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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계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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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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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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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4(재업)

DUMMY

네 사람은 아침 일찍 말을 타고 출발했다.

바리아와 무람바, 그리고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그들을 배웅했다.


“그대의 발걸음이 우나의 발걸음을 따라 걷기를. 부디 무사히 다녀오게. 바란.”

“며칠 후면 돌아올 텐데 뭘. 우나의 가호를.”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반나절쯤 달렸을 때, 바란은 손을 들어 일행을 멈추게 했다.

“잠시 식사하고 다시 출발합시다.”


주변은 어느새 구릉 들이 없어지고 평평한 황무지가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군데군데 바위로 된 작은 산들이 보였다.

일행들은 능숙한 솜씨로 그곳에 작은 천막을 만들고 앉아 육포를 뜯어 먹었다.

바란은 하늘 한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곧 비가 올 것 같군요. 그것도 큰비가.”


코린이 육포를 뜯으며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응? 이렇게 맑은데 무슨 소리냐?”


바란이 남쪽 하늘을 가르켰다.


“저 먼쪽 하늘에 보이는 선이 비구름인 것 같군요. 상당히 짙은 색인데다 아래쪽이 흐려 보이는게 이미 엄청난 비를 뿌리는 것 같고. 아무래도 출발 날짜를 잘못 잡은 거 같습니다.”


다말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돌아가야 할까?”

바란이 고민스런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글세.”


코린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안 올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맑은 하늘인데?”


잠시간 침묵이 감돌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코린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꼭 오란 법도 없는데 굳이.”


소나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시후에서 모래바람족의 말이 틀릴 확률은 별로 없겠지. 두 사람의 말대로라면 큰 비가 내리는 것일 테고, 하지만 지금 돌아간다면 우리는 오늘을 그냥 천막에서 보내게 되겠지? 더군다나 이 비가 언제 그칠지 모른다면 얼마나 더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얘기인데. 우리는 별로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바란? 그냥 강행하는 것이 좋을 듯한데.”


소나의 말에 바란은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후의 비는 가끔 오지만 그 가끔의 비가 강을 범람시킵니다. 무척 고생스럽고 위험하실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소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지금 고민이 나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 없다고 대답해주고 싶군. 난 방해가 되려고 너희와 동행하는 게 아니야. 그렇게 연약하지도 않고. 다말과 너 둘만 있다면 했을 결정을 지금 하면 돼.”


바란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잠깐 생각하다 대답했다.


“그럼 강행하겠습니다. 대신...”


그러자 코린이 발끈해서 말했다.


“아니, 나한테는 왜 안 물어 보는 것이냐? 난 쏟아지는 빗속에서 안바이람을 달리고 싶은 생각 따위는!!! 읍!! 뭐하는 거냐?!!!”


다말이 갑자기 코린의 어깨를 감싸고 입을 가리자 코린이 다말의 손을 쳐내며 소리쳤다. 다말은 넉살좋은 표정으로 코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해서야 진정한 기사라고 할 수 없죠. 코린 기사님? 아이들의 몸값을 마련하기 위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마정석을 구해왔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모~든 모래 바람족 사람들이 코린 기사님을 좋아하게 되겠군요.”


어디서 들어본, 정확히는 자기가 했던 말에 흠칫한 코린의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모든...사람들이?”

“오, 특히 처녀들은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죠.”


코린은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어져 되물었다.


“그, 그럴까?”

“당연히 그렇겠죠. 우리 모래바람족의 영웅이신데.”

“으음. 영웅. 그렇겠군.”


얼마 전의 바리아와 비슷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던 바란은 입을 열었다.


“그럼 어쨌든 계속 가는 것으로 하지요. 대신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전에 말했듯 우리는 서북쪽에 있는 린내강으로 갑니다. 지금이야 물이 말라 있겠지만 비가 온다면 주변의 동물과 마수들이 그 강가로 모일 테니까요. 운이 좋다면 마수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코린이 감탄사를 뱉었다.


“오, 좋군. 그럼 비가 오면 더 좋은 거 아니냐?”

“문제는 운이 나쁠 경우입니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안바이람 근처에서 베이모스를 만나는 겁니다.”


코린이 되물었다.


“베이모스란게 진짜 있는 것이냐? 본 사람도 없이 소문만 무성한 전설속의 존재 아닌가?”

