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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강희얀
작품등록일 :
2019.01.01 18:45
최근연재일 :
2019.01.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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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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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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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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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토사구팽

DUMMY

후우웅.

누군가 아버지가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허공으로 솟구치며 창대를 휘둘러 왔다.


북두 제 일 창! 분절창법 쾌快.


허공을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쇄도하는 창은 빛을 분절시킬 만큼 빨랐고 바위를 산산조각 낼 만큼 파괴적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볍게 나비 같은 몸놀림으로 수십 번을 찔러 오는 쾌속의 창날을 피해내며 묵직한 대창大槍을 가볍게 휘둘렀다.


상대는 픽 비웃음을 날리며 피하지 않고 힘없고 유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아버지의 창과 맞부딪쳤다.


콰아앙ㅡ.


창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노도 같은 장력을 느끼고서야 상대는 대경실색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는 처참한 비명과 함께 창천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살 맞은 장끼처럼 힘없이 떨어졌다. 그의 동료들이 달려가 받아내지 않았다면 그의 몸뚱이는 형체도 없이 부서졌으리라.


관중석에선 비호룡을 연호하는 소리가 우레처럼 쏟아졌다. 나 또한 의기양양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자, 가자, 가즈아ㅡ.”


응원하는 관중들에게 목례를 남긴 아버지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덮쳐왔다.


북두 제 이 창! 분절창법 노怒.


한 사람은 정면에서 한 사람은 뒤에서 노한 파도 같은 기세로 덮쳐갔다.


콰자자작.


맞으면 쇳덩이라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창을 짚고 서서 어떤 방어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상대를 더욱 자극했다.


“무시하는 거야, 뭐야? 이 자식 박살이 나고도 태연한지 보아주마.”


콰아앗ㅡ.

쉬쉬식.


앞과 뒤에서 날카로운 창날이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며 몰려들었다.


스파앗. 허공을 가르는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관중들의 입에서 “어 어 어.” 신음과도 같은 안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상대의 창에 그들의 영웅이 난자당했기 때문이었다.


“크아악...크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진 것은 공격을 당한 이가 아니라 기세 좋게 쇄도하던 공격자들이었다.


관중들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의안이 벙벙한 얼굴로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나는 씨익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두둥 매처럼 떠 있는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천근추의 자세로 창을 짚고 서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기실 내력을 모으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첫 번째 동료가 나가 떨어진 것에 화가 난 두 공격자는 앞뒤에서 정신없이 창을 찔러왔다.


일촉즉발의 순간 아버지는 두 발과 창을 딛고 전광석화 같은 일학충천의 수법으로 하늘 높이 부상했다. 그 동작을 따라잡은 시선은 몇 되지 않았다.


공격자들 또한 갑자기 눈앞에 버티고 있던 태산 같던 장한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상대의 우람한 체격에 가려 보이지 않던 동료가 무서운 기세로 창을 휘두르며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창을 피할 수가 없었다. 공격을 멈출 수도 없었다.

퍼버벅 퍽퍽.

크아악. 아으윽.


동료끼리 서로 찌르고 찔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공멸한 그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몰려오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광장을 데굴데굴 공처럼 굴러다녔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관중들은 읍파하핫 아하하하.


남의 아픔을 보고 웃지 않으려고 참다 참다 못 참고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가 즐거워하며 유쾌한 격투를 예상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깐의 낙관에 불과했다.


아버지가 땅에 내려서자 장내가 떠나 갈듯 한 박수가 쏟아졌다.

“와아아!!!”

“역쒸, 비호룡!!!”

“말해 뭐혀?”


그런데 나는 보고야 말았다.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소리에 숨어 날아오는 투명하고 비겁한 독침 하나.

하루살이 날개 빛을 한 파리한 침은 본부석 쪽에서 날았고 아버지의 목덜미에 박혔다.


아버지는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휘청이며 착지했다.


침을 던진 사람과 시킨 사람 그리고 침을 맞은 사람과 하늘과 땅 허공 그리고 나 이외의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추잡한 음모는 그림자처럼 왔다가 사라졌다.


