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이계 표류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새글

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6.18 06:0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46,702
추천수 :
841
글자수 :
452,583

작성
19.04.09 09:24
조회
138
추천
2
글자
19쪽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9(재업)

DUMMY

친구가 옆에서 웃고 있었다.

갈색머리가 찰랑거리는 장난기 넘치는 소년의 모습으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 꿈을 나눴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치고, 사고를 쳐도 유쾌하며, 그러면서도 진중해야 할 때 진중할 줄 아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보다도 더 멋졌던 친구.


그 친구를 아주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또 질투했었다.

어린 시절에 잠시 질투했었던 감정은 곧 사라지고 세상 누구보다 이 친구를 좋아한다라고 느끼게 되면서, 이 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다른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함께 웃고 함께 검을 익히고 책을 읽고 뜻을 나눴던 그 모든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기를 신께 기도했다.


그런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친구를 돌아봤을 때 친구는 갑자기 나이든 중년의 모습이 되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모습이었다.

친구는 눈물처럼 피가 줄줄 흐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약속을 지킬 수 있겠나?”


대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친구는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며 무엇이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지만 그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잠을 깼을 때 프시바크 공작가의 공작 도우즈는 자신이 집무실의 의자에 앉아 잠시 졸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허탈한 기분에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몸을 젖힌 채 앉아있었다. 그때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흠 흠.”


고개를 돌려보니 집사인 도레온이 난처한 표정으로 집무실 문 옆에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군. 깨우지 그랬나.”


도우즈는 빙긋이 웃으며 집사 도레온에게 말했다. 여전히 눈물은 닦지 않은 상태였다.

도레온은 그런 자신의 주인을 감히 볼 수 없다는 듯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방금 왔습니다. 공작님께서 피곤하셔서 제가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으신 것뿐이지요.”


도우즈는 이 사려 깊은 집사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헌데 무슨 일인가?”


도우즈 공작의 말에 집사 도레온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가씨가...돌아오셨습니다. 지금 거실에서 공작님을 만나고 싶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레온의 말에 도우즈는 잠시 그게 누구를 얘기하는 건지를 생각해야 했다.

그러다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말했다.


“아가씨...소나를 말하는 겐가? 그 아이가 집으로 와서 나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그 말에 도레온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예 주인님. 그렇습니다.”


도우즈 공작은 알 수 없는 기분에 몸을 다시 의자에 푹 기댔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무슨 이유인지는 얘기하지 않던가?”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표정이 무척 심각하고 다급해 보이시긴 했습니다.”


친구를 자신의 검으로 죽여야 했던 잔인했던 그 날 이후로 도우즈 공작은 딸 소나와 어떠한 종류의 대화도 해 볼 수 없었다. 소나는 자신의 아버지 도우즈 공작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바라보지도 않았으며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었다.


그런 소나를 도우즈 공작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딸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자기 스스로도 그런 취급을 당해도 싸다고 생각할 만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소나가 자신을 만나러 찾아오다니.

기분이 묘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어쩌면 꿈속에 찾아온 그 친구는 그것을 말해주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일단 가보기로 하지.”


몸을 일으키며 도우즈 공작은 옛날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소나가 어렸을 적, 친구인 소레스와 관계가 멀어지고 있던 즈음의 그 일을.


대 스승은, 그 분은 그렇게 얘기했었다.

소나는 왕비가 될 운명을 타고났다고.

도우즈는 그 분의 예언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의심하기 싫었던 건지도 모른다.

자신의 딸이 왕비가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도우즈는 그 이후로 아무에게도 그런 사실은 얘기하지 않은 채 왕자들을 주의 깊게 살펴봤었다.

그리고 첫째 왕자인 시라임이 매우 자질이 뛰어나고 비교적 인성이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시라임 왕자의 개인 검술 스승이 되어 그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며 왕자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옆에 있다 보니 시라임 왕자에게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됐기에 도우즈와 시라임 왕자는 더 끈끈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시라임 왕자와 소나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시라임 왕자가 황제가 된다면 어쩌면 자신이 죽인 친구인 소레스와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도우즈는 오래전부터 꾸고 있었다.


