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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20.01.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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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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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6부 상실 14

DUMMY

“좋아, 대장. 작전은 뭐지?”


밀레네 집 지하실에 모여 앉은 일행들은 모두 진욱을 바라봤다.

칼론은 진욱을 대장이라 불렀다.

처음엔 두목이라고 불렀던 걸

진욱이 두들겨 패서 못 부르게 만들었더니 바꾼 호칭이 저것.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또 패기도 미안해 진욱도 그냥 놔뒀었다.


“일단 첫 번째, 칼론이 폴칸을 친다. 자신 있겠지?”


그 말에 칼론의 눈이 투지로 불타올랐다.


“흥, 그간 쌓인 것들을 갚아줄 수 있겠군. 그리고 나서는?”

“일단 마을에 흩어진 부하들을 모두 집합시켜.”

“.....왜지?”

“쟈크와 트리니가 텅 빈 곳간을 털어야 하니까.”

“예?”

“....어딜 뭘 한다구요?”



********



거래소의 게리는 인상을 쓰며 소리 질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칼론이 폴칸을 죽이다니! 그리고 너희가 가버리면 어떻게 해!! 거래소 호위인원들을 다 빼버리면! 거래소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라고?”


그러자 조직원 또한 인상을 쓰며 되받았다.


“아, 그럼 어쩌오?! 우리야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괜히 밍기적거리다 폴칸 형님처럼 죽을 일 있소?! 그리고 우리가 없어도 저 친구들이 있으면서 뭔 엄살이오? 마갑 입은 호위가 둘이나 있으면 됐지.”


그리고는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두 명의 남자를 힐끗 보고는 그냥 나가버렸다.

짜증내며 나가는 조직원들을 보며

게리는 씩씩거렸다.


“이 건방진 자식들. 나중에 큰아버지한테 다 일러버릴 테다. 싹 다 족쳐버리라고 해야지.”


게리는 블랙예아의 두목인 자신의 큰아버지에게 꼭 저들을 일러버리겠다고 다짐하며

남아있는 두 명의 호위를 힐끗 쳐다봤다.


그들은 주변에 무슨 소란이 일어나는지는 관심도 없다는 듯,

둘이서 맥주를 마시며 보드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큰아버지가 직접 붙여준 저들은,

물론 블랙예아 조직원들보다는 훨씬 강하고 믿음직스러웠지만,

게리는 저들이 불편했다.

뭔 말을 해도 잘 반응하지 않는 저 냉정함과 무심함.

그것이 블랙예아 조직원들의 무례한 짜증보다도 더 거슬렸다.


“쳇!”


혀를 차며 돌아선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 받아온 수인족 노예나 품자고 생각하며.


같은 시각.

거래소에서 1키로 쯤 떨어진 곳의 바위 뒤.

그곳에 앉아있던 쟈크와 트리니는,

자신의 머리 위로 검은 매가 원을 그리며 선회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걸 본 쟈크가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우리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트리니가 시동어를 외워 자신의 마갑을 작동시키고는,

그런 쟈크를 한심하다는 듯 보며 대답했다.


“이래도 되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러지 않으면 확실히 죽을 걸? 그것도 지누크님한테 맞아서. 칼론 맞듯이 맞겠지, 아마?”

“헉!”


그 말에 끔찍한 상상을 한 듯 몸을 부르르 떤 쟈크가,

울상을 지으며 역시 자신의 마갑을 작동시켰다.


“에이 씨, 그래. 죽으면 죽었지 지누크님께 칼론 맞듯이 맞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둘은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콰앙!

부서질 듯 확 젖혀진 문.

그 소리에 호위들이 홱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자.

문으로 뛰어 들어온 트리니와 쟈크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이런! 힘이여...크억!”

“힘이....흐윽!”


그리고 그들은 미처 마갑을 작동시키지도 못한 채,

트리니와 쟈크의 검에 찔리고 베여 죽어버렸다.