아버지는 땅에 내려서서 중심을 잡자마자 곧바로 성큼성큼 큰 걸음걸이로 출구를 향했다.


무언가 신경을 거슬리는 기분 나쁜 액체가 몸 안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낀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 같았다. 곧 위기가 닥치리란 것을!


그 전에,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 독극물이 전신마비를 일으키든 심정지를 일으키든 어떤 이상증상을 야기하기 전에 눈에 보이는 출구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출구는 멀고 좁았고 키 높은 가시투성이 장애물은 바쁜 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이번엔 다섯 명이 한꺼번에 창을 휘둘렀다.


북두 제 삼 창! 분절창법 참斬.


눈앞의 상대를 정말 가루로 만들어 버릴 셈인가? 오방을 점한 다섯 창수들은 살기어린 날카로운 창을 현란하게 회전시키며 아버지를 향해 한꺼번에 세차게 덤벼들었다.


“아앗, 저건 사기! 왕야!! 약속과 틀리지않소?”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속에서 일어난 말과 행동. 나의 입은 신음조차 흘러나오지 못하게 막혔고 어깨는 강하게 짓눌러져 자리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거 일어서면 어떻게 해? 젊은이! 뒤에 사람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중요한 장면인데!!”

“그래. 조용하게 그냥 앉아서 보게. 우리도 안타까우니 소리 지르지도 말고!”


언제부터 와 있었던 것일까? 모용성의 수하들임에 틀림없는 이들이 관중을 가장하고 내 주위에 포진해 있다가 내가 경기규칙에 대해 항의하며 일어서려하자 재빠르고 우악스런 손길로 내입을 틀어막았던 것이다.


‘슈발, 이건 계획적인 것이다. 모용성!!! 이 모리배 같은 개애끼!!’


그리고 내 입을 막은 물수건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냄새.

이건 미혼산이다.

나는 호흡을 멈추고 천마심법을 운용해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미혼산의 흡입을 차단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천마심법의 경지를 터득하지 못한 처지. 의식을 완전하게 잃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렷한 상태도 아니었다.


어렴풋이 아버지의 움직임이 보였다.

파우웅.

내 쪽을 힐끗 쳐다본 아버지는 상황이 긴박하다는 것을 감지한 듯 창날은 물론 창대조차 무쇠로 된 백 근 장창을 무섭게 휘둘렀다. 일창만단할 태세였다.


한꺼번에 덤벼들던 다섯 자루의 창이 콰자작 부러져나가고 회오리처럼 몰아치던 창수들은 십여 장 밖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들은 앞선 자들보다 고수. 곧 몸을 일으켰다. 입으로 주륵 각혈을 하면서도 저마다 몸에 감았던 철편을 풀어 쥐었다. 끝에 뭉툭한 철추가 달린 긴 철편을 휘잉 휘잉 소리나게 휘돌리던 그들은 아버지를 향해 일제히 철편을 날렸다.


츠츠츠츳.


다섯 개의 철추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허공을 직선으로 가로질러 아버지를 향해 날아왔다. 평상시 같았다면 맨손으로도 잡아챘을 것이지만 이미 아버지의 신경도 마비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보법이 역력하게 꼬였다. 그러나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창을 들어 날아오는 철추를 카강카강 쳐냈다. 사력을 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마지막 한 개는 놓쳤다.


퍼억!

주먹만 한 철추가 등짝을 강타하고 말았다.

크으읔!!

“아이구 저걸 어째?”


아버지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손을 뒤로 뻗어 등짝에 박힌 철추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철추에 연결된 철편을 거머쥔 채 세차게 당겼다. 철편을 날렸던 이가 엉겁결에 후웅 낚싯줄에 걸린 대물잉어처럼 파닥거리며 날아왔다. 아버지는 대창으로 날아오는 자의 머리를 냅다 가격했다.


파바박.


피와 살점이 튀었다. 아버지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 아들이 잡혀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며,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며, 결투가 약속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폭발할 것 같은 심정과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북주 십일패를 단 창에 날려버리고 커다란 의자에 깊숙하게 몸을 파묻고 있는 모용성과 본부석까지 박살을 내어놓고 떠나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무거워지는 몸은 점차 의지를 벗어나 천근만근 가라앉고 있었다.