“어쩌면...”


도우즈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도레온은 도우즈를 바라봤다.


“예?”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네. 어쩌면 오늘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일지도 모르겠구만.”


그 말에 집사 도레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꼭 그렇게 되실 겁니다.”


도레온의 반응에 도우즈가 오히려 놀라 다시 물었다.


“응? 뭐가 말인가?”

“아가씨가 이제라도 공작님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화목한 가정이 되는 그런 날이 꼭 올 겁니다. 저는 믿고 있습니다.”


작은 눈으로 눈물을 글썽거리는 도레온의 말에 도우즈는 쓰게 웃었다.


“아아, 그래. 나도 그렇다네. 꼭 그랬으면 좋겠군.”


하지만, 도우즈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겠지라고.


딸의 어려움을 이용해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는 아버지를 소나는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만나기 전부터 소나가 매우 어려운 부탁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못된 아버지가 아닌가. 아마 이런 아버지를 증오하겠지.

하기야 친구를 희생시킨 죄 많은 인간이 딸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라도 친구와의 약속을 지킬 수만 있다면 그래도 이 죄 많은 삶에 의미가 있었던 것이겠지.

그는 그렇게 자조했다.


계단을 내려가 거실로 내려간 도우즈는 어느 샌가 훌쩍 커버린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차가워 보이지만 전보다 훨씬 깊이 있어 보이는 눈을 갖게 된 장성한 딸의 모습을.

그 모습을 보며 울컥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도우즈는 마음속으로 미리 딸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사랑하는 내 딸아.’


바란이 대량 살상을 일으킨 지 8일, 시후 지방청으로 걸어 들어가 자수한지 3일만의 일이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아사롬의 6공작 중 가장 무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으라면 10중 8,9명은 지금도 이미 세상에 없는 크리탈린 라 소레스의 이름을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살아있는 사람 중 한 명을 뽑는다면 6공작가의 프시바크 라 도우즈 공작이나 제파이 라 쿠데 공작, 또는 황실 근위대장인 투르파 루 포테인 백작을 말하겠지만, 누구도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갖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아사롬 사람들에게는 지금도 크리탈린 공작이 갖는 위명이 컸다.

150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대현자 라스푸이가 무크란 제국의 맹장 황금의 매 척 쥬스킨에 대항할만한 실력자로 꼽은 4인 중 한 명에 들어갔던 것이 아사롬 국민들에게는 큰 자부심이었던 것이다.


정작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소레스는 얼굴 한 번 본적도 없는, 심지어 검 한번 들어보지 않았을 마법사 늙은이가 검사를 평가하는 건 웃기는 일이라며 신경도 안 쓰긴 했지만.

아사롬 사람들에게 크리탈린 라 소레스 공작이 남긴 여운은 이토록 진하고 선명했다.


현재 아사롬에서 가장 강한 검사를 뽑는 일은 사람들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겠지만, 가장 강력한 공작가를 꼽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10명 중 10명이 모두 코모티 공작가를 꼽을 것이기 때문이다.


6공작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세력을 갖고 있는 코모티 공작가는 에피제임의 속국이 된 후로 제1 공작가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에피제임의 침공 당시 마지막 방어선에서 소하라의 본 궁을 방어하던 코모티 공작가는 전세가 기울어지자 별다른 저항 없이 에피제임에게 항복했고, 그런 후로 에피제임과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며 아사롬의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에피제임의 속국일 당시 복국운동을 전개했었던 테라 루 마르카 백작은 그런 코모티 공작가를 에피제임의 개라고 부르며 기르던 개에게 물리지 않았다면 아사롬은 에피제임에게 정복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테라 루 마르카 백작은 코모티 공작가의 사병들에게 잡혀 처형당했었다.


그런 코모티 공작가의 저택은 궁정만큼이나 거대했다.