“모래바람 족의 전승에 따르면 분명히 있습니다. 어둠의 정령도 마찬가지구요. 물론 어둠의 정령은 안바이람을 넘어오는 경우가 없다고 하니 우리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별 상관 없겠지만, 베이모스는 가끔 안바이람 밖으로 나올 때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주 드물지만.”


코린이 침을 꿀꺽 삼키며 되물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듣기론 악룡 헤와이 카 예아의 유산이며, 대적해서 살아남은 자가 없다고 하던데.”

“대적하면 안 되겠죠. 우리가 걸치고 있는 망토는 모래 바람족 전통의 망토입니다. 사막 털 늑대의 가죽으로 만들었죠. 전설에 따르면 이걸 머리까지 덮어쓰고 속으로 300을 세면 베이모스가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간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들은 코린이 질색을 하며 말했다.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믿을 수 있는 얘기냐?”


바란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전승에 따르면 우리 일족에 그렇게 살아나신 분들이 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요. 그걸 확인할 기회가 없으면 더욱 좋을 테고. 뭐, 근 몇 십년간 아무도 보지 못했다니 우리가 만날 확률도 거의 없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만약이죠. 그리고 두 번째 조심해야 할 것은...”


그 이후로도 바란은 우기의 황무지에서 주의해야 할 몇 가지 것들을 주욱 나열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자, 이제 출발하죠.”


네 사람이 말을 타고 달린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파랗던 하늘을 거대하고 어두운 구름이 덮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선 구름 아래쪽의 흐릿한 안개처럼 보였던 부분이 머리 위를 덮는 순간 엄청난 빗방울이 머리를 덮치기 시작했다. 머리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의 물 폭탄, 시야마저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망토를 머리까지 덮어쓰고 나니 간신히 전방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당황하지 말고 전진합니다!!!”


바란이 크게 외치는 소리도 빗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네 사람은 말을 잘 달래서 천천히 앞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아무런 얘기도 없이 말을 달렸다.


주변은 온통 쏟아지는 빗소리와 비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황무지의 풍경. 흠뻑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체온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네 사람 모두 단련된 무인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말을 달리고 있을 뿐, 이대로 밤까지 계속 비가 온다면 곤란해지겠다는 걸 모두 느끼고 있었다.

그때, 선두에 있던 바란이 갑자기 오른손을 들고는 말을 멈췄다.


“정지!!!!”


그리고는 몸을 돌려 뒤쪽을 뚫어질 듯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들 바란이 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코린이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무슨...”

“하마!!!! 전투 준비!!!!”


바란은 빠르게 말에서 뛰어내려 후방으로 몇 걸음 달려가서는 등에 매달고 있던 거대한 곡도를 뽑아 들었다.

다말과 소나도 바란을 따라 말에서 뛰어내려 곡도와 검을 뽑았다.

코린 만이 당황해 하다 다른 사람들을 보며 천천히 말에서 내려 궁시렁거리며 검을 뽑았다.


“아니, 아무것도 안 보이는구만 뭐가 있다고.”


빗소리에 묻혀 코린의 투덜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말이 소리쳤다.


“바란!!! 뭐가 있는 거야?!!!”


바란이 다말에게 손바닥을 내밀고는 몸을 더 낮추며 전방을 응시했다. 바란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

빗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제야 코린도 긴장하며 전방을 주시했다.


“키요스 떼다!!! 많아!!! 소나, 코린 마갑을!!!!”


그 소리에 소나와 코린이 바로 주문을 외웠다.


“빛이여 오라!!!”


소나의 붉은 검과 코린의 검은색 검의 폼멜에 박혀있는 보석이 각각 붉은색과 흰색으로 빛나고는 두 사람의 몸이 빛으로 뒤덮였다. 곧 덮어쓰고 있는 망토의 안쪽으로 선명한 붉은색에 검은 불꽃 무늬가 새겨진 갑옷과 검은색에 은색 물결무늬가 새겨진 갑옷이 두 사람의 몸에 감싼 체 나타났다.

그리곤 그 순간 바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튀어나왔다. 큰 귀를 가진 얼룩무늬 여우처럼 생긴 마수였다. 크기는 사람보다 약간 작아보였지만 그 수가 심상치 않았다.


“캬앙!!!”


