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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업어 키운 여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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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流水
작품등록일 :
2019.01.02 12:11
최근연재일 :
2019.03.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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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3.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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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퇴각?

DUMMY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무렵, 화재가 발생한 북쪽 식량 창고에 도착하니 유벽을 비롯한 여남군의 장수들과 진궁, 후성과 위월, 거기에 형님까지 현재 세양성에 있을 수뇌부는 모두 다 모여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주유의 계책일세. 저들이 보이는가?”

진궁의 손가락이 여전히 불타고 있는 창고의 앞, 그곳에 쓰러져 있는 자들을 가리킨다. 미동도 없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게 아무래도 죽은 자들인 모양.

“원술군일세. 창고 근처의 민가로 통하는 땅굴을 뚫어 침투해 들어와 군량고에 불을 지른 거지.”

“군량을··· 그러면 다 타버린 겁니까?”

“아주 약간만 남았네. 보름 정도 버틸 수준으로만.”

한숨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진궁이 유벽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벽은 무슨 대역죄라도 진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내통하고 있던 자들은 잡았고요?”

“일단은. 그러나 아직 깨끗하게 처리된 것 같지는 않으이. 성내에서 자신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자들을 군량을 불태우는 것 하나에 모두 소모할 리가 없겠지.”

평안장군의 측근 중에도 하나 정돈 남아있을 것이고.

내 쪽으로 다가오며 진궁이 주변에 들리지 않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하, 갑자기 막막해진다.

이제는 방법이 없다. 무릉도원에 접속하게 될 그 날까지 방어를 굳건히 하며 버티는 수밖에.

일단 무릉도원에 접속하기만 하면 뭔가 방법이 나올 테니까 그때까지만 버티면···.

둥- 둥- 둥-

“적습이다! 적들이 공격해 오고 있다!”

갑자기 서쪽에서 북소리와 함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 것 같소이다. 일단은 움직여야 하오.”

유벽이 그렇게 말하며 수하의 장수들과 함께 말에 올랐다. 군량이 불탄 건 불탄 것이고, 일단은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게 우선이니까.

그들이 막 달려가려던 찰나,

두둥- 둥- 두둥- 둥-!

이번엔 동쪽에서 같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결국엔 동쪽과 서쪽, 손책과 원술 모두가 공격해 오는 거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긴 하다. 손책은 원술의 부하이니 이러한 작전을 벌일 것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우린 이제 끝났어···.”

“식량도 이젠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전력은 압도적으로 열세에···.”

주변에서 절망감에 빠진 병사들이 중얼거린다. 상황이 심각하다. 이래가지곤 제대로 버티지도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흠.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때인 것 같군. 내가 직접 나가 놈들을 휘젓고 오마.”

우리와 함께 서 있던 형님이 방천화극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런 상황에서 성을 나서겠다니요!”

“진궁. 네가 보기에도 내가 성 밖으로 나가는 게 말이 안 되지?”

“당연히 안 되지요! 밖에선 오만 명이나 되는 적이 진을 치고서 우릴 공격하고 있단 말입니다!”

“절대 공격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놈들의 허를 찌를 거다.”

허를 찔러?

지난번엔 숫자로 하는 게 아니라 하시더니.

확실히 우리 형님 응용력은 캡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궁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형님을 쳐다보고 있었다.

“말도 안 됩니다! 주공의 말씀대로 성문을 열고 공격을 나서면 그 순간에 당황이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견고한 성벽이 가져다주는 방어적인 이점일 뿐인데 어찌 그것을 포기하고자 하시는 겝니까!”

“항우는 고작 기마 스물여덟만을 데리고 한군 오천과 싸우고, 장수 셋의 목을 베었지. 그러나 지금 내게는 병사 천 명과 너희가 있으니 항우보다 사정이 훨씬 낫다.”

형님이 그렇게 말하며 씩 웃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난번에는 제대로 손맛도 못 보고 돌아왔다. 이번엔 손맛 좀 제대로 봐야지. 오십 배나 되는 적과 싸울 기회가 어디 흔한 줄 알아?”


<죽을 때 죽더라도 항우는 뛰어넘고 죽어야겠다고 병사 천 명만 데리고 십만 명한테 달려들어서 안량, 문추에 허유까지 죽인 게 여포임.ㅋㅋㅋㅋㅋㅋㅋ 진궁이 중간에 지원군 데리고 가다가 막히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전투에서 여포가 이겼을지도 모름 ㅇㅇ 여포가 진짜 초극강 개먼치킨임>


진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는 와중, 문득 무릉도원에서 봤던 댓글 내용 하나가 떠올랐다.

확실히, 진궁의 말대로 위험하긴 하지만 글쎄.

이 양반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어?

“형님 뜻대로 하십시오.”

“위 장군!”

