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바람의 검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강희얀
작품등록일 :
2019.01.01 18:45
최근연재일 :
2019.01.24 12:11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123
추천수 :
53
글자수 :
72,585

작성
19.01.21 19:30
조회
90
추천
1
글자
10쪽

영웅 호룡의 마지막 혈투

DUMMY

내가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무렵이었다.


모용성이 우리 부자를 귀빈실로 불러들였다.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다.


“많이 먹고 마시게. 내 자네들을 위해 최고의 보양식들을 마련해 보았느니.”


“왕야, 어찌 이런 은덕을?”


“흐흠. 은덕이야 자네들이 나한테 주고 있지. 늘 고맙게 생각하네.”


“하오시면 약조를...?”


“허허 과연 오군이야. 척하면 척이니. 그래 이제 자네들에게 자유를 주도록 하지. 남겠다면 대환영이고 떠난다 해도 붙잡지 않음세. 어딜 가든 일평생 편히 먹고 살 수 있도록 송별금도 넉넉하게 줄게야.”


“헌데 조건이 있는 것처럼 들리옵니다. 왕야.”


“허허, 말귀가 빨라서 좋아. 생각 같아선 내 자네를 총관에라도 앉히고 싶지만 아마 거절하겠지?”


“비천한 제가 어찌? 왕야께 폐를 끼치지 않게 하루라도 빨리 떠나겠나이다.”


“그럴게야. 떠나고 싶을 게야. 이제 투전판을 떠나서 부자가 오붓하게 살고 싶겠지. 그리해야지 암, 그리해야 맞지. 헌데 그전에 딱 한 번만 박투장에 서주게. 호룡 자네의 은퇴식이라고 생각하고.”


“상대는 누구인지요?”


“북주 십일패!”


“북주 십일패? 그들을 아버지 혼자 상대하란 건가요?”


“왜 네가 보기에 네 애비가 불리할 것 같으냐?”


“당연히... 그들은 무림 출신으로 최근 강호에 등장한 이래 누구에게도 진적이 없는 패도적인 무리들이며 그들 구성원 하나하나가 용문장원 용쟁호투단 정예 투사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자이온데, 어찌 제 아비 혼자 감당할 수 있겠나이까?”


“그들을 한꺼번에, 일 대 십일로 상대하란 게 아니야. 그들은 박투장 입구부터 출구까지 줄을 서서 기다릴 거야. 한 번에 두 명 이상 덤비지 못하도록 말해두었으니 그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출구로 나가면 끝나는 시합이야. 어때 이만하면 자네 애비 비호룡에 걸맞는 화려한 은퇴식이 되지 않겠나. 혜성 같이 등장한 북주 십일패를 차례대로 쓰러뜨리고 수많은 관중들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으며 유유히 떠나는 거지.”


“하지만 그들의 무위는 일반 고수들과 달리 패도적이고 내공까지 겸비하고 있는지라...!”


“자, 잠깐만! 제가 하, 할게요. 하겠습니다. 이, 이기면 꼭 오군이와 함께 보내 주세요.”


“아하하, 역시 자네는 최고의 영웅이야. 내 약속은 지키겠네. 반드시. 자자 그럼 이야긴 끝났으니 식기 전에 요리나 들게 어서. 으하하하.”


아버지는 내 말을 가로채어 스스로 결정해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무사히 이 투전판 소굴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엄습했다.



무적 비호룡 대 북주 십일패 대격돌!!!

화려한 전적 비호룡, 일생일대의 은퇴 시합.

보름후, 용문장원 격투장


공고문이 나붙자마자 소문은 바람처럼 성도는 물론 인근 도시의 작은 고을 객잔에 이르기까지 삽시에 퍼져갔다.


“이번에도 비호룡이 이기겠지?”


“글쎄, 북주 십일패도 만만찮은 전적이던데.”

“허면 자넨 어느 쪽에다 쌈짓돈을 걸 텐가?”


“당연 비호룡이지. 내 마음 속의 영웅!”

