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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20.01.18 17:31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372,464
추천수 :
10,616
글자수 :
1,004,350

작성
19.11.26 06:00
조회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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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6쪽

7부 세상 속으로 9

DUMMY

“그러니까...당신은 노예 사냥꾼이 아니라는 거군. 근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믿지?”


나는 나를 둘러싼 수인족들을 주욱 둘러봤다. 100여명이 넘는 많은 인원들.

그들이 모두 적의와 경계심에 가득 찬 흉흉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인원의 힘인지 촌장 마누아 또한 아까완 달리 자신감 있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고.


나는 피식 웃으며 검을 뽑으며 말했다.


“내가 굳이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화아악!

내 검에서 보라색 오러가 솟구쳐 올랐다.

검보다 훨씬 높은 곳까지 솟아올라 불꽃처럼 선명히 일렁거리는 연보라색의 오러.


그걸 본 수인들이 놀란 눈으로 탄성 섞인 비명을 질렀다.


“오러다!!”

“소, 소드 마스터라고?!!”

“세상에...”


그들의 눈에서 어느새 적의와 경계심이 사라지고 두려움과 경외감만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촌장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이제 내 말이 믿겨지나?”


촌장 마누아가 질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혹시 몰라 딸려 보낸 검은매 우뢰의 눈으로 에유니가 처한 상황을 본 나는 그녀를 따라 이곳으로 달려왔다.


촌장과 사람들은 몇 십 년 만에 눈앞에 나타난 외부인의 모습에 거의 패닉에 빠진 듯 보였다.

그래서 정신없이 도망치며 마을 사람들을 불러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하도록 그들을 방치했다.

내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에유니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

엉망이 된 몰골. 햇살처럼 웃으며 인사했던 게 불과 30분도 안됐는데...

안쓰러움에 마음이 아려왔다.


에유니가 주저하며 내게 물었다.


“진욱님,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음, 방금 왔어.”


그러자 에유니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그렇군요.”


나는 그녀가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모든 얘기를 들었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의 사정을 내가 알게 될까봐...

하지만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처음부터 봤어. 그래서 무슨 일인지 다 알고 있고.”


그러자 놀란 그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는 사정없이 떨려왔다.


그래, 두렵겠지.


모르는 체하고 그녀를 안심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장 솔직하고 진실 된 마음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다.


나는 몸을 낮춰 그녀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에유니, 나는 다 알고 있어. 이제껏 어떤 일이 있었는지. 네가 어떤 아픔을 겪어 왔는지...또한 그래서 너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잘못한 것은 네가 아니야. 그저 잘못된 생각들을 가진 잘못된 사람들이 너를 괴롭혔을 뿐이지. 절대로 네가 잘못한 게 아냐. 그러니까 고개를 숙이지마. 너는 그저 피해자야.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어 내 마음이 잘 전달된 것인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녀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나는 에유니를, 그녀가 살아온 대강의 삶을 이미 알고 있었다.


기억의 호수.

그곳에서 보게 된 수십 명의 기억 중에 그녀가 있었으니까.

그곳에서 나는 지켜봤었다.

그녀의 옆을 지켜주던 그녀의 친구와 그녀의 삶을.

에유니의 어린 시절 친구는 점점 자라 언니가 됐고, 엄마가 됐고, 할머니가 되었다.

늘 세상으로부터 에유니를 지켜줬던 그녀는 이제 에유니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그래서 지켜야 할 것이 생긴 에유니는 그 전보다 더 힘든 세상을 견뎌내야 했다.


현재의 인물들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그저 흘려보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될 줄이야.


뭐 그 장면들을 다 봤으면서도 에유니가 나보다 연상일 거라고 생각지 못했으니 말 다했지. 어째 사이코패스일 때가 지금보단 좀 더 스마트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눈물을 흘리던 에유니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정말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물론,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또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진욱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 제 존재 자체가 잘못이라고 얘기하는 걸요.”


그녀가 보고 있지 않음에도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설사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해도 없는 잘못이 생기는 건 아니야. 그리고...네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아주 작은 세상일 뿐인걸. 넓은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중엔 나처럼 생각해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있을 거야.”


그제야 에유니는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봤다. 어미를 잃은 아기새 같이 애처로운 눈빛.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내 친구 중엔 견인족이 있어. 그는...”


드나우와 포투.

그들의 얘기를 그녀에게 해줬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지만 어떻게 극복해내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됐는지. 그 중 드나우가 지금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 지도...


에유니는 이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정말...그런 곳이 있어요?”


나는 푸근하게 웃으며 대답해줬다.


