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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내 운빨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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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인망
작품등록일 :
2019.01.01 22:38
최근연재일 :
2019.02.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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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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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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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달려 (3)

DUMMY

“반갑습니다.”


외국인 특유의 억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한국어 발음이다. 곧이어 다갈색 피부의 손이 내게 다가왔다. 그 손과 손을 내민 여자를 봤다.


도수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얇은 알의 안경. 하얀 가운을 받쳐 입은 평범한 복장. 나이와 다르게 엄청나게 젊어 보이는 외양까지.


그간 봐왔던 EDMO 조사원을 기본으로 해서 떠올렸던 멸치처럼 바싹 마르고 꼬장꼬장한 연구원과 단 하나의 접점이라곤 없는 모습이었다.


EDMO 산하 연구소의 총 관리자가 살짝 미소지은 채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차, 곧바로 손을 내밀어 여자의 손을 마주 잡고 악수했다.


“반, 반갑습니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뭔가를 추궁하시려 오신 것도 아닌데요. 편하게 있으세요. 편하게.”


연구소장 옆에 선 진서희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연구소장에게 놀란 것도 있었지만, 그 옆에 그녀가 서 있다는 것에 적잖게 놀랐다.


“이야아... 저런 거물이랑 진서희 씨가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니...”


나만큼 형만이 형님도 놀란 모양인지, 벌려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근데 너무 없어 보이는데 이제 그만 입 좀 다물어주면 안 될까.


천우 수호 안 접객실에는 나와 형님, 알라나 소장과 진서희 씨가 있었다. 방 안은 고요했다. 방문 소식 기사 한 줄에 이 나라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들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거물이 지금 나와 함께 이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국말을 정말 잘 하시네요.”


그녀가 웃음을 흘리며 옆에 앉은 진서희 씨를 가리켰다.


“다 서희 씨 덕분입니다. EDMO 특기대에 있던 진서희 씨와 함께 머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좀 배웠죠.”


진서희 씨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걸 배웠다고 하기엔... 소장님하고 제가 그때 같이 지냈던 게 3개월 밖에 안 됐었잖아요. 그리고 그때 인사나 감사 같은 말 몇 개 가르쳐 드린 것 밖에 없었는데요. 그냥 소장님이 혼자서 익히신 거나 다름없죠.”


“어머, 그런가.”


라고 그냥 넘기기엔 귀에 확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EDMO 특수기동부대. 전세계를 누비며 각성자 관련 중대 범죄나 심각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출동하는 EDMO 직속 무력 단체다. 진서희 씨가 거기 출신이었다니...


내가 생경한 시선으로 자길 쳐다보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진서희 씨가 날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왜 자기를 쳐다 봤는지 알겠는 눈치다. 뭔가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사를 남에게 들킨 게 그리 탐탁치는 않은 모양이다.


알라나 소장이 웃는 낯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민천식 씨가 어떤 식으로 얘기를 전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이형식 씨와 만난 건 비공식적 일정이라는 사실을 알아 두시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공식적으론 앞서 있었던 부울경 개척구역의 거인 사태 연구 조사 결과 보고 및 실태 조사차 한국에 방문하신 걸로 되어 있어요. 그게 자연스럽게 사유를 써 내기 쉽기도 하고요. 물론 저 사건 확인도 중요하지만, 메인은 이형식 씨와의 만남입니다.”


진서희 씨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니 고작 나 하나 만나려고 그 사건을 변명으로 들었다는 것처럼 들렸다. 뭔가 부담이 마구마구 되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절 비밀스럽게 만나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도대체 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음, 이걸 어떻게 설명 드려야 좋을까요.”


알라나 소장이 살짝 쥔 손으로 입가를 문질러대며 말을 고르는 듯 보였다.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제 각성기가 어떤 건지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소장님, 그런 말을 하실 것까진...”