“어차피 당장은 마땅히 방법이 없잖습니까. 식량도 다 불탔다면서요? 병사들 사기는 이미 땅에 떨어졌는데 무슨 수로 버팁니까. 뭔가 변수를 만들어야죠. 그리고 형님이 적장 목이라도 하나 베면, 그럼 또 모르는 거잖아요?”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진궁은 형님을, 날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보더니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공의 뜻대로 하십시오. 단, 손책이 아닌 원술을 공격하십시오. 그편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그럼 서쪽으로 가라고?”

“예.”

“그러도록 하지. 걱정은 하지 말고 기다려. 곧 승전보를 가지고 돌아오마. 아, 너무 걱정하진 말고. 좀 있으면 초선에게서 둘째가 태어날 거라 몸 성히 살아서 돌아올 거니까.”

어? 잠깐?

둘째가 태어난다고?

전장에 나가는 남자, 그리고 아이가 태어날 거라 꼭 살아서 돌아올 거라 말하는 이 장면 이거 완전···.

“잠깐, 잠깐만요 형님.”

“손맛도 보고 둘째에게 선물할 것도 함께 가지고 오마. 가자!”

“아이 씨. 형님! 선물까지 얘기해 버리면 어떻게 해요! 형님, 형님!”

내가 소리치며 붙잡는데도 형님은 위월과 함께 말에 오르더니 그대로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병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 이거 불안한데.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갔으면 여포가 여포하고 돌아오겠거니 했을 건데 자기 입으로 저렇게 플래그를 세워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왜 그러시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겝니까?”

“아닙니다. 문제없습니다. 없길 바래야죠.”

“그러면 가십시다. 그리고···.”

“예?”

“아니외다.”

진궁이 말 위에 올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뭔가 말하려고 했던 것 같았는데?

“후성. 네가 보기에도 지금 공대 선생이 뭘 말하려다가 만 것 같지?”

“소장에게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뭐··· 별거 아니겠지. 우리도 가자.”


* * *


내가 막 후성과 함께 서쪽 성벽의 누각 위에 도착했을 땐 이미 치열한 공성전이 벌어지는 와중이었다.

“죽을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막아라! 원술의 개들이 성벽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여남군 장수가 소리를 지르고 있고,

“쏴라! 있는 대로 쏟아부어라!”

병사들의 사이에서 백부장 정도로 보이는 이가 정신없이 화살을 쏴대며 외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 쉭- 쉬쉭- 하는, 화살 날아오는 소리가 사방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온다. 우리 쪽에서 날린 것, 그리고 저 성벽 아래 원술군이 날리는 것까지 뒤섞인 거다.

대낮이라면 빠르긴 해도 그나마 보이기는 할 테니 신경이나 덜 쓰일 텐데 지금은 오밤중이다.

흐릿하게 살짝살짝 뭔가 움직이는 것만 보일 뿐, 화살의 존재를 알리는 건 윽, 억, 컥 하며 쓰러지는 병사들의 신음과 통, 토통 하며 성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전부다.

더럽게 신경 쓰인다.

거기에 아까 형님이 했던, 그 둘째에 선물 얘기까지.

진짜 그 양반은 왜 그런 소리를 해서.

이따가 전투가 끝나고 나면 신신당부좀 해야겠다.

“몰아붙여라! 놈들의 군량이 불탄 지 오래다!”

내가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저 아래에서 적장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오, 갑자기 열이 확 오른다.

검은 칠을 한 갑옷을 입고 칼 한 자루를 허공에다가 휘두르며 소리를 지르는 놈이다.

“조금 있으면 배가 고파서 기운이 빠질 것이다! 해가 뜨기 전에 성을 점령하고 전리품을 얻거라!”

전리품이라니?

말이 좋아서 전리품이지 약탈하겠다는 거 아냐?

유벽이 온다는 말에 그를 만나보려다 공격을 당하고 피신해 있는 백성만 만 명이 넘는다.

삼국지를 대충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방 정도로만 보던 때에는 아예 신경조차 쓰질 않았는데 저 백성도 나와 같은 사람이다. 21세기로 치면 흔히 마을에서, 읍내에서 오며가며 마주치고 지냈을 사람들.

약탈이라는 건 그런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는다는 것이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열이 확 뻗친다.

“잠깐 좀 쓰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의 활을 빌려선 성벽 바로 앞에 서서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생전 활 한 번 쏴본 적 없지만 지난번의 전투에서 그랬듯, 이걸 어떻게 쏴야 할지 감이 확 온다.

어떻게 조준을 해야 하는지도 알겠다.

군대에서 배웠던 사격술을 떠올리며 내가 잠시 숨을 멈추고 시위를 최대한으로 잡아당겼을 때, 저 밑에서 끼이이익- 하며 성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님이 나오는 모양.

상관없다.