뿌드득. 이를 갈며 모용성을 노려보는 려호룡을 향해 철추는 또 다시 날아들고 후웅 쳐나간 그의 큰 창은 허공을 비껴 베었을 뿐이었다.


쾅 콰콰쾅.


크으흑!


또다시 날아온 철추가 려호룡의 단단한 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그는 심하게 비틀거렸다.


파파팟 바위 파편이 떨어져 나가듯 려호령의 신체일부가 피를 뿌리며 사방으로 튀었다.



으으으 나는 심장이 난도질당하는 아픔에 이를 악물었다. 당장에라도 날아가 아버지를 구출하고 싶었지만 사지육신 어느 한 곳 생각대로 움직여지는 곳이 없었다. 그저 끅끅 속울음만 삼킬 뿐이었다.


“어어엇. 비호룡이 왜 저래? 저러면 안되잖아!”


“힘 내 라 비 호 룡 힘 내라!”


“힘내라!! 힘!!! 힘내라!! 힘!!! 비호룡! 힘내라 힘!!!”


관중들 몇몇이 모기만한 소리로 응원하자 곧 모두가 호응하여 장내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응원에 힘입은 때문이었을까. 려호룡은 일어나 창을 들고 찔러오는 두 명의 공격을 피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목이 뒤로 젖혀지며 나가떨어지는 공격자들.

퍼억 쓰러지는 소리와 와아아 함성이 동시에 울렸다.


그러나 려호룡씨의 몸부림은 안타깝게도 그뿐이었다.

눈앞으로 다가드는 두 명의 공격은 떡밥에 불과하였다. 여태 뒷짐 지고 구경하던 이들이 철퇴로 려호령의 뒷머리를 가격했다.


그는 풀썩 고목처럼 주저앉았다. 그가 피 곤죽이 되어 무너진 상태에서도 다시 일어서려고 손을 짚었을 때 공중에서 검은 그늘을 만들며 그물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물 속에 갇혀 꿈틀거리는 그의 머리로 가늘고 긴 섬광이 지나갔다.


아버지 려호룡의 최후를 장식하며 내려선 이는 놀랍게도 절강검을 든 외팔이 천진이었다.


십여 년 전 절강의 최고수 천진. 무투대회에서 아버지 려호령의 그물에 갇힌 채 팔 하나를 잃었던 무림인이었다. 그가 열한 번째 북주 십일패 였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는 꼿꼿하던 절개마저 돈에 팔아버리고 원수의 개가 되어 있었다. 사냥이 끝난 지친 사냥개를 물어뜯으며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용문장원의 용쟁호투장이 배출한 무패의 무투 영웅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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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절세무적 천마삼검을 봉안하고 19.01.24 138 0 10쪽
» 토사구팽 19.01.22 81 1 11쪽
16 영웅 호룡의 마지막 혈투 19.01.21 90 1 10쪽
15 흥행 투사 비호룡 19.01.20 85 2 11쪽
14 흥행 러시 박투장 +2 19.01.16 114 2 8쪽
13 야수의 승리 19.01.15 116 2 9쪽
12 판이한 승산, 유리한 내기 19.01.14 132 2 8쪽
11 무규칙이 규칙, 박투 시작 19.01.12 155 3 10쪽
10 백련화白蓮花 가희 시점 19.01.11 156 3 11쪽
9 비천12관문과 운명의 여인 19.01.10 163 4 10쪽
8 이곳이 미래비전 양양한 비천문? 19.01.09 175 3 8쪽
7 죽음 대신 비천문 19.01.08 188 3 10쪽
6 천인공노, 용문상단의 율법 19.01.07 182 3 8쪽
5 춘화와 날벼락 19.01.05 251 3 9쪽
4 비뚤어진 음모, 한 깊은 희생양 19.01.04 253 3 9쪽
3 맹세 그리고 불길한 징조 19.01.03 350 6 8쪽
2 바람의 검신 19.01.02 640 5 9쪽
1 프롤로그 19.01.01 854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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