진서희 씨가 놀란 얼굴로 소장을 만류했다. 하긴, 저 사람 정도면 아무리 사소한 개인 신상 정보라 하더라도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을 텐데 각성기라. 그게 EDMO 내 기밀에 속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서희 씨. 제 각성기 능력 상 상대방에게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제 각성기를 십분 발휘하기 위한 수라는 걸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이분들은 믿을 만 하다고 진서희 씨가 직접 말하지 않았습니까.”


진서희 씨가 그런 말을 했다고? 음, 우리 꽤나 신임 받고 있었네.


“그래도...”


알라나 소장이 진서희 씨의 두 손을 마주잡았다.


“고마워요. 그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건 서희 씨 한사람이었죠. 내가 직접 한국으로 올 생각을 했던 것도 당신 때문이었던 거 아세요?”


그 말을 듣고 민망해졌는지 진서희 씨가 아무 말 없이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갑자기 훈훈해진 분위기가 불편했다. 알라나 소장이 내 쪽으로 그 훈훈한 얼굴을 돌렸다.


“후후.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그저 전 얘기를 듣고 싶을 뿐이랍니다. 이미 사전에 이형식 씨와 이형만 씨한테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보고서로 확인했지만, 제 각성기는 직접 들어야 효과를 발휘하는 종류거든요.”


그녀가 눈을 빛냈다.


“제 각성기는, 육감이라고 할까. 그 비슷한 거랍니다. 스스로 쓰고 안쓰고를 정할 수도 없고 각성기를 발현 시킬 조건을 맞추기도 까다롭지만, 일단 발동하면 엄청난 효과가 일어나게 되는 각성기지요. 도움을 참 많이 받았지요.”


그녀가 하얀 종이 뭉치를 접객실의 원목 탁자 위에 올렸다. 툭 하는 둔탁한 소리가 무게를 짐작케 했다.


“그 각성기를 통해서, 이형식 씨와 이형만 씨 둘에게 일어난 일들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어떤 커다란 사건과 연관된 일이라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형식 씨에게 강하게 연관되었다는 걸요.”


그녀가 종이 뭉치 중 몇 개를 탁 하고 내 앞에 펼쳐보였다.


“그래서 제가 직접 여기로 오게 된 거지요.”


거기엔 차례로 내가 처리했던 침식지역에서 나왔던 오크와 얼마전 난리가 났었던 폭주 건, 그리고 내 등급 측정 건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



알라나 소장이 누군지는 안다. 본 적은 없지만. 그녀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룩한 업적만 언론을 통해서, 직접 그 혜택을 받으며 알게 되었을 뿐이다.


A파에 대한 연구나 각성자 등급제 제정 이후 그녀가 한 발견들이 각성자의 등급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기반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그런 연구의 밑바탕이 되었던 게 각성기였다니... 육감 같은 능력이라. 도대체 어떤 각성기이기에 그런 대발견과 발명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된 건지 도무지 짐작이 안 갔다.


“얘기만 들려 드리면 된다고 하셨습니까.”


알라나 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뽑았던 그 세 건에 관련된 얘기를, 더하거나 덜할 것 없이 그냥 사실대로만 얘기해 주십시오. 두 분이서 그래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형님과 나는 서로를 쳐다봤다. 이런 거물이 와서 한다는 게 고작 이야기를 듣는 거라고? 뭔가 김빠지는 기분이었다.


“음, 어떻게 해야 되나.”


“제가 얘길 할 테니까 빠진 게 있거나 더할 얘기가 있을 때마다 형님이 중간에 덧붙이는 식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그래, 그렇게 하자.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오크가 나오는 침식지역 10개 다 워치프만 만났던 이야기.


실력 체크라며 E급 침식지역 처리를 하다 나중에 침식지역 폭주로 거인을 만난 일.


마지막으로 승급 1달 동안 어떤 준비를 했고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됐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를 봤지만 어떤 반응이나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아마도 저 각성기 하나로 특급이란 등급이 매겨진 각성자인 만큼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냥 내 속에서 신의 파편인지 뭔지와 대화하는 것 마냥 혼자 속에서만 발현되는 특기일 지도 모르고.


[여자. 파편. 많음.]