어쨌든 저 새끼는 내가 잡을 거다.

파앙-!

팽팽하게 당겨졌던 시위를 놓음과 동시에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다. 워낙 어두워서 어디로 어떻게 날아가는지는 보이지도 않는 중이었지만 그래도···.

“끄아악!”

“어?”

거리가 너무 멀어서 당연히 안 맞을 줄 알았는데 검은 갑옷의 장수가 비명을 내지르며 말에서 떨어졌다.

뭐지?

내가 쏜 활에 맞았을 리가···.

“나, 인중룡 여포가 창을 던져 적장을 참살했다! 나와 대적할 자 누구인가!”

역시나 그렇구나.

형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럼 그렇지.

“나를 따르라!”

원술군 병사들 사이에서 갑작스러운 침묵이 감돌고 있을 때, 형님이 방천화극을 꼬나잡은 채 적토마를 적들 쪽으로 질주해 가고 있다.

그런 형님의 앞에 놓인 병사들은 공성전을 위해 사다리를 짊어지고, 성벽 위에서 자유롭게 싸울 수 있도록 창이 아니라 활로 무장한 자들과 궁병들이 전부일 뿐이다.

기병방진을 펼칠 수 있을 장창병 수천이 있어도 막을 수 없을 여포를 저들이 막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으하하하하! 날 막아봐라!”

형님이 미친 듯이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적진을 휘젓고 다닌다. 무슨 분쇄기라도 되는 것처럼 형님이 도착하고 나면 원술군 병사들이 죄다 갈라져서는 죽어 나자빠지고 있다.

가끔 한 번씩 용기를 내 형님을 막아서겠다고 덤비는 자들도 없지 않았지만 하필이면 저기에 내려가 있는 게 바로 그 여포다, 여포.

객관적으로 보면 수적으로 완벽한 열세의 상황에서 고작 천 명 밖에 안 되는 병력으로 수십 배나 되는 적진 사이에 뛰어드는 미친 짓이다.

하지만 형님은 그걸 적의 허를 찔러 완벽한 성공을 거둔 성공사례 중 하나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커허억!”

“자, 장군! 장군!”

벌써 저 소리만 다섯 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성 주변에서 공성을 지휘하던 원술군 장수란 장수는 다 죽어나가는 느낌이다. 그런 덕분인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던 놈들도 이제는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슬금슬금 형님이 오는 것을 피해 눈에 띄지 않는 쪽으로 도망치는 놈들이 더 많이 보일 정도.

둥- 둥- 둥- 둥-

그렇게 형님이 휘젓고 있는 적진 너머, 저 멀리에서 퇴각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제 끝난 건가?”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퇴각하는 놈들의 후방을 들쑤시고, 그걸 막기 위해 몰려오던 원술의 정예병까지 반쯤 박살내다시피 한 형님이 서쪽 성문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 형님의 모습에 여남군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휴··· 이쯤 되면 다치거나 할 건 없겠지.”

플래그가 꺾인 거다.

다행히도.

진짜 형님한테 신신당부해야겟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도록.

“확실히 주공에 대해서는 나보다 위 장군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소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진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서 뭘 하다가 온 건지 모르겠을 얼굴로 진궁이 누각에 올라오고 있었다.

“앞으로도 주공에 관련한 사안은 내 위 장군의 의견에 군말 않고 따르겠소. 주공의 승전으로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게 올라갔으니 말이외다.”

“그렇습니까?”

“동쪽에서 오는 길이오. 원술의 명이 전해진 것인지 손책도 군을 물리는 중이라 하외다. 일단은 버텨낸 거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이라는 말이 붙긴 했지만 어쨌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버텨낸 것만은 맞다.

이제 남은 건 보름 치밖에 안 남은 식량을 가지고 여전히 다섯 배 가까이 많은 적들을 어떻게 격파할 것인지, 그 방법을 연구하는 일뿐이다.

여전히 막막하긴 하지만···.

“방법을 찾아봅시다. 장군과 내가 머리를 맞댄다면 분명 뭔가 방법이 나올 것이오.”

고민도 해 보고, 무릉도원에 들어가 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 * *


“으···.”

벌써 열흘째 아무것도 안 하고 내당에 앉아 고민만 하는 중이다. 두통이 밀려온다. 머리 깊숙한 곳에서부터 콕콕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괜찮으시오?”

그런 내 모습에 진궁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하지만 그런 진궁 역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열흘간 앉아서 고민만 한 것은 진궁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퀭하니 파인 눈 아래로 다크서클이 진해져 있다. 얼굴엔 피로한 기색이 가득하고, 입가에 뭔가가 잔뜩 나 있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쯤 해야 할 것 같소이다. 장군이나 나나··· 한계인 것 같소.”

“그러게요.”

“허면··· 오늘은 이만 푹 자고, 아침에 다시 고민을 시작해 보도록 합시다.”

