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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19.01.01 12:57
최근연재일 :
2020.01.18 17:31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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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04,350

작성
19.12.0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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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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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3쪽

7부 세상 속으로 15

DUMMY

이들을 만난 건 기사들을 구해준 직후였다.

내가 뱀을 상대하는 사이 도망가던 기사들을 이들이 습격했던 것.

기사들은 물론 나도 깜짝 놀랐다.

아루크를 타고 다니는 수인들이라니.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이들이 마갑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쿨론 요새부터해서 다들 수인들은 마갑을 입으면 안 된다고만 알고 있었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갑을 입는 수인들은 한 명도 못 봤었는데...

게다가 마갑은 또 대체 어디서 구해서?


그 의문의 답은 금방 알게 됐다.


내가 쫒아왔을 때 이들은 기사들을 둘러싼 채 죽고 싶지 않으면 마갑을 벗어놓고 가라고 협박하는 중이었으니까.

순순히 벗어놓고 가면 살려주겠다며.


이 마수의 숲에서 마갑을 벗어놓고 가라니.

그게 무슨 살려주는 거야?

대단히 뻔뻔한 놈들이었다.


나중에 그 점을 지적하자 마갑만 벗으면 자기들이 숲 바깥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다며 변명은 하는데...

아무래도 뻥인 것 같았다.


아무튼 그 와중에 내가 끼어들게 됐다.

내 오러를 본 놈들은 일단 물러서기로 했고, 그들 자체에 흥미를 느낀 나는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그들은 뱀의 보호를 받는 도린 마을과는 달리 스스로의 힘으로 마을을 만든 수인족들의 연합체라는 걸.

도린 산맥의 맞은 편 사박산맥 쪽 면에 터전을 잡은.


사박산맥 쪽이면 마수들의 흉성이 ‘카 네아’에 버금갈 텐데...

아마 굉장히 힘든 환경에서 견뎌냈을 듯 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자연스레 거칠고 힘을 숭상하는 집단으로 성장한 듯 했는데.

그래서인지 들어오는 사냥꾼들을 습격해 마갑을 뺐고, 마수를 사냥하며 세력을 키워왔던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녀석들에게 들었던 중요한 정보가 있다.

그건 바로 저 검은 뱀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들은 벌써 이제껏 몇 마리의 검은 뱀을 잡아왔다고 했다. 물론 저렇게 큰 놈은 아니고 아직 어린 유체 상태의 개체를.


사박 산맥 너머에서 아주 가끔씩 넘어 온다는데 몇 번을 상대하다보니 뱀을 상대하는 요령을 파악했단다.

그건 바로 놈의 마정석 가루.


그 뱀에게서 나온 마정석 가루를 바른 무기는 뱀의 비늘이 방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그들은 초반 힘들게 한 마리를 해치운 후 그 다음부턴 아직 어린 몇 마리의 뱀들을 손쉽게 사냥할 수 있었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녀석들의 지도자 격 중 한 명인 테살론이란 자는 도린 마을의 카예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 자신이 도린 마을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 뱀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는 대로 쳐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지.


그래서 나는 그와 연합하기로 했다.


거기에 관한 대화를 하느라 에유니가 그렇게 되는 동안에도 직접 가지 못하고 우뢰에게 스파이디를 실어 보냈던 거고...



****



나는 전방에 낀 짙은 안개를 바라보며 테살론에게 물었다.


“저 안개를 어떻게 하는 방법은 못 발견했나?”


내가 묻자 테살론이 고개를 저었다.


“불행히도.”


방금 내가 남은 한 손마저 잘라줬던 뱀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안개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심안으로 위치는 느껴지는데 안개 속까지 따라가기가 영 찝찝한 상황.

금방 회복이야 되겠지만 피부와 호흡기가 녹아버리는 고통을 일부러 겪고 싶진 않아서리...

에유니가 여기있으면 바람의 벽이라도 씌워서 들어갔을 텐데...


그나저나 저 놈 저기서 웅크리고 뭐하는 거지?

응? 뭔가가 또 뻗어 나오는데?

팔이 더 있었나?

아니.

근데 팔치곤 너무 크고 넓은...

설마?


“테살론! 아까 그 놈 등 뒤에 혹시 날개 같은 게 있었나?”

“.....날개인지는 모르지만 처음 보는 뭔가가 등 부분에 두 개 뭉쳐 있긴 했다. 그게 날개였나?”

