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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내 운빨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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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인망
작품등록일 :
2019.01.01 22:38
최근연재일 :
2019.02.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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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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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내고향 충청도 (1)

DUMMY

“고향. 고향. 고향... 고향이라.”


대형 밴의 옆 자리에 앉아있던 형님이 계속해서 고향이란 단어를 되뇌고 또 되뇌었다. 가만히 듣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생소했다. 사이즈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형님은 고향이 어디라고 하셨죠?”


형님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전주. 전라북도 도청 소재지였던 곳이었지.”


들어본 적 있는 곳이다. TV의 뉴스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아, 거기요. TV에서 봤는데 여기보다도 더 낙후된 곳이던데요.”


“침식지역 사태 초반에 개 작살났다가 10년이 겨우 지나서야 되찾았으니까. 옛날엔 그 정도는 아니었어. 나름 큰 동네였다고.”


“그렇군요.”


형님이 허리를 이리저리 풀면서 내게 물었다. 차에 계속 앉아 있다보니 좀이 쑤시는 모양이었다.


“네 고향은? 거기에 대해 뭐 아는 것 좀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태어난 고향이라고 해 봤자, 기억하나 없는 곳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충청남도 내포. 살면서 들어본 적이나 있는지 애매한 이름의 지명이다.


차라리 내가 어릴 적에 있었던 서울의 불광동이라면 모를까. 고향이라고 할 법한 곳은 거기 뿐이었다. 불광동에 임시로 세워진 고아원에서 머물렀던 기억이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제가 설명 드려도 괜찮을까요?”


진서희 씨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완전한 전투복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들의 암묵적인 동의를 확인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충청남도 도청소재지가 있었던 곳으로, 사태 당시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한 곳이었습니다. 전주와 비슷한 수준이었죠. 대다수 주민들이 사망했고, 살아남은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형식이 너 침식지역 사태 일어났을 즈음에 태어났다고 하지 않았냐?


“일어났던 그 날이 제가 태어난 날이었죠.”


진서희 씨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런 곳에서 갓 태어나서 목숨을 부지 했다구요? 어떻게 구조 받아서 살아나신 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운이 좋았으셨네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았다라. 어쩌면 이게 내가 살면서 지독할 정도로 불운을 겪었던 이유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태어나자마자 가진 운을 살아남는 데 전부 다 써버리고, 지금까지 가불 받은 운을 갚느라 불운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 와중에도 최악은 면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내 운이 보통 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최초의 침식지역 사태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갔다. 아기 적의 기억은 없다. 제 몸 하나 못 가두고 기껏해야 우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던 아기가 뭘 알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때 무슨 일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안다. 공교육과 각성자 교육시설에서 배우고, 간혹 TV에서 해주는 다큐 같은 걸 보거나 해서 대충 알고 있었다.


2017년에 붉고 푸른 색깔의 침식지역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래 있었던 현실의 공간을 차지하고 앉은 침식지역에 사람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 중 앞서 말했던 전주나 내가 태어났던 내포 같은 곳에선 침식지역 폭주 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고, 혼란은 전 세계를 덮쳐나갔다.


인간 사회를 구성하던 기간들이 하나씩 붕괴되면서 전 세계가 수렁에 빠져들었다. 군대를 동원해 몬스터를 물리치려 시도했다. 성공한 경우도 성공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혼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큰 심각한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일 년이 지나 새로이 황색의 C급 침식지역이 나타나고, 각성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진정한 혼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저기. 뭣 좀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형님이 진서희 씨를 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말 해보라는 듯 고갯짓을 해 보였다.


“알라나 소장님 말 대로면 내포 쪽에 새 침식지역, 그것도 특급으로 하나가 나온다는 말이잖습니까.”


“네. 확실히 나올 겁니다. 소장님의 예측은 틀린 법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근데 우리가 따라와도 되겠습니까? 이제 막 B급 가승급 받은 각성자라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될 것 같은데요.”


그녀가 잠시 가만히 생각하다, 우리 주변에서 같이 움직이고 밴들을 슬쩍 쳐다봤다.


