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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내 운빨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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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인망
작품등록일 :
2019.01.01 22:38
최근연재일 :
2019.02.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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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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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건 말야 (3)

DUMMY

솔직히 말해서 놀라진 않았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옛날에 읽었던 동화책 내용이 떠오른다. 세 가지 소원을 빌 수 있게 해주는 한 램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보물에 얽힌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일을 보면서 어린 맘에도 뭔가 좋은 것을 가진다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난다.


지금의 나는 신격 정도 되는 이들에겐 그 램프나 다름없게 여겨질 것이다. 취급에 상당한 주의를 필요로 하지만 사용법만 알면 주저 없이 손을 대고 문지를.


그런 복잡한 절차 없이 그저 램프에 담긴 힘만을 바라던 몬스터들이 날 삼키려 한 적도 있지 않았나. 따지고 보면 신격에게도 유용하고 쓸모 있을 힘인 것은 분명하다. 사실 운이 어쩌고 운운하는 모두에게 유용한 힘이겠지만.


“예상하고 있었나보군.”


키텔이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쳐다본다.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죠. 여태 속고만 살았던 세월이 얼만데요.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네게 나타났던 재앙급 몬스터 둘 때문이다. 1차와 2차 수색이 끝나고 나서 시작한 개별 수색에서, 침식지역 몬스터의 힘과 각성자의 힘에 어떤 이질적인 힘을 발견했지. 그게 지구 신들의 힘이라는 것을 알아냈지. 아마도 나머지 두 신격도 그걸 알아차렸을 거야.”


테이블 위로 두 인영이 올라왔다. 내가 본 바 있던 신격의 모습이었다.


“어떤 불확실한 계기에 힘이 달라붙어 만들어진 몬스터에 불과한 것들이 스스로를 신으로 참칭하며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스스로를 신이라 칭할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가 이런 대충 만들어진 것들에게서 절대 나올 수가 없거든.”


“그럼 나머지 신격 중 하나가 손을 써서 그런 걸 만들어낸 거란 말입니까?”


“지금 상황에선 가장 가능성 높은 일이지. 실제 손대기도 쉽고.”


그는 얘기를 마치곤 가만히 앉아 나를 쳐다봤다.


“이걸로 내가 해줄만한 이야기는 다 했다. 이제 네 이야기를 들어봐도 되겠나. 이 일에 관해서 들었거나 봤던 모든 것들을 말이다.”


나는 나머지 두 사람을 살폈다.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말이 황당무계하다거나 믿지 못하겠다는 시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얘길 해주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하나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그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떠올렸다. 나는 팔짱을 끼고 그를 비딱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뭘 믿고 당신에게 그 얘기를 들려줘야 되는 거죠. 당신도 앞선 두 마리의 몬스터나 절 노린다는 신격과 다를 게 없는 작자일 수도 있잖습니까.”


“하.”


그가 짧게 경탄성을 울렸다. 나머지 두 사람이 아무 말도 못하고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그래.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겠군. 그렇다면 물어보지.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굳이 이렇게 공들여 시간 들여 사정설명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진 않나? 이형만으로서 네가 내게 가지고 있을 좋은 인상과 널 구원해준 한 번의 일을 바탕으로 네게 방심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수를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느냔 말이야.”


“그거야 나는 모르죠. 당신은 신격이잖아요. 나 같은 보통 인간은 모르는 더 좋은 수를 쓰기 위해서 밑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중증이군. 하긴, 그런 의심병 기질 덕에 내가 이형만의 모습으로 네게 호감을 쌓을 수 있었기도 했으니.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믿기 싫다면 믿지 않아도 돼. 본인이 싫다는 데 내가 뭐 더 끼어들 필요까진 없지.”


의외로 쿨한 반응.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더니 도리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널 노리고 있을 누군지 모를 내 동료의 생각이 어떤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 일에 내가 껴들어서 도와주면 나름대로 격을 올릴 법한 업을 쌓게 되겠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걸 뒤집어엎고 널 해 하려는 동료 편에 서더라도 내겐 나름대로 득볼 일이 생긴다, 이 말이지. 손해가 좀 있긴 하겠지만 같은 신격과 충돌해서 벌어질 피해와 비교하면야.”


그리고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저번 퓨라스와의 만남에서 신격의 행동원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신으로 가기 위한 업을 쌓는 것이라는 걸 확인한 바. 저 말은 충분히 그럴듯하게 들렸다.


“좋습니다. 이해했습니다. 딱 한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죽어가는 사람 몸에 깃들이면서까지 계획한 것도 있겠지만, 현 상황에선 앞서 말한 것처럼 동료를 돕는 식으로 절 갖다가 파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 동료와 적대하는 것까지 감수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건 내 본성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 때문이다.”


“본성?”


“신격은 필멸자에 비해 높은 격을 가진 존재다. 원해서 되었든 우연히 되었든 보통의 조건으론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격이다. 그리고 그 조건 중엔, 어떤 본성을 갖추고 거기에 기반한 행동원리를 정립하라는 것도 있지.”


“그게 도대체 뭔데요.”


“벗어날 수 없는, 정말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불완전한 신격이든, 온전한 신이든 다 이것을 가지고 있지. 신뢰나 믿음. 모략 같은 불확실한 개념일 수도 있고, 불이나 물, 바람 같은 원소적인 측면일 수도 있지.”


“그럼 당신의 본성에 따르기 위해서 당신의 계획대로 쭉 밀고나가고 있을 뿐이라는 거군요.”


“그래. 내 본질은 ‘정한 바 그대로 나아감’이니까.”