“.....이런 젠장.”


그 순간, 완전히 날개를 편 놈이 안개 속에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검은 날개를 활짝 피고 날아오르는 검은 뱀은 서양의 드래곤이 아닌 동양의 전승에서 보던 용처럼 보였다. 그것도 아주 불길한 검은 용.

순식간에 상공 몇 백 미터 이상을 올라가 버린 검은 뱀은...


“피해! 브레스를 쏜다!”

푸아아악!

쿠콰콰쾅!

그 높이에서 지상으로 브레스를 날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하얀 기둥들. 속수무책이었다.

반격하지 못하고 피해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


젠장, 지난 번 10여 미터 높이에 떠 있던 마법사 처리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저걸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콰콰콰콰쾅!!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브레스가 계속 내리 꽂힌다.

그나마 거리가 멀다고 기둥의 넓이가 넓어진 건 아니어서 피하기는 수월한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면 결국 희생만 커질 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테살론이 내게 외쳤다.


“인간! 너 하늘을 날지는 못하나?!”

“되겠냐?!”

“마법사들은 하늘도 난다던데?!”

“내가 마법사냐?!”

“쓸 모 없는 놈이군!!”

“반사다! 이 자식아!!”

콰콰콰콰콰쾅!!

우와아아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메뚜기가 된 것 같구만. 저러다 저 놈 지치긴 하겠지?

하지만 지쳐서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것도 문제다.

지금 여기서 잡아야 하는데...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나도록.

수인족 전사들과 나는 매우 고전중이었다.

내리꽂히는 브레스를 피하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상황.

특히 내 쪽으로 조준하고 내려오는 브레스가 많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보니...


“이건...위험한데?”


문득 주변을 바라봤을 때,

인원들 사이의 간격이 너무 벌어져 있었다.

이대로는 각개격파를...


그 순간.

아니나 다를까 뱀이 독수리처럼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콰득!

“으아아악!!”


그리곤 순식간에 수인족 한 명을 삼키고는 다시 날아올라가는 검은 뱀.

나나 다른 수인족들이 미처 뭘 해볼 수도 없었다.


“이런 제길...”


나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봤다.

어떻게 하지? 내가 쓸 수 있는 게, 순간 이동? 파이어볼? 거미줄?

뭘 써도 그다지 효과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브레스를 날리는 검은 뱀. 그리고는 몇 번 브레스를 날리다가는...

또 내리꽂힌다.

아까와 같은 패턴의 습격.


“으아아악!!”


또 한 명과 아루크 한 마리가 놈에게 잡아먹혔다.


“팔라네!! 이 뱀 새끼가!!”


테살론이 계속된 동료의 희생에 분통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저런 미친! 무슨 뱀이 하늘을 날아다니다니!! 반칙이잖나!!”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저 녀석 몸이...


내가 크게 소리쳤다.


“저길 봐!! 팔이 다시 자라난다!!”


하늘 위를 날고 있는 검은 뱀의 양 팔이 다시 쑤욱 자라나며 복구되고 있었다.

아까 내가 잘라놔서 뿌리만 남아있었는데...

사람을 잡아먹으면 실시간으로 복구가 된다고 봐야하나?

그럼 팔과 날개가 생긴 것도 계속 쳐먹어서 그런 거고?

저 자식, 저대로 계속 먹으면 다리까지 생기는 거 아냐?


“테살론! 일단 인원들의 간격을 좁혀야 돼! 이대로는 한 명, 한 명 잡아먹힐 뿐이다!”


내 말에 테살론이 나를 힐끗 보더니 수인족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간격을 조금 더 좁혀! 피할 수 있게 하되 너무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거야 말로 말만 쉬운 일이지.


그 때 내가 테살론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의 등에 꽂혀 있는 투창 통을 바라보며.


“그 창 나도 하나만 줘봐.”

“어쩌려고?”

“잘 하면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는 주변을 주욱 둘러봤다.



***********



에유니는 진욱과 헤어져 집으로 향했었다.

로란드가 잘 있는 지를 확인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으니.


“로란드!!”


에유니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문 안으로 확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보게 된 것은...


침대 밑에 떨어져 널브러져 있는 로란드 할머니와 여기 저기 내팽개쳐져 있는 과일들.

그리고 쓰러진 그녀의 몸 밑으로 고여 있는...

붉은 피.


