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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19.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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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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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부 카 네아 5

DUMMY

나는 심안으로 보고 있었다.

홀의 가장 깊은 곳에 뚫려 있는 통로를.

적어도 내 심안으로는 그 끝이 느껴지지도 않는 깊은 통로를.


나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희 여기서 많이 안 놀았던 모양이구나.”

“그게 무슨...”


아니면...없던 통로가 새로 생긴 거던가.


우리는 다 함께 통로 앞에 서 있었다.

챠크롬이란 꼬마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이, 이럴 리가. 이런 통로는 없었는데...”


그래, 그럴 것 같더라.

이제껏 없던 통로가 하필 지금 이 순간 생겼단 말이지?

짜증나네.

너무 위험해 보이잖아.


“지누크?”


메라두가 나를 바라보며 어떻게 할지를 물었다.


“빨리 들어가봐요! 지누크!”


아이를 구하는 건 뒷전. 호기심 병이 올라온 토반이 나를 재촉한다.


“........”


아무 생각 없는 치아투는 그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이걸 어째야 하나.

어둠 속에서 사람 찾는 건 또 내 전공이긴 한데 어째 기분이 엄청 찝찝하단 말이지.

이런 느낌을 무시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아무 정보도 없는 데다 굳이 사서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잖아?


문제는 이대로 돌아간다면 마이야가 힘들어 할 것 같단 말이지.

가뜩이나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을 텐데

이 이상한 동굴 얘기를 해 준다면 마음이 아파 앓아누울지도...

에이씨! 하여간 이 철없는 애새끼들 같으니!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론을 내렸다.

마이야가 아끼는 아이들이라면 나도 그리 생각할 수밖에.

뭐, 예전에 토반이 사고 쳤을 때 찾으러 갔던 내 맘도 그랬으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큰 건 사실.

내 판단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지.

어차피 어둠 속이라면 나 혼자 가는 게 편하기도 하고.


“팀을 나누자. 나는 안에 들어가서 수색해볼 테니 너희는...”

“나는 반드시 들어갈 거예요, 지누크. 그 동안 심안도 열심히 수련했다구요. 지누크도 인정했잖아요.”


토반이 강경하게 반발했다.

그래, 이 호기심 덩어리가 순순히 따를 거라 생각은 안 했다만.

그리고 심안을 열심히 수련한 것도 맞고.

눈을 감고서도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곤 토반이 유일할 걸?


나는 한 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치아투와 메라두가 챠크롬을 다시 데려다 줘.”


그러자 이번엔 치아투가 반발했다.


“나의 나타라를 두고 혼자 물러날 순 없다!”


나는 그런 치아투를 달랬다.


“물러나는 게 아냐, 치아투. 메라두 혼자 아이를 데려다 주다가 마수 떼가 나타나면 한 명은 아이를 지켜줘야지. 최소한 두 명은 필요해. 게다가 치아투 너는 심안을 익히지 못했잖아. 어둠 속을 조사하는 건 나와 토반이 더 나아.”

“그래도....!”

“그리고 데려다 준 후 이 곳으로 돌아와 기다려줘. 혹시 입구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척 분해 하기는 했지만 치아투도 결국 납득했다.

그러게 진작 심안을 좀 수련해 놓지 그랬냐.

동적인 수련은 누구보다 성실한 치아투지만 정적인 수련은 영 견디질 못해서.

그나마 마나 연공법을 성실하게 익히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 세 명은 내 진실한 절친 들이다. 다른 동료들도 친하지만 이들과는 무게감이 다르지.

그래서 이 세 명에겐 마나 연공법을 전수했다.

내가 원래 알고 있던 단전호흡법이 아닌 이 세계의 마나 연공법.


3개월 전.

오거 패밀리 타임 이후 나타난 미노타우로스.

그것에 의해 개박살 날 뻔했던 웨이브 때.

홀연히 나타나 압도적인 무력으로 우리를 구해줬던 남자가 있었다.

내가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만난 수인족이자 나를 노예로 넘겨준 그 남자.

바란이었다.


그 후, 여러 가지 얘기들을 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떠나기 전 내게 자신이 익힌 마나 연공법을 전수해줬다.

나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며.

그리고 난 그걸 이 3명에게 전수했다.

이 세계에선 절대 금기시되는

수인족이 마나연공법을 익히는 사태가 벌어진 거지.

그것도 4명이나.


아니, 바란이 따로 가르쳤을 수도 있으니 더 될 수도 있고.


그 때, 치아투는 눈물을 흘렸다.

귀족이었던 황금갈기족의 치아투가 노예까지 전락한 건 마나연공법을 몰래 훔치려다 들켰기 때문이었단다.