마갑을 입었다고나 하나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깔끔한 일격들.

스스로의 마무리에 만족한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뭐,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헐레벌떡 뛰어나온 게리가 보게 된 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들고 살벌하게 웃고 있는 트리니였다.


“여어, 게리. 또 보네. 우린 인연이 있나봐. 그지?”

“트, 트리니? 이게 무슨...”

“이리 와! 이 새끼야!”

“아, 아니! 우와악!”

퍼억! 퍽! 퍽!

“쿠워어억! 꽤액!”


다짜고짜 달려든 트리니가 검집으로 게리를 후드려 패기 시작하고,

게리는 영문도 모르는 채 정신없이 두드려 맞기 시작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그 살벌한 기세에 질린 표정의 쟈크가 말했다.


“트, 트리니. 기분은 이해하는데 아직 죽이면 안 되거든?”

“안 죽여! 절대! 쉽게! 안 죽일 거야!”

“.....그렇게 때리면 충분히 죽을 것 같은데...”

“사, 살려줘!!!”


한참을 팬 트리니가 개운한 얼굴로 게리에게 물었다. 이미 넝마가 돼 널브러져 있는.


“게리, 내가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거래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블랙예아의 자금은 어디에 있어?”


고통에 신음을 흘리는 와중에도 게리가 흠칫 놀랐다.


“너, 너 설마 블랙예아의 자금을? 너 그러고도 살 수....”

“이것 봐. 이것 봐. 대답을 안 하잖아? 그러니 내가 방법이 있어? 다시 시작할 수밖에!”

“아, 안돼!! 살려줘!! 으아악!”

퍽! 푹! 꽉! 팍!

다시 패기 시작했다.


“꾸웨에엑! 나, 난 아직 말을!”

“아냐 아냐. 넌 아직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난 듣고 싶지 않고. 넌 남자잖아? 훌륭해. 정말 멋진 정신력이야. 그러니까 그냥 말하지 말고 맞고 죽어!”

“아아악! 말 할게! 말! 으아악! 제발! 커억! 들어줘! 꾸웨엑!”


게리의 말을 못들은 척 하며 계속 두들겨 패는 트리니를 보며,

쟈크가 중얼 거렸다.


“내가 저 돼지새끼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 줄이야.”



****



검은 매는 날아와 다시 칼론의 머리 위를 선회했다.

그걸 힐끗 보고 미소 지은 칼론은 시선을 자신의 앞으로 돌렸다.

자신의 앞에 모인 야두 마을의 모든 블랙예아 조직원들에게로.

그들의 눈에 담긴 건 약간의 선망과 대부분의 불안, 불만, 불신들.

반 이상의 조직원들이 이 상황에 대해 불만과 불신,

그리고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음을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걸 말할 배짱 있는 놈들도 없다는 거지.’


이들에게 절대적 강자로 군림했던 폴칸을 압도적으로 꺾은 데다,

0.4리온의 마갑을 입고 있는 칼론에 대항할 수 있는 배짱을 갖춘 놈이었다면,

굳이 이 조직에 있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칼론은 입을 열었다.


“너희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는 잘 알고 있다. 날 인정할 수 없겠지. 나 또한 지금 이대로 폴칸의 뒤를 이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우리는 두목을 만나러 간다. 가서 두목에게 직접 폴칸의 뒤를 이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겠다!”


그의 말에 조직원들이 웅성웅성 거렸다.

당연히 믿기 힘들 것이었다.

폴칸의 뒤는 두목의 직속 제자들이 잇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칼론은 지하실에서 있던 진욱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



“근데 말이요, 대장. 내가 폴칸을 죽인다고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요. 두목은 그의 제자 중 한 명을 다시 관리자로 내세울 거고 이제까지와 똑같이 할 것을 지시할 테니.”


그 말에 진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겠지. 하지만 그 두목이 그럴 상황이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무슨 소리요?”