“당연하지. 내가 얼마 전까지 있던 곳인걸.”


그녀는 눈을 꼭 감았다.


“정말...꿈같은 곳이네요. 그런 곳이 정말 있다니...”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뭐...‘카 네아’의 입구다보니 살기 좋은 곳이라곤 농담으로도 말 할 수 없지만...적어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인 건 확실하지. 특히 인간족이 아닌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이제 한결 편안해진 표정과 꿈꾸는 듯한 눈으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너무 감사해요. 진욱님은 정말 여신님이 제게 보내주신 선물 같아요.”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저 돌아가 볼게요. 로란드를 안심시켜줘야겠어요. 엄청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 그렇게 해.”


에유니는 바람처럼 몸을 날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는 고개를 돌려 마을의 중심부로 걸어갔다.

이미 수십 명의 수인들이 무기를 들고 모여있는 마을의 광장으로.




*****




내 오러를 본 사람들의 태도는 직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촌장 마누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 소드 마스터님을 저희가 오해했군요. 저희가 약하고 어리석어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깊습니다. 부디 저희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푹 숙이자 다른 마을 사람들도 서둘러 무기를 땅에 놓고 고개를 숙였다.


“용서해 주십시오.”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저희를 불쌍히 봐주시고...”


와우, 태세전환이 LTE급이네.

나는 사과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뭐,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갑자기 들어온 제 잘못도 있죠.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괜찮으니 다들 고개를 드시죠.”


그러자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 가득한 시선들.

촌장 마누아가 다시 대표로 내게 물었다.


“헌데 고귀하신 소드마스터님께서 어쩌다 이 외진 곳까지...”

“아, 어쩌다보니 사박평원에서 도린산맥 안쪽까지 넘어오게 됐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던 중에 이곳을 지나가게 된 거구요.”


내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박평원에서 여기까지?”

“세상에, 그게 가능해?”

“역시 소드마스터...”


역시 감탄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던 촌장 마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소드마스터님은 대단하시군요. 그 마수 가득한 높은 산맥을 넘어 오시다니. 특별한 목적이 있으셨는지요.”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아, 다른 동료도 3명이 있습니다. 그 동료들과 함께 마을 외곽 쪽에 잠시 머물다 내려갈 거니 굳이 저희에게 신경 쓰진 않으셔도 됩니다.”


마누아는 깊은 눈으로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 마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내가 소드마스터님을 오해해 자네들을 쓸데없이 불러냈구만. 이제 그만들 돌아가시게. 소드마스터님은 혹시 저희 집에서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누추하지만 마을에 오신 귀한 손님께 뭐라도 대접하고 싶군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까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또한 바라던 일이었으니까.


나는 에유니의 기억 속에서 촌장 마누아 또한 본 적이 있었다.

그를 몰랐다면 아까 에유니를 죽이려 했을 때 바로 죽였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예전 그의 모습을 알고 있기에 그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많은 걸 희생해온 헌신적인 촌장이었던 그와...


마누아의 집은 생각보다 무척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아내는 물론 자식들과 10명이 훨씬 넘어 보이는 손주들까지 함께 살고 있는 대식구였으니 집 안은 사람으로 바글바글해 보였다.


마누아는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어린 손주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놈들! 손님이 오셨는데 좀 얌전히 있지 못하겠느냐?!”


그리고는 민망한 표정으로 내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워낙 식구가 많다보니...”


나는 웃으며 대꾸했다.


“애들은 그래야 애들답죠. 보기 좋군요.”


그 말에 마누아도 처음으로 편안하게 웃어보였다.


“허허, 감사합니다.”


마누아의 자식들이 차려준 식사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신선한 야채, 과일과 막 구운 고기.

나는 조금 놀라 물었다.


“여기서 닭을 키우시나요?”


그러자 그가 약간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닭과 소도 키우고 있습니다. 오래 이곳에 머물다 보니 이것저것 살림이 늘어나더군요.”


마수 가득한 숲 한 가운데서 가축을 키우다니. 이건 진짜 놀랍긴 하네.

한참 식사를 하다 마누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혹시...에유니와는 어떻게...”


그래. 이 질문이 당연히 나오리라 생각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시간이로군.


“저희가 마을 쪽으로 가는 걸 막으려 하더군요. 그래서 만나게 됐습니다.”

“아아...”


그 말 한 마디로 촌장은 어떤 상황이었는 지를 이해한 듯 했다.

우리를 막으려 했지만 소드마스터를 막을 수는 없었을 거라 납득한 거겠지.


