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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20.01.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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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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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6부 상실 17

DUMMY

“지누크님, 우리 그냥 가면 안돼요?”

“......안 와도 된다니까.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가지 그래?”

“그건 더 싫어요! 지금 어떻게 혼자 돌아가요!”

“아, 거 되게 시끄럽네. 뭐가 무섭다고 그렇게 난리인 거야?!”

“그러는 쟈크 넌 왜 목소리가 떨리는데?”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너 지금 손도 떨고 있거든?”

“좀 조용히 해요! 자꾸 그러면 더 무섭다구요!”

“맞소. 뭐가 그리 무섭다고. 뭐 안개 좀 심하다 뿐이지 딱히 무서울 것도 없건만.”

“헐, 대낮에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 것 자체가 충분히 무서운 거거든요. 비인간적인 검은 산족 같으니. 이러다가 안개 속에서 뭐가 갑자기....”

“와아아악!!!”

“으와악, 지누크님! 살려줘요!!”

“크크크, 트리니, 바보 같군.”

“이씨! 칼론, 너 죽을래?!!! 진짜...뭐가 나온 줄 알고...흑.”

“.....뭐냐? 트리니, 너 우는 거냐?”

“진짜 너무해, 아아앙.”

“그....미안하다. 장난이었는데.”

“됐어!! 저리가!! 아앙.”

“트, 트리니. 내가 잘못했다.”

“저기....칼론....나도 놀랐는데...”

“트리니, 돌아가면 내가 5지언 줄까?”

“......그...럴래? 뭐, 그렇다면야.”

“저기.....나도 놀랐다니까...”


일행은 지금 야두 마을에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호수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안개 호수, 또는 반딧불 호수라고 불리는 일 년 내내 짙은 안개에 덮여있는 신비한 호수.

이 호수를 찾아가게 된 이유는 어제 있었던 대화 때문이었다.



****



어제 아침.

꽐라들은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에 눈을 떴다.


“꺄아아아악!! 이 변태 같으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트리니가 자신의 몸을 두 팔로 감싸며 칼론을 향해 소리 질렀다.

둘은 서로 꼭 끌어안고 잠들어 있던 상태.

먼저 눈을 뜬 트리니가 자신을 안고 있는 칼론을 보며 기겁을 한 것이었다.


바로 앞의 비명소리에 깜작 놀란 칼론 또한 일어나 상황을 깨닫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다른 사람들도 부스스 일어나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들을 봤다.


“이 변태!! 파렴치한 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가녀린 여자에게 술을 먹여 이런 짓을 하다니!!”

“아, 아니. 나, 나는 그게...기억이...”

“기억이 안 난다고?!! 이래놓고서 지금 할 소리야?! 이 쓰레기 같은 놈!! 너 가만두지 않겠어!! 지누크님한테 말씀드려 널 으깨버리라고 할 거야!! 절대 살려두지 않을 거야!!!”

“아, 아니. 미, 미안. 그, 근데 진짜 기억이...”


잠에서 깬 일행들도 심각해진 표정으로 그 모습들을 보고 있을 때,

계단으로 진욱이 내려왔다.


“지누크님!! 이것 보세요!! 칼론이 저한테...!!”


진욱이 조용히 트리니의 말을 끊었다.


“트리니?”

“이런 개쓰레기 같은...네?”

“네가 먼저 안았어.”

“그래요. 제가 먼저.......네?”

“네가 먼저 칼론을 안아줬다고.”


순간 경직된 채 잠시 정지했던 트리니는.

이내 다시 소리쳤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왜 저 자식을!!!”

“어제 칼론이 울고 있었거든. 자기 여자를 지키지 못했다고. 그래서 네가 안아줬어.”


멍하니 진욱의 얘기를 듣고 있던 칼론은 그 얘기에 순간 울컥해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고.

잠시 망부석이 됐던 트리니는 그런 칼론의 모습에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칼론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계단 위로 후다닥 뛰어 올라갔고,

트리니는 잠시 쭈삣쭈삣하다 그런 칼론을 따라 올라갔다.


“오오. 이건 의외로군.”

“그러게요. 흥미진진한데요? 저 망나니 트리니가?”

“근데 둘이 은근히 잘 어울리지 않아요?”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두 사람을 지켜보던 로키, 쟈크, 메시드가 신이 나서 얘기했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채 그들을 보던 진욱이 입을 열었다.


“근데...너희 좀 씻는 게 낫지 않을까?”

“네?”


쟈크와 로키는 이제야 서로의 몸에 묻은 토사물을 보며 폭소했다.


“푸하하하하! 쟈크, 꼴이 그게 뭐냐?!”

“크크크크, 로키 지금 진짜 웃긴 거 알아요?”


서로가 서로를 비웃던 둘은,

이내 자신 또한 같은 꼴이라는 것을 깨닫고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어떻게 된 일인 지를 깨달았다.


“......우린 씻으러 가지.”

“.....그러죠.”

