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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내 운빨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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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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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01 22:38
최근연재일 :
2019.02.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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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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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Season of Change (3)

DUMMY

[전세계 침식지역 총 집계]


[아프리카와 남미 일부 지역, 북극, 남극은 집계에서 제외됩니다.]


[E급 – 301,584개]

[D급 – 102,134개]

[C급 – 71,024개]

[B급 – 27,194개]

[A급 – 1,054개]

[특급 – 3개]


“다 합하면 거의 오십 만개네. 아이구 징그러라.”


“E급 침식지역이 엄청 늘었네요.”


대구 근처의 EDMO 경상 남부 지역 지부.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창구 위에 설치된 LED 전광판을 보고 있었다.


“저번에 한 한달 전인가 정기검진표 내러 왔을 때는 사십만 대 중반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거 위험한 거 아니냐.”


“유엔에서 뭔가 조치를 취하고 있겠죠. 그러라고 있는 침식 재앙 관리 기구잖아요.”


“그렇겠지. 근데 우리가 지난 한달에 없앤 E급 침식지역만도 수십개인데. 어디서 이렇게 생겨나는 건지 모르겠네.”


잡담을 나누고 있으려니 금방 우리 차례가 왔다. 번호가 올라간 창구로 가서 창구 직원 맞은편에 앉았다.


“네, 각성자 님.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승급 프로그램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아, 네.


앉은 자리에서 문서를 몇 장 꺼내 우리 쪽에 내밀었다.


“여기에 각성자 등록 번호와 성명 포함한 관련 항목 적어주시고 내실 때 각성자 등록증도 주시면 됩니다.”


나와 형님은 문서를 채워나갔다.


술김에 형님이 제안한 노빠꾸 D-급 10회 처리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우리는 아직 단독으로 D급 침식지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아직 E급 각성자에 불과하니 말이다.


D급 침식지역 출입 허가를 받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D급 각성자 신분이어야 한다. 아니면 D급을 끼워넣고 단체나 팀을 구성해서 D급 처리를 해가며 실적를 쌓아 허가를 받던가. 그래서 난 형님이 일단 D급 처리 실적을 쌓고 D-급 출입 허가를 얻어서 승급에 도전해보자는 말을 한 줄로만 알았다.


“엉?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런데 나중에 자기가 그런 말을 했느냐고 되려 묻는 형님을 보고서 머리를 부여잡아야 했다. 바로 각성자 승급 신청 프로그램 얘기를 꺼내셨기에 망정이지 정말.


각성자가 등장한 지 21년. 그리고 침식재앙 관리기구 EDMO의 전신인 각성자 위원회 AC(Awakers Commit)가 유엔 산하에서 출범한 지 19년이 지났다. 그 기구에서 수많은 지원과 피드백을 받으며 만들어진 제도 중 하나가 바로 각성자 승급 프로그램이다.


EDMO와 협력 관계인 각성자 인력 파견 업체에 승급하고자 하는 하급 각성자를 위탁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EDMO 내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각성자는 유엔 산하 기구의 검증을 받은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고, 업체는 EDMO의 지원을 받는 것과 동시에 미래의 자기네 직원 후보군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인 프로그램이다.


문서를 작성하고 직원에게 넘겼다. 문서를 꼼꼼히 살핀 직원은 각성자 등록증을 스캔했다. 등록증을 돌려주면서 직원이 말했다.


“네, 접수 되었습니다. 이 근처 지역은 자동적으로 천우 수호에 위탁을 맡기게 되는데 혹시 원하시는 다른 EDMO 협력 업체가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빠르면 삼일 후에 해당 업체에서 연락이 오게 될거구요, 그 이후부터 해당 업체에서 진행하는 각성 준비 과정을 차근차근 밟으시면 됩니다. 프로그램 종료 후 준 D급 각성자 자격을 취득하시게 되고, 이후에 실적을 올리시면 정식으로 승급이 완료 됩니다. 언제든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실시간 상담 서비스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짧은 설명을 듣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프로그램 안내지를 받아들고 건물을 나왔다. 근처 주차장에 받쳐둔 형님의 차에 올라탔을 때, 심드렁한 형님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뭔가 영~ 마땅치가 않아.”


“뭐가 맘에 안드셔서 그래요. 형님이 하자고 해놓고선.”


“운전면허 시험도 아니고. 초인인 각성자의 승급이란 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왜 이러신대. 안전하고 편하게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승급할 수 있으니 좋아해야죠. 게다가 인맥까지 생기잖습니까. 나중에 혹시라도 C급까지 올라가서 환경미화원 자격 잃고 사설 업체 들어갈 때 한 번 비벼볼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형님이 시동을 걸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네 말이 맞긴 한데... 하... 음...”


뭐가 마음에 안드는 건지 참.


“그 막무가내식 방법보단 훨씬 낫죠. 안 그래요?”


“뭔가 스스로 일궈내는 그런 느낌이 안 들어. 누가 레일 깔아놓은 걸 밟고 나가는 기분이라 좀 글타.”


“그런 성취감은 프로그램 끝나고 D급 침식지역을 우리 둘이서 처리할 때 느끼기로 하고, 일단 교육부터 충실히 받고 승급 심사에 통과할 생각이나 하죠.”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와서 도로로 미끄러져 나간다. 형님의 사륜 구동 자동차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침식지역이 생기지 않게끔 깔아놓은 엷은 방어막이 도로 사방 수십 미터를 감싸고 있다.