“뭐, 그럴 수도 있잖아? 야두 마을에 관심을 갖기 힘들어진 상태라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두목이 없다 해도 마찬가지요. 폴칸과 동급의 제자가 12명이나 더 있고 그들 모두 0.4리온의 마갑을 입고 있겠지. 게다가 케힌데 기사단 또한 그들과 한 편이라고 봐야 하오. 기사 단장이 또 그의 제자니까. 인원 24명의 기사들이 0.4리온의 마갑을 입고 그들을 지원한단 얘기지.”

“흠, 0.4리온 마갑이란 게 원래 그렇게 흔한 건가?”

“그럴 리가...하지만 여긴 캐셔 관문 아니오. 전 아사롬에서도 귀족이 돈 벌기 가장 좋은 영지. 그렇기에 중앙 귀족들도 관심을 갖는 거고....”

“그렇군. 아무튼 그 제자들과 기사단은 사이가 안 좋다며?”

“뭐, 기사단은 귀족들이고 제자들은 평민들이니 좋을 리가 없긴 하오만. 그렇다 해도 우리 편을 들어줄 리는 없지 않소.”

“우리 편은 안 들어도 돼. 기사단이 끼어들지 않게만 한다면.”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명분을 던져 주자. 끼어들지 않아도 되는 유혹적인 명분을.”

“........대체 뭔 소리요?”



****



거기까지 생각한 칼론은 조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가자! 내 뒤를 따라라!”


그리곤 중얼거렸다.


“그 실력에 머리까지 좋으면 어쩌자는 거야? 괴물 같으니...”


칼론이 캐셔 관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50여명에 달하는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지평선에 닿아 있는 긴 성벽을 향해.



******



야두 마을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캐셔 관문.

이곳은 사박 평원 전체를 틀어막은 성벽인,

체런 성벽에서 유일한,

통행이 가능한 관문이었다.


먼 옛날 사박 평원에 가득한 마수들을 막기 위해 건설되었고,

쿨론 요새를 비롯한 5개의 요새들도 이 성벽을 거점으로 해서 건설되었다.

마수들이 대대적으로 토벌되고 요새들이 건설되면서 예전만큼의 중요도는 없어졌지만,

아사롬의 국민들에게 있어선 여전히 심리적 안정을 주는 중요한 건축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수들의 침공을 막기 위해,

체런 성벽 전체에 딱 한 곳만 만들었던 캐셔 관문은,

이제 마수 사냥을 위해선 반드시 지나야 하는 유일한 통행로가 되었다.

가만히 열어놓기만 해도 통행세가 쌓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것이 지금의 캐셔관문이었다.


덕분에 예전 요새들이 없을 때,

마수들을 상대하느라 최전선에서 고생만 했던 케힌데 자작가는,

이제 아사롬에서도 가장 부유한 귀족가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중앙의 키리히 후작가와도 선이 닿아 있는 앞날이 창창한 귀족가.


24명으로 이루어진 케힌데 기사단은,

덕분에 전원이 0.4리온의 마갑을 지급받은 지방에선 보기 드문 부유한 기사단이었다.

이건 중앙 귀족들의 기사단이 아닌 다음에야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일.

하지만 정작 그 기사단장인 호카스 라 테이잔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여어, 사형. 좋은 꿈 꾸셨소? 날씨가 좋구려.”

“아침 다 지났는데 무슨 아침 인사야? 사형, 점심 맛있게 드시구려. 근데 얼굴 부은 걸 보니 안 드셔도 될 것 같긴 하네.”

“푸하하하하! 그러네. 어제 밤에 술 좀 푸셨나봐.”


그 첫 번째이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가 바로 감히 귀족인 자신에게 사형이라 부르며 무례하게 구는 이 자들.

바로 블랙예아 놈들이었다.


그는 애써 웃음 지으며 얘기했다.


“자네들의 아침 인사를 들으니 기분이 좋군. 근데 사형에 대한 아침인사는 좀 더 공손해야 하지 않겠나? 편한 건 좋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도리라는게...”