“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필시 무슨 이유가 있으셨을 겁니다. 소장님은 아무 의미 없이 그런 지시를 내리실 분이 아니니까요. 분명 두 분이 새로 생성되는 특급 침식지역을 막거나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신 걸 테죠.”


그 말을 들으며 소장이 급하게 날 불렀던 그 날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태어난 지역과 대한민국에 새로이 생길 특급 침식지역과의 뜻밖의 연관 관계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다.


“대한민국의 상급 각성자 중 침식지역에 들어가 있지 않은 모두에게 긴급 소집령을 내리도록 하세요. 적어도 3일 안에 그곳에 모두 모여 있어야 뭔가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김석현 씨!”


“예, 소장님.”


누워있는 소장 옆에 시립한 채로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현재 EDMO 한국 지부 내 가용한 A파 변환기 수가 얼마나 됩니까? 그 중 3일 내 해당 지역까지 옮길 수 있는 기계수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남자는 잠시 스마트폰을 몇 번 눌러보더니 막힘없이 대답했다.


“서울과 천안에서 막 제조한 6대의 기계가 있습니다. 지금 연락하면 3일 내로 해당 지역으로 옮겨 놓을 수 있을 겁니다.”


갑자기 많은 말을 해서 피곤해졌는지 소장이 잠시 숨을 골랐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서야 소장은 당장 그 지역으로 기계를 수송하라고 지시했고 남자는 지시 사항 전달을 위해서 귀빈실 밖으로 나갔다.


소장이 날 바라봤다. 그녀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힙겹게 말을 한 마디씩 했다.


“이형식 씨도... 거기 같이 가주셨으면 합니다.”


어딘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나는 엉겁결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형님에게도 소집령이 들어간 것은 나중에 출발하고 형님을 만나면서 알게 됐다.


그때 왜 내가 거기 가야하는 건지 이유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내 대답을 듣자마자 쓰러져 버린 소장을 보며 그저 등을 돌려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차창 너머로 녹색과 검은색의 침식지역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부터 붉은색의 고속도로 길 안내판이 보였다.


[충청 개척 2 구역]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



알라나 소장은 각성기를 사용한 반작용으로 일주일을 누워 지내야만 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기운을 끌어 올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출발 전까지 몸 상태를 좋게 만들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진서희 씨에게 자신의 전권을 위임했다. 더불어 세세하고 자세한 관련된 지시 사항을 넘겼다. 해서 진서희 씨는 지금 개척 구역 입구에 설치된 캠프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제 세워진 캠프니까, 체계가 아직 제대로 안 세워져 있어서 그래. 임시 조직이 구성돼서 일을 나눠서 맡아 할 수 있게 되면 진서희 씨한테 몰린 일도 좀 줄어들겠지.”


내 옆에 걸터앉은 형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여기 대체 상급 각성자 몇 명이나 모인 거 같냐.”


“일단 엄청나게 많다는 거 하나는 알겠네요.”


나와 형님은 승급 이후로 단 한 번도 침식지역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승급했다 할 정도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침식지역 바깥인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일어난 변화 한 가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일단 확실한 건, 그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난 거란 거였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피부를 저릿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형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형님도 느껴지시죠?”


형님이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은 연신 저 멀리 사람들을 훑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에게서는 하나같이 공통된 부분이 있었다. 전해져 오는 기운의 세기가 엄청나다는 공통점이.


“네가 말한 게 신경을 건드리는 그런 걸 말하는 거라면, 그래. 오래된 화장실 변기에 갑자기 코를 처박은 것 같은 느낌이야. 갑자기 확 느껴지니까 이건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이런 게 있다곤 교육 과정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대체 이게 뭘까요.”


“글세. 뭐 얻어서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각성자가 된 이후로 알아서 애먹었던 적 보다는 몰라서 애먹었던 적이 훨씬 많았으니까. 그리고 우리, 상당히 특이 케이스잖아. 월반을 한 단계도 아니고 두 단계나 해 버린.”


나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곤 다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들 뭔가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할 일은 없었다.


상급 각성자들은 실전 투입 준비를, 그 밖에 비각성자인 사람들로 구성된 평직원들은 잡다한 일들을 맡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도저도 아닌 우리 둘만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뭔가 일을 하려고 해도 잠시 대기하란 말만 계속되던 통에 눈칫밥 먹기 그랬던 둘은 캠프에서 떨어진 구릉 위에 올라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필요하면 알아서 연락하리란 생각이었다.