선두의 바란이 몸을 살짝 왼쪽으로 이동시키며 곡도를 휘둘렀다. 전방의 공간이 번쩍하자 깔끔하게 잘린 두덩이의 고깃덩어리로 화한 시체가 날아오던 방향 그대로 뒤쪽으로 날아갔다.

부드럽고 깔끔한 일격이었다.


그 놈을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키요스 떼들이 네 사람과 그 주변으로 튀어나왔다. 그러나, 네 사람은 그 자리에서 말들을 보호하며 날아오는 키요스 떼들을 침착하게 베어냈다.


바란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아주 살짝만 발을 이동하며 작은 움직임만으로 키요스의 측면으로 이동해 도를 부드럽게 휘둘렀다. 흐르는 물과 같은 움직임. 그 움직임 사이로 수없이 많은 키요스 들이 스스로 칼날로 뛰어 들어가는 것처럼 부드럽게 두 덩어리로 해체되어 날아가던 방향 그대로 나뒹굴었다.


반면 소나의 장검은 순간적으로 공간을 분할하는 듯했다.

하얀 검영이 공간에 아름다운 반원을 그리면 그 안에 들어온 물체들이 공간과 함께 강제 분할되어 버리는 듯했다.


코린의 검은 가장 빨라보였다.

검집에 꽂은 검을 발검하면 순간의 검광과 함께 키요스들이 피를 뿜으며 튕겨나갔다. 발검으로 한 마리를 벤 후 다시 검 집 안에 검을 넣기까지의 과정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말의 곡도는 거칠었다.

온몸의 힘을 모아 곡도를 휘두르는 듯했다. 강력한 일격으로 키요스를 베어 날리고 있었지만 다른 세 사람처럼 여유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몇 십 마리의 키요스들이 고깃덩어리로 화해 주변을 뒹굴게 됐다.

방금 또 한 번의 섬광 같은 발검으로 키요스를 튕겨버린 코린이 신이 나서 소리쳤다.


“린내강까지 갈 필요도 없겠구만!!! 이거야말로 너희가 말하는 우나 여신의 가호인가?!!!”


그 말 대로였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키요스의 시체 10마리 중 한 마리만 마정석이 나와 준다고 해도 5개 이상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양이었다.

그때, 바란이 소리쳤다.


“또 옵니다!!! 이번엔 아루크 떼다!!!!”

“크와와앙!!!!”


말이 끝나자마자 키요스 떼들에 이어 3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들이 빗줄기를 뚫고 네 사람을 덮쳤다.

어깨가 떡 벌어진 근육질의 늑대들이었다.

엄청난 힘과 체격, 속도를 자랑하는 아루크들은 노련한 마수 사냥꾼들도 1대1로는 상대하지 않는 강력한 마수였다.

다말이 이를 악물며 욕을 내뱉었다.


“이런 망할!!!!”


바란은 선두로 돌진해 오는 아루크에게 곡도를 날리며 주변을 살폈다.

바란은 키요스를 상대할 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였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다말은 몇 마리의 아루크를 감당하기엔 무리였다.

마갑을 입은 코린 또한 그보단 낫지만 역시 불안했다.


“다말!! 내 뒤로 붙어!!! 코린경도 소나아가씨의 옆으로!!!”


다말이 혀를 차며 몸을 날려 바란의 등 뒤로 붙어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바란은 이제까지완 달리 활동영역을 넓혔다.


전방의 아루크를 베어내고는 옆으로 몸을 날려 또 다른 아루크를 걷어차고는 다시 옆으로 몸을 튕겨 다음 아루크의 머리를 팔꿈치로 찍었다. 좁은 방안에서 고무공이 사방으로 튀어 다니는 것 같았다.

잔상이 생길정도의 속도로 좌우로 움직이며 온몸을 이용해 베어내고 후려쳤다. 곡도는 그저 바란이 갖고 있는 온몸 중 하나의 무기일 뿐이었다. 뒤에 있던 다말은 바란에게 맞고 튕겨 나온 아루크들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며 숨통을 끊었다.


소나와 나란히 서 아루크를 상대하던 코린이 그 모습을 곁눈질하며 이를 악물었다.


“제길.”


마갑의 성능을 이용한다 해도 자신은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걸 코린은 잘 알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소나에게 폐를 안 끼치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재 자신의 최선이었다.


‘두고 보자. 언젠가는.’