“죄, 죄송해요. 저는 여기를 치우고 있을 게요.”


그러고 나서 모두 모인 건 한 시간 쯤 지난 후의 일이었다.


칼론이 말했다.


“그나저나, 대장. 어제 아직 일이 끝난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소?”

“맞아요, 지누크님. 어제 몇 가지 일이 아직 남아있다고 하셨잖아요.”


쟈크가 맞장구치자 트리니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난 그게 뭔지 알 것 같아. 케힌데 자작에게 20만 지언을 더 줘야 한단 말씀이시죠? 저 너무 슬퍼요. 그걸 꼭 줘야 할까요?”


눈물을 글썽거리는 트리니를 보며 진욱이 대답했다.


“그것도 그 중 하나지. 앞으로 칼론이 야두 마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일단 케힌데 자작을 달래 놓을 필요가 있어. 그건 주는 게 맞아. 그리고...남은 돈도 우리가 건드릴 수 없다. 앞으로도 야두 마을의 조직을 운영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니.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아아아, 너무해...”


트리니가 절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메시드가 말했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지금 블랙 예아때문에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줘야죠.”


그 말에 로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억울하게 잡혀 있던 사람들을 보내줘야 하오.”


그 말에 칼론이 턱을 긁으며 중얼거렸다.


“흠, 그럼 사면증이 많이 필요하겠는데? 거래소에 그만한 재고가 있으려나?”


묵묵히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진욱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중요한 게 있지.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면증의 분실을 막아야 돼.”


그러자 다들 놀란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쟈크가 물었다.


“사면증의 분실을 막는다구요? 그걸 어떻게...애초에 그건 요정의 짓이라면서요? 지누크 님도 깨어있었지만 아무 것도 못 보셨다고 하셨잖아요.”


진욱이 고개를 저었다.


“어떤 방식으로 한 짓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케힌데 자작과 연관이 있는 건 확실해. 자작과 블랙예아의 이제까지 행적을 볼 때, 기본적으로 수인들이 사면증을 잃어버릴 거란 걸 알고 한 행동들이 너무 많아. 지나치게 짧은 관문의 개방시간이나 일부러 수인들을 마을 밖으로 내쫓았던 블랙예아나, 그들을 수용해서 다시 노예화했던 것까지. 어떤 식으로든 자작, 블랙예아와 연관이 돼 있을 거야.”


칼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수인들을 마을 밖으로 내쫓으라는 지시엔 그런 목적이 있었지.”


진욱이 그런 칼론에게 물었다.


“아는 게 전혀 없나?”


칼론의 난감한 표정.


“그....죽은 두목이라면 혹시 알지 모르겠지만....나는 전혀 모르오. 그 직속제자들이라면 혹시 알려나?”

“흠...”


고민하던 일행이 의외의 정보를 들은 건 이번에도 밀레를 통해서였다.

그녀에게 요정 니므에 대한 정보를 묻자 대답이 돌아왔다.


“니므요? 음...반딧불 호수에 산다고 전해지는 요정들이에요.”

“반딧불 호수?”

“네. 안개의 호수, 또 옛날에는 기억의 호수라고 부르기도 했데요. 항상 두꺼운 안개가 덮여있는 호수인데 옛날에 아이들끼리 놀러갔다가 엄마한테 막 혼나고 그랬었어요.”

“혼났다고? 왜?”

“음...거긴 무서운 전설이 엄청 많은 곳이거든요. 사람도 많이 없어지고.”


밀레의 얘기에 따르면 사시사철 두꺼운 안개에 덮여 있고, 종종 실종자가 생기는 호수이다 보니,

마을 사람들은 점차로 그곳을 금지구역처럼 정하게 됐다고 했다.


“전설이 엄청 많아요. 하늘을 나는 무서운 괴물이 나타나 도망쳤는데 호수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 사람도 있구요, 예쁜 여자가 나타나서 그 여자를 쫓아가다 호수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 사람의 얘기도 있어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그래서 그 괴물이나 여자 때문에 죽은 거라고도 하고...아,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라는 얘기도 있데요. 그래서 다른 세계로 가 돌아오지 못하는 거라고...”

“다른 세계? 저, 저승...같은 거?”


트리니가 바싹 얼어서는 밀레에게 되물었다.


“모르죠 뭐. 그냥 전혀 다른 세계라고 했어요.”


쟈크가 애써 코웃음 치며 말했다.


“뭐, 뭐야? 별 말도 안 되는 전설들이잖아. 예전에 우리 고향에도 귀신이 나오는 집 같은 건 있었다고. 가봤지만 귀신은 나오지도 않더만. 다 그냥 하는 소리들이야. 그런 게 세상에 어딨다고...”


그 말에 밀레가 인상을 쓰고 소리쳤다.


“아니에요! 진짜란 말이에요 저 어렸을 때 거기 놀러 갔다가 진짜 한 명이 실종됐는걸요.”

“에?”

