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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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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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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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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5부 카 네아 3

DUMMY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목격자가 워낙 많아졌거든.


그녀를 다시 만난 그 날.

하루를 온전히 그녀와 함께 보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얘기하고 입을 맞추고 몸 깊이 탐구했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

신비로울 만큼 매혹적인 목선과 어깨선,

봉긋한 가슴과 얇은 허리,

그 밑에서 급작스럽게 볼록해지는 부드러운 둔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지는 눈부신 나신의 곡선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아름다운 두 눈과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의 조화.

거기서 피어나는 나에게만 보여주는 사랑스런 표정들.

세상 모든 이에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신 같은 그녀.

그녀가 내 여자였다.


1시간이 1분만큼이나 짧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근무 준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숙소로 다시 돌아왔을 때도 나는 꿈에서 깨지 못한 듯 멍해 있었다.

그리고 동료들과 훈련을 위해 연병장을 나갔을 때, 진짜로 꿈이 덜 깬 줄 알았다.


“마이야?”


연병장 한 쪽에 그녀가 서 있었다. 그 옆에 다라와 다른 여인 몇 명과 함께.

이 전에 없던 사태에 연병장에 나온 모든 수인들이 얼빠진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마, 마이야?”

“외출도 잘 안하는 그녀가 왜 여기에?”

“다시 봐도 진짜 아름답다. 난 그녀를 4년 전에 보고 오늘 처음 봐.”


그녀는 그런 시선들이 부담스러운 듯 주변을 신경 쓰면서도 똑바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진욱, 여기서 당신이 훈련하는 걸 보고 있어도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에?”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그녀가 내게 더 다가와 속삭였다.


“난처하게 했다면 미안해요. 조금이라도 더 당신 옆에 있고 싶어서... 이젠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당신이 불편하다면 바로 돌아갈게요. 미안해요.”


조심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나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혹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조바심내고 있는 그녀를.

나는 힘껏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세상 어떤 남자가 이런 순간에 참을 수 있겠냐고.

그리고 그 순간 연병장이 뒤집어졌다.


“으아아아악!!!!”

“허억! 뭐, 뭐야?!”

“지누크 무슨 미친 짓을?!”

“안 돼! 신이시여!”

“지누크! 용서할 수 없다!”


연병장은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가 됐고 나는 거진 1년 만에 사람들의 들끓는 적의에 퐁당 빠져버린 느낌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아마 다들 그걸 기대했겠지.

마이야가 나를 밀쳐내고 내 뺨을 때리는 장면을.

하지만 주변의 모든 남자들에게는 비통하게도.

마이야는 얌전히 나에게 안겨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풀어준 후에도 붉어진 얼굴로 미소 지으며 내게 속삭였다. 고맙다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공기마저 핑크빛이 될 것 같은 그 몽글몽글한 분위기에....


그들은 절망적인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마이야와 지누크가?”

“신이시여, 대체 왜!”

“인정할 수 없다! 으흐흑!”


나는 그들을 향해 승리자의 미소를 지어줬다.

씨익.

부럽지, 자식들아?


소문이 나는 거야 너무나도 당연한 일.

곧 요새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알게 됐다.


그 후로도 그녀는 내가 하는 것들을 하나도 간섭하지 않았지만.

내 옆에서 떠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훈련 시간에는 얌전히 구석에 앉아 우리의 훈련을 지켜봤고.

쉬는 시간엔 수건을 들고 와 내 땀을 닦아줬으며.

식사 시간엔 우리 조원들의 도시락까지 싸들고 숙소를 찾아오기도 했다.


근무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는 내 옆에서 머물렀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나는 1년 만에 동료들에게 살해당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행복하다.



*************



쿨론 요새엔 의외로 인적이 드문 공간들이 많았다.

식당이 있는 4층 위쪽이라던가, 창고가 있는 지하 공간이라던가.

그 중 신입이 들어올 때를 제외하곤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 보급품 창고 안으로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들어가고 있었다.

로가였다.


로가는 요즘 자신이 제정신인지를 확실할 수 없었다.

지누크와 마이야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머리가 혼란스럽고 가슴이 미칠 듯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근데 심지어 그녀는 늘 그 모습을 봐야했다.

마이야는 늘 지누크를 만나러 요새로 왔고 로가는 그런 지누크와 같은 숙소를 쓰고 있었으니까.


마이야는 여전히 아름답고 또 선량했다.

로가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해야 하는데...

그녀를 미워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로가는 어디에 마음 풀 곳조차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 이 곳에 온 건지도 몰랐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니까.