세상 어떤 가치보다 강함을 추구하는 치아투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오러를 사용하는 인간들을 당할 수 없는 현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비밀리에 열심히 그것을 수련 중이다.

물론 단전호흡으로 축기가 되어 있는 내가 이들보단 압도적으로 진도가 빠르지.

단전호흡이 그냥 축기에서 끝난다면 마나연공법은 그를 이용한 운기까지 있는 활용법이었다. 무협소설의 내공심법 같은 느낌?

덕분에 현재 내 운동능력은 평균적인 수인족 전사를 능가했다.

조장 급 전사정도?

물론 근력이 아닌 내공을 사용하다보니 지속 시간이 좀 짧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나와 토반은 남은 일행을 뒤로 하고 검은 통로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데 영 내키지 않는다.

여기 공기가 마음에 안 들어.

뭔가 끈적끈적하고 찝찝하고 음침한 느낌.

영 들어갈 마음이 안 생긴다. 대체 뭐지?


“토반, 기분 이상하지 않아? 뭔가 찝집한 느낌 안 들어?”


내 말에 잠시 생각하던 토반은 대답했다.


“사실 좀 이상한 기분이긴 해요. 뭔지 모르지만 들어가기 싫은 느낌?”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군.

여기 뭔가 이상해.


통로는 울퉁불퉁하고 군데군데 바위가 널려있었다.

횃불이 만든 바위와 우리의 그림자가 울퉁불퉁 춤을 춘다.

꼭 자연 동굴 같이.

근데 그럴 리가 없지.

무슨 자연 동굴이 이렇게 일정한 폭의 원형으로 만들어져 있어?

자연적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길은 미세하게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어둡고 긴 터널.

박쥐 한 마리, 물방울 소리 하나 없는 절대적인 침묵.

그 안에 토반과 나의 발자국 소리만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아, 음침하다.

횃불로 보이는 범위보다 심안으로 보는 범위가 넓어서 뭐가 있다면 바로 알 수 있긴 한데...

이게 분위기가 어쩐지 갑자기 뭐가 튀어나올 것 같아서리...


그 때, 토반이 말했다.


“저게 뭐죠?”


토반이 바닥에 놓인 뭔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희끄무레한 색의 바닥에 흩어진 무언가.


“해골이네. 사람의...”


우리는 다가가 그 백골에 횃불을 갖다 댔다.

오랜 세월이 지난 듯 누렇게 바랜 색.


“카루돈이란 꼬마는 아니겠어. 이미 백골이 된지 오래 지나 보이기도 하고, 키도 크네.”

“그러게요. 왜 여기서 죽어있는 걸까요?”


나와 토반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런 섬뜩함.


“피해!”


나는 빠르게 토반을 밀치며 반대로 몸을 굴렸다.

콰앙!

무언가가 우리가 있던 자리로 휘둘러져 땅을 박살냈다.

엄청난 파괴력.


“뭐, 뭐야? 저게 뭐죠?”


토반이 신음하듯 물었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마수를 동네 강아지들처럼 봐왔던 우리도 처음 보는 괴물이었다.

회색의 바위로 된 인간형 괴물의 상반신.

아니, 저 머리는 인간이 아닌 개인가?


그리고 더 황당하게도 그 개 같이 생긴 머리가 입을 벌렸다.


[제법 빠른 놈들이구나.]


“....마, 말도 해?”


우리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그 괴물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희는 이곳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 그러게. 그랬어야 했지.

개인적으로 그 말에 동감이다만 우리도 나름 사정이 있어서.


“토반!”

“핫!”

쉬이익!

토반이 날린 4개의 중검이 녀석의 가슴으로 빛살처럼 날아갔다.

탱, 태앵!

그리곤 녀석을 뚫지 못하고 바로 튕겨났고.


저거 진짜 바위잖아? 저 녀석. 관절이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크크크크, 쓸 데 없는 짓을...]


그렇게 말한 그 놈은...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니, 자라난다고 해야 하나?

무슨 식물이냐?


바위에서부터 하체가 올라오고...아니 방출되고 있었다.

단단한 바위가 아닌 액체에서 뿜어나오는 것처럼.

저게 말이 되나?


하지만, 저게 뭐가 됐든 기다려 줄 순 없지.

나는 몸을 날려 녀석에게 돌진했다.


“차앗!”

부우웅!

바로 휘둘러지는 주먹.

몸을 숙여 그걸 피하며 옆구리로 스쳐지나가며 발검했다.

쉬잇! 까앙!

“크윽!”