방어막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 중 군데군데 푸르고 붉은 기운에 잡아먹힌 모습이 보인다. 침식지역이다. 푸른 건 E급, 붉은 건 D급 침식지역이다. 고속도로 근처니 어쩌면 이미 한 팀이 들어가서 처리 중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당분간 일은 쉬자. 승급 프로그램 지원금이 꽤 쏠쏠하다. 교육 중에 무리해서 일할 필요가 없는 건 좋네.”


“승급 프로그램 이용 사례집 보니까 일단 프로그램만 무사히 마치면 대개는 승급에 성공한다고 하네요. 근데 무사히 마치기가 힘들다고.”


“총 이수율이 30%였나 40%였나. 뭐, 우리 정도면 별 문제 없지 않겠냐. 교육이 별거겠냐. E급이나 A급이나 보스 때려잡고 큐브 깨부수면 사라지는 건 다 똑같은데. D급도 마찬가지겠지.”


“몸으로 때우는 건 큰 걱정은 안 되는데, 역시 정신력이 문제네요.”


"별 수 있나. 쎄가 빠지게 D급에 들락날락 해야지."


D급 침식지역의 불쾌한 기운은 E급과 강도와 세기 면에서 다르다. 각성자라도 E급이 혼자 그런 기운에 노출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인식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침식지역은 그 속에 머무는 각성자의 수가 늘수록 개개인에게 가해지는 기운의 부하가 줄어든다. 그래서 D급 침식지역으로 E급 각성자 다수가 팀을 짜서 들어가는 게 가능한 것이다.


정신력에 관한 연구는 활발하지만, 그 정체나 상승 매커니즘 같은 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적으로 각성자들의 체험과 경험에 기반하기 때문에 규격화가 어렵다고 한다. 일단 알려진 정신력 강화 방법은 대동소이한데, 바로 견디기다.


한 단계 위의 상급 침식지역을 다수의 인원으로 들어가서 머물며 정신력을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느리지만 안전한 방법이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이기도 하다. 세력, 회사마다 저마다 고유의 정신력 단련 방법이 있다는데 아직은 나랑은 먼 얘기다.


"그렇겠죠. 근데 천우 수호라, 들어 본 적 없는 곳인데. EDMO하고 협력 관계 맺을 정도면 꽤 탄탄한 곳이라고 봐도 되는 거겠죠?"


"그런 걱정은 하덜 말아. 아까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꽤 괜찮은 곳이더라. 이 근방 침식지역 폭주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데 그 중 이 회사 지분이 꽤 컸다는 말이 보이더라고. EDMO를 믿자고."


천우 수호. 그 회사에서 올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



늘 가던 부울경 침식지역 개척 4구역에서, 꼭두새벽부터 우리는 천우 수호에서 올 담당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자판기 근처에서 커피를 한잔 하며 잡담을 나눴다.


“올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어떻게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냐?”


“그냥 쓸데없는 부심 안 부리고 무작정 싫은 소리 안하고 사기도 안 치고 잘 가르쳐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사기? 뭐가 아쉬워서 우리한테 사기를 치겠냐. 근데 그 회사, 안내 전화는 참 친절했는데.”


“사무직원이겠죠. 각성자가 책상 붙잡고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흐으. 누가 오든지 간에 좀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형님의 입에서 하얀 김이 올라왔다. 11월 말. 밖에 서서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 형님이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한다.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시간이 지났는데. 차 소리 하나 안 들리네. 설마 여기까지 걸어서 오진 않을 거고.”


“이런 시간에 불러 내놓고 정작 당사자가 없을 줄이야. 이거 좀 걱정되네요.”


“일단 아까 니가 말한 좋은 사람 부류엔 안 들어가는 사람인 건 확실하네. 시작부터 참...”


“시작부터 뭐가 어떻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시작부터 코빼...기... 이?”


순간 등줄기가 쭈뼛했다. 형님도 갑작스레 들린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챈 모양인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나도 감각을 넓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거기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EDMO에서 올라온 신상 정보만 보면 엄청난 유망주던데. 기대만큼 대단한 분들은 아니었네요.”


가벼운 말투로 우리를 단정짓는 낯선 목소리. 형님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댁이 우리 담당 맡은 각성자인 것 같은데, 그렇게 숨어서 얘기 하지 말고 얼굴이나 봅시다. 정식으로 인사는 해야 할 것 아니요.”


풋 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들리는데 어디서 들리는지는 모르는 기묘한 상황이다.


“천우 수호는 맡은 일은 제대로 한다가 모토입니다. 그 말은 의뢰를 받으면 한시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다는 말이기도 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테스트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아까부터 줄곧 테스트 중이었지만, 넘어가기로 하죠."


"테스트?"


"네. 간단합니다. 은신한 절 찾는 것.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있을 테니 한번 찾아보세요. 찾으시면 서로 정식으로 인사와 소개를 하는 걸로 하죠.”


나와 형님은 말없이 서로를 마주 봤다.


“상상을 초월하는 첫 만남이구만.”


“누가 아니래요.”


승급 프로그램의 시작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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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내고향 충청도 (1) 19.02.04 13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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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Understar (3) 19.01.23 162 4 11쪽
19 Understar (2) 19.01.22 201 5 11쪽
18 Understar (1) 19.01.21 18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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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2) 19.01.18 235 3 12쪽
15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 19.01.17 235 4 11쪽
14 Save us Now (4) 19.01.16 248 6 13쪽
13 Another side - Fake It 19.01.15 247 5 13쪽
12 Save us Now (3) 19.01.14 252 6 13쪽
11 Save us Now (2) 19.01.12 257 4 14쪽
10 Save us Now (1) 19.01.11 277 4 12쪽
9 Season of Change (4) 19.01.10 290 5 13쪽
» Season of Change (3) 19.01.09 33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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