붉게 칠한 높고 두터운 외벽을 지나면 넓은 연무장과 호위병이나 사용인들이 거주하는 3층으로 된 별관이 존재했고, 그 건물을 지나면 다시 넓고 아름다운 정원과 그 정원을 바라보는 가신들이 거주하는 4층 건물, 그리고 그 건물을 넘어가면 큰 호수와 주변의 아름다운 숲, 그리고 그 호수를 내려다보는 언덕위에 5층으로 된 본관 건물이 서 있었다.

담장 안으로도 마차를 타고 이동해야 할 만큼 넓은 저택이었다.


그 본관에서도 2층에 있는 코모티 공작의 집무실은 화려한 금빛 장식들로 가득했다. 얼핏 황금의 성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화려한 집무실 안에서 코모티 라 츄데이라 공작은 자신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검은 옷의 남자에게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래? 프시바크 공작가의 미인 딸내미가 돌아왔어? 프시바크 공작이 신났겠구만.”


머리를 숙인 채 검은 옷의 남자가 대답했다.


“예, 아마 근시일내로 시라임 왕자와 결혼을 발표할 것 같습니다.”

“흐음...그 딸이 그렇게 말 잘 듣는 딸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조사한 바로는 시후에서 체포된 바란이라는 수인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란이라면...몇 년 전에 마갑을 입은 무사들을 모두 꺾고 무투대회에서 우승했던 그 수인 말인가? 그 프시바크 딸내미가 고용했었던?”

“예, 그 바란이라는 자가 얼마 전 시후에서 노예 사냥꾼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후 지방령에 구속된 상태더군요.”

“흠, 그래?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그 정도 사건은 그 딸내미 혼자서도 무마할 수 있을 텐데?”

“그게...살해당한 노예 사냥꾼들이 1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3개 집단의 노예사냥꾼들이 거의 학살당했다는군요. 그 안엔 마갑을 사용하는 자들도 있었구요. 그래서 시후에서는 그자를 갈색 베이모스라고 부른답니다. 수인족이 그런 대량 살상을 일으켰으니 그리 쉽게 무마할 수 없겠지요.”

“허어.”


그 말에 코모티 공작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턱수염을 매만졌다.


“마갑을 입은 자들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 자들을 혼자서 쓸어버렸다. 대단하구만. 역시 그때 포섭했어야 했는데.”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빛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수인족을 구하기 위해 의절했던 아버지에게 돌아와 결혼을 결심했다는 건 이상하군. 수상한 냄새가 나. 좀 더 자세히 조사해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프시바크 공작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코모티 공작은 몸을 뒤로 젖히며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비릿한 미소와 함께.


“놔두게. 당분간 프시바크 공작이 자기 세상이라고 느끼도록 해주자고. 그래야 몰락했을 때의 좌절이 더 큰 거 아니겠나? 그리고...키샤스는 뭐하고 있나?”

“둘째 공자님께서는 여전히 검술 수련에 매진 중이십니다.”

“키샤스에게 그 바란이라는 수인에 대한 얘기를 해주게. 가서 데리고 오라고 말이지.”


그 말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살짝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둘째 공자님이라도...위험하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코웃음을 친 코모티 공작이 말했다.


“누가? 둘째가 말인가? 이미 미리온을 물려받은 둘째가 위험하다고?”


그리고는 지그시 검은 옷의 남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자네 세대들은 미리온을 실제 볼 일이 없었겠지. 알아두게나. 미리온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미리온은 보석안을 각성한 선택받은 자들 중에서도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초인들만이 착용할 수 있네. 그 재능과 노력을 모두 갖춘 초인들이 미리온을 가동하는 순간 인간 100명이 아니라, 마갑을 입은 기사 100명을 상대할 수 있게 되지. 일반 무사들의 숫자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네. 마갑 입은 자를 포함해 수백 명을 죽였어? 허허허. 걱정 말고 전하게나.”