“아니? 북주 십일패도 만만찮은 전적이라며? 지면 어쩌려고?”


“전력이 그렇다는 것이지. 내 영웅을 이긴다고 말하지는 않았네.”

“하긴, 무적 비호룡이 지지는 않겠지?”


“설혹 진다고 해도 나는 비호룡 편일세. 그동안 얼마나 시원시원 했는가? 나는 그와 맞붙는 상대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늘 나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불한당 놈들을 그들에게 대입시켰네. 당연 비호령은 나고. 그래서 나는 시합이 벌어지는 날 만큼은 비호령이 되어 불한당 놈들을 마음껏 때려눕힌 게 되는 거지. 그런 감정이입을 통해 내가 느낀 정신적 희열과 해방감은 천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것이었어. 게다가 내기할 때마다 이겼으니 용돈도 번 셈이고. 그러니 나는 진다고 해도 비호룡 편일 수밖에 없지. 더욱이 영웅의 은퇴경기라 하지 않은가?”


“허어, 자네! 어찌,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토씨하나 빼먹지 않고 그대로 말하나 그래? 남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게야? 신통하이.”


“예끼 이 사람, 농은! 하기야 종복 출신 호위를 거쳐 무패의 투사가 된 비호룡은 우리 같은 하층민들의 영원한 우상이자 영웅이지. 어느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까?”


“맞는 말일세. 그날은 모든 점포들이 문 닫는 날이겠구먼.”


“혹시 관중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입장이 불가할지도 모르니 이삼 일 전에는 용문장원에 당도해야 안심일 게야. 감안해서 사나흘 전에 미리 휴업팻말 내걸고 함께 떠나세.”


“역시 이웃사촌, 이심전심이구먼.”


“하하하, 척하면 척이라 좋네 그랴. 그런 의미로다가 주모!!! 여기 곡주 일병 추가요.”


“허어, 이 사람 물 만난 고길세 그랴. 그래 어디 대취토록 마셔보세. 주모! 여기 닭 한 마리도 추가요.”


모용성의 홍보 전략은 주효했다.


사람들은 모여 앉으면 오직 려호룡과 북주 십일패에 관한 이야기를 주된 화제로 삼았다.


아무리 말재간이 없는 사람이라도 려호룡의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그


러나 아무리 좌중의 눈과 귀를 좌우하던 만담가라도 화제가 려호령이 아닌 쪽으로 벗어나면 호된 야유를 받을 정도였다.


내기 판도 연일 흥성가도를 달렸다. 용문장원이 보장하는 공식 복표 창구는 연일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끼리끼리 모여 하는 소규모 내기도 흥성했다.


려호룡에게 돈을 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배당이 높은 북주 십일패의 패를 만지작거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영웅에 대한 의리는 의리인 것이고 돈이 걸린 내기는 내기였으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이길 확률이 높은 곳에 돈을 걸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이미 칠 할이 려호룡 패를 선택했으니 경우의 수가 적중한다면 대박도 가능한데 말이야. 북주 십일패도 결코 만만한 패가 아닌데다 영리에 밝은 용문장원의 승부조작설까지 나오는 판이니 눈 딱 감고 북주 십일패에 걸어볼까? 고민인걸.”


“이보게 뭘 고민하나? 자넨 아직 그 소문 못 들었나보군.”


“뭔데 그러나?”


“네 자네가 내 절친이니 자네한테만 알려주는 고급정보인데 말일세. 용문장원의 모용성 왕야가 말이야, 이번 시합이 끝나면 려호룡을 노비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은 물론 양자에 입적키로 했다네. 그러니 무슨 승부조작이 있을 수 있겠는가? 만약 있다 해도 항차 양자가 될 려호룡을 이기게 하겠지.”


“뭣? 정말인가?”


“이사람, 속고만 살았나? 믿을만한 정보통이니 귀 기울여 듣게.”


“그게 사실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군 그래. 돈이 되는 정보를 얻었으니 내 한 잔 삼세. 가세 주막으로.”