다른 수인들은 가족들과 떨어져 노예 사냥꾼에게 잡힌 순간부터가 불행의 시작이었지만.

로가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충분히 불행했었다.

어머니를 잃고 반쯤 정신이 나간 아버지가 자신을 강간한 그 순간부터.

로가는 한 번도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처음엔 실수였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던 아버지는.

결국 술 취할 때마다 상습적으로 그녀를 강간하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성적 장난감이 되어버린 그녀는

노예 사냥꾼에게 잡히기 전부터 이미 노예와 다름없었다.


차라리 노예 사냥꾼에게 잡힌 이후가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불쌍해서 미워할 수조차 없는 아버지에게 당하는 것보단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당하는 것이 나았으니까.

사실 아무래도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로가는 자신을 강제로 범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왜인지 궁금해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그런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요새로 와 처음으로 동경하게 된 그가 강제로 그녀를 범했을 때 그녀는 오히려 행복했다.

그가 사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도.

그래서 자신이 그저 성적 놀이개에 불과하단 사실을 알게 된 후로도.

로가는 그런 그를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지금이라고 벗어났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를 더 이상 만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저 그가 로가에게 질려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게 됐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그런 사실은 한 층 더 로가의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그래도 그를 만나지 않게 된 건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벌써 몇 년 전이었는데.

왜 자신은 또 이곳에 와 있는 것일까.

로가는 그런 자신이 한심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지하 창고의 문을 열기 전 로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 때쯤.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으면 어서 들어와라. 오래 기다리게 하는 군.”


낮고 거친 목소리.

그 와중에도 그녀를 기다렸다는 그 말에 로가는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곳에 그가 있었다.

검은 호랑이 털의 수인.

수색대장 다카람이.


“왜 날 불렀죠? 마이야가 당신의 것이 아니게 되니 내 생각이 나던가요?”


로가의 날카로운 말에 다카람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 눈빛은 아까보다 훨씬 사나워 보였다.

그 상처받은 눈빛에 로가는 약간의 쾌감을 느꼈다.

자신을 버린 그 남자가 다른 이에게 버림받았다.

그 사실을 비아냥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나름 싫지 않았다.

로가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근데...사실 마이야가 당신의 것이던 때가 있기는 했나요? 내 생각엔 처음부터 끝까지 헛물만 켰던 것 같은데.”


그의 기세가 살기로 바뀌고 어쩌면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로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 꼴 보기 좋네요. 아주 한심하군요. 수색대장 다. 카. 람. 님.”

콰악!

“큭!”


순식간에 다가온 다카람이 한 손으로 로가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로가는 목의 압박에 숨이 막혀 발버둥쳤지만 그의 손을 벗어날 수 없었다.


“못 보던 사이 제법 발톱도 세울 줄 알게 됐군.”

“으윽, 이거 놔...”

“그래. 네 말이 맞다. 마이야는 내 여자인 적이 없었지. 하지만 너는 다르지. 너는 오래 전부터 내 여자였잖나. 안 그런가?”

“큭, 웃기지....”

“난 너를 잘 안다. 로가.”

쫘아악!!

그렇게 말한 다카람은 다른 손으로 거칠게 로가의 옷을 찢어버렸다.


“으윽, 안...돼.”

“흥, 웃기는 군.”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다리 사이를 거칠게 쑤시기 시작했다.


“아윽!”

“너는 이런 걸 좋아했지. 안 그런가? 강제로 범해지며 쾌감을 느끼는 더러운 년.”


로가는 절망했다.

다카람의 행동과 거친 폭언에 오히려 흥분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한참을 손가락으로 유린하던 그는 거칠게 그녀를 땅에 팽개쳤다.


“아윽!”


그리고는 그녀를 덮쳤다.

숨 막힐 것 같은 그의 무게와 손 쓸 수 없이 자신의 안으로 파고드는 그의 물건에.

로가는 무력감과 동시에 쾌감을 느꼈다.

다카람은 몇 번이고 그녀를 범했다.

그녀는 짧은 시간 몇 번이나 절정에 다다르며 자신을 놓아버렸다.

혼미해진 정신.


“자, 아까처럼 또 발톱을 세워보시지.”


로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 할 정신이 없기도 했고 말 할 것도 없었다.

몇 년이 지나 자신은 또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절망스런 사실에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래, 나는 어차피 이런 쓰레기 같은 년이었으니까...


바닥에 쓰러져 가쁜 숨만 몰아쉬는 그녀를 다카람은 거칠게 일으켰다.

그리곤 목을 잡고 들어 올려 자신의 얼굴 앞에 바짝 붙이며 말했다.