그 말을 들은 남자들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다음 순간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사형, 진짜 웃기시구려!! 크하하하!”

“그렇게 도리를 따지시면 진작 스승님께 매일 문안인사라도 올리지 그러셨소, 푸하하하!!”

“에이, 사형이 그랬으면 사부가 우리를 키우지 않았을 거 아냐. 참 고맙소, 사형. 크하하하!”


그들의 비웃음에 테이잔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대 기사단장이자 그의 스승인 돈타로는 평민이었다.

그래서 그의 밑에서 검을 배우는 동안에도 테이잔은 스승을 무시하거나 대놓고 반항했던 게 사실.

스승이라기보단 검을 배우는 수단 정도로 생각했다는 게 정확한 얘기였다.

언젠가 그를 쳐버리고 그의 자리를 차지할 때만을 꿈꿔왔었는데.


그런 그의 야망을 케힌데 자작이 도왔다.

안 그래도 귀족이 아닌 자가 기사 단장이라는 게 살짝 부끄러웠던 케힌데 자작은,

테이잔이 돈타로의 뒤를 이을 만하다 생각되자 바로 기사단장을 테이잔에게 물려줬던 것.

모든 게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던 그 때,

테이잔은 생각했었다.


이제야말로 평민들 따윈 끼어들 수 없는 진정한 자신의 세상이 시작되리라고.


하지만,

일은 그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가 생각지 못했던 제일 큰 문제는 그의 스승인 돈타로라는 작자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는 것.


진작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돈타로는,

남몰래 재능 있는 평민 용병들을 키워 자신의 직속 제자로 삼았고,

오랜 시간 착복한 돈으로 전원에게 0.4리온의 마갑을 지급해 기사단 못지않은 세력을 만들어 버렸다.

기사단장인 테이잔과 비슷한 실력을 지닌 데다 모두 0.4리온의 마갑을 보유한 13명의 실력자들.


게다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것으로 케힌데 자작을 압박한 후.

이번엔 블랙예아를 장악해 야두마을에서의 돈줄을 손 안에 쥐어 버린 것이었다.

돈을 좋아하는 케힌데 자작과 스스로를 공생관계로 엮어 버린 것.

케힌데 자작은 어쩔 수 없이 돈타로를 계속 자신의 동반자로 대우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테이잔은 어느새 경멸하는 평민을 스승으로 모신 것뿐만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평민까지 사형제로 대등하게 대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혹 하나를 때려다 열 몇 개를 더 붙인 격.

그런 그가 기사단장이 됐다고 해서 행복해졌을 리가 없었다.


테이잔은 울분을 참으며 점잖게 그들을 타일렀다.


“스승님께선 아침 문안인사 같은 거 안 받으신다는 거 자네들도 잘 알지 않나. 나도 마음으로는 매일 하고 있다네.”

“아, 그렇소? 그 참 충직하시구려, 사형.”

“그러게, 우리가 사형의 진심을 몰랐네. 이거 미안하구려. 크하하하하!!!”


스승인 돈타로가 문안인사를 안 받는 건 사실이었다.

매일 여자와 밤을 보내는 그가 귀찮게 문안이사를 받을 이유가 없었으니.


변태적인 취향을 갖고 있는 그는,

야두 마을에서 매일 수인족 여인을 데려와 즐기곤 했다.

그의 가학 행위는 그때그때 달라져

어떨 때는 멀쩡하게 하다가도 때로 여인을 거의 초죽음 상태로 만들곤 했다.

때론 때리고 상처 입히기도 하고 심지어 죽이기도 하며.

며칠 전에도 얼마나 괴롭혔으면 수인노예가 자살을 했겠는가.


그가 스승을 존중하지 않는 데에는 사실 이런 이유도 한 몫 한 게 사실.

테이잔은 새삼 그런 더러운 자를 스승이라 불러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분노가 치솟아 이를 악물었다.