언급 한 번 했다고 바로 튀어나오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운명. 신. 파편. 처음 보는 여자. 많음.]


운명의 신의 파편을 저 처음 보는 여자가 많이 가지고 있다 그 말인가.


[정확함.]


그게 그 육감이라는 각성기하고 연관이 있는 걸까. 아니, 확실히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미덥지 못한 지혜를 상징하는 신의 파편이 들려준 얘기에 따르면 각성자는 신의 힘으로 깨어난 자들이니, 신의 힘이 하나의 기술로 발현되었다 보면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지니까 말이다.


“...저는 보통의 체력 단련을 했습니다. 점진적으로 과부하를 주는 식으로 했는데요. 형식이는 진서희 씨가 침식지역 처리를 하러 떠난 이후부터 좀 묘한 짓을 하더라고요. 얘기드리는 동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게 지난 측정에서 C급이라는 결과를 받은 원인인가 싶기도 하단 생각이 드네요.”


알라나 소장이 급 관심을 보였다.


“음, 이건 이형식 씨 본인 보다는 지켜본 사람 말을 들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형만이 형님은 날 한번 보더니 내가 상관없다는 식의 손짓을 해 보이자 그대로 말을 시작했다.


“예. 그러니까 전신 거울이 있는 쪽에 가서 한동안 그렇게 쳐다보고 있다가, 이상한 기합을 지르더라고요. 그리곤 평소처럼 단련을 하긴 했는데 무리를 좀 심하게 하더라고요. 그렇게 일주일간을 쭉 했습니다.”


“흠, 얘기만 들어선 별 거 없어 보이는데. 이형만 씨가 보기에 어떤 부분이 눈에 띄었던가요.”


“그러니까...”


“아!”


갑자기 진서희 씨가 탄성을 울렸다. 뭔가 하고 그녀를 쳐다보니 가만이 알라나 소장을 가리켰다. 뭔가 하고 소장을 쳐다봤는데 좀 이상했다.


소장은 정지해 있었다.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숨을 쉰다거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한다거나 하는 생명 활동을 포함한 아주 작은 움직임 하나 없이 알라나란 사람 자체가 완전히 굳어 있었다.


알라나 소장이 얘기를 듣는 내내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진서희 씨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말했다.


“소장님의 각성기가 발현되는 중이에요. 죄송한데 접객실 저쪽 쪽문으로 나가시면 탕비실이 있거든요. 거기서 간단한 간식거리하고 마실 것 좀 가져와 주시면 안될까요? 소장님이 각성기 시전이 끝난 뒤에 허기가 많이 지시거든요.”


그 말에 군말 없이 우리 둘은 밖으로 나왔다.


“봤냐? 저거?”


“큰일 난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사람이 갑자기 무슨 마네킹마냥...”


“들은 능력도 희한한데 발현되는 모양새도 참 이상하네.”


티백에 차를 우려내고 대충 있던 과자를 준비해서 들고 갔다. 알라나 소장님은 계속 그 상태였다.


“좀 오래 계시네요.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각성기가 발현된 적이 없었는데.”


형님이 차를 한번 홀짝이곤 물었다.


“보통은 얼마나 걸리시는데요.”


“길어도 십 분 안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시는데...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


“허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장이 깨어났다. 가만히 앉아 있던 자세에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어댔다. 멀쩡했던 눈에 핏발이 섰고, 얼굴은 보랏빛이 되어 있었다.


나와 형님은 갑작스런 소장의 모습에 당황한 채 앉아서 진서희 씨가 익숙하게 소장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바라봤다.


잠시 후에 소장이 피곤한 표정으로 소파에 쓰러지듯이 기대어 앉아서 말을 시작했다.


“엄청나군요... 정말...”


그녀가 내 쪽을 돌아봤다. 그 눈빛에 이전과 같은 옅은 호의나 호기심은 온데 간데없고, 의혹과 불신만이 가득 했다.


“이형식 씨, 당신 도대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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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Another side - Fake It 19.01.15 26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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