쏟아지는 비는 조금도 약해지지 않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떨어져 내렸다.

그 빗줄기 사이로 튀어나오는 아루크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마침내 최후의 아루크가 소나의 검광에 걸려 두 쪽으로 갈라지자 다말은 환호성을 질렀다.


“감사합니다. 우나 여신이여!!! 이제 됐어. 바란!!!!”


다말의 목소리에 코린과 소나도 밝은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마정석이 나오는 확률이 아무리 극악하다 해도 백 마리가 넘는 키요스와 아루크의 사체들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10개 이상의 마정석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바란의 표정은 아직 좋지 못했다.


“이상해. 이상하군.”


바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전방을 노려봤다.

방금의 마수 떼들의 습격은 좀 이상했다.

갑자기 그렇게 많은 마수들이 이동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마수들이 바란 일행을 습격했다기 보다는 그냥 지나가다 만난 느낌이었다.

그 증거로 네 사람의 범위 밖을 지나간 마수들은 발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갔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이라 희미했지만 바란은 그 모습들을 분명히 목격했다.

왜 그렇게 급하게... 마치 무언가를 피해 도망가듯.


“설마...”


바란의 눈이 커졌다. 땅이 약간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말에 타!!! 도망가야 해!!!”


바란이 소리치고는 다말의 손을 잡아채고는 말이 서있는 쪽으로 달렸다. 소나와 코린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말 쪽으로 달려갔다.

말을 타자마자 바란은 소리쳤다.


“전속력으로 달려!!! 이랴!!!”

“이게 무슨 일이야. 저 마정석, 아니 마수들은 어쩌고?!!!”


코린은 바란을 따라 말을 출발시키면서도 뒤쪽의 마수들의 시체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때, 코린은 볼 수 있었다.

엄청난 두께의 기둥 같은 것이 빗줄기 뒤의 흐릿한 땅을 부스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반원을 땅으로 내리 꽂히는 모습을


콰아아아아앙!!!!!


직경이 7미터 이상은 될 듯 한 거대한 기둥이 땅을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코린이 말을 달리면서도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가, 가이아 웜?”

“코린경 더 힘껏 달려요!!!”


바란은 코린을 향해 소리치면서도 날카로운 눈으로 그 거대한 마수를 노려봤다.


황무지의 재앙, 가이아 웜.

아까 천막에서 베이모스에 이어 만나지 말아야 할 위험 요소 2위로 꼽았던 놈이었다.

평소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머물지만 비가 오면 무슨 이유에선지 땅 위로 올라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난폭하게 집어 삼켰다.

전체적으로 지렁이를 닮은 긴 기둥모양으로 지름은 7~10미터, 길이는 거의 100미터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앞 쪽에 있는 거대한 원통 모양의 입에는 여러 겹의 뾰족한 이빨들이 톱니처럼 붙어있어 황무지의 땅들을 쉽게 부수고 물고기가 물을 헤엄치듯 황무지의 땅 속과 땅 위를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했다.

10년, 2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놈들로 바란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가이아 웜이 하필이면 지금 땅 속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앞의 마수들은 아마도 그걸 피해 도망가고 있던 놈들이었을 것이다.

가이아 웜에 대한 대비책은 간단했다.

황무지 군데군데에 위치한 암석으로 된 바위산들로 도망가면 가이아 웜은 쫒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문제는 말의 속도보다 가이아 웜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

그래서 바란은 천막에서 일행들에게 가기아 웜을 만나게 되면 빠르게 두 명이 한 마리의 말을 타고 남은 말을 미끼로 삼아 근처의 바위산으로 달려가라고 얘기했었다.

지금 자신의 가까이에는 소나가, 다말은 코린의 앞 쪽에 달리고 있었다.


“다말!!!! 코린 경의 말로 갈아타고 오른 쪽으로 가!!!!”


다말이 자신의 말을 잠시 멈추고 코린의 말로 뛰어올라 오른 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바위산 쪽으로 달리는 것을 본 후 바란은 자신의 말을 잠시 멈춘 후 소나의 말로 뛰어 소나의 뒤 안장에 바로 앉았다.

소나는 앞으로 밀착해 바란이 앉을 공간을 마련해줬다.

