


옆에 있던 소나마저도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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