“다크 엘프를 만나 기분이 불쾌하셨을 텐데 그래도 용케 죽이지 않으셨군요.”


죽였어야 했다는 얘기인 것처럼 들리는데?

나는 얼굴을 굳히고 대답했다.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착한 아이니까요.”

“아, 물론 에유니가 착한 아이이긴 하죠. 하지만 다크엘프라는 게...”

“그 아이가 다크엘프인게 그 아이의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수인족이 노예가 된 게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듯 말이죠.”


내 말에 당황한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을 더듬었다.


“아, 그, 그건...”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마누, 적어도 당신은 알고 있을 텐데. 그녀가 누구보다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 그런 당신이 그녀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신, 당신이 어떻게? 대체...”


마누는 그의 젊은 시절, 그를 부르던 호칭이었다. 에유니를 뜨겁게 사랑하는 청년이었던 그 시절의.


“마누이던 시절의 당신은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지. 지금 모습은 상상도 못할 만큼. 왜?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복수라도 하고 싶은 건가?”


그가 이를 악물었다.


“그런 게 아니오.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그럼 뭔데?”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증오했소. 그녀가 얼마나 선하든, 어떤 행동으로 사람들을 도와주던 아무 상관도 없이! 정말 꽉 막힌 바보들 같았지. 근데 난 그 바보 같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생존할 수 있게 해야 했단 말이오. 그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어쩔 수 없었소!”


나는 코웃음 쳤다.


“아, 그래서 그녀를 희생양으로 삼은 거로군. 그녀가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마을 사람들의 증오의 배설구로. 마치 ...뱀에게 희생물을 바치듯 말이지?”


그의 눈빛이 이제 사정없이 떨려왔다.


“그걸...어떻게...당신 대체 누구요?”

“그게 중요한가? 당신이 저질러온 죄악보다?”


그는 이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어쩔 수 없었소!!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했다는 거요!! 외부인이며 소드마스터인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하루하루 내 주변 사람들이 죽어가는 세상을 당신이 알기나 하오?!! 내일이면 내가, 내 가족이 죽어있을 지도 모를 그 극한 상황을?!!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약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었소!! 그 방법밖엔 없었단 말이오!!!”


그리곤 벌떡 일어났다.


“그 뱀에게 제물로 사람을 바치지 않았으면?!! 그럼 이제껏 우리가 살아있기나 했을 것 같소?!! 지금 이 삶이 가능했고?!!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놈에게 제일 먼저 제물로 바친 것이 내 첫 딸이었소!! 그리고 여섯째도 제물로 바쳤지! 그렇게 살아가는 게 너무 더러워 이곳에서 벗어나려고도 해봤소! 그래서 아들 셋을 더 잃었지!”


그렇게 말한 그는 목이 메이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힌 듯 입을 열었다. 사나운 웃음과 비틀린 눈빛으로.


“뱀에게 자식들을 바치고 살아남아 우리가 더러우시오? 그럼 어째 소드마스터님께서 이 마을에 남아 우리를 보호라도 해주시겠소? 우리가 더 이상 자식들을 제물로 바치고 살지 않아도 되게?”


묵묵히 듣고 있던 나는 수저를 내려놓고는 손가락으로 닭요리를 가리켰다.


“이 닭과 당신들이 지금 다른가?”

“무슨...?”

“잘 보호해주고 키우며 계란을 받아내고 내키면 잡아먹을 수 있는 닭과 당신들이 다르냐고 물었다.”


그는 한순간 굳어 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땐 그랬을 수도 있겠지. 근데 몇 십 년이란 세월동안 이 상황을 벗어나보려고 어떤 노력을 해왔지? 힘이 없다고? 키우려고 노력은 해봤고? 말을 바꿔 보지. 마을 사람 모두가 에유니를 증오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그 긴 시간동안 그걸 바꿔보려고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꽉 막힌 바보들과 똑같은 사람이 된 것조차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건가? 그래서 그녀에게 가장 잔인한 사람이 된 것 조차?”


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말하지만 마누였던 시절의 당신은 지금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지. 음식 잘 먹었다. 많은 사람들의 피로 키워낸 닭이어서 그런지 맛이 각별하군.”


그리고 그의 집을 나섰다.

그 자리에 굳어 멍하니 서있는 그를 놔두고.


그리고는 밖에 나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외부인인 내가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일인 지도 모른다.

이곳이 평생을 노예로 끌려갈까 억압받아온 저들이 갖게 된 최초의 안식처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저들과 같은 삶이었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내가 온 지구에서도 오랜 시간 논쟁이 돼 온 문제였지.