“어? 그럼 아까 전에 말한 동료들과 함께 한다거나 하는 그런 식의 행동은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개념적인 측면에서의 본질은 그 포함하는 정도가 아주 넓다. 내가 행동을 바꾸더라도 그것에 어느 정도 내 본질적인 측면에 속하는 부분이 있다면 다소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바꾸는 게 가능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 물어봤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데 계속해서 딴지를 걸고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납득했습니다. 당신의 말을 믿겠습니다.”


그가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고 있었지. 그러면 어서, 말해야 될 것들이나 얼른얼른 말하라고.”


나는 그와 알라나 소장, 진서희 씨에게 내가 알고 있는 내용 모두를 말했다. 뮈라제, 퓨라스와의 만남. 내게 얽힌 과의 운과 인과의 고리의 이야기. 거인 사태때 일어났던 일. 불사조와 미호 때 일어났던 일 모두를.


알라나 소장과 진서희 씨는 그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반면, 키텔은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씩 했다.


“그래서 그 상황에서 그런 일을 벌인 거였군.”


이야기가 끝나자 그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나도 덩달아 일어섰다.


“이제 볼일은 다 끝난 겁니까.”


“그래. 이제 바쁘게 움직일 일만 남았지. 내가 이형만의 인격을 버리고 신으로서의 자아를 드러낸 것 자체가 그 신호나 다름없으니 말이지.”


“설명해 주시죠.”


“나는 인과의 고리에 내 연결 단말을 남겨두었다. 혹시나 그곳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형만의 껍질 속에서 있을 내게 신호를 받기 위해서.”


“아까 보여줬던 그 재앙급 몬스터 두 마리와 관련된 일입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삼 신격이 맡고 있던 인과의 고리가 풀어져버렸다는 얘기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 근데 고리는 그냥 지구를 묶고 있는 상태인 거 아니었습니까? 그게 풀어졌다는 애기는 무슨 소리인 겁니까?”


그가 사진 두 장을 띄워올렸다. 왼편의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는 고리에 감싸진 지구 사진와 오른편의 정돈된 형태의 고리에 감싸진 지구의 사진이었다.


“왼편의 제멋대로 풀려있는 사진이 우리가 처음 봤던 인과의 고리고, 오른편이 우리가 손쓰기 시작하면서 정돈된 모습의 고리 사진이다. 원래는 고리를 사용한 지구 신들의 계획대로 완전한 네 힘의 제어를 추구하기 위해선 고리는 정돈된 상태여야만 하지.”


“그럼 이렇게 되면 제 과의 운의 제어가 안 되는 겁니까.”


“그래. 사실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확실히 알 순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거 하난 분명하지. 한번 시험 해 보겠나?”


나는 감이 잡히지 않아서 되물었다.


“무엇을요?”


“네 풀려난 과의 운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그걸 어떻게 시험해볼 수 있는데요.”


“뮈라제의 설명을 떠올려라. 네가 원하는 바를 원인 없이 그저 짠하고 이루어내는 힘이 엄청난 과의 운의 힘. 그렇다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그것이 이루어지는지 이루어지지 않는지 확인해보면 되지.”


“고작 그런 걸로요?”


“고작 그런 정도의 수준이 아닌 것을 바라면 되지. 예를 들어, 지금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재앙급 몬스터 둘을 그대로 바닷물에 수장시켜 버린다든가.”


지금 무슨 소릴 한 거지.


“왜? 안될 것 같나. 지금의 자네라면 충분하고도 남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저기. 그러니까 지금 어느 허름한 빌라방에 있는 각성자 한명더러 바라건대 재앙급 몬스터 두 마리를 없애 주세요! 라고 빌란 말입니까. 그게 이루어 질 법한 일입니까.”


“해 봐. 한번. 해봐서 나쁠 건 없지 않나. 고작 바라는 것뿐인데.”


그 말 그대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뭔가 망설여졌다. 그때 우리의 대화에서 계속 소외되고 있던 두 사람이 입을 열었다.


“이형식 씨. 말대로 한 번 해 봐주시죠.”


“이 분 말대로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방금 전 EDMO에서 두 몬스터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형식 씨의 과의 운이라는 게 실제 적용되는지 적용되지 않는 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서 나쁠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 두 사람의 말에 겨우 할 맘을 먹었다. 나는 그냥 생각했다. 두 몬스터가 끝장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잠시 서 있었다.


뭔가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얼마 전부터 뭔가 사소한 운이 잘 따르기 시작했지만, 그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을 수준의 자잘한 일들 뿐이었다.


형만이 형의 몸 회복에 대한 일도 널널하게 보면 그 범주에 속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원래 형만이 형이 각성자 중에서도 회복력이 엄청 대단한 편이라거나 그랬을 수도 있으니까.


10분 여 동안을 말없이 서 있었다. 다른 셋도 나처럼 침묵을 지킨 채 고요히 서 있었다. 뭔가 약속한 것처럼 아무도 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용해지니 잡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정말 내가 바라는 대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의구심이 일었다. 아무리 원래 가진 운이 개 쩌는 편이라고 한다지만 고작 이런 걸로. 아니 어떻게 그게 되냐하고.


[띠리릭]


그때 신호음이 들렸다. 누구 건가 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알라나 소장이 들고 있던 스마트 폰에서 난 소리였다. 그녀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안을 들여다봤다.


잠시 말없이 화면을 들여다보던 그녀가 내게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비춰줬다. 거기엔 사진 두 장이 찍혀져 있었다.


황금 거인과 깃털 달린 커다란 뱀이 부서지고 조각조각난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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