“너는 내 여자다, 로가.”


예전부터 그는 로가에게 항상 이 말을 반복시켰다.

그 행위가 두 사람을 더욱 흥분시켰었고.


로가는 인형처럼 그 말을 반복했다.


“저는 당신의 여자예요.”


그 말에 다카람이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리고는 다시 그녀를 범하던 예전과는 달리.

그는 로가에게 작은 약병 같은 것을 내밀었다.


“....?”

“이걸 그 인간 놈에게 먹여라. 음식에 타서 줘도 좋고 그냥 마시게 해도 좋다.”


그 말에 로가의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무슨....이게 대체...”

“이게 뭔지는 알 필요 없다. 그 놈에게 이걸 먹게 해라. 그러면 너는 앞으로도 계속 내 여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한 다카람은 그녀를 바닥에 팽개쳐 버리고는 약병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로가는 멍하니 그런 그의 뒷모습과 바닥에 놓인 약병을 바라봤다.


*******************



“여어 지누크, 드디어 헤어졌어?”

“....아니거든. 그 드디어는 대체 무슨 뜻이냐?”

“쳇.”


오늘만 10번 넘게 이 소리를 듣고 있다.

그간 매일 나를 보러 오던 마이야가 오늘은 오지 않았거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그녀가 오지 않은 아침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사방에서 자꾸 헤어졌냐고 물어봐대니.

진짜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근데 나는 그렇다 치고 이 자식들은 왜 난리지?

묻는 놈들마다 은근한 기대감을 갖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인간 관계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는 걸.

다 기억해 놨다. 이 자식들.


아침을 먹고 ‘헤샨’으로 가봐야겠다.

생각하면 그녀가 나를 보기 위해 오는 것이 너무 당연해졌어.

내가 연애할 때 제일 싫어했던 건데.

상대방을 위해 해주는 일이 감사한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 되는 것.

그래. 내가 배가 불렀지.

오늘부턴 나도 종종 그녀를 찾아가 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기분이 가벼워졌다.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을 먹고 있는데 메라두가 나를 찾아왔다.

메라두의 옆에는 귀엽게 생긴 작은 토로여인이 서 있었다.


“지누크.”

“여어, 메라두. 그리고 사림. 오늘은 혼자 온 거에요?”


사림은 메라두의 그녀다.

사실 미오를 좋아했던 메라두는 예전 미오가 내게 호감을 표한 후 칼같이 그 감정을 잘라냈다.

그리고는 바로 자신을 좋아해주던 ‘헤샨’의 여인과 사귀었는데 그게 바로 사림이었다.

메라두, 미오, 토반과 같은 여름 숲 일족의 여인.


뭐, 이렇게 설명하면 꿩 대신 닭 느낌이긴 한데.

내가 보기엔 미오보다 훨씬 메라두에게 잘 어울린다.

일단 외모도 엄청 귀엽고 앳된 동안인데다 성격도 여성스럽고 애교도 많다.

다소 무뚝둑한 메라두에겐 애교가 좀 많은 여자가 있는 편이 낫지.

미오는 여장부라 애교는 탈탈 털어 모아도...

갑자기 수우나가 안쓰러워지는군.

그 사랑 오래가라, 수우나.


아무튼 이제껏 다라, 마이야와 늘 함께 움직였었는데...

왜 그녀가 혼자 온 거지? 내가 진짜 뭘 잘못했나?

내가 그런 생각에 살짝 불안해할 때.

그녀가 메라두의 뒤로 살짝 숨어 내게 말했다.


“마이야 언니가 얘기를 전해달라고 했어요. 오늘은 못 올 것 같다고.”


사림은 아직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과 말할 땐 항상 친한 누군가의 뒤로 숨는다.

마이야가 함께 있을 땐 마이야 뒤에.

다라가 있으면 다라의 뒤에.

그래도 꽤 봤다 생각했는데 아직 내가 어려운가보군.


“무슨 일 있어요? 안 그래도 ‘헤샨’에 가보려던 참이었는데.”


내 말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 아니. 그건...”


나는 그녀의 곤란해 하는 표정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말했다.


“내가 가면 곤란한 일인가요?”

“그건...아니지만.”

“말하기 곤란한 일이라면 얘기하지 않아도 되요. 어차피 가서 들으면 되니까. 하지만 어차피 가서 알게 될 일이라면 지금 얘기해줘도 상관없지 않겠어요?”

“으음...”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말을 시작했고 우리는 그 얘기를 듣고는 다 같이 ‘헤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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