코모티 공작은 웃었다. 자신의 자랑인 둘째 아들이 들려줄 좋은 소식을 기대하며.






알고 있었다.

공작가의 여식으로 태어나 언젠가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결혼을 하게 될 거란 걸.

또한 알고 있었다.

내가 결혼을 해야 한다면 그 결혼은 나의 아버지가 내 스승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거라는 걸.

그래서 언젠가 그때가 되면 의연하게 받아들이리라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땐 알지 못했다.

내 차가운 가슴에 이렇게 뜨거운 불덩어리 하나가 들어설 줄은.

그래서 다른 누군가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가슴이 메어지는 일이 될 줄은.

이렇게 아프고 그리운 일이 될 줄은.


마지막 단 한번만이라도

그가...보고 싶다.





바란은 눈을 감은 채 감옥 안에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3주째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바란을 보며 다른 죄수들과 간수들은 역시 갈색 베이모스는 다르다며 수군거리곤 했다.


바란은 현재 심안을 통해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관조하는 중이었다. 눈을 감았지만 시후 지방령 건물의 모든 것이 바로 앞에서 눈으로 지켜보듯 생생히 느껴졌다.


노예에서 벗어난 이후로 3년간 너무나도 바쁘게 움직이느라 긴 시간 명상을 할 여유가 없었던 바란에겐 지금 이런 시간들이 너무도 귀중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한 단계 벽을 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때 바란의 감각에 말을 탄 사람 하나가 지방령의 정문 앞을 지나 급하게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문지기들에게 말 한마디로 정문을 통과하여 말을 세우고는 황급히 지방령 본관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곧 툴카 남작의 집무실로 들어가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뭐라고 보고를 했고 그 얘기를 들은 툴카 남작은 펄쩍 뛰며 매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매일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던 지방령에 무언가 새로운 소식이 들어온 것 같았다.

바란은 감옥 밖이었다면 물어보러 가고 싶을 만큼 궁금해졌다.


툴카 남작은 그 후로도 본관 집무실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던 병사들에게 무어라 명령을 내리는 듯했다. 병사들은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몸을 움직였다. 그 병사들이 움직이는 방향은 감옥 쪽이었다.


‘혹시 나와 관련된 일인가?’


바란은 천천히 눈을 뜨고 곧 병사들이 올 복도 쪽을 바라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를 달려온 병사들이 바란을 보며 말했다.


“바란, 나와라. 영주님께서 찾으신다.”


바란은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나 병사들을 따라 복도를 걸었다.

병사들을 따라 들어간 영주의 집무실에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의 툴카 남작이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바란을 기다리고 있었다.


“죄인 바란을 데려왔습니다.”


툴카 남작은 대답도 하지 않고 바란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에 궁금했던 바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남작님?”


바란은 무척 궁금했다. 사형 명령이 내려왔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무슨 일로 자신을 부른 건지.

툴카 남작은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이를 악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네놈 석방이다. 당장 여기서 나가라.”


그 말에 바란이 오히려 당황했다. 난데없이 무슨 말인가.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바란의 말에 툴카 남작이 성질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석방이란 말이다!!! 당장 나가라니까!!!”


바란은 그런 툴카남작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왜입니까?”


툴카 남작은 옆에 책상에 놓여있던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나가라면 나갈 것이지 왜 말이 많아!!! 네놈이 나를 놀리는 게냐?!!!”


바란은 그런 툴카남작을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바라봤다. 그러자 그런 바란을 바라보며 잠시 후 흥분을 조금 가라앉힌 툴카 남작은 씩씩거리며 다시 말했다.


“우리 시라임 황태자 저하께서 프시바크 가의 소나아가씨와 결혼을 하신단다. 그래서 국가 적 경사를 기념하는 특별 사면으로 너를 풀어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운 좋은 놈 같으니.”


순간 바란의 머리가 멍해졌다.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다시...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툴카 남작이 울컥 하더니 다시 소리를 질렀다.


“특별 사면이란 말이다!!! 그 말이 그렇게 다시 듣고 싶더냐!!!”


