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계 표류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20.01.24 21:43
연재수 :
141 회
조회수 :
380,318
추천수 :
10,959
글자수 :
1,029,115

작성
19.10.17 06:00
조회
1,402
추천
46
글자
11쪽

6부 상실 19

DUMMY

“자, 준비됐어요! 지누크님! 저희를 믿으세요!”

“아자!! 할 수 있다!!”

“나만 믿으쇼! 대장!”

“지누크님! 제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쟈크, 트리니, 칼론, 로키가 진욱을 향해 소리쳤다. 그들은 현재 마갑을 가동한 상태.

다시 진욱이 이상한 곳으로 가려 할 때 그걸 붙잡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진욱은 그들에게 자신이 본 광경,

엘프 ‘에리니 에다’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솔로레이크와 키르티마이나라는 여자에 대한 얘기도.

물론 마이야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진실을 알기 위해 다시 한 번 그것들을 잡아보겠다고 말했고,

일행들은 그 신비로운 얘기에,

모두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견에 동의해 줬다.


긴장한 눈으로 대기 중인 그들을 항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진욱이,

시선을 다시 빛무리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그것들이 다시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번개 같이 튀어나가 그 중 하나를 다시 움켜잡았다.


그 순간.

다시 장소가 바뀌었다.

아니, 장소는 바뀌지 않았다.

이곳은 여전히 안개 짙은 호숫가.

다만 호수에 아직 미치지 못한 주변부.


진욱은 지금 땅 위에 서 있었다.

어디에도 진욱의 일행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지금 현재의 시점은 아닌 듯 했다.


안도감과 아쉬움이 혼합된 감정을 느끼며,

진욱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저 먼 쪽에서 불빛들이 흔들리며 호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횃불을 든 사람들인 듯 보였다.

그리고 두런두런한 목소리.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조쉬오빠! 우리 그냥 돌아가면 안돼? 나 무섭단 말이야.”

“맞아. 조쉬형. 이러다 정말 우리도 없어지면 어떻게 해.”


겁에 질린 듯한 아이들의 목소리.

게다가 그 중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매우 귀에 익숙한....

진욱이 중얼거렸다.


“밀레?”


곧 조금 더 나이 든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자니. 나만 믿으라고! 이 오빠가 너희를 지켜줄게.”

“하지만...”


자신감 가득한 남자 아이의 목소리.

하지만 진욱은 그 목소리 안의 떨림을 잡아냈다. 아이는 지금 허세를 부리는 중이었다.


아이들을 향해 관심을 집중하자 곧 진욱의 몸이 그 옆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의 수는 6명.

그리고 진욱은 그중 아직 어려보이는 밀레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10살이 안돼 보이는 밀레는 겁에 질려 칭얼대는 중.


“오빠, 아직 멀었어? 호수가 원래 이렇게 멀어?”

“바보야, 나도 처음 와보는데 그걸 알겠냐? 하지만 거의 다 왔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 호수 위에 반딧불이 엄청 많다고 했어. 세상에서 다시 보지 못할 엄청난 광경이었다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러셨어.”


아이들은 덜덜 떨면서도 계속 걸어 곧 호숫가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 호수 위를 선회하는 빛의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와아아! 진짜 멋있다!!”

“너무 예뻐!! 요정들 같아!! 저게 혹시 니므일까?”

“바보야, 저건 반딧불이잖아.”


동생들이 탄성을 지르며 무서운 것도 잊고 정신없이 반딧불이의 비행에 빠져들자,

조쉬는 으쓱한 표정으로 코를 비볐다.

그러던 조쉬의 시선이 문득 옆을 향했다.


조쉬의 옆쪽에 홀로 떨어진 빛 하나가 바닥 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어쩐지 기운이 없는 듯한 느릿느릿한 움직임.

조쉬는 정신없이 구경중인 동생들을 힐끗 보고는,

그 불빛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어디 아프니? 왜 그러고 있어.”


그렇게 말을 걸며 손가락을 내밀어 빛을 살짝 건드렸을 때.

조쉬의 눈이 몽롱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던 조쉬는 뭐에 홀린 듯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진욱은 자신 또한 다른 사람들 눈엔 저런 상태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쉬는 한참을 그렇게 걸어갔다.

특이한 점은,

처음부터 힘이 없어 보였던 빛이 날아가다 더 가지 못하고 조쉬의 손등에 앉았던 것.

잠시 후, 조쉬가 다시 정신을 차린 듯 주변을 둘러보다 자신의 손에 앉은 빛을 발견했다.