다 뒤집어 버리고 싶은 기분.

문득 살기가 치솟아 올랐다.

일단 저 깐족대는 3명의 쓰레기들부터 정리해 버릴까....

라는 생각에 눈에 살기가 들어갈 때.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형, 오랜만에 뵙는구려.”


묵직한 저음.

등이 서늘해진 테이잔은 바로 눈에 살기를 풀고 뒤돌아 웃음을 지었다.


“아, 자네 왔는가? 그러게. 같은 건물에 있는데 왜 이렇게 오랜만인지 모르겠군. 반갑네.”

“형님! 오셨습니까?”

“형님!”

“형님!”


테이잔에겐 거칠 것 없이 깐족대던 세 남자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거대했다.

190은커녕 2미터가 훨씬 넘을 것 같은 거구의 남자였다.

수인족들보다도 더 수인족 같은 체격.

그리고 큰 키가 땅딸해 보일만큼 넓어 보이는 어깨, 두터운 근육. 검은 피부와 짙은 눈썹. 부리부리한 눈까지.


인간과 마수를 혼합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거대한 덩어리를 지닌 인간이었다.

그가 바로 돈타로의 진정한 직속 제자, 쿠오루였다.

다른 사형제 들이나 테이잔은커녕 스승인 돈타로도 이미 넘어섰다고 믿겨지는 괴물.

다른 녀석들 3,4명이 덤벼도 이길 수 없는 그를,

테이잔은 당연히 이길 수 없었다.


테이잔은 방금 자신이 선을 넘을 뻔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스승인 돈타로도 두렵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 괴물만은 두려웠다.

사람을 죽일 때 진정 즐거운 웃음을 보이는,

마수보다 더 마수 같은 괴물.

그 괴물이 말했다.


“형제들을 모두 집합시켜라.”

“예? 무슨 일로...”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 형제들에게,

그가 스윽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폴칸이 죽었다.”

“예?!”

“그게 무슨!”

“어떤 놈입니까?! 복수 해야지요!”


그러자 쿠오루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사람을 죽일 때만 짓던 그 섬뜩한 미소.


“너희도 알 거다. 칼론이란 꼬마다.”


남자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칼론이라면...”

“그 블랙예아의 조장 꼬마?”

“반란인가요?”

“뭐, 그런 셈이지. 어디선가 0.4리온의 마갑을 입고와 1대1로 꺾었다더군.”


그 말에 남자들이 분개하며 소리쳤다.


“다른 형제들도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가죠! 가서 폴칸의 복수를...!”


쿠오르가 고개를 저었다.


“갈 필요 없다. 이미 이 앞에 와 있으니까.”

“....네?”

“조직원들을 다 끌고 왔어. 폴칸의 후임으로 자신을 인정해 달라며 스승님과 만나게 해달라더군.”

“미쳤군요.”

“그럼 당장 가서 죽여 버리죠.”


하지만 쿠오루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직의 일을 우리 마음대로 처리할 순 없지. 그리고...스승님께서 결정하실 일이긴 하지만...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승님께서 이제 누굴 더 키우기 귀찮다고 하셔서 거두지 않았을 뿐, 난 전부터 그 녀석을 새 형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씀드렸었지. 싹수가 괜찮은 놈이야. 진작 데려올 걸 미루다가 사고를 치게 만들었군.”


그 말에 다른 형제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쿠오루가 남자를 마음에 들어 하다니. 형제들 중에도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폴칸을 죽인 사실 자체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건...

그가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다시 한 번 알게 된 것 같아 그들은 새삼 그가 두려워졌다.


“형제들을 모아 공관 앞으로 나오라고 해라. 한 명은 스승님께 이 사실을 전달하고. 난 나가서 그 맹랑한 놈을 좀 봐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쿠오루를 그들은 두려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서초동에 가느라 좀 급하게 올립니다.

좋은 주말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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