그리고는 전속력으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가이아 웜은 마수들의 시체가 있던 공간의 땅을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마수들의 시체는 대부분 그 기둥과 함께 땅으로 함몰되고 나머지는 주변으로 튕겨나갔다. 그 기둥은 끝없이 땅으로 들어가고 있었지만 먼 쪽의 올라오는 곳에서는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버려진 다말과 바란의 말은 잠시 제자리에서 서성거리다 무엇을 느꼈는지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잠시 서성이던 사이 가이아 웜의 표적이 된 후였다. 어느새 땅을 뚫고 올라온 가이아 웜이 아치를 만들며 바란의 말을 향해 내리 꽂혔다.


콰아아아아앙!!!!!


바란의 갈색 말은 때마침 달리기 시작하여 입 안으로 삼켜지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내리꽂히는 가이아웜의 충격파로 부서지는 땅과 함께 공중으로 튀어 올라 바닥으로 애처롭게 내팽개쳐졌다. 달리는 말 위에서 그 모습을 보며 바란은 이를 악물었다.


“미안하다. 후치.”


먼 전방의 비 사이로 낮은 바위산이 작고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소나가 외쳤다.


“우리를 쫒아오는 것 같지는 않아!!! 다말과 코린경 쪽으로 갔을까?!!”


바란도 그렇게 생각했다.


“모르지요.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그때 저 멀리 전방의 바위산 부근의 땅에서 무언가 솟아올랐다가 땅 속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바란은 순간 등줄기가 뻣뻣해지는 느낌이었다.

또 한 마리의 가이아 웜이었다.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바란!!!!”


소나가 소리쳤다.

바란은 이를 악물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코린과 다말이 간 바위산 쪽으로 갈 수는 없었다. 아까의 가이아 웜이 간 방향을 모르는 이상 앞뒤로 둘러싸일 가능성이 있었다.


“왼쪽으로 갑시다!!!”


그 말에 소나는 지체 없이 말머리를 왼쪽으로 틀어 말을 왼쪽으로 달렸다.

하지만 말머리를 돌린 앞쪽에는 아무런 바위산도 보이지 않았다.

소나는 힐끗 바란을 봤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허리를 잡는 바란의 무게를 느끼며 그저 앞으로 달려갈 뿐이었다.


오른 쪽 후방 빗줄기 사이로 희미하게 가이아 웜의 거대한 몸체가 땅을 부수며 내려갔다 다시 솟구치며 점점 자신들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땅을 부수는 몸체는 손으로 가릴 수 있을 만큼 작았다가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거리는 이제 100미터 안쪽까지 좁혀졌다.

두께가 족히 10미터는 될 법한, 아까의 가이아 웜보다 더 거대한 놈이었다.

땅 속에서 솟구쳐 올라 20~30미터 앞의 땅으로 내리꽂히면 잠시 후 50미터 쯤 앞의 땅 속에서 다시 튀어나왔다. 그런데도 뒤쪽 구멍으로 들어가는 몸통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소나는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바란이 무언가 얘기를 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바란은 전방만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중이었다.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나가 소리쳤다.


“바란!!!”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조금만 더!!!”


아무것도 없는 전방으로 더 달려가면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소나는 바란을 믿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말을 달려갔다.

바란은 이제 뒤쪽 가이아 웜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쿠와앙!!!


굉음과 함께 땅을 부수고 들어간 가이아 웜이 지척에서 보였다. 그리고 2,3초 후 10미터 후방에서 땅을 부수며 가이아 웜의 거대한 몸체가 튀어올라 높이 솟아올랐다.

위로 치솟아 오른 가이아 웜의 거대한 몸체가 거대한 신전의 기둥처럼 보였다. 가이아 웜의 그림자가 주변을 온통 가려버린 것이 느껴졌다.

그 거대한 몸체는 마침내 반원을 그리며 소나와 바란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아앙!!!!!!!


그 짧은 순간 바란은 힘을 주고 있던 팔로 소나의 허리를 들어 그 허리에 발을 대고는 말 앞 쪽으로 튕겨 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은 그 반동으로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 앞쪽으로 튕겨 날아가며 소나는 간발의 차로 자신이 가이아 웜의 강하 영역을 벗어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 조각들과 흙먼지가 폭발하듯 비산했다.

그 충격파에 소나는 땅에 닫기도 전에 공중으로 날려져 버렸다.

