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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1.0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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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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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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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DUMMY

“간밤 잘 보내셨는지요. 아르마스 신령님께서 영대 신령님께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날아온 요라의 인사말 아닌 인사말이었다.


“어디 계신지 모른다면서요?”

“그래서 연을 띄웠습니다. 서신은 본인만 보시고 불태워주십시오.”

“네.”


영대는 서신을 펼쳤다. 받는 즉시 어디로 오라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해당 장소를 위성 카메라로 살펴보니 근처에 폭포가 있는 암자였다. 화면을 확대하자 마당을 쓸고 있는 사람이 하나 보였다. 거리는 꽤 멀었다. 서신을 태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동수단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데다 땅까지 넓은 내원에서는 누굴 불러놓고 수십 일을 기다리는 게 예사였다. 물론 그렇게까지 오래 걸릴 생각은 영대에겐 조금도 없었다. 도아에게 일정을 알렸다.


“다 챙겼어요?”

“네. 어디로 가요?”

“장산골이요. 좀 멀어요.”

“괜찮네요. 경공을 펼칠 기회에요.”

“뛰어서 가겠다고요?”

“무인에겐 일상이 곧 수행이에요.”

“네, 뭐 그럼 그렇게 해요.”


도아는 잘 뛰었다. 경공도 다른 무공과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을 금방 지치게 만드는데 도아의 지구력은 남달랐다. 한나절 뛰고 나서야 쉬자는 말이 나왔다.


“생각보다 오래 뛰네요.”

“저는 그릇이 크거든요.”

“인격이요? 아닌 것 같은데요.”

“시비 걸지 마요! 그쪽도 노력하고 있다고요. 영대 생각보다 훨씬 많이요.”


도아가 노력한다는 점은 영대도 인정하는 바였다. 태도를 고치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어쨌든 내공 말하는 거죠?”

“네. 부모님께 물려받은 적성이에요. 두 분은 무림을 떠나려고 하셨지만······.”


도아는 고민 끝에 자세한 사정을 생략했다.


“입신지경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선천진기의 사용법을 터득하면 된다고 해요. 목숨을 걸어야 하고요. 그래서 기회는 딱 한번이에요.”

“너무 위험하잖아요.”

“어차피 저한테 다른 길은 없어요.”

“신령은요?”

“신령이 되면 입신지경에 오르지 못해요.”

“다 들은 얘기죠?”

“네. 그게 어쨌다고요?”

“소문이잖아요.”

“소문이 저절로 나오진 않아요.”

“누가 지어내서 나오기도 해요.”

“······.”


뚱해진 도아는 먼 산을 바라보았다. 괜한 부분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아르마스님한테 물어보면 되겠죠.”

“그건 안 돼요.”

“그럼 만나서 뭐라고 하게요? 아무 말 안 하려고요?”

“제가 아니라 영대를 부른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도아 혼자선 한계가 있어요. 도움을 좀 받아야 돼요.”

“장문인이 다른 문파의 장문인한테 고개를 숙이는 건 아랫사람이 되겠다는 뜻이에요. 그런 사람은 장문인 자격이 없다고요. 부모님 뵐 염치도 없고요.”

“알았어요. 제가 물어볼게요. 됐죠?”

“영대는 그래도 괜찮아요? 같은 신령이면서.”

“문화가 달라서 괜찮아요.”

“말은 편하게 하네요.”


그래도 나름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열심히 뛰어준 도아 덕분에 며칠 지나지 않아 장산골을 밟을 수 있었다. 산 아래 마을에서 물어보니 맹수가 많이 나와 안쪽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대신 다른 것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 아까 왔던 데 아니에요?”

“그러네요. 기의 변화가 느껴져요. 진법 안에 갇혔어요. 아르마스님이 우릴 시험하고 있어요.”

“전 진법 같은 거 모르는데요.”

“제가 알아요. 지표로 써야 하니까 가만히 서 있어요.”


도아는 아르마스가 펼쳐놓았을 기문진을 조심스럽게 살펴 파훼를 강구했다. 감각에 이상을 일으켜 방향을 잃게 만드는 이러한 진법은 침입자를 막는 데 주로 쓰였다. 만드는 사람마다 수법이 다르기에 안전하게 파훼하기란 무척 어려웠다.


“그냥 하늘로 날아서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땅에 머리 박고 싶으면 해보든가요.”


영대는 과감하게 도전해봤다가 정말로 땅에 머리를 박았다.


“씨바······.”

“가만히 있으라니까요!”

“죄송합니다.”


매직슈트를 이용하면 가능할 것 같았음에도 영대는 더 이상 나대지 않고 얌전히 자리를 지켰다. 노력하는 도아에게 활약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 첫인상을 너무 나쁘게 봤었다.