돌을 친 검의 반발력에 몸이 휘청거린다.

제길, 베어지질 안잖아.

약간 패인 자국은 남았지만 전혀 타격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사이 녀석의 몸이 마침내 완전히 돌 밖으로 나왔다.


[죽어라.]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토반을 향해 돌진했다.


“이익!”


토반은 물러나며 다시 회수했던 4개의 검을 날렸다.

쉬익!

따당!

힘없이 튕겨나는 검들.

토반을 향해 맹렬히 덮쳐가는 3미터의 거체.

토반의 얼굴에 공포감이 드러났다.

뒷걸음질 치다 뒤로 걸려 넘어지는 토반.


“어딜!”

핑!

녀석의 뒤에서 거미줄을 날렸다.

놈의 두 다리에 거미줄이 엉키자

녀석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다 앞으로 꼬꾸라졌다.

콰당!

좋았어!


“으아아압!”


나는 근처에 있던 바위를 힘껏 들어 올렸다.

베어지지 않으면 부숴버리면 되지!

그리고는 달려가 녀석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먹어 임마!”

콰앙! 퍼석!


부서졌다!

다행히도 녀석의 머리는 다른 돌보다 특별히 단단하진 않았다.

넘어져있던 토반이 질린 얼굴로 말했다.


“고, 고마워요 지누크.”

“아직 안심하긴 일러! 빨리 일어나!”


이 녀석 머리는 그냥 돌덩어리였지. 그렇다면 생명체의 머리개념이 아니란 얘기겠지?

나는 다시 바위를 들고 녀석의 팔을 향해 내리쳤다.

콰앙!

내 생각대로 머리가 부서졌어도 다시 일어나려 하던 녀석은.

내가 찍은 바위에 팔 한쪽이 부서지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계속 바위를 내리쳐 녀석을 조각조각 부쉈다.


“죽어! 죽어!”

퍽! 퍽!

아 씨, 이런 일을 해야 될 줄 알았다면 치아투를 데려올걸.


그 때, 옆에서 그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튼실한 놈들이구나.]


헉!

진짜 놀랐다.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니.

아까 놓여있던 백골이 고개를 쳐들고 우리를 보고 있었다.


“.....뭐냐, 너는?”


진짜 소름 돋았다. 뭐 말로만 듣던 악령 그런 건가?

막 여기저기 빙의하고?


해골이 턱뼈를 달그락거리며 말했다.


[돌아가라. 너희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 씨, 진심으로 나도 그러고 싶거든.

힐끗 토반을 보니 녀석도 질린 얼굴로 미세하게 떨고 있다.

어쩐지 여기 분위기가 으스스 하더라니.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쨌든 그 말만 듣고 돌아갈 수는 없잖아?


“우리는 카루돈이란 꼬마를 찾고 있다. 여기로 왔을 텐데.”


그러자 백골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눈도 없는 백골이 나를 빤히 보고 있으니 기분이 엿 같다.


[꼬마를 찾으러 왔다고? 캬캬캬캬캬캬캬!]


소름끼치는 쇗소리.

한참을 웃던 놈은 계속 말을 이었다.


[죽고 싶다면 한 번 찾아보려무나.]


표정도 뭣도 없는데 비웃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 짜증나.

하지만 다시 물었다.


“꼬마는 어떻게 됐지?”

[글쎄...죽었을까? 아직 살아있을까? 궁금하면 더 들어와 보려무나. 캬캬캬캬캬캬!]


까마귀 소리 같다.

당장 저걸 부숴버리고 싶어.

하지만...

아직 정보가 너무 없어.


“너는 누구지? 여긴 어디냐?”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저 웃음소리가 동굴 안에 계속 메아리친다.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에잇!”

퍼석!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바위로 찍어 해골을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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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5부 카 네아 13 +1 19.07.06 204 3 13쪽
67 5부 카 네아 12-2 (외전: 그와 그녀의 평범한 하루) 19.07.04 180 1 20쪽
66 5부 카 네아 12 +1 19.07.04 178 5 18쪽
65 5부 카 네아 11 +2 19.07.02 19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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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부 카 네아 6 +2 19.06.20 325 8 13쪽
» 5부 카 네아 5 +2 19.06.18 336 11 12쪽
58 5부 카 네아 4 19.06.16 355 9 13쪽
57 5부 카 네아 3 +2 19.06.13 423 9 14쪽
56 5부 카 네아 2 19.06.11 427 10 23쪽
55 5부 카 네아. 19.06.09 450 9 17쪽
54 2부 (외전) 갈색 베이모스 10(재업) 19.04.10 358 4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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