그리곤 안쓰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넌 그래서 혼자 남았구나. 불쌍하게도... 나도 그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어.”


그렇게 말하며 빛을 살짝 쓰다듬은 조쉬가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혹시 친구하지 않을래? 너만 괜찮다면...”


그러자 빛이 기쁜 듯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아까와 달리 기운 찬 느낌.


“아!”


그걸 보고 있던 진욱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빛으로부터 무언가가 나와 조쉬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확실히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어쩐지 그렇게 보이는...

잘 알아볼 순 없었지만,

진욱은 그것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무언가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조쉬가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 이게 뭐지? 어떻게 된 거야? 대단해!! 너 정말 니므였구나?! 아하하하!”


그리곤 신이 난 조쉬가 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위로 빛 또한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며 따라가고.

그리고 신나게 뛰던 조쉬가 안개 지대를 벗어났을 때,

한 남자와 마주쳤다.

로브를 걸친 깡마른 남자였다.


몇 명의 마법사를 만나봤던 진욱의 눈에 아마도 마법사가 아닐까 싶어 보이는...

남자는 놀란 눈으로 조쉬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빛, 니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눈에 탐욕이 깃들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장면이 다시 바뀌었다.


어디지 모를 깜깜하고 좁은 공간.

진욱이 주변을 둘러봤다.

축축하고 더러운 밀폐된 공간.

문 대신 자리한 쇠창살.

감옥이었다.


그 곳에 깡마른 청년 하나가 누워있었다. 사지가 쇄사슬로 결박당한 채.

눈도 천으로 가려졌고, 며칠을 굶은 듯 비쩍 마른 모습.

그리고 그 주변을 안타까운 듯 떠도는 빛, 니므.


그리고

쇠창살의 앞으로 한 뚱뚱한 남자가 걸어왔다.

진욱도 아는 얼굴. 케힌데 자작이었다.


“뭐냐, 오늘도 공친 건가? 그럼 오늘도 밥을 못 먹겠구나.”


그 말에 깡마른 남자가 힘없이, 하지만 발작적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배...고파요. 제발...너무...배고파...”


간절하고 가녀린 목소리.

하지만 케힌데 자작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어쩌란 거냐? 사면증을 가져오지 않으면 밥도 없다. 밥을 먹고 싶으면 사면증을 가져와! 내일은 꼭 가져와야 할 거다.”

“안...돼.....제...발...”


하지만 케힌데 자작은 그 말만을 남긴 채 계단 위로 올라갔다.


“배..고파요...제발...으흐흑...”


흐느끼는 남자의 앳된 목소리만 감옥 안을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 일이었군.”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앞으로 걸어갔다. 누워서 울고 있는 그를 향해.

그러자 느껴지는 허리의 묵직한 느낌.

자신이 앞으로 걸어가는 걸 막고 있을 동료들일 것이었다.


자신을 잡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하며,

진욱은 따뜻한 든든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가야만 할 때,

억지로 다가간 진욱이 마침내 남자의 팔을 확 붙잡았다.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어억! 누, 누구....”


역시...

진욱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까 마이야의 옷깃을 스쳤듯, 그와도 접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를 잡은 후부터 느껴지는 거센 인력. 무언가가 진욱의 몸을 뒤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먼 곳에서 블랙홀이 자신을 빨아들이고 있는 듯한 느낌.

그 압력을 진욱은 간신히 버텨냈다.

그리고는 힘겨운 와중에도 입을 열었다.


“조금만 기다려. 곧 간다. 조금만...”


그리곤 결국 버티지 못하고 손을 놓쳐버렸고,

뒤로 몸이 훅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진욱은 다시 호수로 돌아왔다.


“대장! 괜찮소?!”

“지누크님!!”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걱정스레 바라보는 로키, 칼론, 쟈크를 향해 진욱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알아냈어. 케힌데 자작의 감옥이다.”

“네?”

“감옥? 갑자기 뭐가 말이오?”


진욱은 눈을 빛내며 거기에 관한 얘기를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이제 사건의 전말은 파악했다.

하지만...


진욱은 다시 빛무리를 바라봤다.


아직은...원하던 장면을 보지 못했다.


진욱은 그 후로도 몇 십번을 더 시도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됐다.

대부분 그가 모르는 얼굴들, 언제 어느 시대인지도 불명확한.


한 번은 아는 얼굴들도 나왔다.

바란과 소나. 두 사람의 얼굴이.