작은 돌멩이들과 모래들이 소나의 몸을 때렸지만 마갑을 입고 있었기에 다행히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 순간 소나의 눈은 더 날카로워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었지만 소나의 눈은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다.

공중으로 내팽개쳐졌다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몸을 둥글게 말아 데굴데굴 굴렀다. 몇 바퀴를 굴러서야 힘을 상쇄하고 일어날 수 있었다.

뒤쪽에 가이아 웜의 거대한 동체가 땅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란은 보이지 않았다.


“바란!!!!”


소나는 검을 뽑았다. 이제 다시 튀어나올 가이아 웜에게 뭐라도 해봐야 했다.

신경이 칼날같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난 후에도 가이아 웜이 땅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끼고는 그제야 소나는 지금 서있는 이곳에 비가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10여미터 앞의 가이아 웜이 들어가고 있는 곳은 비가 오고 있는데 소나가 서 있는 곳은 비가 오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땅에 경계선이 있는 듯, 일정한 경계 안으로는 비가 오지 않고 있었다. 그 보이지 않는 경계면 안쪽으로는 풀 한포기 보이지 않았다.

소나는 중얼거렸다.


“안바이람...”


그제야 소나는 바란이 천막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베이모스를 제외한 일반적인 마수들은 절대 안바이람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걸 생각한 거였구나.”


그때, 굉음을 내며 가이아 웜의 거대한 동체가 땅에서 솟아나왔다.

비가 오고 있는 영역, 안바이람의 바깥 족이었다.

소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세를 낮추고 검을 들어 그 쪽을 바라봤다.

지상으로 천천히 올라온 가이아 웜의 동체는 50미터 정도를 올라가더니 믿을 수 없게도 그 상태로 멈춰 버렸다.

시야의 반을 가려버리는 압도적인 몸체. 직경 10미터는 될 법한 검은 동공, 가이아 웜의 거대한 주둥이가 소나를 향해 있는 체였다.


톱니처럼 박혀 있는 거대한 이빨들이 소나의 눈에 뚜렷하게 보였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빨 하나하나가 뾰족하고 거대한 바위처럼 보였다. 그 거대한 주둥이가 살짝 오므려졌다 펴지는 모습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소나에게는 마치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나를 향해 안바이람으로 들어갈지 어떨지를...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괴물이 자신을 식사로 할지말지를 고민하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두려웠다. 하지만...

소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기합을 내질렀다.


“챠핫!!!!”


그 순간 소나의 장검위로 선명한 붉은색 빛이 뿜어져 나갔다. 장검의 날 위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덧씌워져 있었다.

오러였다.

지금 소나의 실력으로는 오러를 유지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1분 정도임을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뭐라도 해야 했다.

가이아 웜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꿈틀거림을 멈추고는 살짝 동체를 뒤로 뺐다.

그리고는 소나를 향해 급격히 돌진했다. 아니, 하려 했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충격파에 소나는 균형을 잃고 뒤로 튕겨나가 뒹굴었다.

급히 고개를 들어 앞을 봤을 때, 소나는 처참하게 산산조각난 가이아 웜의 동체를 볼 수 있었다.

아까 전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모습은 상상할 수 없게도 앞 머리였던 부분은 사방으로 흩어져 남은 으깨진 잔해만이 땅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남아있는 땅 위로 올라와 있는 녀석의 몸통 부분은 격렬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무슨?”


그때, 가이아 웜의 사체 사이에서 그 녀석이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황금빛 갈기 사이로 선명한 붉은 안광이 소나를 향했다.

황금빛 갈기와 박쥐날개를 지닌 거대한 사자, 베이모스였다.


“베이모스...”


소나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어느새 몸을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저 붉은 눈을 본 후 부터인 것 같았다. 사냥감을 공포에 빠트리는 베이모스의 마안, 소나는 그 사실을 떠올렸지만 한번 떨리기 시작한 몸은 잘 진정되지 않았다.

녀석은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왜인지 모르지만 웃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놈은 몸을 살짝 구부려 소나 쪽으로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소나는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무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베이모스가 몸을 날리려는 그 순간, 베이모스 뒤 쪽의 가이아 웜의 사체에서 바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선명한 황금빛 오러가 씌워진 곡도로 베이모스의 왼쪽 날개를 갈랐다. 베이모스의 왼쪽 날개가 3분의 1쯤 찢어지며 튀어나가던 베이모스가 균형을 잃고는 소나에게 가지 못하고 왼쪽방향으로 날아가 땅에 처박혀 뒹굴었다.