웅웅웅웅웅웅웅웅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시선이 돌아갔다. 캠프 바깥쪽 침식지역이 있는 방향에 세워진 기계들에서 나는 소리였다. 커다란 기계 6대가 일제히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저게 그 A파 변환기인가 뭔가 하는 그거구만.”


“EDMO 공식 발표 내용대로면 저것도 알라나 소장님이 만들어낸 거겠죠.”


형님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등골이 찌르르 하네. 우리가 그런 거물이랑 만났다는 게 갑자기 실감이 안 나는데. 형식아. 우리 꿈 꾼 거 아니지?”


“뭘 또 호들갑 떨고 그래요. 근데 그렇긴 하네요. 갑자기 연락 받고 온다고 만나긴 했는데 구세주라고 부를 법한 사람을 그렇게 지근거리에서 만나서 얘기하고 뭐... 정말 그래요. 말이 안 나오네요.”


저 기계는 발전기다. A파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침식지역 덕에 물길과 하늘길이 막힌 이후 전기 발전도 덩달아 막히며 일어난 10년이 넘도록 계속되었던 에너지 대란을 어느정도 해소해 내는데 큰 도움을 준 기계다.


시작은 각성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세워진 기구인 EDMO. 그 기구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강력한 지지의 기반을 마련해 준 게 바로 저 기계의 발명이었다.


전기 발전 하나만으로 과거 때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로 현대 문명을 다시 일으키는데 큰 도움이 된 기계. 그에 큰 역할을 했을 사람과 얼마 전에 직접 만났다는 게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왜 콕 집어 자신을 지목해서 이곳에 오게끔 한 건지 아직도 감이 잘 오질 않았다.


내가 태어난 곳과 특급 침식지역 예정지가 겹쳐서? 우연이 겹쳐 그런 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이 하는 행사에 그런 우연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하는 일이 한 두 가지인가.


그녀는 각성기로 알아내서 날 이곳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 우연히 떠올린 내 주소이전 기록과 새로 생길 침식지역과의 연관성을 떠올려 이런 부탁을 해온 것이었다.


E급 각성자로 바닥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 중 사소한 미신을 가진 사람을 간혹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침식지역에 들어가기 전 소금을 뿌리면 횡액을 피할 수 있다고 믿던 아저씨가 떠올랐다.


그 행동에 그 어떤 근거는 없지만, 여태 자신이 무사했던 이유는 다 그 소금 의식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던 아저씨.


그리고 그날 갑자기 난입한 높은 등급의 몬스터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 소금 아저씨도 다친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소장의 어떤 미신적인 측면으로 내린 즉흥적인 판단 때문이 아닐까.


[인과의 고리. 중간 매듭. 이 근처.]


오랜만에 지식의 신의 조각이 메시지를 날렸다.


[불안정. 고리 풀림. 하나 풀림. 두 개도 시간 문제.]


어떤 예감 같은 게 폭발하듯 연속해서 어떤 내용들이 떠올랐다.


알라나 소장이 보여줬던 풀려난 세 가지 어쩌고 하는 메시지. 이곳 충청도 내포에 생길 예정이라는 특급 침식지역. 마지막으로 내 운을 제어하기 위해 지구에 감은 인과의 고리.


이곳의 일이 나와 영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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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In the Name of God (3) 19.01.28 153 3 13쪽
23 In the Name of God (2) 19.01.26 194 2 12쪽
22 In the Name of God (1) 19.01.25 178 4 12쪽
21 Understar (4) 19.01.24 177 5 11쪽
20 Understar (3) 19.01.23 163 4 11쪽
19 Understar (2) 19.01.22 202 5 11쪽
18 Understar (1) 19.01.21 185 3 11쪽
17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3) 19.01.19 223 4 11쪽
16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2) 19.01.18 236 3 12쪽
15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 19.01.17 23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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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Another side - Fake It 19.01.15 248 5 13쪽
12 Save us Now (3) 19.01.14 25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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