그러나 바란이 멍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아니, 그 전에 누가 누구랑 결혼한다고...?”


그러자 폭발한 툴카 남작이 절규했다.


”우아악!!! 황태자 저하께서 소나아가씨와 결혼을 하셔서 특별 사면령이 내렸다고!!! 이 천한 수인놈이!!! 정말 죽고 싶은 게냐!!!!”


바란은 잠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 힘을 한 번 훅 주니 몸에 감겨 있던 밧줄이 팡 터져 나갔다.

툴카 남작과 주위에 서있던 병사들은 난데없는 폭발에 기겁해서는 주변으로 자빠졌다.


“언제입니까?”


그제야 바란이 어떤 존재인지 기억난 툴카 남작이 바짝 쫄아서 대답했다.


“뭐, 뭐가 말이냐?”

“그 결혼식이 언제입니까.”

“아 그 성자 휴마그의 날인 11월 37일에 한다고 했으니 50일쯤 남았는...데?”


바란은 곧 몸을 날려 지방령의 본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나를 만나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본관 건물의 오른쪽 구석에 있는 마구간으로 달려가 매여 있던 말 한 마리를 타고는 지방령 건물 밖으로 말을 달려 나갔다. 마구간에 있던 병사들이 뭐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정문을 지키는 병사들도 놀란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펼쳐진 황무지 위로 모래를 머금은 바람이 말을 달리는 바란의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메마르고 날카로운 모래 바람에 심장이 서걱거리는 듯했다.

바란의 지난 행동을 탓하듯 온몸을 때리는 바람을 가르며 바란은 그때를 기억했다. 소나를 처음 봤던 그때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 표류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4 19.06.08 114 0 -
59 5부 카 네아 5 NEW 5시간 전 37 0 12쪽
58 5부 카 네아 4 19.06.16 94 3 13쪽
57 5부 카 네아 3 +2 19.06.13 122 2 14쪽
56 5부 카 네아 2 19.06.11 129 3 23쪽
55 5부 카 네아. 19.06.09 157 2 17쪽
54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10(재업) 19.04.10 165 2 25쪽
»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9(재업) 19.04.09 139 2 19쪽
52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8(재업) 19.04.08 155 2 37쪽
51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7(재업) 19.04.04 167 1 30쪽
50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6(재업) 19.04.04 152 1 25쪽
49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5(재업) 19.04.03 180 1 38쪽
48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4(재업) 19.04.03 173 2 34쪽
47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3(재업) 19.04.02 200 2 18쪽
46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2(재업) 19.04.02 227 2 38쪽
45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1(재업) 19.04.02 350 3 42쪽
44 4부 쿨론 요새-27 (로가-3) +3 19.03.27 577 19 12쪽
43 4부 쿨론 요새-26 (로가-2) +2 19.03.26 476 15 15쪽
42 4부 쿨론요새-25 (로가-1) 19.03.25 454 14 11쪽
41 4부 쿨론 요새-24 (지하-3) 19.03.24 447 13 12쪽
40 4부 쿨론 요새-23 (지하-2) 19.03.23 459 11 11쪽
39 4부 쿨론 요새-22 (지하-1) 19.03.22 481 12 11쪽
38 4부 쿨론 요새-21 19.03.21 490 14 15쪽
37 4부 쿨론 요새-20 (샤벨 타이거-2) 19.03.20 475 15 12쪽
36 4부 쿨론 요새-19 (샤벨 타이거-1) 19.03.19 475 14 9쪽
35 4부 쿨론 요새-18 19.03.18 493 14 20쪽
34 4부 쿨론 요새-17 19.03.17 487 12 13쪽
33 4부 쿨론 요새-16 (두번째 웨이브) 19.03.16 493 12 19쪽
32 4부 쿨론 요새-15 (관계-5) 19.03.15 513 14 10쪽
31 4부 쿨론 요새-14 (관계-4) 19.03.14 535 15 15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겨울반디'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