놈의 거대한 몸체가 자신의 오른쪽 어깨 너머로 뒹구는 것을 보고서도 소나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때, 앞쪽의 바란이 소리쳤다.


“소나아가씨!!! 빨리 이쪽으로!!!!”


소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바란 쪽으로 뛰어갔다. 그 사이 일어난 베이모스는 표효를 지르며 다시 두 사람에게로 날아들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바란은 소나의 뒤로 날아드는 베이모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베이모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바란을 향해 파리를 잡듯 앞발을 휘둘렀다.

바란은 그 짧은 순간 곡도를 베이모스의 눈을 향해 던지고는 그 반작용으로 속도를 늦췄다.


덕분에 타이밍을 놓친 베이모스의 거대한 발톱이 바란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

눈에 곡도가 꽂힌 베이모스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흐워어어어어어엉!!!!!!!!!


그 사이 베이모스의 발을 디딤대로 다시 뒤로 몸을 날린 바란은 소나를 옆구리에 끼고는 으스러진 가이아 웜의 사체 사이로 몸을 날렸다.

질척한 가이아 웜의 체액 속으로 망설임 없이 파고들더니 입구가 으깨진 녀석의 내장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소나는 고약한 냄새와 끔찍한 감촉에 소나는 진저리를 쳤다. 끈적끈적하고 미끈미끈한 벌레의 체액이라니.

내장 안은 직경 5,6미터의 동굴 같았다. 주변엔 온통 정체를 알 수 없는 진득한 체액들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 소화액일 듯했다.

땅속에 박혀있는 부분이라 경사가 급격히 기울어졌다.

바란은 소나를 안고 내장의 체액 위로 미끄럼을 타며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아으윽, 이건 정말.”


소나는 끈적하고 미끈한, 끔직한 느낌에 눈도 뜰 수 없었다. 배짱이 있고 없고를 떠나 정상적인 여자가 견뎌낼 수 있을만한 느낌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미끄러져 내려가던 바란은 소나의 검을 잡고는 아래의 내장에 박아 넣었다.

그 검이 지지대가 되어 내려가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몸이 아래로 훅 쏠렸지만 바란의 근력은 가볍게 그 관성을 견뎌냈다.

한 손으로 검에 매달리고, 다른 한 손으로 소나를 안은 채 바란은 입을 열었다.


“용서하십시오. 소나아가씨.”


바란의 사과하는 목소리에 머리로는 괜찮다고, 이게 최선이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소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살아온 중 가장 더럽고 끔찍한 기억인 것 같았다.

잠시 그렇게 매달려 있는 동안 소나는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살며시 떴다. 어차피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감으나 뜨나 똑같기는 했다.

그리고, 그제야 소나는 바란에게 완전히 안겨있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내장에 닿아있는 부분은 바란이 몸으로 받치고 소나는 바란의 몸 위에 얹혀 있는 상태였다. 문득 바란의 몸 상태가 어떨지도 걱정이 됐다. 그래서 바란에게 괜찮냐고 물으려는 찰나. 가이아 웜의 몸이 갑자기 위쪽으로 훅 상승했다.

검에 매달려 있던 바란과 소나의 몸이 아래쪽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이건.”


가이아 웜의 몸이 훅 훅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마도 베이모스가 몸체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전설의 마수다운 엄청난 힘이었다. 땅에 박혀있는 가이아 웜의 동체를 힘으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바란은 몸을 뒤쪽으로 뒤집으며 소나를 등에 업었다.


“아가씨 뒤를 꼭 잡고 계셔야 합니다.”


소나가 자신의 등에 매달린 것을 확인하고는 바란은 검이 박혀 있던 부분의 아래쪽에 왼손을 푹 박았다.

몇 번 흔들어 지지하는 느낌을 시험하고는, 오른 손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작게 기합을 넣는 순간 찬란한 황금빛 오라가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내장 안이 환하게 드러났다.


바란은 그 검을 내리쳐 내장 벽을 잘라내며 가이아 웜의 내장 바깥쪽으로 파고 나가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 바란이 놈의 몸체를 뚫고 나갔을 때, 다행히도 아직 가이아 웜의 몸체가 완전히 땅위로 나가지 않았을 때였다.