진궁이 비틀비틀 휘청이며 자신의 거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냥 저 모습만 보면 일상적으로 밀려드는 격무에 지친 관료의 그것일 뿐이다.

하지만 진궁은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게, 절박하게 고민에 고민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난 열흘간 원술군의 공격다운 공격은 없었다. 비교적 편하게 대치상태만 이어져 왔지만, 시간은 적들의 편이고 우리의 식량은 앞으로 며칠이면 완전히 바닥나버릴 터.

그 전에 뭔가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에 진궁은 정말 잠도 거르며 하루에도 16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후···.”

나는 무릉도원에 접속하고 나면 뭔가 방법이 나오겠거니 해서 좀 낫긴 했지만··· 솔직히 이젠 좀 후달린다.

과연 무릉도원에서 쓸 만한 뭔가를 찾아낼 수가 있을지.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창밖 너머, 하늘에 떠올라 있는 보름달을 응시했다.

이제 잠들기만 하면 된다.

“가자, 후성.”

“예, 장군.”

후성과 열 명의 병사를 이끌고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마음을 정갈히 하며 숙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충 물수건으로 몸을 닦고, 침상에 누우며 이불을 덮었다.

“내가 얘기했던 거 기억하지?”

“보름달이 뜨는 날, 장군께서 주무실 땐 그 어떤 자도 큰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며 장군의 몸을 건드리지도 말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너만 믿는다.”

부디 이번엔 외부의 방해 없이 방법을 찾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그래서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무릉도원에서 머무를 수 있기를.


* * *


사아아아아-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짙은 안개가 침실을 가득 메운 게 시야에 들어왔다.

꿈속에 들어온 거다.

“핸드폰이··· 여기에 있군.”

그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침상 머리맡에 놓여 있는 핸드폰이 정말 반갑기 그지없다.

이전까지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조차 모르고 그저 당장 코앞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 꿈을 사용해 왔지만 이젠 알 만큼은 아는 상태니까.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꿀꺽 굵은 침을 삼키며 무릉도원엘 접속해 여포를 키워드로 넣고 검색을 시작했다.

‘여포 최후의 날, 세양성 전투’, ‘세양성_전투에_대해_araboja’, ‘주유가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만든 바로 그 전투, 세양성 공방전’ 같은 글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IF_위속이_주유의_계책을_알아차렸다면?’이라는 글이었다.

글쓴이가··· 예언자 위속이야?


<위속 하면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들 중 진짜 유일하게 제대로 천문이라는 걸 볼 줄 아나? 싶은 무속인 장수죠. 진궁 살린 것도 그렇고, 유벽 살리겠다고 갔던 것도 그렇고 점 쳐서 알아내는 거 아니면 말이 안 되는 움직임이었으니까. 만약 그런 위속이 주유의 계책이 뭔지를 점으로 알아냈다면 어땠을까요? 여포가 원술 연합군을 이길 수 있었을까요?>


주유의 계책이라···.

단순히 성을 포위해 놓고서 우리가 굶어 죽기만을 기다리려는 게 아니었어? 여기에 또 계책이 있다고?

“와, 이런 미친···.”

글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쭉 읽고, 다른 글들로 넘어가 세양성 전투에 대해 정보란 정보는 전부 다 확인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욕이 나온다.

이딴 계책을 썼다고?

이런 상황에서 이런걸?

내가 주유의 입장이라면 이런 걸 상상해낼 수 있었을까?

이런 상황에서 이런 계책을 만드는 게 가능했을까?

글을 읽고, 댓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올랐다.

감탄 이외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이건 진짜··· 무릉도원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거다.

스으으으으-

그렇게 생각하며 한참이나 글들을 뒤적이며 자료를 모으고 있는데 갑자기 침실의 목재 골조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눈이 녹아 물이 되는 것처럼, 그것들이 스르르 사라져 가고 있었다.


* * *


“···방해가 없으면 이렇게 깨지는 건가?”

눈앞의 풍경이 달라져 있다.

다시 현실이다.

무릉도원에 들어갈 것을 기대하며 누웠던 침실의 침상, 그리고 그곳에서 보이는 천장과 저 옆에서 피곤한 얼굴로 날 지키고 서 있는 후성의 얼굴까지.

“깨어나셨습니까?”

“어. 모처럼 방해 안 받고 푹 잤다. 상쾌하네.”

“사실··· 장군께 급히 보고드려야 할 건이 있었는데 워낙 신신당부하셔서 깨어나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고라니?”

후성이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는 묘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원술 군이 퇴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영채를 걷고, 물자를 옮기고 있지요. 이미 원술과 그 휘하의 병력 삼만 가량은 세양을 빠져나갔고 손책이 나머지 이만을 이끌고 서서히 움직이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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