그리고 진욱은 그제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일어난 일들도...


하지만 몇 십 번을 반복해도 마이야의 얼굴은 다시 볼 수 없었다.

동료들이 지쳐가는 것을 바라보며,

진욱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했고.

결국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엘프 에리니 에다의 모습을.


숲이 아직 파괴되지 않은 아름다운 호숫가.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숲.

거울처럼 맑은 호숫가.

그 앞에서 여러 명의 엘프들이 동물들과 함께 뛰놀고 있었다.

평화롭고도 아름다운 광경.


에리니 에다는 한 쪽에 서서 그 광경을 자애로운 미소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진욱 또한 멍하니 그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봤다.

한가하고 아름다운 오후.


나중에 폐허가 될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아름다움은 어쩐지 더 소중하고도 슬퍼 보였다.


진욱은 잠시 서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냥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흘러가는 시간들.

어쩌면 그냥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진욱은 이내 마음을 굳히고는 에리니 에다를 향해 다가갔다.

바로 거센 압력이 느껴졌다.

허리를 잡은 동료들의 감각 뿐 아니라 그 세계가 그를 밀어내는 듯한 느낌.

힘의 강도가 아까완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때는 것이 너무도 힘든 상황. 블랙홀이 지척에서 빨아들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진욱은 포기하지 않았다.


“으득.”


이를 악물고 그녀에게 간신히 도달한 진욱이 마침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푸화악!!

순간 진욱을 덮치는 거센 압력.

마치 토네이도 속에 들어간 듯 했다.

영혼까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거센 압력.

하지만 진욱은 어떻게든 잠시 버텨냈다.


그리곤 놀란 눈으로 진욱을 쳐다보는 에리니 에다에게,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기억을! 더듬는다는 게! 무슨! 얘기입니까?!”


잠시 당황하던 에리니 에다는 고통스러운 진욱의 표정을 보고는 이내 무어라 소리쳤다.


“........!!!”


그 순간 진욱은 결국 손을 놓치고는 다시 현실로 빨려나왔다.


“우와아아악!!!”

“아이구!!!”

“꼬로록!!!”


진욱을 필사적으로 당기고 있던 세 사람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호수 속으로 꼬꾸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 표류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아사롬 인근 지도 19.11.17 435 0 -
공지 인물 설정. 19.10.27 536 0 -
공지 연재주기 알림. +11 19.09.26 3,752 0 -
141 8부 남부전선 21 +6 20.01.24 317 22 17쪽
140 8부 남부 전선 20 +9 20.01.23 410 19 18쪽
139 8부 남부전선 19 +10 20.01.21 441 22 9쪽
138 8부 남부전선 18 +6 20.01.21 396 18 11쪽
137 8부 남부전선 17 +16 20.01.18 482 26 17쪽
136 8부 남부 전선 16 +10 20.01.16 488 26 15쪽
135 8부 남부전선 15 +7 20.01.14 524 25 17쪽
134 8부 남부전선 14 +15 20.01.11 580 36 18쪽
133 8부 남부전선 13 +18 20.01.09 592 31 13쪽
132 8부 남부전선 12 +10 20.01.07 585 32 18쪽
131 8부 남부전선 11 +6 20.01.07 508 25 19쪽
130 8부 남부전선 10 +12 20.01.04 620 28 12쪽
129 8부 남부전선 9 +17 20.01.02 639 31 13쪽
128 8부 남부전선 8 +3 20.01.02 541 28 12쪽
127 8부 남부전선 7 +6 19.12.31 632 36 14쪽
126 8부 남부전선 6 +7 19.12.28 676 32 15쪽
125 8부 남부전선 5 +12 19.12.26 717 34 18쪽
124 8부 남부전선 4 +9 19.12.24 716 35 18쪽
123 8부 남부전선 3 +13 19.12.21 784 30 17쪽
122 8부 남부전선 2 +11 19.12.18 758 34 12쪽
121 8부 남부전선 1 +15 19.12.16 845 34 22쪽
120 7부 세상 속으로 16 +12 19.12.12 867 37 17쪽
119 7부 세상 속으로 15 +5 19.12.09 776 26 13쪽
118 7부 세상 속으로 14 +6 19.12.07 787 36 17쪽
117 7부 세상 속으로 13 +14 19.12.05 805 38 16쪽
116 7부 세상 속으로 12 +3 19.12.03 813 36 14쪽
115 7부 세상 속으로 11 +2 19.12.01 873 31 18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겨울반디'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