나뭇가지를 꺾거나 돌을 옮기며 애쓴 끝에 두 사람은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날이 저물기 직전이었다. 암자로 가는 잠깐 동안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무서운지 귀찮게 달라붙는 도아한테 투덜거리기 직전에 영대는 빛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모닥불 앞에서 기다란 담뱃대를 불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르마스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후-. 신령이 되면 뭐가 나쁜지 아느냐?”

“눈물이 안 나와요.”

“······.”


그윽한 눈빛엔 이채가 담기며, 불빛으로 달아오른 잔주름들이 조금 펴졌다. 영대는 이 사람이 아르마스라고 확신했다.


“용사 최영대입니다. 영대라고 불러주세요.”

“장박파 장문인 도아에요.”

“아르마스입니다. 장박파라 하셨습니까? 음. 어디서 들었을 텐데, 실례지만 기억 안 납니다. 와서 앉으시지요.”


아르마스는 같은 장문인에게 예를 갖추면서 영대에겐 편하게 말했다. 첫인상부터 정정한 할머니 같은 느낌이라 영대는 아무 불만도 표하지 않았다.


“원래 담배 피우셨어요?”

“보다시피 지금도 피운다. 정신은 말짱하지만. 눈물이 안 나와서 나쁘다고 했지? 하! 내가 운 적이 있던가.”


아르마스의 시선이 도아에게 옮겨갔다.


“제 진법을 파훼하셨더군요.”

“부모님께 배웠어요.”

“좋은 스승을 두셨군요.”

“돌아가셨어요. 두 분 다요.”

“조의를 표합니다.”


아르마스는 잠깐 일어나선 명치 앞에 양 손을 맞붙이고 인사한 다음 다시 앉았다. 영대 눈엔 스님 인사 같았다. 도아를 위해 사적인 질문부터 먼저 꺼내기로 했다.


“선천진기를 터득하는 방법 아세요?”

“왜 묻지? 신령이면서.”

“궁금해서요.”


부지깽이로 장작을 쑤시는 아르마스는 밤하늘처럼 고요한 표정을 유지했다.


“어디 출신인가?”

“타에라드요. 아세요?”

“오래 전에 선인들이 넘어간 땅의 이름이 타에라드지. 기억난다. 그쪽에도 무인이 있나?”

“내원 무인하곤 완전 달라요. 내공 같은 거 하나도 몰라요.”

“그래서 호기심이 동했나. 선천진기는 생명의 힘이다. 일생을 살며 소모하다가 다 쓰면 죽는다.”

“헐.”


도아의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선천진기를 해방시킨 이를 봤지. 단 한번, 범접불가한 절기를 펼치고 죽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임독양맥을 타통하면 된다. 신령에게는 맥이 없으니 불가하지만.”

“잘 안 알려진 이유가 한번 쓰면 죽어서였네요.”

“그러하다.”


영대는 도아 눈치를 봤다. 눈가가 흐리게 떨리고 있었다. 아르마스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장문인님? 절세고수는 후천진기로 완성됩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아, 전, 괜찮아요.”

“도아. 도대체 왜 입신지경을 원해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도와줄게요. 말해 봐요.”


아르마스도 들으라고 일부러 꺼낸 소리였다.


“저 혼자 감당할 일이에요. 무인으로서 남에게 떠넘길 수 없어요.”

“누가 떠맡는대요? 그냥 도와준다니까요.”

“이미 목숨을 빚졌는데 또 은혜를 입으란 말이에요? 다 갚지도 못해요!”

“안 갚아도 돼요. 의협심이란 게 그런 거 아니에요?”

“갑자기 그러면······.”


도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일어섰다.


“아무 방이나 쓰십시오.”


얘길 듣자마자 암자로 쏙 들어갔다. 아르마스는 잿더미에서 감자 같은 덩어리 몇 개를 꺼내더니 도아가 있는 방에다 넣어주었다. 요깃거리였다. 고맙다는 인사가 작게 들려왔다.


“그래, 내원엔 뭣 하러 왔지?”

“절 부르신 이유부터 말씀해주세요.”

“호기심이지. 신령이라니까. 내가 아는 신령은 나, 너, 도원, 지나진 넷뿐이다.”

“도원 할아버지도 아세요?”

“그럼. 술 좋아하는 미식가다. 자주 어울려 다녔고. 맹주가 된 후로는 뜸하지만. 벌써 만났나?”

“네. 좋은 분이시더라고요.”

“하참! 술만 들어가면 난봉꾼으로 돌변했지. 신령이 되어 참말로 다행이야.”


행운의 여신이 소개해준 도원과 친한 인물이라면 믿어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마틴에 관한 정보를 다 내놓았다. 차근차근 살펴본 아르마스는 담배를 가슴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흘려보냈다.


“라베스는 정세는 제법 안정되어 있으니, 지나에 있을 게다. 3년이라. 빨리 알렸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땐 여기 사정을 전혀 몰라서 함부로 말하고 다닐 수가 없었어요.”

“이해한다. 이제 네 얘기나 들어보자. 그러려고 불렀으니까.”


잘 들어주는 아르마스 덕에 영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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