바란은 옆쪽의 땅도 오라를 이용해 뚫어 버리고는 땅굴을 파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5미터쯤 파고 들어가서야 바란은 소나를 안고 가만히 웅크리고 앉았다.


잠시 후 가이아 웜이 채우고 있던 구멍 안으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베이모스가 가이아 웜을 완전히 땅에서 끌어낸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구멍 안에서 머물러 있었다. 숨도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긴장된 시간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바란이 마침내 속삭이며 입을 열었다.


“이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군요. 하지만 조금 더 이곳에 있는 것이 낫겠지요.”


소나는 바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새삼 자신이 바란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기도 했다. 문득 바란에게 오랜 시간 안겨 있었다는 것이, 그리고 지금도 바란이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그, 그럼 조금 떨어져 있지.”


바란도 그제야 그것을 느꼈는지 당황하며 소나에게서 손을 뗐다.


“아, 죄송합니다. 아가씨.”


소나는 입을 오물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심장소리를 들킬까봐 떨어지라고 한 것인데 막상 떨어지니 무언가 마음이 허전했다. 다시 붙어 앉자고 해볼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자신은 어딘가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 베이모스의 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있으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근데 그러면 안 되나?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소나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무언가 다른 말을 꺼내야 했다.


“그, 아까 보니 오러를 사용할 수 있던데 어떻게 된 거야? 오러를 사용하는 수인이라니 상상도 못했어. 제대로 된 연공법을 배웠어야 할 텐데?”

“아, 그건...”


바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당황한 게 아닐까 생각됐다. 당연한 일이었다.

마나 연공법은 국가에서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는 국유 재산이었다. 최상위 귀족들이나 국가에서 인정받은 기사단에 들어간 기사에게만 전수하는 국비. 하급 귀족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기사인 코린 조차도 마나 연공법은 기사단에 들어오고 나서야 접하게 됐다.


게다가 오러라니.

연공법을 전수받은 사람 중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오러를 다룰 수 있었다. 아사롬 전체를 뒤져봐도 10명이나 될까. 천부적인 재능과 오랜 시간의 뼈를 깎는 노력이 없으면 이를 수 없는 경지가 바로 오러였다.

어린 시절부터 연공법을 익힌 자신마저도 오러를 구현한지는 이제 겨우 4년, 그나마도 1분 정도 유지하는 것이 한계였다. 그런데 바란이 오러를 구현할 수 있다니. 그것도 숨 쉬는 것처럼 가볍게.

그 찬란한 황금빛 오러는 미리온의 계승자들이 미리온을 입은 채 내뿜은 것이라 해도 믿겨질 정도였다.


“이거, 치명적인 비밀을 아가씨께 들켰군요. 설마 신고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 말에 소나는 피식 웃었다.


“진심으로 하는 얘기는 아니겠지?”


잠시 바란은 침묵을 지켰다.

소나는 바란이 다시 얘기를 시작하기를 말없이 기다렸다.


“사실 전부터 얘기하려 했었습니다. 단지, 이런 얘기를 꺼낼 기회가 잘 없더군요. 저는 연공법을 소레스님께 배웠습니다.”


상상도 못했던 이름에 소나의 눈이 순간 확대됐다.


“소레스님이라면, 설마?”

“예, 아가씨의 스승님이시죠. 동시에 저의 스승님이시기도 하구요.”

“어, 어떻게?”


바란은 다시 침묵했다.

아마 어디서부터 얘기할지 생각을 더듬고 있는 것 같았다.

소나는 입이 바싹 타는 듯했다.

그녀의 존경하는 스승이자, 부친의 죽마고우. 그리고 결국 부친인 프시바크 공작에 의해 처형된 사람.

그 이름이 바란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아가씨가 어제 말씀하셨죠. 저와의 첫 만남에 대해서.”

“그래, 그랬지.”

“그 자리에 소레스님도 같이 계셨다는 걸 기억하고 계십니까?”

소나는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열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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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1(재업) 19.04.02 429 6 42쪽
44 4부 쿨론 요새-27 (로가-3) +3 19.03.27 654 22 12쪽
43 4부 쿨론 요새-26 (로가-2) +2 19.03.26 546 19 15쪽
42 4부 쿨론요새-25 (로가-1) 19.03.25 528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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