“거 좋지.”


이런 저런 소문까지 가세하면서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전의 날.

관중들은 최근 들어 한 두 번 지긴 했어도 십여 년간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친숙한 려호룡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으며 용문장원 용쟁호투장으로 밀려들었다.


원형 박투장을 빙둘러 만든 계단식 관중석은 위아래 할 것 없이 개미새끼 한 마리 비집고 지나갈 틈조차 없이 가득 들어찼다.


"아버지! 절대 긴장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이길 수 있어요. 저들은 창술의 대가. 아버지도 창을 잡으세요. 어떤 공격도 허용하지 말고 어떤 창에도 꿰뚫리지 마세요. 무거운 창을 가볍게 휘둘러 저들을 날려버리세요.”


나는 아버지보다 더 흥분하여 소리쳤다.


모용성의 사전 약속대로 한 번에 한두 명과 대결을 치르며 출구까지 나아가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전성기를 살짝 지났다고는 해도 투전판에서 잔뼈가 굵은 아버지였고 원숙한 노련미까지 겸하였으니 변수만 없다면 승리는 아버지의 것이었고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피 튀기는 싸움판에서 해방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나는 더욱 흥분해있었다.


아버지 려호룡이 무대에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떠나갈 듯한 함성과 연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 와와아.”

“이기자! 이기자!! 비호룡!!!”

“비호룡! 비호룡!! 이기자!!!”


아버지가 관록의 소유자답게 손을 흔들자 “와아아” 함성은 더욱 고조되었다.


흥분이 가라앉자 반대편 대기실 문이 열렸다. 재빠른 몸놀림의 창든 투사들이 휙휙 격투장으로 날아들었다.


주최 측에서 몇몇 박수소리가 들렸지만 큰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관중들의 호감은 극과 극이어서 아버지에게는 열광했고 북주 십일패에게는 냉담했다.


그러나 그들은 개의치 않으며 격투장 중앙부터 출구까지 차례대로 창을 들고 늘어섰다. 저들을 꺾고 출구까지만 오면 아버지의 승리였다. 그러면 이제 어느 정도 관계회복이 된 우리 부자는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바깥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었다.


북주 십일패는 장내에 들어서자 곧바로 창을 세워 잡고 호전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그들은 평소보다 한 명이 적은 열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 명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고 줄어 든 것은 아버지에게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부상을 당했거나 제명되었거나 아니면 나중에 나타나겠거니 하며 무심코 넘어갔다.


징 징 징ㅡ.


시합을 알리는 징소리가 세 번 울리고 아버지는 천천히 출구 쪽을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람의 검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절세무적 천마삼검을 봉안하고 19.01.24 138 0 10쪽
17 토사구팽 19.01.22 81 1 11쪽
» 영웅 호룡의 마지막 혈투 19.01.21 91 1 10쪽
15 흥행 투사 비호룡 19.01.20 85 2 11쪽
14 흥행 러시 박투장 +2 19.01.16 114 2 8쪽
13 야수의 승리 19.01.15 116 2 9쪽
12 판이한 승산, 유리한 내기 19.01.14 132 2 8쪽
11 무규칙이 규칙, 박투 시작 19.01.12 155 3 10쪽
10 백련화白蓮花 가희 시점 19.01.11 156 3 11쪽
9 비천12관문과 운명의 여인 19.01.10 163 4 10쪽
8 이곳이 미래비전 양양한 비천문? 19.01.09 175 3 8쪽
7 죽음 대신 비천문 19.01.08 188 3 10쪽
6 천인공노, 용문상단의 율법 19.01.07 182 3 8쪽
5 춘화와 날벼락 19.01.05 251 3 9쪽
4 비뚤어진 음모, 한 깊은 희생양 19.01.04 253 3 9쪽
3 맹세 그리고 불길한 징조 19.01.03 350 6 8쪽
2 바람의 검신 19.01.02 640 5 9쪽
1 프롤로그 19.01.01 854 7 4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강희얀'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