“로란드!!”


피를 보고 놀란 에유니가 미친 듯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로란드! 로란드!! 정신 차려!!”


그리고 그녀는 보게 됐다.

피가 흘러나온 곳이 그녀의 손목이라는 걸.

그리고 그 밑으로 떨어져있는 과도칼 하나...


에유니는 어떻게 된 일인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했다.

왜? 설마 내 선택 때문에?

이건...안 돼.

말도 안 돼.


“안 돼! 안 돼! 로란드! 로란드!!”


에유니가 그녀를 안고 고개를 저으며 울부짖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

미칠 것 같은...


“아아아아악!!”


참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에유니가 몸부림치며 울부짖을 때.

로란드의 눈이 살짝 움찔거렸다.


에유니의 귀에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에...유니...?”


에유니가 번쩍 눈을 뜨고는 소리쳤다.


“로란드?! 살았어?! 살아 있었어! 여신님, 감사합니다! 다행이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내가 치료해줄게! 내가 바로!”


그리고는 손을 갖다 대 치유력으로 손목을 치료하려 할 때,

로란드가 다른 손으로 자신의 상처를 잡았다. 에유니의 손을 막으며...

에유니가 다급히 소리질렀다.


“뭐하는 거야!! 빨리 상처를...!!”


하지만 그리고 보게 된 로란드의 얼굴은 천천히 고개를 젓고 있었다.

편안한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기운이 난 듯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신님께서 또 내 소원을 들어주셨구나. 감사하신 분. 나를 데려가시는 대신 너를 돌려주셨어.”

“....로란드...?”

“게다가 마지막으로 너를 볼 수 있게 해주시다니... 우리 예쁜 강아지.”


그녀가 죽음을 받아들였다는 걸 에유니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바로 자신 때문에...

에유니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안 돼. 그러지마, 치료할 수 있어! 로란드! 금방 치료할 수 있다고!! 이걸 놔! 빨리 놓으라고!!”


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로란드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나를 가게 해주렴. 우리 아가. 내가 더 이상 사랑하는 우리 아가의 발목을 잡으며 남아있지 않도록....”


에유니가 울부짖었다.


“아니야!! 로란드는 그런 적 없어! 그러지마!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제발....!!”


하지만 로란드는 편안하게 웃으며 한결 더 또렷해진 얼굴로 얘기했다.

마치...꺼지기 전 마지막 불꽃처럼.


“기억나니? 에유니. 내가 널 처음 만났을 때 난 죽으려고 했었단다. 가족들이 모두 죽어서 혼자 남아있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널 만났을 때 바로 알았지. 여신님이 내게 새 가족을 보내주신 걸... 그 후로 늘 행복했어. 늘 감사했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단다.”


그리고는 힘이 든 듯 숨을 한 번 몰아쉬고는, 하지만 여전히 행복한 얼굴로 얘기했다.


“그러니...내가 계속 행복할 수 있게 해주겠니. 에유니? 내 모든 것인 네가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이제...그만 나를 보내주렴.”


에유니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그저 울면서 정신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로란드.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도 행복했어. 로란드가 있어서 늘 행복했어. 그러니 제발...제발...날 두고 떠나지마...제발...”


로란드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제 힘이 다한 듯 서서히 눈을 감으며.


“사실...조금은 알고 있었단다. 나를 지켜주기 위해...네가 대가를 치루고 있었다는 걸...이제...때가 되었단다. 오히려 너무...늦었지...에유니... 새...가족을...만나렴, 그래서... 바람처럼... 자유...롭게... 내가... 언제...나... 너..를...”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로란드의 몸에서 마침내 힘이 빠지며 자신의 손목을 잡았던 손이 스르르 풀렸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행복하고 편안했지만...

더 이상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로란드? 로란드! 로란드!! 로란드!!! 안돼애애!!!”


에유니는 오열했다.

그녀의 친구이자 언니였고, 어머니이자 할머니였던 그녀의 모든 것이.

이제 먼 곳으로 떠나고 말았다.


정신없이 치유력을 전개해봤지만 오히려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이미 죽었다는 걸...


“아아아아악!!! 로란드!!!”


에유니의 슬픈 외침만이 투명한 공기 속으로 한 없이 공허가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원래 내일 새벽에 올리는 게 맞지만 오늘은 그냥 하루 전날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유는...그래도 이런 내용은 저녁 때 읽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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