“호기심에 동네 아이들 몇 명이 그 때 가장 나이가 많았던 조디 오빠를 따라서 거기 갔었는데....분명히 다 같이 걷고 있던 중이었는데 조디 오빠만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요.”

“그,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결국 못 찾았어요. 그 이후로 아이들도 다시는 거기에 가지 않았구요.”

“헐...”


그 얘기를 들은 진욱이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흠...”


그 모습을 본 트리니가 불안한 얼굴로 쟈크를 찔렀다.


“야, 빨리 지누크 님 좀 말려봐.”

“응? 뭘 말려?”

“지금 호기심을 느끼고 계시잖아. 이대론 분명...”


진욱이 말했다.


“좋아, 거기 가보자.”


트리니가 비명을 질렀다.


“안돼!!!”

“거, 거길요? 왜...왜요?”

“그 니므라는 것에 대한 단서가 거기 있을 지도 모르니까.”


대놓고 비명을 지르는 트리니와 쟈크가 아니라도 다른 일행들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칼론이 말했다.


“저기, 대장. 이제 야두 마을을 관리해서 수인들이 마을 밖으로 쫓겨나지 않도록 한다면 더 이상 사면증을 분실하는 일은 안 생기지 않겠소?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만 진욱은 단호했다.


“아니, 사면증을 빼돌릴 방법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려 할 거야. 우리가 그게 뭔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결국 당할 수밖에 없단 얘기고. 그것도 만약 우리가 떠난 이후라면 너 혼자서 해결해야 할 거고.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근본적인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진욱의 단호한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못한 일행들은 그렇게 그 호수로 향하게 됐다.



*****



과연 호숫가의 안개는 엄청났다.

아직 호수는 보지도 못했는데 어느 경계부터 완전히 안개에 둘러싸여서는,

일행들은 간신히 서로의 그림자만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축축한 물 냄새와 허공을 천천히 휘도는 안개의 물결.

아직 호수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불안에 떨던 트리니가 말했다.


“쟈크,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이야. 내가 여기서 혹시라도 실종된다면...너 혼자라도 고향에 돌아가도록 해. 그리고...그간 나 때문에 힘들었던 거 미안해. 그러니...”


쟈크가 벌컥 화를 냈다.


“재수 없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혼자 가긴 뭘 혼자 가!!!”

“아니...혹시 모르니까...”

“시끄러!! 절대 아무 일 없을 테니 날 믿기....는 좀 그렇지만 지누크 님을 믿어!! 지누크 님이 지켜 주실 거야.”

“그, 그래? 역시 그렇겠지?”


그러자 칼론이 트리니 옆으로 살짝 더 붙었다.

의아한 눈으로 트리니가 칼론을 쳐다보자,

칼론은 딴청을 피우면서도 트리니 뒤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트리니도 모른 척 고개를 돌리고는 살짝 미소 지었다.


소리마저 먹어버리는 듯한 안개의 바다 속.

그 안을 조금 더 전진해 나가자 드디어 발 끝에 호수의 가장자리가 닿았다.

찰팍찰팍 하는 얕은 물.

그때, 메시드가 소리쳤다.


“저기 봐요!”


메시드의 손가락을 따라 모두 고개를 돌리자 희미하게 보이는 호수 수면 위로 불빛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와, 반딧불이다.”

“엄청 많아!! 저래서 반딧불 호수라고 했구나!”

“너무 아름다워....”


작은 빛들이 무리지어 호수 위를 천천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원을 그리기도 하고 서로 퍼지기도 하며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하는 그것들을,

일행은 넋을 잃고 바라봤다.


진욱만 빼고.


진욱은 정말 오랜만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저게...반딧불이라고?”


진욱의 눈은 분명 반딧불이들의 환상적인 비행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심안에는 아무 것도 감지가 되지 않았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실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불빛들.

정말 유령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깨달았다.


“저게 니므로구나.”


그 말에 다들 의아한 눈으로 진욱을 쳐다봤다.


“네?”

“저게 니므라구요?”

“그냥 반딧불이 같은 데요?”


진욱은 매고 온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떤 반딧불이도...이런 짙은 안개 속에서 저렇게 선명하게 보일 수 없지. 그리고...저렇게 실체 없이 움직일 수도 없고.”


그런 진욱을 보며 쟈크가 물었다.


“뭘...하시려구요?”


진욱의 눈이 불빛들을 매섭게 노려봤다.


“잡아봐야겠어. 정말 실체가 없는 건지. 아니면....존재감만 없는 건지.”


그리고 불빛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기다리던 진욱은,

그것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땅을 박차고 팡! 튀어나갔다.

찰나의 순간, 압축되는 공간.

공간을 찢고 날아간 진욱의 손이 작은 빛 하나를 쥐었다.


“잡았다!”


그러자 그 순간.

진욱의 눈앞에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작가의말

몸이 좀 안좋아 저녁때 못 올렸네요. 죄송^^;;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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