다수결이란 말에 익숙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 또한 다수의 의지가 곧 민주주의인양 착각하는 사람도 많았고...


하지만.

그 정당이란 영역의 선은 어디까지일까?

다수의 의견을 모아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하다면 왕따 또한 정당한 것 아닌가?

많은 사람이 질투가 난단 이유로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재산이나 권리를 빼앗는 일은?

소수 민족을 학살하는 일은?

표류하는 배에서 식량이 없어 힘이 약한 사람을 잡아먹는 일은?


숫자가 많다고 힘없는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면 약육강식인 짐승들의 세상과 다를 바는 무엇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수를 위해 스스로 소수가 희생하는 건 아름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다수가 그들을 위해 소수를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건 그냥 범죄일 뿐이라고.

적어도 민주주의국가에서 살다 온 나는,

민주주의가 다수의 행복이 아닌 사람 한 명, 한 명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는 나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


작가의말

근래 임팩트있는 회차가 없었던 것 같아 죄송스런 마음에 오늘은 좀 무리해서 연참을 해봤습니다. 다음 편 부터는 다시 진도를 뺄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늘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에 굶주려 있습니다.

다소 과격한 의견이라면 쪽지를 주셔도 되구요.

아무튼 즐거운 하루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 작성자
    Lv.69 DarkCull..
    작성일
    19.11.26 07:48
    No. 1

    피드백~~~ 죄송
    다수와 소수. 참 어려운 난제죠.
    현실적으로는 마을사람들의 삶이 이해 되기도 하지만.
    사람다운 사람이라는건... 에휴. 어렵네요.
    뱀이랑 싸울때 마을사람들의 행동을 봐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겨울반디
    작성일
    19.11.26 17:36
    No. 2

    사실 어렵죠. 그래도 깊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사는이야기
    작성일
    19.11.26 08:37
    No. 3

    종종 글을 읽을 때 특수기호가 좀 과도하게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피해!"라는 글귀가 있다면 "피해!!!"라고 쓰이는 느낌이랄까...?
    강조하는 느낌의 특수기호가 적지 않다보니 오히려 어수선해보이기도...
    는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겨울반디
    작성일
    19.11.26 17:37
    No. 4

    아, 예전엔 느낌표를 더 많이 썼었는데...어느 순간 확 줄였다가 또 너무 줄이면 그렇다는 댓글이 있어 감정에 따라 !, !!, !!!를 혼용해 쓰는 중이었습니다. 음...어수선해 보이면 좀 더 줄여볼까요? !, !! 두 종류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bornfree
    작성일
    19.11.27 22:33
    No. 5

    이계표류기라는건 알겠는데요...
    다크엘프의 등장은 뭔가 의미를
    찾기가 애매하네요. 전개도 그렇고
    자꾸 불쌍한 사람들 만들어내지 마세유.
    재미루 보는건디 철학을 생각나게하네요 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겨울반디
    작성일
    19.11.28 08:19
    No. 6

    아 불편하시면 죄송^^;; 이번 에피소드엔 한 번 철학적인 주제로 가볼까 했었거든요. 역시 쉽지 않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bornfree
    작성일
    19.12.01 00:17
    No. 7

    제가 동물의 왕국보면서 상처입은 치타 새끼만
    봐도 좀 짠해지는 감성이라서요...
    (약육강식의 세계를 이해하고 현실에서는 약간 강한척도 하지만)
    잔인하고 비열한거 것에 대한 세세하고 친절한(?) 묘사가...
    꼭 작품성을 높이는 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요 ^^*
    당연한 개인 감상문 입니다...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가고라
    작성일
    19.12.01 10:11
    No. 8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g6087_vi..
    작성일
    19.12.14 11:14
    No. 9

    잘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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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7부 세상 속으로 16 +12 19.12.12 821 34 17쪽
119 7부 세상 속으로 15 +5 19.12.09 737 23 13쪽
118 7부 세상 속으로 14 +6 19.12.07 745 33 17쪽
117 7부 세상 속으로 13 +14 19.12.05 765 35 16쪽
116 7부 세상 속으로 12 +3 19.12.03 773 33 14쪽
115 7부 세상 속으로 11 +2 19.12.01 833 28 18쪽
114 7부 세상 속으로 10 +6 19.11.28 851 37 15쪽
» 7부 세상 속으로 9 +9 19.11.26 837 29 16쪽
112 7부 세상 속으로 8 +3 19.11.26 751 27 11쪽
111 7부 세상 속으로 7 +3 19.11.24 873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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